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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쿤의 서재

혈마비록(血魔悲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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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쿤
작품등록일 :
2016.10.26 09:10
최근연재일 :
2017.01.17 17:13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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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60
추천수 :
491
글자수 :
218,029

작성
16.10.2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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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6쪽

마공(魔孔)

오늘도 좋은 하루되셨길 OR 되시길~




DUMMY

사정혁이 자신의 집 연무장에서 흉착귀와 대치한 바로 그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남궁세가의 회의실.


회의실 안의 원탁에는 장로 셋과 내당의 세 당주가 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제법 화기애애한 담소를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만들어 갔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외당 14대주 선인검 정욱의 피살로 시작된 흉착귀의 공격은 고작 이틀 만에 10대주 세운검 이필과 5대주 파산철권 사정혁을 노렸다.


그 중 이필은 다른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절명했고, 사정혁만 겨우 놈을 도망치게 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6개월간 벌어진 12건의 살인, 그리고 고작 사흘의 시간 동안 남궁세가에 집중된 3건의 습격.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가 남궁세가를 노린다.


"가주님 오십니다."


내당 호운대 소속의 경비무사가 가주의 행차를 알리자.


그 와중에도 내당 대주들은 별로 흐트러진 것도 없는 옷을 단정히 하기 위해 애쓴다.


장로중 몇몇은 곧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벌써부터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뻥!


남궁세가 당대 가주, 운뢰대협(雲雷大俠) 남궁후(南宮厚)가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장로들이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잔소리를 했었던가, 저 빌어먹을 손잡이 좀 쓰라고.


그게 아니면 다른 이가 문을 열게 하면 될 일이 아닌가.


대체 무슨 이유로 고집스럽게 발로 열고 들어오는 것인가.


하지만, 오늘은 그것으로 입을 여는 장로는 없다.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봉두난발의 청의 노인, 괴풍검(怪風劍) 남궁혁(南宮革)조차도 오늘은 침묵을 지킨다.


남궁후의 뒤를 따라서 들어오는 외당의 오방대주들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중에는 오늘 아침에 습격을 당한 사정혁까지 끼어 있었다.


"저 놈들을 비상회의에 참석시킨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소 가주."


쇳소리가 섞인 듯, 탁한 목소리로 남궁혁이 형형색색의 옷을 걸친 오방대주를 보며 으르렁 거린다.


그는 오방대주들 전원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특히나 자신만큼이나 성격이 괴팍하고 성향은 정반대인 황천쌍도(黃泉雙刀) 이적(李適)과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둘 중의 하나는 이미 합비성 인근을 흐르는 장강에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라는 것이 남궁세가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남궁혁이 가장 먼저 입을 열기는 했지만, 다른 장로들과 내당의 당주도 썩 마음에 드는 눈치는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대소사와 방침을 결정짓는 것은 전통적으로 이곳 회의장에서 내당과 장로, 가주의 협의로 이루어져왔다.


가주가 특출 나게 뛰어나면 가주의 독단으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장로와 내당 간부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예의였다.


그러면 외당은 무엇을 하느냐.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


헌데, 현 가주, 남궁후가 자리에 오른 8년 전부터 외당이 서서히 가문의 대소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가주의 강호행 마다 하나씩 늘어나 결국은 오방대주라고 따로 이름을 얻기에 이른 다섯 명의 외당대주가 있었다.


외당의 사람들에게 제한적인 지위만을 허락하던 남궁세가의 전통을 뒤집어 엎은 사람은 다름아닌 가주 남궁후와 그의 측근인 내당 현운당주(賢雲堂主)겸 남궁세가 총관(摠管) 남궁연우(南宮聯雨)였으니 장로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급기야 이런 비상시국 회의에 그들을 끌어들이다니.


"나도 혁 장로 하나도 안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네."


이죽거리는 이는 역시나 이적이다.


불량하기 이를 데 없는 말투와 태도로 덤빌 테면 덤벼보라고 도발하는 듯하다.


"네 놈의 혀를 뽑아서 장강에 던져주랴?"


