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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신입사원의 부업이 재벌 3세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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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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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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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DUMMY

002.




모든 거래처 대금 결제는 박 상무의 손을 타고 결제된다. 즉, 미납금 결제가 되지 않았다는 건, 박 상무가 계획적으로 보내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정말이지 악연이라면 악연이었다.


“어제가 미납금 결제일이었는데, 입금이 되지 않았다는 연락이 와서요.”


정말이지, 박 상무의 사고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래서?”

“대표님 결재 건입니다.”


결재판을 열어 대표 서명이 된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 보여주었다.


“대표님 재가가 떨어진 안건입니다.”

“고작 그것 때문에, 네가 날 찾았다고?”

“상무님께 좋은 제안도 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패기 있게 들어온 것 치고 유선율의 반응이 매우 부드러웠다.


“제안?”

“상무님은 절 내보내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지요. 안 그런가요?”

“.........”

“그래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미납금 결제를 지금 바로 해주시고, 월급 3개월 치 당겨주시면 제 발로 나가드리죠.”

“지금 그걸 제안이라고 하는 거야?”

“물론이지요. 뭐 제 얼굴이 계속 보고 싶다면 3개월 치 월급은 주지 않으셔도 되고요. 미납금은 결제해 줄 때까지 여기서 나갈 생각 없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죠.”

“.........”


박 상무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동안 벌여온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해도 내보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제안을 수용하면 놈을 내보낼 수 있었다.

녀석의 얼굴을 평생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두통이 밀려왔다.


“2개월로 주지.”


고민 끝에 월급 2개월을 제안했다.

돈을 주고서라도 내보내는데 신상에 좋아 보였다.


“2개월이라, 좋아요. 그러지요. 거래처 미납금 처리 해주시는 거 보고 가겠습니다.”

“.........”


더는 말이 섞기 싫은지 박 상무는 입술을 닫고 수화기를 들었다.


“유 대리가 올린 미납금 결제 건, 바로 처리해요.”


경리부에 전화를 걸어 결제를 지시했다.


“제 퇴직금과 월급 2개월 챙겨준다고 하신 거 문서로 받아 가겠습니다.”


회사 직인이 찍힌 계약서를 요구했다.

박 상무가 지금껏 저지른 일들을 떠올려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가기로 했다.


“뭐 제가 너무 보고 싶으시다면 약속 안 지켜도 됩니다.”

“나가. 다신 볼 일 없을 거니까.”


저놈은 악의 혈족이 분명했다. 그동안 해온 일과 당한 일을 떠올리면 이가 갈린다.

오죽하면 저놈으로 인해 가위까지 눌렸다.

내보낼 수만 있다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었다.


“그러면 이만.”


역시나 나간다는 조건을 내세우니, 일이 후다닥 끝났다.

퇴사할 때 돈 받고 퇴사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더는 이곳과 얽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시간.


─ 다 들어왔어. 고맙네. 유 대리.


거래처로부터 미납금이 모두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이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 아니야, 유 대리가 고생 많았지. 그런데 어디 갈 데는 있고?

“아직 알아본 데는 없어요.”

─ 우리 회사는 어때? 내 유 대리면 무조건 받지.

“생각해 볼게요. 감사해요.”

─ 언제든 연락해.

“예, 이만 끊을게요.”


유선율이 퇴사한다는 소식에 미납금을 모두 받은 기업 대표들이 회사로 전화해 입사를 제안했다.

하나, 유선율은 모든 제안을 바로 받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진짜 싫었나 보네.”


그렇게 말이 통하지 않던 박 상무가 모든 일을 단숨에 처리했다.

사직서도 바로 수리됐다.


“그래도 회사 생활 잘했네.”


만족한 미소를 짓고 퇴근 준비를 했다.

퇴사하는 이상, 한일 기계에는 더는 어떤 미련도, 애사심도, 아쉬움도 없었다.

일주일이 흐르고 퇴사 날이 됐다.


“나도 참 대단하다. 여기서 4년간 버틴 것도.”


사내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정황을 포착할 때면 회사의 수명이 그리 길진 않겠다고 느끼고는 했다.

지금은 한계에 다다른 거 같고.

회사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기 전에 탈출했다.


“바로 이거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를 힘껏 만끽했다.


“오늘 술 마시기 딱 좋은 날인데, 누가 있으려나?”


그간 소비한 열량을 쌉쌀한 알코올로 채우기 좋은 날이다. 수첩을 뒤적여 적당한 인물을 찾아봤다.


“기태야, 나다. 선율. 한잔 어때?”


고등학교 친구 이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쩌냐? 오늘 야근이다.

“회사가 먼저지. 알았다.”


아쉽게도 오늘의 즐거움을 함께 할 인물이 없었다. 그밖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야근에 선약이 잡혀 있었다.


“뭐, 혼자 마시면 되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없으면 혼자 즐기면 그만이다.




*




저녁 시간, 유선율은 몸에서 풍기는 비누 향을 음미하며 동네 인근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1시간 전만 하더라도 그런대로 밝았던 하늘은 검게 물들여져 있었다.

어두운 하늘 위로는 별들이 빛을 내며 하늘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장미꽃 한 송이, 그대의 옷깃에 꽂아 주면........”


유선율은 밤하늘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노래를 부르며 길을 나섰다.

양손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은 채 개천 길을 따라 이동했다. 백 미터 부근에 개천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공터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응?”

길을 걷다 말고 자리에서 멈췄다.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다리 난간대 위에 올라가 불안하게 서 있었다.


“저기요, 거기서 뭐 하세요?”

“오지 마!”


유선율의 질문에 남자가 답했다.


