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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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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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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08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10.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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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99화, 두 개의 장원

DUMMY

잠시 후, 바람에 의해 붉은 연기가 사라지자 거한이 있던 곳은 진한 핏자국과 함께 날카로운 암기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초대봉과 홍조심이 비틀거리는 거한을 향해 무지막지하게 암기를 날린 것이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거한은 붉은 연기가 흩어지기 전에 피를 흘리며 사라졌다.


두성이는 한쪽에 떨어져있는 강궁을 집어 들었다. 휘어진 강철 강궁의 무게가 묵직한 것이 사십여 근이나 나갈 것 같았다. 활시위도 강철로 되어있었다.


이로 볼 때 거한의 힘도 만만치 않아 마동탁과 대등할 것 같았다. 그러나 놈은 심장에 극심한 타격을 받고 어깨뼈를 심하게 다쳤다.


게다가 암기의 공격까지 받았으니 어쩌면 다시는 활을 잡을 수 없거나 몇 년은 고생을 해야 겨우 몸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궁을 들고 온 두성이를 보고 마을의 원로는 놀라고 믿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궁의 주인은 대마혈궁의 삼대영주의 하나인 귀궁수(鬼弓手) 마원이었다. 들려오는 말로는 지금까지 귀궁수 마원의 화살아래 살아남은 자는 없다고 했다.


백 장 밖에서도 과녁을 꿰뚫는 실력으로 귀신도 울고 간다고 해서 귀궁수라는 별명이 붙은 자였다. 그런데 서생 같은 젊은 공자가 귀궁수의 강궁을 빼앗아 들고 왔으니 놀랄 수밖에.


이곳 여인들의 마을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대마혈궁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을 도와 나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대마혈궁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을 이용하려고 돈과 생필품 등등을 보내주며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검은 손길을 뻗지 않았다.


그런 사정으로 마을의 원로는 대마혈궁을 좋게 보고 있었는데, 오늘 놀랄만한 일이 이곳에서 일어나자 은근히 불안해진 것이다.


“호 혹시··· 귀궁수를 죽였습니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달아났으니 몇 년이 지난 다음에라야 나타날 수 있겠죠.”


얼굴색도 변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두성이를 보고 마을의 원로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왔다.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젊은 공자가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말씀해주시지요.”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마혈궁은 지금 무림을 피로 물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들을 피해 먼 곳으로 이주하거나 아니면 우리들과 힘을 합쳐야 이곳 사람들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


원로를 비롯한 마을 여인들은 두성이의 뜬금없는 말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여인들은 따로 모여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였다. 결국 이곳을 버리고 대리국의 성 근처로 이주하기로 결정하였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십시오.

힘을 아끼지 않고 돕겠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여인들의 마을을 뒤로한 두성이 일행은 다시 찻집으로 돌아왔다.


찻집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두성이가 여동탁과 초대봉을 데리고 사천당문으로 향했다.


“어서 오시게, 뭐 특별한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당문의 문주가 반갑게 맞이했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준비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이 강궁을 봐주십시오.”


말을 마친 장천상이 매고 온 강궁을 내려놓았다.


“대마혈궁의 삼대영주인 귀궁수 마원의 강궁입니다.”


당문의 문주는 강궁을 들어 살펴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귀궁수 마원이라고요? 금시초문입니다. 게다가 삼대영주라니···.”

“궁주 바로 밑에 있는 자들이지만 아직까지 무림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원이 상처를 입고 도망쳤으니 대마혈궁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뭔가 일을 벌이겠지요.”

“그 그럼 우리 인원들만 가지고 그들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당문의 문주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어보자 두성이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나라에서도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니 놈들이 대규모로 움직인다면 군사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청성산에 넓은 장원을 매입했으니 각지에서 모여드는 협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습니다.”

“허허! 어느새 준비를 갖춰놓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참, 낭인곡에서 온 낭인들을 잘 대우해주십시오. 앞으로 어쩌면 당문을 위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

“좋은 일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대마혈궁과의 전쟁이 끝나고 문주님께서 이곳에 표국을 여십시오.

서쪽 지방의 화물을 전담한다면, 사천당가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되지 않겠습니까?

서쪽의 지리를 잘 아는 낭인들을 표사로 쓰신다면 표국의 일이 순조로울 겁니다.

물론 표국을 세우신다면 제가 전적으로 돕겠습니다.”


장천상의 말을 들은 문주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막돼먹은 낭인들을 이곳으로 보냈을 때, 좀 못마땅했지만 장천상의 얼굴을 봐서 아무소리를 못했는데 이런 묘수가 있을 줄이야.


그동안 재정상태가 갈수록 좋지 않았지만 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성이가 해결해주자 문주는 두성이를 볼수록 마음에 들어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릴 정도였다.