"그 나이 먹고 내 혀 뽑으려 용쓰다 어깨 빠집니다."


불꽃이 튄다.


다른 장로들도 시비를 걸지 않을 뿐이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2대주는 말을 삼가라."


치료실에서 만날 때와는 사뭇 다른 남궁후의 말에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위협을 할 것 같던 이적이 뒤로 물러난다.


'어째 가주의 명은 저렇게 잘 듣는고?'


불복을 하는 꼬락서니를 좀 보여야 포를 떠주든 회를 떠주든 할 터인데, 하고 입맛을 다시는 남궁혁.


남궁후는 그런 그를 모른척하고 다섯 대주들이 앉을 의자를 내오게 한 다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제법 심각합니다."


조용히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한 남궁후의 첫마디다.


심각하다. 아니, 외당의 대주가 벌써 둘이나 당했으니 그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남궁세가 외당이 내당에 비해 떨어진다 해도, 엄연히 무림 세가의 간부가 죽었다.


문파끼리 벌어진 일이라면 서로 칼부림을 벌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이건 우리 남궁세가의 위신이 달린 문제요. 가주, 당장 내, 외당을 가리지 말고 합비성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져 흉수(凶手)를 처단해야 하오!"


"그건 불가(不可)합니다."


거친 쇳소리로 언성을 높여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남궁혁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대한 유난히 침착한 목소리는 외당 3대주 백학선 전평의 그것이다.


남궁혁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무어라! 그러면 지금 이 망신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자는 것이냐!"


흉흉한 것은 말투 뿐만이 아니다.


입고 있는 청색 장포 자락이 펄럭이기 시작한다.


당장에 하는 말을 봐서 출수도 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허면 장로께서는 보이지도 않는 적 앞에 수하들을 던져주자는 말씀이십니까."


온후한 성격의 전평도 물러서지 않는다.


"네 놈들이 언제부터 목숨 값을 따지고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죽을 때 죽더라도 헛 죽는 목숨은 없어야지요."


점점 거칠게 펄럭이는 청색 장포, 전평도 품 안에서 애병인 백익선을 잡는다.


오히려 매번 으르렁 거리는 이적보다 전평과 먼저 칼부림이 날 기세다.


"3대주 그만하게."


다시 끼어든 남궁후의 말에 전평이 백익선을 품 속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남궁혁과의 기세 싸움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혁장로님."


"왜 그러시오 가주?"


어지간히 화가 난 듯 남궁혁은 가주의 말에도 대답뿐, 얼굴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외당 대주들에게 이놈저놈 하지말라고 분명히 말 했을 텐데요."


가주 남궁후의 어투가 차갑게 변한다.


전평과 한참 눈싸움을 벌이던 남궁혁은 갑작스러운 변화와 함께 찾아온 뒤통수의 시림에 화들짝 놀라서 기세를 거두었다.


"제 말이 말처럼 안 들리셨습니까?"


"아니오. 가주. 늙은이가 실언을 했소이다."


물러서는 남궁혁, 가주가 저런 말투를 쓰기 시작하면 상대하기 어렵다.


허술한 평시 모습과 화가 났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바깥에 나가서도 저런 모습을 보여주면 소원이 없을 텐데, 밖에서는 무골호인이 돼 버리니 속이 터진다.


한동안 남궁혁을 매섭게 쏘아본 남궁후.


"먼저, 흉수와 직접 만난 5대주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그 말에 사정혁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미 이야기를 듣고 온 오방대주들과 달리 다른 이들은 소문의 흉수가 어떤 녀석인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방대주 전체와 사이가 좋지 않은 남궁혁도 그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잡을 정도다.


"목소리로 보아 20대 초반, 제가 처음 보는 무공을 사용하는 놈이었습니다. 얼굴은 눈만 뚫린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보지 못했습니다만..."


사정혁은 거기까지 말하고 좌중을 훑어본다.


왠지 술이 한잔 마시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알리 없이 조용히 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술 대신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어간다.


"놈은 수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헌데, 그 수갑의 색이."


