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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09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11 19:00
조회
324
추천
4
글자
11쪽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DUMMY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늘어서 있는 웅장함 때문인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곳이었다.


마침내 오랜 여정을 마치고 사천의 문호(門戶)인 봉절에 도착한 두성이와 마동탁은 백제성에 있는 만수객잔에 방을 얻었다.


더운 물에 온몸을 푹 담그고 여행에 쌓인 피로를 풀자 심신이 개운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두성이의 도착을 보고받은 조서방의 사천 분당주인 필살검(必殺劍) 추명성이 찾아왔다.


추명성은 사십대 초반으로 중키에 날렵한 몸매로 눈매가 서늘하여 강직한 인상을 주었다.


두성이가 차를 따라주자 공손하게 받은 추명성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놈들은 중경 시내에서 생필품과 건량을 산 후 마차를 타고 동쪽 초원지대로 갔다고 합니다.”


“확실히 독수방 패거리들이 맞습니까?”

“놈들은 죽립을 눌러써 사람들의 눈길을 피했으나 그들이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초원지대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까?”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양을 기르는 사람들은 좀 있을 겁니다.”

“뭔가 앞뒤가 맞지가 않는데···, 초원을 지나면 숨어살만한 곳이 있습니까?”

“그곳 무룡현으로 계속 가면 깊은 협곡이 있는데 위험해서 사람들이 피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내일 일단 그곳에 가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그럼 제가 내일 일찍 오겠습니다. 그동안 힘드셨을 텐데 일찍 쉬십시오.”


마동탁이 두성이 뒤에 턱 버티고 서있어서 그런지 추명성은 서둘러 일어났다.


이곳 사천엔 독을 쓰기로 유명한 사천당가가 있다. 그들은 희귀한 독을 구하기 위해 독수방과 손을 잡고 암암리에 돕고 있을 수 있었다.


두성이는 독수방이 깊은 협곡 어딘가에 숨어서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당가를 이용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천당가의 움직임을 암암리에 살펴볼 필요가 있어.)


다음날 아침, 식사를 끝내자 추명성이 세 명의 부하를 데리고 말을 끌고 왔다.


행적이 은밀한 독수방을 추적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 추명성은 주도면밀하게 건량과 술, 그리고 안주거리를 잔뜩 사서 말에 싣고 왔다.


추명성의 안내로 두성이와 마동탁, 초대봉과 탁일문이 무룡현으로 말을 몰았다. 우선 독수방 패거리들이 갔다는 초원을 살펴볼 요량이었다.


드넓은 초원을 조사했으나 별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침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암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 키보다 조금 큰 기암괴석이 빽빽이 늘어선 석림이 길을 막고 있었다. 추명성이 기암괴석 사이로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조붓한 길을 발견하고 일행을 불렀다.


말들을 추명성의 부하에게 맡기고 술과 음식이 든 마대와 일용품이 든 마대를 마동탁과 초대봉이 짊어졌다.


길이라기엔 무척 좁아 몸을 비틀어가며 석림을 통과한 일행은 밑으로 계속 걸어 내려갔다.


길이 워낙 가파르고 험해 한식경이나 지나서야 협곡의 바닥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병풍처럼 죽 늘어선 기암절벽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사람의 흔적은 눈에 띠지도 않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의 틈사이로 내려가자 보니 멀리 다 쓰러져가는 몇 채의 초가가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는 울타리가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마구간이 있었고 제법 규모가 큰 초가의 현판에는 역참이란 글씨가 비바람에 삭아 희미하게 보였다.


“아, 예전에 이 부근에 역참이 있다는 소릴 들어보긴 했는데 바로 여기에 있었군요.

이 험한 길을 어떻게 말을 끌고 내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길이 있을지도··· ”


마대를 짊어진 초대봉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손가락질을 하며 옆을 가리켰다.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에 자연적으로 뚫린 돌다리가 보였다.


추명성이 이마를 탁! 치더니.


“아, 이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하늘이 만들었다고 하는 용교(龍橋)로군요.

이런 다리가 모두 세 개가 있다고 했는데···,

아! 저 저쪽에도 돌다리가 보입니다.”


가파르게 경사진 돌길을 내려가다 보니 또 하나의 돌다리가 허공위에서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그러나 길 같지도 않은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나온 험한 길은 계속 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목도 마르고 하니 잠시 쉬어갑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는지 계곡물이 흘러가는 옆,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데 추명성이 마대 속에든 장작을 꺼내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에 마동탁이 추명성의 어깨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 정말 용의주도하군, 맘에 들었네. 혹시 술도 준비해 왔는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천의 명주와 육포를 꺼내들고 왔다. 고급 명주를 보자 마동탁이 입맛을 다셨다.


추명성이 얼른 술을 따라 두성이와 마동탁에게 주었다. 마동탁은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켜더니 추명성에게 권했다.


모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잠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두성이가 한가롭게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깔끔이가 지근거리에서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돌다리를 빠져 나오자 시원한 폭포가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며 바위에 부딪쳐 진주처럼 영롱한 물방울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밑으로 내려가자 또 하나의 돌다리가 검은 입을 벌리고 허공에 걸려있었다. 검은 바위로 둘러싸인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자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길은 깊고 또 깊었다.


마치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어서 극도의 공포심을 자아내었다.


일행은 화섭자로 불을 밝히며 내려가다가 두성이가 갑자기 손을 드는 바람에 모두 발걸음을 멈췄다.


