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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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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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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55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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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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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제80화, 동자삼

DUMMY

정예병을 뽑는다는 말에 산적들은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정예병이 된다면 앞으로의 생활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선 용기 있는 사람을 뽑겠다. 적을 다섯 명이상 죽인 사람은 좌측으로 나가 따로 서라!”


산적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망설이더니 여섯 명이 옆으로 빠져나갔다.


“한 명이상 죽인 사람은 그 옆에 가 서라!”


이번에는 서른 명이 빠져나갔다. 남은 놈들은 창피한지 모두 고개를 떨구고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마동탁은 한쪽에 따로 선 서른여섯 명에게 말했다.


“검을 든 무사가 아닌 일반인을 죽인 것은 별 거 아니니 숫자에서 뺀다. 한 명이라도 양민을 죽인 사람은 앞으로 나와라.”


머리를 긁으면서 모두 열 명이 앞으로 나왔다. 마동탁은 두성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정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어, 어, 어?”

“아니 왜?”

“?.....?”


산적들은 놈들의 동료가 죽자 모두 눈을 부릅뜨고 적개심을 드러냈다. 특히 초대봉은 이를 악물고 마동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마동탁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이놈들아! 아무리 무식하고 막돼먹은 놈이라도 그렇지, 무사라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힘없는 양민들을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엥?”


두성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는 이곳 토봉채를 없애버릴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산적질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에? 산적질을 그만두라고요?”

“그럼 뭘 먹고삽니까? 굶어죽으라는 말입니까?”

“여기서 사냥이나 해서 먹고 살란 말입니까?”

“모두 표국에서 일하게 할 생각입니다.”

“표국? 저 정말입니까?”

“우리 같은 사람을 누가 받아줍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새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전에 시체를 묻어주시오.”


두성이는 창고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두 호위와 공자는 물론 여인들과 청년들이 다섯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모두 죽다 살아난 듯 두성이와 마동탁에게 연신 절을 했다.


때는 이미 저녁나절이 되어 오늘은 이곳에서 묵고 내일 일찍 떠나기로 했다.


산적들은 그래도 정들었던 산채를 버리고 떠난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 앞으로 닥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복잡했다. 삼삼오오 모여서 술만 들이켜고 있었다.


두성이와 마동탁, 초대봉과 부채주 송삼이 따로 술자리를 가졌다.

두성이가 먼저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난 사실..., 이곳에 올 때는 산채를 박살내고 산적들을 모두 엮어 관가로 끌고 갈 생각을 했습니다.

산적들이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히 관가로 끌고 가야겠지만, 먹고 살기위해 부득이 산적이 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니 날 믿고 따라와 주시오.“

“우릴 받아줄 표국이 있습니까?”

“용호산 밑에 있는 용호표국입니다. 그곳은 할아버지께서 모든 걸 관장하고 계십니다.”

“그럼 주공께서도 표국 일을 하십니까?”

“아닙니다. 우린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공! 전 표국에 가지 않겠습니다. 주공을 따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송 대협은 표국에 가서 부하들을 보살펴줘야 합니다. 나도 표국에 특별히 부탁할 생각입니다.”


부채주 송삼이 일어나 술잔을 들고 말했다.


“우릴 이끌어주실 주공께 이 술을 바칩니다.”


송삼이 시원하게 쭈욱 마시고, 다시 한 잔을 따라 호탕하게 들이켜며 말했다.


“존경하는 마 대협께 이 술을 바칩니다.”


모두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켜고 재차 술잔에 가득 채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술을 마시다가 초대봉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어어어, 내가 왜 그러지....?”

“어, 어, 어?”


마동탁도 탁자에 엎드리며 눈만 껌벅거렸고 이어서 두성이도 코를 박으며 탁자에 엎드렸다.


입술을 어그러뜨리며 악의에 찬 미소를 흘리고 있던 송삼이 초대봉의 어깨를 걷어찼다. 초대봉은 뒤로 나가떨어졌다.


“평소에 그렇게나 건방을 떨더니 꼴좋구나!

이제 이 산채의 두목은 나다.

표국에 가서 놈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며 굽실거리고 살라고?

흐흐흐, 개가 웃을 일이다!”


밖에서 안의 동정을 살피던 송삼의 직속부하 열 명이 비웃음을 날리며 들어왔다.


“두목! 곰도 잠재울 마취약의 효능이 대단하지 않아요?”

“으스대던 놈들은 아마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마취에서 풀릴 겁니다.”

“토봉채의 채주가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헤헤헤!”


놈들은 사전에 술에다 강력한 마취약을 풀어놓은 것이다. 물론 송삼은 미리 해독약을 복용했고.


“저놈들의 배후가 누군지 알아야겠다. 사슬로 꽁꽁 묶어서 광에다 처박아놓고 단단히 지켜라!”


놈들이 사슬을 들고 초대봉을 묶고 마동탁을 묶으려는 순간, 엎어져 있던 두성이가 일어나며 크게 웃었다.


“어어, 저 저 놈이 웃어?”

“분명히 술을 서너 잔 마셨는데, 어떻게?”

“이놈들아! 나한텐 안 통한다는 것을 몰랐지?”