스르릉.


콱!


사정혁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난데없이 원탁의 박힌 한자루의 검에 집중되었다.


남궁세가를 상징하는 수류(水流)의 문양이 새겨진 손잡이와 무게추에 장식된 푸른 수실은 그것만으로 수집가들의 흥미를 돋울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지만, 그 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피처럼 붉은 색을 띄고 오묘하게 빛을 내는 칼날에 있었다.


적류(赤流).


남궁세가 가주, 운뢰대협(雲雷大俠) 남궁후(南宮厚)의 이름을 전 무림에 떨치게 만들었던 명검이다.


남궁후는 원탁에 칼을 박아 넣고 손짓으로 사정혁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갑작스러운 남궁후의 행동에 놀란 사람들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정혁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저 검처럼 붉었습니다."


피처럼 붉은 쇠.


침착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정한 청포의 노인이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린다.


"혈철(血鐵)이란 말인가?"


사정혁에게 묻는 청포의 노인, 다들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장로들 중에서도 유난히 신선 같은 풍모다.


운선검(雲仙劍) 남궁진(南宮璡), 얼마 후에는 은퇴하여 후원에 은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남궁세가 현세대의 최 연장자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색상 또한 선명하였고, 가벼운 충돌에도 제 주먹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견고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한 사정혁의 말에 다시 옅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복잡한 표정이 되는 남궁진.


혈철(血鐵).


7년전 중원 곳곳의 대도시에 나타난 5개의 무기가 있었다.


두 자루의 검과 두 자루의 도, 한 자루의 창.


번화가의 대로에 날 깊숙히 파묻힌 무기들에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을 다투는 무인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피처럼 붉은 날을 가진 그 무구들은 신병이기(神兵利器)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다섯개의 신병에 무림은 한바탕 피바람에 휩쓸렸다.


혈인혈사(血刃血事)라 불린 2년여의 쟁탈전이 전 무림을 휩쓸고 지나가며 5자루의 신병들은 주인을 찾았지만 여파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름난 대장장이들은 모두 그 붉은 철을 재현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피처럼 붉은 빛을 재현하지 못했다.


출처 모를 그저 빨갛기만 한 싸구려 무기들이 강호 초출 무림인들을 유혹할 뿐, 진품 혈철을 만드는 방법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고, 처음으로 그 무기들을 강호에 뿌린 의문의 대장장이는 두번 다시 자신의 물건을 세상에 선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혈철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쓰는 자가 하필이면 살인마로 등장했다.


"사실이라면 이건 무림에 큰 파장이 있을 일이군."


남궁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정혁.


남궁세가는 혈인혈사에 휘말려 장강 남쪽에 올라온 사파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내, 외당을 합쳐 반수가 넘는 수의 전력이 희생당한 싸움.


겨우 그 상처를 복구한 시점에서 다른 혈철제 무기가 나타났으니 장로들의 마음이 불편할 만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사정혁은 불편한 분위기를 깨며 재차 할말을 이어갔다.


"그 놈이 쓰는 무공, 정확한 종류는 짐작할 수 없지만 마공(魔功), 아주 지독한 마공입니다. 그 기운을 흘리는 것만으로 사람을 홀리고, 내부에 침투하면 내공의 흐름을 치명적으로 방해합니다. 정상적으로 쌓은 내공으로 보일 수 없는 사술(詐術)입니다."


"섭혼술(攝魂術)이 아니라 기운을 흩뿌리는 것만으로 사람을 홀린다는 것인가?"


유난히 키가 큰 장로가 우렁찬 목소리로 묻는다.


벽력검(霹靂劍) 남궁청(南宮淸) 호쾌한 성격의 장로로 격식을 따지지 않아서 장로들 중 유일하게 오방대주들과도 두루 교분이 있는 자였다.


"그렇습니다. 아시겠지만 정심하게 쌓은 내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론 그런 재주를 부릴 수가 없습니다. 놈의 그것은 단순히 기를 충만하게 하는 것으로는 저항 할 수 없는 주술적인 것이었습니다."


