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백랑쿤의 서재

혈마비록(血魔悲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백랑쿤
작품등록일 :
2016.10.26 09:10
최근연재일 :
2017.01.17 17:13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2,181
추천수 :
491
글자수 :
218,029

작성
16.11.20 19:46
조회
1,015
추천
10
글자
18쪽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下

오늘도 좋은 하루되셨길 OR 되시길~




DUMMY

"흡혈귀(吸血鬼), 그자는 사람의 생명을 빨아먹는 자입니다."


"푸하하핫!"


진중한 우길의 말을 싹둑 자르는 웃음은, 줄곧 삐딱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던 외당 2대주 황천쌍도 이적이다.


"이보시오. 도사. 우리 다섯, 오방대주, 남궁세가에 묶인 몸이 되기까지 구주 천하를 좁다 하고 누비던 사람들이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런 걸 보았다는 사람은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게 확실하오."


하고는 동의를 구하듯 자리에 모인 다른 오방대주들을 둘러보는 황천쌍도.


가주가 극진히 모시는 사람이라 비교적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노골적인 비웃음이다.


우길에 대해서 티 나게 불편한 표정이던 재래관공과 백학선은 물론 비교적 바른 자세로 우길의 말을 듣고 있던 사정혁과 주희 또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나 주희가 고개를 끄덕일 때 남궁후가 굉장히 실망하는 기색이다.


우길은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지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다.


"보통은 평생을 살아도 들을까 말까 한 일입니다."


하고는 다시 웃는 우길, 그의 미소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은 그를 불신하고 있어도 적용되는 것인지, 황천쌍도조차 그 영향을 느끼고 당황한다.


'이런 게 사기꾼에게 가능한 일인가?'


평소에 황천쌍도 만큼이나 방술에 불신이 깊은 사정혁이 우길의 말에 큰 반발을 보이지 않는 것도 맘에 걸리는 일이다.


'그놈의 기운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영향력이다. 이자, 그저 사기꾼으로 치부할 수 없는 뭔가 있다.'


사정혁의 속마음은 그와 같았다.


실제로 흉착귀를 만나본 유일한 남궁세가의 생존자, 흉착귀에게서 느껴진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불길함, 노도사는 정반대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저어..."


"아오, 말 좀 똑바로 하라고 그러잖아. 색동옷!"


째릿, 수줍게 손을 드는 청명을 보며 색동옷이라 칭하고는 짜증을 내는 황천쌍도, 그는 유난히 숫기가 없는 청명을 매우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청명은 황천쌍도를 원망스럽게 흘겨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우길도인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저희 화산과 도가 계통의 대파들은 종종 그런 존재들을 처단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여 대외적으로는 쉬쉬하는 일입니다."


하고는 동의를 구하듯 우길을 바라보는 청명, 분명히 자기가 보고들은 사실인데도 어쩐지 자신이 없어 보인다.


본래도 소심하기는 했지만, 남궁세가에 머무는 며칠간 증세가 더 심해졌다.


"암만 그래도 다짜고짜 튀어나와서 그놈이 흡혈귀라니? 그 말을 믿어야 해?"


"허면, 누런 옷을 입으신 도우께서는 산 사람의 심장 후벼 파며, 고작 반년 사이에 절정의 고수를 살해할 만큼 강성해지는 것이 인간의 무공이라고 보시는 겝니까?"


황천쌍도가 입을 다문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마공(魔功)이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강호에 나와 있는 어떤 마공도 그렇게 현격한 무공증가를 보이는 것은 없다.


그 정도로 탁월한 무공증가 속도라면 부작용이고 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황천쌍도 본인부터 배우고 싶을 정도다.


자신이 데려온 우길이 대답을 잘해서 황천쌍도의 입을 막자 신이 난 남궁후.


"어차피 우리도 뛰어난 도사님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이분이 딱 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질 것까지는 없지 않나?"


편을 들어 우길의 합류를 후딱 결정지으려는 남궁후, 보통 이렇게 밀어붙이면 일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남궁연우와 다른 가신들이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다.


"가주. 아직 따질 것이 남았소이다."


말을 자른 것은 굵직한 목소리, 검은 옷, 붉은 얼굴, 긴 수염의 거한.


재래관공 장호, 평소에는 가주의 어지간히 정신 나간 말에도 토를 달지 않는 과묵한 남자.


자리에 있던 대부분 사람들이 놀란 표정이다.


남궁후는 장호의 말에 제법 서운한지, 어깨가 축 늘어진다.


"1대주, 뭐가 남았다는 말입니까?"


"저희는 아직도 우길 도사의 실력을 보지 못했소이다."


"잉?"


연배에 걸맞지 않은 의문사와 함께 남궁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길이라는 자기소개에 정신이 팔려서 뭐하나 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술사라고 소개한 자를 어떻게 시험해봐야 하는지 도통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허허, 관공을 닮은 도우께서는 빈도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습니다."