말이 끝나자마자 두성이의 신형이 번쩍이더니 어느새 송삼의 곁으로 다가가 목을 그었다. 목에서 피가 뻗어 나오기도 전에 훌쩍 뛰어오른 두성이의 검이 허공에서 난무했다.


“두드드득!”


의기양양하던 부하 놈들의 머리가 한순간에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성이는 품속에서 피독주를 꺼내 초대봉과 마동탁의 입에 번갈아 물려주어 독을 해소시켰다.


한쪽 구석에 있던 흑묘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더니 웃는 놈들이 더 무서운 세상이로군.”


마취에서 깨어난 초대봉이 부하들을 불러 시체를 치우게 하고는 작은 궤짝을 들고 와 식탁에 올려놓았다.


궤짝 안에는 은전과 각종 보석이 가득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전부입니다. 주공께서 거둬주십시오.”

“내일 이곳의 일꾼들과 붙잡혀온 사람들에게 알맞게 나눠주십시오.

나머지는 표국에 맡겨 부하들을 위해 필요할 때 조금씩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일꾼들과 잡혀온 사람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그리고 산채를 모두 부셔버리라고 명령했다.


산채를 부셔서 땀을 잔뜩 흘린 산적들을 모아놓고 두성이가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산적의 때를 벗고 새사람이 되기 위해 모두 냇물에 뛰어들어 깨끗이 씻으시오!

씻고 난 다음엔 새 옷으로 갈아입으시오.

새 옷이 없는 사람은 입던 옷을 깨끗이 빨아 입으시오. 실시!!”

“와아!”


산적들은 어린애들처럼 함성을 지르며 차디찬 계곡물에 뛰어들었다.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산적들의 모습은 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져보였다. 모두 새로운 희망으로 흐리멍덩하던 눈초리가 살아났다.


“나는 먼저 표국으로 가서 사정을 말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마 대협과 초 대협은 사람들은 이끌고 산길로 이동해 표국으로 찾아오십시오.”


두성이는 흑묘 깔끔이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는 도중 깔끔이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눈을 감고 코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아! 찾았다.”


흑묘 깔끔이가 서쪽으로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렸다. 무슨 일일까? 두성이도 몸을 날려 뒤를 쫓아갔다.


한참을 달려서 깔끔이가 도착한 곳은 산 중턱의 깊은 숲속이었다.


통풍이 잘 되었고 내려쬐는 햇빛이 나뭇잎에 반사되고 꺾여 주위보다 훤한 곳에 잘 자란 약초들이 싱그럽게 피어있었다.


인간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은 천연의 약초밭이었다.


두성이 맞은편에 있는 깔끔이가 두성이에게 주의를 줬다.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지켜보다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놈을 무조건 잡아. 이번에 놓치면 한동안 구경도 못할 거야.”

“?.....?”


도대체 뭔데 저렇게 긴장하지? 두성이도 긴장으로 흥분되었다.


약초밭을 예의주시하던 깔끔이가 갑자기 폴짝 뛰더니 그중 하나의 약초를 앞발로 잡으며 입으로 물었다.


그러나 무처럼 생긴 약초는 깔끔이의 발과 입을 피해 반대로 뛰어오르더니 두성이가 있는 쪽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며 피했다.


“뭐하고 있어? 빨리 잡아!”


두성이는 깔금이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몸을 날려 무처럼 생긴 약초를 붙잡으며 한 바퀴 뒹굴었다.


무처럼 생긴 약초가 줄기와 가지를 마구 흔들며 발악을 했다.


“이거 무 맞아? 움직이는 무? 이거 뭐야?”

“크크크, 무식쟁이! 그건 전설상의 ‘동자삼’이라는 것이야.”

“도 도 동자삼? 설마!”


도망치려고 바둥거리는 동자삼을 보니, 어린아이 팔뚝만한 크기에 두 개의 팔과 다리처럼 보이는 굵은 뿌리를 마구 흔들어대고 있었다.


“해동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에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깔끔이가 전해오는 설화를 말했다.


옛날 옛적에 효심이 깊은 부부가 늙은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병에 걸려 백방으로 약을 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하루는 지나가던 스님이 자식을 삶은 물을 아버지께 드리면 낫는다고 했다.


부부는 자식은 다시 낳으면 되지만 부모는 돌아가시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서당에서 돌아온 어린 아들을 목욕시켜 준다며 기절시켜서 가마솥에 넣었다.


그렇게 해서 삶은 물을 아버지께 드렸더니, 병이 완전히 나았다. 다음날 아침,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서당에서 공부하다가 늦어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버지는 솥뚜껑을 열어 봤더니, 솥에는 동자삼이 둥둥 떠 있었다.



“크크크, 믿거나 말거나지만 동자삼의 효능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지.”


깔끔이는 버둥대는 동자삼의 냄새를 맡고 있다가 두성이를 보고 웃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걸 다려 먹으면 내공이 일 갑자가 는다는데 빨리 먹는 게 좋지 않을까?”


“허! 요렇게 귀여운 것을 어떻게 먹어? 너무 잔인한 것 아니야?”

“그럼 그 귀한 것을 도로 놔준다고? 그냥 산삼일 뿐이야.”

“먹지 않고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럼, 내가 먹지 뭐. 이리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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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9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4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4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1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5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4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9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1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1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6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6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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