당문의 문주에게 희망을 선사했으니 앞으로의 싸움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참, 문주님! 해룡방과 대마혈궁이 손잡고 무림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구파일방에 알려주시고,

같이 싸울 협객들을 지원해달라고 서신을 보내주십시오.

청성파와 아미파의 장문인께는 제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소, 전서구를 날리겠소.”


오는 길에 조서방에 들린 두성이는 아미파의 장문인에게도 전후사정을 아뢰고, 모든 인원을 데리고 청성산으로 오도록 부탁하는 서신을 보내게 했다.


새로 구입한 장원은 청성파와도 가까웠고 진입로가 잘 닦여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기에 편리했다.


이층의 고루거각이 십여 채로 이미 수리와 보수가 다 끝난 상태였다.


계속 모여드는 불새단원들과 원로들, 그리고 오봉방의 인원들로 새롭게 단장한 장원은 시끌벅적했다.



* * *



한편 해룡방의 방주 마도쌍검 풍만해와 귀계자 육삼구는 대마혈궁에서 궁주와 마주앉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궁주는 60여세 정도로 보였고 체격은 좀 왜소했다.


수염이 없는 각진 얼굴에 깊숙이 자리 잡은 눈에선 감히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귀궁수 마원이 다 죽어가는 몰골로 간신히 돌아왔소. 장두성이란 어린놈의 무공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


한참을 생각하던 풍만해가 의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현재 어린놈들 중에선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궁주께서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대업을 위해선 첫 번째로 제거해야할 대상입니다.

제가 직접 대원들을 이끌고 녀석의 숨통을 끊어놓겠습니다.”


“흠..., 방주를 믿어보겠소.

그보다 이곳 사천, 감숙, 청해 전체를 손아귀에 넣고 서쪽의 통로를 장악해야 하오. 귀계자와 계획을 잘 짜보시오.”


풍만해와 귀계자는 벌떡 일어나 신하가 임금에게 하듯이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하며 말했다.



“충성을 바쳐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눈을 지그시 뜨고 흐뭇한 표정으로 꿇어 엎드린 풍만해를 보던 궁주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손짓했다.


“허허, 어서 일어나시오.”


풍만해는 황송한 듯 주섬주섬 일어나 조그맣게 물었다.


“궁주님, 우리의 인원은 대략 얼마쯤 됩니까? 계획을 수립하려면 확실한 인원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으흠, 이 청해성에 오천 명, 사막에서 활동하는 자들이 천 명, 감숙성에 천오백 명이나 되지.

사천에는 당문과 청성파가 지키고 있어서 오백 명을 숨겨놓고 있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서역에서 오만 명의 군사를 보내준다고 약속했다네.”


“그렇담 우리 해룡방이 오백 명이니 모두 팔천오백 명 정도로 보면 되겠군요.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군데씩 확실하게 집어삼킨다면 승리를 다짐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방주만 믿겠소.”


대마혈궁의 척살대는 마혈검(魔血劍) 맹홍수 아래에 열 명의 조원을 거느린 조장 네 명으로 모두 마흔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별히 엄선된 조원은 모두 일류급 무사라 척살대가 모두 동원되면 웬만한 방파 하나쯤은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궁주의 특별 명령을 받은 척살대는 풍만해의 일행들과 함께 기척도 없이 대마혈궁을 빠져나와 사천으로 향했다.


그동안 조용했던 사천지방은 각지에서 몰려오는 무인들로 거리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청성산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유람객들이 모여들어 입구의 상가거리는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식당과 찻집들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눈코 뜰 사이가 없었다.


비교적 전망이 좋은 청성산 동쪽에 두성이는 또 한 채의 넓은 장원을 구입하여 수리와 보수가 끝난 상태였다.


두 채의 장원은 서로의 거리가 백여 장 밖에 떨어지지 않아 언제라도 서로 도울 수 있었다.


한 채는 천여 명이 기거할 수 있는 장원으로 불새단의 단원들과 두성이를 따르는 무사들이 모이는 곳이다.


또 한 채는 천오백여 명이 모일 수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장원으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무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불새단의 단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거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두성이는 마동탁과 초대봉, 그리고 조서방의 추명성을 소개하며 그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그때 음양검객 단일수와 항주신검 전구봉이 사마리와 함께 들어오며 활짝 웃었다.


“단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 모두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두성이가 반가워서 단일수와 전구봉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고, 옆에서 배시시 웃고 있는 사마리를 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사마리는 더 예뻐져서 이제 요조숙녀가 되었네.”

“아이, 놀리지 말아요. 단장님도 마찬가지에요.”


얼굴이 붉어진 사마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기야 두성이도 이제 늠름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두성이는 오랜만에 사마리와 더 얘길 하고 싶었으나 계속 찾아오는 단원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사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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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2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7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5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3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2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2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3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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