"3대주가 혁장로의 말에 반대한 것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군?"


나지막한 음성으로 조금 전의 충돌을 되짚는 남궁진의 말이다.


진평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미리 설명을 드리지 못한 것, 사과드립니다."


남궁혁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진평, 남궁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한다.


"하지만, 그걸로 놈의 무공이 마공이라고 단정지을 수가 있나? 보통의 내공과 다른 특이한 성질의 내공은 드물지만 분명히 있지 않은가. 물론 사람을 홀리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네만..."


남궁진이 침착하게 말한다.


그건 사실이다.


세외 북해빙궁(北海氷宮)의 빙백공(氷魄功)은 내공을 돌리기만 해도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배화교(拜火敎)의 성화신공(聖火神功) 또한 뜨거운 열기를 낸다.


소림의 내공심법들은 대게 정순해지면 주변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드는 공능을 보이고, 아미의 그것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능력이 있다.


단순히 어떤 작용을 한다는 것만으로 마공으로 몰아간다면, 무림은 서로 마공으로 몰아가 쉴 틈 없이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놈이 심장을 뽑아가는 이유가 그 무공의 수련 때문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정혁의 대답에 술렁이는 사람들, 심장을 뽑아 무공을 수련한다.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잡아 무공을 상승시키는 금술(禁術)이라면 부정의 여지가 없이 마공이다.


"하지만, 보이기 때문이라면 확신은 아니라는 게 아닌가."


동요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여전한 침착함을 보이는 남궁진, 사정혁이 확실한 심증이나 물증을 제시하길 바라는 듯하다.


"놈은 절대로 미친놈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제정신은 아닐지 몰라도 앞뒤 없이 마구 살인을 저지를 놈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심장을 뽑아간다는 번거로운 방법으로 살인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희생자들의 무공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는 것인가?"


사정혁의 말을 가로챈 남궁진.


확실히 의아한 부분이다.


무림인을 노릴 거라면 무인 같지도 않은 차력사 나부랭이들에게 손을 댈 이유가 없었다.


진짜 무림인을 상대할 능력이 없었다고 본다면, 지난 6개월간 당한 피해자들의 무공 수위와 최근에 당한 외당 대주들간의 능력의 차이는 고작 몇 개월의 수련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수련할 수 있으며, 사람을 현혹하는 기이한 능력을 보이는 무공이라면 마공이라 불리기에 충분하겠지요. 그 증거로 놈은 본신의 무공에 비해서 실전에 대한 경험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그랬으면 벌써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복부에 일권을 조공으로 맞았으면 내장이 쏟아져 시체로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은은하게 남는 피냄새.


사정혁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피 냄새를 잘못 맡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굉장한 폭음이 난 마지막 충돌 이후에 놈이 사라진 후, 비릿한 혈향이 한동안 감돌았던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가주."


그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재래관공 장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후에게 간언했다.


"놈의 무공은 외당의 저희 다섯과 내당 고수, 장로분들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고 사료되는 바. 세가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무림맹에 첩을 날려 파마(破魔)에 유능한 구파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남의 도움을 받자는 말에 남궁혁의 눈썹이 꿈틀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남궁후가 움직였다.


스르륵.


가벼운 소리를 내며 원탁에서 뽑혀 나오는 적류검(赤流劍)이다.


휘황한 붉은 광채를 청색의 검집에 갈무리한 남궁후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한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본 가주는 더 이상 무의미한 희생을 원하지 않소이다. 당분간 남궁세가는 1대주의 말대로 자중하며 구파의 도움을 구하기로 하겠소."


"가주, 하지만."


끝까지 참지 못하고 끼어드는 남궁혁, 하지만 가주의 태도는 완강했다.


"혈철이 다시 등장하고, 심장을 뽑아 수련하는 무공이 나타나 우리를 노립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혁장로님."


남궁혁의 말을 자른 남궁후가 잠시 말을 멈춘다.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잘 읽고 계신가요? 맞춤법이나 오타관련 사항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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