완고한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장호의 모습도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응대하는 우길.


이 조용한 남자가 어지간해서는 양보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도 꿰뚫어본 것 같다.


"제가 무엇을 보여드려야겠습니까? 조금 흔하긴 하지만, 물 위라도 걸어 보일까요?"


"그럴 필요 없소. 연무장에서 확인하면 되겠지요."


"연무장 말입니까? 허나, 빈도는 칼부림에는 도통 재주가 없습니다만..."


"칼부림에는 재주가 없어도, 전설에 나오는 이의 진전을 이었다면 칼 아래 자기 몸을 지킬 재주쯤은 보이실 수 있겠지."


그리 말하고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몸을 돌려 접객실을 나서는 장호.


전례 없이 무례한 태도다.


장호의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남궁후가 아무 말을 못 하고 어버버 거리며 나서는 장호를 따라가자 연무장으로 딸려가는 일행.


****


며칠 사이에 두 번째의 갑작스러운 연무장 행사.


도사가 왔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몰릴만한 상황이지만, 쾌도문의 사건으로 여전히 바쁜 터라 세가 사람들의 얼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주변을 뛰어다니는 수하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에 눈치를 보는 남궁연우를 마지막으로 접객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연무장으로 모인 가운데.


가장 먼저 접객실을 나선 장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저런, 설마?"


퍼뜩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에 백학선 전평이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뭔가? 뭔데? 왜? 1대주는 어디 갔나?"


라고 촐싹거리는 가주의 말에는 대꾸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장호가 어디 있는지를 찾는 전평을 보고는 나머지 오방대주들이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얼굴이 굳는다.


"아, 뭔데 그러나! 나도 좀 같이 알자고!"


계속되는 남궁후의 칭얼거림에 대꾸한 것은 어디선가 울려온 우렁찬 말 울음소리, 그 뒤를 따라오는 선명한 말발굽소리다.


"이런 미친!"


급기야 황천쌍도가 상소리를 하기에 이른다.


남궁세가 연무장에 말 울음소리가 들릴 이유, 해봐야 하나뿐이다.


거대한 덩치의 흑마가, 너른 남궁세가를 가로질러 연무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우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걷힌다.


말 위에 올라있는 남자는 거대한 언월도를 든 장호.


미리 도착한 일행의 반대편에 멈춰선 말, 난폭하게 투레질하며 연무장의 땅을 앞발로 긁기 시작한다.


잘 다져진 연무장의 흙바닥이 발길질 한 번에 푹푹 파인다.


"보여주실 것은 간단하오. 말 위에서 하는 공격에 이 몸이 납득할 때까지 버텨주시오."


내가 만족 못하면 그냥 죽어달라는 소리다.


억지나 다름없는 일, 좀처럼 정신 나간 짓을 벌이지 않는 장호의 행사에 남궁후조차 넋이 나간 것처럼 입만 쩍 벌리고 있다.


"허허, 좋습니다. 한번 해보지요."


"이보시오, 도사. 일단은 이야기를 좀 더 해보는 게..."


오죽하면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티를 내던 황천쌍도가 우길을 말린다.


"저분과 가까운 사이라면 도우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 남자에게는 이 제안이 가장 양보한 것일 겝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일단 살아남고 나서 들어봐야겠습니다만."


하고는 옅은 웃음을 띤다.


'염병할, 백살 넘게 먹었으니 목숨도 안 아깝다는 건가.'


이적이 뭐라고 생각하건 말건, 그에 응해 연무장의 가운데로 나서는 우길이다.


거대한 말이, 자신의 눈앞에 홀로선 왜소한 노인을 비웃듯이 큰소리로 투레질한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과격한 기세로 달려왔지만, 장호는 바로 우길을 향해 달려들지 않고, 이리저리 달려나가려는 말을 움직이고만 있었다.


"안 좋은데, 이거, 정말 안 좋은데."


언제 말렸나 싶게, 싸움이 나자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남궁가주를 놔두고 걱정스럽게 중얼거리는 이는 사정혁.


"뭐가 안 좋습니까? 해봐야 골병밖에 더 들겠어요?"


하고 끼어드는 것은 공오.


"저기, 저건 좀 과하지 않습니까. 우길 도인께 느껴지는 뛰어난 술력. 그건 분명히 제대로 된 술사들에게서나 나오는 것인데요."


조심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끼어든 청명이다.


그래도 오방대주 중에는 적당히 말이 통해서 편한 사정혁에게 뭐라도 얻어들어 볼까 한 게 틀림없다.


백이당 부당주 지훈도 관심이 가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언뜻 대답을 못하는 사정혁을 대신해서 입을 연 것은 오늘 말이 많은 황천쌍도 이적이다.


"염병하네, 골병? 잘해봐야 골병이다. 장호 형님은 저 늙은이를 살려둘 생각이 없단 말이야."


