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백랑쿤의 서재

혈마비록(血魔悲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백랑쿤
작품등록일 :
2016.10.26 09:10
최근연재일 :
2017.01.17 17:13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2,173
추천수 :
491
글자수 :
218,029

작성
16.10.28 00:55
조회
1,841
추천
19
글자
9쪽

오방대주(五方隊主)

오늘도 좋은 하루되셨길 OR 되시길~




DUMMY

7.오방대주(五方隊主)



남궁세가 내의 치료실.


상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자가 침상에 걸터 앉아있다.


그는 남궁세가 외당 5대주 사정혁이었다.


동여맨 붕대에 옅게 피가 베어 나오는데 아랑곳 않고, 침상에 앉은 채로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술병을 홀짝이고 있다.


"5대주! 5대주!"


우당탕 거리는 소리를 내며 치료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은 청색의 화려한 무복을 걸친 위엄있는 인상의 중년인이다.


남궁세가의 당대 가주, 남궁후(南宮厚)였다.


자리와 외모가 무색하게도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5대주'만 연신 찾고 있었다.


어찌나 정신이 없었는지, 앉아있는 사정혁을 미처 보지 못하고 빈 침상들을 뒤지고 있을 정도였다.



"여기요. 형님."


"5, 5대주."


어울리지 않게 눈물까지 글썽이며 사정혁에게 다가오는 가주를 보면서도 사정혁은 병나발을 멈추지 않았다.


"대주는 무슨, 하던 대로 하쇼."


술기운인지 원래 인간이 그런 건지, 모시는 가문의 가주를 앞에 놓고도 건달 같은 태도를 고치지 않는 사정혁이다.


"저, 정혁이 이게 무슨 일인가 그래. 많이 다쳤나?"


더듬더듬 거리며 자신의 안부를 묻는 가주의 모습에 어지간하면 감동할 만도 하건만, 사정혁은 여전히 껄렁하다.


"보고서 못 받았소? 아까 집사 놈이 와서 귀찮게 시리 꼬치꼬치 다 받아 적어 갔는데?"


그리고 다시 병나발, 취해서 행패를 부리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아니, 받았네만 그래도 걱정이 되놔서."


"내가 위엄 떨어지게 이렇게 촐랑거리고 싸다니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소."


그리 말하며 '캬아.'하고 경박스러운 소리로 술을 마신다.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자네가 다쳤다는데 안 와볼 수가 있어야지."


사정혁의 타박에도 여전히 여성스런 말투로 울먹거리는 가주, 보다 못한 사정혁이 슬슬 짜증나는 목소리로 울음을 말린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오시더라도 그렇게 다리 사이에 물건 떨어질 것처럼 다니지 마시고 체통을 지키시라는 말이지요."


웃음기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치료실의 입구에는 갓 도착한 네 사람이 서있다.


가주와 사정혁의 대화에 끼어든 여인은 홍일점이었다.


청색 일색의 남궁세가에서 눈에 확 띌 홍색의 무복.


손에 든 것은 옷처럼 붉은 한 자루의 봉이었다.


불향홍란(不香紅丹) 주희(朱熙).


외당 4대의 대주로 남궁세가의 내외당을 통틀어 유일한 여간부였다.


입가 전의 행적이 묘연한 여자로, 입가 후 알려진 것은 여성스러움에 연연하지 않는 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름답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붉은 봉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피 냄새가 다른 향기를 모두 지울 정도로 독하다는 것이다.


뒤에 보이는 나머지 네 사람도 흑, 백, 황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남궁세가 내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사람들이었다.


외당의 1대에서 5대까지의 대주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내당의 고수들과는 다르게 남궁세가의 실질적인 첫째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주 소저가 오셨습니까!"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주희를 맞이하는 가주 남궁후, 그 모습에 주희가 다시 웃는다.


"소저라는 호칭은 제가 부끄럽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저도 불혹을 넘긴 나이인데."


"그, 그래도 주 소저는 여전히 아름답지 않, 흠흠 내가 무슨 말을."


아무래도 남궁후의 머리 속에 가주의 체면이라는 것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모양이다.


"가주?"


"왜 그러시오 주 소저?"


"하시던 말씀은 마저 해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주희가 활짝 웃으며 던진 말에 얼굴까지 빨갛게 물든 남궁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그를 구해주었다.


"저런, 가주께 그런 언사는 삼가라고 여러 번 말하지 않았느냐."


주희의 말에 함께 웃으면서도 흑색 무복의 긴 수염 거한이 예의를 차린다.


붉은 얼굴,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것은 날을 천으로 감싼 자루가 긴 날붙이다.


재래관공(再來關公) 장호(長浩), 남궁세가 외당의 1대주이자 외당의 1인자다.


몰락한 일문의 문주로 알아주던 낭인이었다.


"형님은 너무 걱정이 많소. 우리가 언제 장로들 앞에서 실수라도 한적 있소이까?"


라고 되묻는 자는 두 자루의 박도를 허리에 찬 황의 사내다.


움직임에 따라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특이하다.


황천쌍도(黃泉雙刀) 이적(李適), 외당 2대주다.


장강 뱃길을 다니는 상선들을 털어먹던 수적의 우두머리로 악명을 떨치던 중에 어처구니 없게도 정파에 속하는 남궁세가 가신으로 들어온 자다.


