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낙타의 공수래
김연주
늙은 낙타 오늘도 어김없이
몸집보다 더 큰 리어카 배에 메고
온 천지 밤낮을 헤맨다.
저건 폐지가 아니고 우리 손자 공책
저건 깡통이 아니고 우리 손자 연필
처럼 보이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늙은 낙타 밤낮도 없다
시간을 잊은 듯
그냥 눈이 뜨여져 주면 거리로 나온다.
늙은 낙타 손은 두텁다.
세월만큼이나 겹겹이 쌓인 굳은살이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픈 것도 모르는 거 같다
이내 배고픈지 마른 빵을 하나 사
맛도 없이 배부름도 없이
꾸역꾸역 메마른 입으로 구겨 넣는다.
슈퍼 아줌마가 안쓰러운지
물을 드린다
좋은 사람
오늘은 수확이 좋은가 보다
싱글벙글 돌아오는
수레는 무겁고 발걸음은 가볍다
어르신 4350원입니다.
수고하셨어요!
늙은 낙타는 그 돈으로 손주 공책을 사들고
"왜 이리 비싸노 왜 이리 비싸노" 하면서도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늙은 낙타는 눈을 감지 못한다
하나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까 봐.
둘은 잠든 그 후로 눈을 뜨지 못할까 봐.
늙은 낙타 눈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가
오랫동안 비치기를 기도한다.
ps. 평상시 폐지 주우시는 노인분들이 너무 안타까워
그 모습을 묘사만 했어요
시적으로 더 슬프게도 덜 슬프게도 아니고 팩트만 썼어요
그래도 시처럼 그려지는 건 손주를 향한
사랑이 있어서인 거 같아요
001. Lv.29 꿀짜장
22.08.18 15:15
저도 소설을 쓰기 전엔 시로써 삶을 달래왔었죠..
등단하려 신춘문예를 자주 응모도 하였구요..
항상 그 시심이 변하지 않고
마음 속에서 더욱 맑아지길 원해요..
002. Lv.17 서의시
22.08.18 16:39
너무 감사해요
시의 침묵
각론의 중심의 시라 더 매력있는 장르같아요
시로 소설을 써 보는건 어떨까?
누군가 벌써 하셨겠죠?
ㅋ
003. Lv.29 꿀짜장
22.08.18 17:49
시로 소설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아요...
웹소설이 아닌 순수 문학은 얼마든지 가능하죠..
저도 사실크고 작은 문학상 많이 타봤어요..
하지만..
시는 그 끝이 없더군요..
등단은 기성 문단이 요구하는 곳이 아니면 알아주지도 않겟지만..
어쩌든 시를 쓰시니 반갑고 반갑네요 ^^
004. Lv.33 gr*****
23.02.10 21:37
오 느낌이 확 오는 시입니다. 대단한 저력을 갖고 계신 시인이시네요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