“갈 생각은 없으니 알아서 하세요. 그런데 거기 한방에 안 죽으면 더럽게 아플 건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아래 뾰족한 바위도 있고, 저녁에 굶주린 멍멍이들 저녁 식사 거리 될 거예요. 거기다 거기 똥물이라 냄새도 역해요.”


그에 유선율은 뚱한 얼굴로 필터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


당장 뛰어내릴 거 같던 남자의 몸이 굳어졌다.


“뭣 하러 어렵게 죽으려고 그래요. 거기서 뛰어내려봤자, 뉴스감도 안 돼요. 이왕 죽을 거 뉴스에라도 나와야지.”

“.........”

“무섭죠? 보니까, 술도 안 마셨나 보네. 어때요? 마침 제가 지금 술 마시러 가는 길인데, 같이 한잔하고 죽는 게.”


유선율은 별거 아니란 듯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방향은 남자가 있는 쪽이 아닌, 남자와 거리를 적당히 유지한 채 앞으로 이동했다.


“.........”


남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유선율을 바라보다 다리 밑을 바라봤다.


“나 오늘 회사에서 해고당했거든요? 오늘 술 빨 잘 받을 거 같은데. 내가 살 테니 와요. 혼자 마시기 적적했는데, 잘됐네.”

“.........”

“생각 없으면 말고요.”


유선율은 남자를 지나쳐 갔다.

정말로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잔 사줄래요.”


난간 위에 있던 남자가 끝내 아래로 내려와 유선율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앞에 가성비 좋은 포장마차 있는데 그리로 가죠. 따라오세요.”


유선율은 피식 웃고는 남자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포장마차가 있는 공터로 이동했다.

남자는 말없이 조용히 따랐다.


“저기예요.”


‘가락국수 전문집’이라고 적힌 문구가 커다랗게 새겨진 포장마차가 시야로 들어왔다.

유선율은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삼촌, 저 왔어요. 와우, 오늘은 어째 손님이 없네요.”


천막을 걷어 젖혀 안으로 들어갔다.

갈 때면 사람으로 붐비던 곳이 오늘은 꽤 한산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네?”

“뭐 그렇게 됐네요.”

“어묵탕, 소주지?”


“역시 삼촌이네. 날 너무 잘 알아. 번데기는 서비스죠?”

“그놈 참. 여깄다. 번데기.”


자리에 앉기 무섭게 바로 어묵탕과 번데기가 놓이고 뒤따라 두꺼비 소주가 올려졌다.


“감사합니다.”


유선율은 소주 뚜껑을 따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 받아요.”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


남자는 말없이 잔을 받았다.


“저도 따라줄래요?”


술병을 내밀어 잔을 채워줄 것을 주문했다.


“.........”


남자는 이번에도 말없이 술병을 받아 유선율의 잔에 술을 따랐다.


“첫 잔은 짠하고 알아서 마시는 걸로 해요.”


끄덕.


이번에도 입술은 떼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크, 좋다.”


유선율은 그 부분에 대해선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알코올에 모든 걸 맡겼다.

한 병, 두 병 비워지는 술병이 테이블 위를 채워갔다.

둘은 연거푸 술만 마셔댔다.

어떠한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전 고아였어요. 엄마, 아빠 얼굴도 모른 채 자랐지요.”


네 병째 술병이 비워질 무렵,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남자가 포장마차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아빠란 사람이 나타났어요. 알고 보니 전 혼외자식이더군요.”


남자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 채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


유선율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처음엔 좋았어요. 원망이야 했지만,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좋았죠. 그런데 그건 제 불행이었어요.”


허벅지 위로 올려진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몸을 지탱하는 두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복형제가 있어요. 둘은 매일 저를 더럽다며 괴롭혔죠.”

“.........”

“할아버지나 새엄마도 저를 보면 하찮은 놈의 자식이라며 인간 취급도 안 해주고요.”

“.........”

“매일 듣게 되니 정말 나는 이 세상에 나와선 안 될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유선율은 그의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어떠한 트집도 잡지 않았다.

어느새 병은 다섯 병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니 죽는 게 낫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죠.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살던 동네를 마지막으로 보고 오늘 죽을 생각이었어요.”

“.........”

“그러던 차에 그쪽을 만나게 된 거고요.”


더는 다음 말로 이어지지 않았다. 채워진 잔을 입에 가져가고 입을 닫았다.


“참 거지 같은 재밌는 X새끼들이 많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런 재밌는 애들도 꺼리는 게 있단 거?”


말이 다 끝났다고 판단한 유선율은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

“말이 통하지 않는 미친놈.”

“?”

“아주 간단해요. 말이 통하지 않거든요. 기선으로 제압해도 안 되고, 패도 안 되고. 답이 없는 거예요. 결국, 내버려 두죠.”

“.........”

“대신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요. 유능한 부분을 드러내야 하는 거죠.”

“.........”

“유능하지 않은 미친놈은 그냥 미친놈 취급이지만, 유능한 미친놈은 두려운 대상이죠. 어떤 누구도 건들지 못해요.”

“...... 유능한 미친놈.”


남자는 작게 ‘유능한 미친놈’을 되뇌었다.


“버러지 때문에, 죽을 필욘 없을 거 같은데. 이왕 이리된 거 미친놈처럼 살아 보는 건 어때요? 죽을 용기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삶의 의지가 꺾였던 눈동자에 옅은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관심 있으세요?”

“예.”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어요?”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의 얼굴에서 결연한 의지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 말 기억하세요. 모든 책임은 내가 아닌 그쪽이 지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이제 일어나죠. 바로 보여드릴게요. 삼촌, 돈 여기에 두고 갈게요.”


유선율은 돈을 양은 냄비 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취기로 붉어진 얼굴로 유선율의 뒤를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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