“모두 조심하시오, 인기척이 들립니다.”


마동탁도 무슨 기미를 느꼈는지 입을 굳게 다물고 경계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두성이는 밑으로 내가려는 굴이 꺾어지는 곳에서 들리는 미세한 숨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대여섯 명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우리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니 모습을 드러내 길을 가르쳐주십시오.”


“좋은 뜻을 품고 찾아오는 자는 없고, 이미 온자는 선하지 않다(善者不來 來者不善)고 하던데 그 말을 믿어도 될까?”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말소리만 들려왔다. 두성이는 한발 앞으로 나섰다.


“어찌 사람도 보지 않고 단정을 지으십니까?”

“흐흐흐, 자넨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는 가?”

“냄새부터가 다른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됐고, 여긴 출입금지네.

돌아가지 못한다면 어디 맘대로 해보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여태 참고 있었던 마동탁이 쇠방망이를 꼬나쥐고 두성이가 말릴 틈도 없이 성큼성큼 밑으로 내려갔다.


모퉁이를 돌자 제법 너른 공터가 나왔는데 백발에 수염이 허연 노인과 젊은 청년들이 서있었다. 노인이 얼굴빛을 굳히고 말했다.


“마지막 경고요, 온 길로 되돌아가시오!”


마동탁은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노인 앞으로 다가갔다.


곰만 한 덩치가 다가오자 키가 작은 노인은 겁을 먹을 만도 한데, 전혀 위축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덩치가 하도 커서 곰인 줄 알았는데 역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짐승이군···

얘들아, 덩치만 믿고 덤비는 짐승에게 쓴 맛을 보여줘라!”


노인이 뒤로 물러나자 네 명의 젊은이들은 움직이는 기척도 없었는데 어느새 마동탁을 가운데 두고 네 방향에 자리 잡고 서있었다. 실로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 상대방이 미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몸을 날려 위치를 바꾸는 경신법을 약관의 청년들이 펼친 것이다.


젊지만 최고 일류의 고수들이었다.


첫 보기에도 체격은 다부졌고 날렵해 보였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두성이는 사태가 심각함을 느꼈으나 마동탁의 실력을 믿었다.


마동탁의 몸에 흘러나오는 묵직한 기세가 조금씩 퍼져나가며 네 명의 청년들을 옥죄기 시작하였다.


네 청년들은 한차례 맑은 기합소리를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는데 그 위치가 각각 달랐다.


마동탁의 머리 위, 어깨 높이, 허리 높이, 남은 한 청년은 몸을 뚝 떨어뜨리더니 무릎 높이에서 몸을 수평으로 뉘었다.


그 청년은 검을 뻗으며 발뒤꿈치를 꼭짓점으로 삼아 온몸을 팽이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마치 회전하는 수리검처럼 공격해오자 듣도 보도 못한 공격에 마동탁은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방망이를 전후좌우로 휘두르며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네 명의 청년들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조금도 밀리지 않고 날카로운 공격을 계속퍼부었고, 마동탁 역시 타고난 신력으로 방망이에 힘을 더하며 공격하였다.


용호상박의 결투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듯, 보는 이의 피를 말리는 아슬아슬한 싸움이었지만,


결국 두 청년이 마동탁의 억센 발길질이 나가떨어지고, 쇠방망이에 팔이 부러지며 결투가 끝났다.


한쪽에 서서 미동도 않던 노인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청년들을 가리켰다.


“저 청년들을 이겼다고 으스대기는 일러, 저 애들은 단지 이곳을 지키는 문지기에 불과할 뿐이니까.”


그러자 마동탁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쇠방망이로 바닥을 쿵! 하고 찧었다.


“수문장이 온다고 겁을 먹을 위인은 아니니 누구든 데려오시오.”


마동탁의 대꾸에 기가 찾는지 이번에 노인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저었다.


“어리석구나, 사람 위에 하늘이 있음을 모르다니 무지한 건가?”

“잔말 말고 어서 길을 비키시오, 우린 한시가 급하단 말이오.”

“나를 넘어갈 수 있다면 고려해보마.”


말을 마친 노인이 발이 그림자를 따라다니듯 기척도 없이 마동탁의 뒤에 나타나 엉덩이를 걷어찼다. 굳이 해칠 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노인의 가벼운 발길질에 마동탁은 두 발작 쿵쿵대며 앞으로 떠밀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노인을 돌아보았다.


두성이는 전세는 이미 판가름 났다고 생각하고 노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조심하십시오!”


두성이는 노인을 가운데 두고 흐릿한 잔영을 남기며 한 바퀴 돈 후,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멈칫거리는 노인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노인의 팔목은 뱀장어처럼 매우 미끄럽게 두성이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더니 반대로 두성이의 손목을 움켜쥐려고 하였다.


두성이의 신형이 사라지자 노인의 손은 그만 허공을 잔뜩 움켜쥔 꼴이 되었다. 순간 허리가 뜨끔 하자 노인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분명히 노인의 요혈을 찔렀는데 노인은 한번 움찔했을 뿐 전혀 반응이 없었다. 두성이가 알지 못하는 신비한 무공을 익힌 것이 분명했다.


두성이가 다시 공격을 하려는데 노인이 나직이 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됐네, 그 실력이면 통과할 자격이 있네.”


“어르신,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성이와 일행들이 움직이자 난데없이 쉰 듯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 장노,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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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2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7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5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3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2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2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3 7 11쪽
»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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