성정은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나쁘게 말하면 예측불허로 가외오인 중에서 가장 지랄 맞은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입가하며 함께 수적질 하던 패거리를 모조리 데려와서, 외당 2대가 거의 무뢰배 집단 취급을 받는 지경임에도 그들을 통제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장호형님께선 혹시나 하는 실수를 막아보자고 하시는 거지요. 게다가 형님은 저번에 장로들 앞에서 욕설을 걸죽하게 해놓고는 그런 말씀이 나오시오?"


이적의 말에 훼방을 놓은 자는 백색에 서생 같은 복색의 미남자다.


백학선(白鶴扇) 전평(全萍), 선법의 고수로 깡패, 수적, 낭인, 출처불명 등으로 이루어진 가외오인 중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사문을 가지고 멀쩡하게 활동하던 자다.


선법명가인 호선문(蝴扇門)의 제자로 오인 중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아니, 그건 그 노인네가 말을 우라지게 못 알아 쳐먹어서 그런 거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이라고 하는 소리인지, 어쨌거나 욕 하나는 확실히 걸죽하다.


"아니, 되었고, 형님들에 누님까지 어째 이리 우르르 몰려왔소? 놀리러 왔소이까?"


파암철권 사정혁, 이제사 내력을 밝히기도 민망하지만, 낙양 뒷골목의 알아주는 싸움꾼으로 깡패 싸움에 웬 무림고수가 튀어나와 깽판을 치는 걸로 이름을 날렸었다.


오방대주(五方隊主), 가외오인(家外五人)이 그들을 함께 부르는 말이었지만, 혹자는 남궁세가의 다섯 마리 들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최근 활발하게 세를 확장하는 남궁세가가 직면하는 온갖 지저분한 일들의 처리를 그들이 도맡고 있는 것을 비꼰 멸칭이었다.


물론 그 말을 면전에서 내뱉는 간 큰 인물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하는 지저분한 일들에는 무력을 동원한 일도 포함되어 있었고, 다섯의 무력은 각각 대파의 장로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이들 개개인의 영입마다 강호에 제법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다.


"어머나, 놀리러 왔겠니? 걱정되어 와봤단다."


하며 웃는 불향홍란 주희.


제법 상냥한 말임에도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의 사정혁이다.


"거짓말 마쇼. 죽었으면 몰라도 내가 살았는데 걱정 같은 걸 했을 리가 없어."


"염병, 뒈진 놈을 뭐 하러 걱정씩이나 해?"


유난히 걸죽한 응대는 역시 황천쌍도 이적의 것이다.


"그래서 안 죽고 다쳤다니까. 버선발로 뛰어나왔습니까? 나중엔, 신발도 반대로 신고 왔었죠. 아마?"


이적의 말에 퉁을 놓는 역은 전담인지, 전평이 나긋한 목소리로 면박을 준다.


"바지도 입다 말아서 주희가 실명할 뻔 했지."


이번에는 장호까지 거들고 들어온다.


전평의 말에 뭐라고 반박하려던 이적이 장호의 가세로 할말을 잃은 듯 입을 셀죽이기만 한다.


"그러면, 다들 병문안을 온 겐가?"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어보는 것은 남궁세가 가주 남궁후다.


사실 이 정도면 순진이 아니라 멍청한 게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없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그 살인귀를 만났다는 데 제법 걱정이 되어서요."


말하는 장호의 곁에서 이적이 '그 실력에 어떻게 살아서 왔데?' 하고 이죽거리다가 기어이 주희에게 옆구리를 꼬집히고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그걸 뒤로 치더라도, 흉착귀와 만나서 살아 돌아온 최초의 목격자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평의 말에


"오호라!"


하며 무릎을 탁, 치는 남궁후.


그럴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던 것 같다.


"거 보라니까. 결국 그 살인귀 놈이 궁금했던 거 아뇨?"


툴툴거리는 사정혁, 누가 자기를 걱정한다느니 하는 상황이 싫은 듯하다.


"어허, 어쨌든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왔지 않느냐. 너무 뭐라 하지 말고 그놈에 대해 이야기 해봐라."


백학선 전평의 재촉에 사정혁이 들고 있던 술병을 다시 한번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거 마공(魔功)이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잘 읽고 계신가요? 맞춤법이나 오타관련 사항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혈마비록(血魔悲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고전적인 해결 방법 下 16.11.05 1,231 10 15쪽
14 고전적인 해결 방법 上 16.11.02 1,294 9 10쪽
13 몰랐다잖아? 16.11.01 1,408 15 13쪽
12 구파(九派)의 사자 +2 16.10.30 1,612 15 15쪽
11 장강의 귀신 16.10.28 1,604 17 12쪽
10 이른 아침, 침대 위에 포개진 남녀. +4 16.10.28 1,865 19 9쪽
9 마공(魔孔) 16.10.28 2,020 20 16쪽
» 오방대주(五方隊主) 16.10.28 1,842 19 9쪽
7 불청객(不請客) 16.10.27 1,925 17 10쪽
6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16.10.27 1,956 23 8쪽
5 대장간(下) +1 16.10.27 2,073 19 7쪽
4 대장간(上) 16.10.27 2,277 19 10쪽
3 흉착귀(胸鑿鬼) +4 16.10.26 2,499 25 11쪽
2 점소이 16.10.26 2,873 26 11쪽
1 합비제일루 16.10.26 4,337 2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