"이잉!? 그게 진짠가?"


퍼뜩 놀라는 남궁후, 도무지 영문을 모른다는 말투다.


"가주님도 아시잖아요. 큰 오라버니께서 술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나 저렇게 근본 없이 나타난 사람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무장을 바라보며 가주에게 말하는 주희, 이 자리에서 남궁후가 뇌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사람답게, 그 말을 들은 남궁후가 퍼뜩 뭔가를 떠올린 듯 사색이 된다.


-불초는 그대를 죽여야겠소. 어떤 의도인지도 모르게 접근한 방사, 신용할 수 없소이다.


전음으로 우길에게 전달되는 장호의 목소리, 우길이 예상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가주께서도 어찌할 수 없는 분이시니, 응당 원하시는 대로 하셔야겠지요. 허나,, 빈도가 그대가 만족할 때까지 살아있다면 그 경위는 꼭 들어야겠소이다."


가주도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움찔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의 말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한 장호의 죄책감을 후벼 파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생각은 없는 듯.


대답하는 우길의 목소리에 뒤를 잡고 장호의 전음이 날아든다.


-내가 만족할 일은 없을 것이오.


달리기 시작하는 흑마.


무서운 기세로 짓쳐 드는 흑마의 위에서 양손으로 육중한 언월도를 치켜드는 장호의 모습은 그야말로 관우의 환생 그 자체다.


호뢰관에서 화웅을 일 합에 베어버린 관우가 살아 돌아온 듯, 인마 일체가 되어 날아드는 곳의 목표물은 힘없어 보이는 노인이다.


그러나 봐줄 생각은 전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하는 장호.


우길의 손이 바닥을 향해 가볍게 휘둘러 진다.


"우와아!"


눈치 없이 터지는 남궁후의 감탄사.


우길의 손짓 한번이 땅을 솟아오르게 하여, 장호의 진로를 가로막는 장벽을 만들었던 것이다.


비교적 술법에 익숙할 화산의 청명이 소리 없이 감탄할 정도로 뛰어나다.


"타아앗!"


허나,, 그에 맞서는 장호의 대응은 정말로 침착하다.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어 언월도의 일격으로, 솟아오른 흙벽을 박살 내고 말과 함께 뚫고 나온다.


장호의 기세에 말까지도 영향을 받는 듯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대로 밟아버릴 듯 돌진하는 흑마, 우길의 손이 몇 번 바삐 움직인다.


푸히히힝!


깜짝 놀란 말의 울음소리.


달려들던 흑마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 속도로 달려들던 말을 완력으로 멈췄다면, 당장에 앞다리가 부러지며 엎어졌을 텐데, 녀석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던 조각처럼 정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위에 있는 기수의 충격까지 완화하는 것은 아닌지 돌연 멈추게 된 장호가 그 반동을 살려 잽싸게 안장을 박차고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장호의 신형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힌다.


다급하게 품에서 부적을 꺼내 하늘로 던지며 수인을 맺는 우길, 부적에서 새까만 연기가 뿜어져 시야를 가린다.


콰앙!


아랑곳 않고 그대로 바닥을 내려친 장호, 그 충격파에 흩어지는 연기와 함께 우길 또한 땅 위를 미끄러지듯이 뒤로 후퇴한다.


무림인의 보법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힘이다.


'술법이라, 저것도 굉장한데?'


우길이 단박에 죽임을 당하리라 생각했던 사정혁이 의외로 장호와 어울리는 우길의 솜씨에 눈을 빛낸다.


술법을 쓰는 구파는 형산과 곤륜이 있지만, 그들은 좀처럼 강호에 활동하지 않는다.


무림맹에 상시 파견되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무림보다는 민중과 더 가까운 것이 그들이다.


하물며, 장호 정도의 고수와 술법만으로 맞설 수 있는 술사는 더욱 드물다.


"흐음!"


기합을 한번 넣고 재차 달려드는 장호, 처음과 같은 흙벽이 이번에는 장호를 둘러싸며 솟아오른다.


일 합에 흙벽을 허물고 뛰쳐나와 우길을 찾는데, 우길 대신 그를 맞는 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사람 머리통만 한 얼음이다.


황급히 언월도를 휘둘러 떨어지는 얼음을 조각내는 장호, 그 와중에도 눈은 분주하게 우길을 찾는다.


"이럴 수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지르고만 공오.


우길이 허공을 걷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허공에 솟구치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허공을 땅처럼 딛고 서 있다.


물 위를 걷겠다고 하더니, 조금의 과장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흐음!"


신음 소리인지 거부인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장호,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기세를 끌어올린다.


"어머! 저건 말려야 해요!"


다급하게 외치는 주희의 목소리는, 장호를 중심으로 퍼지는 검은 파문이 일으키는 진동에 밀려 흩어져 버렸다.


[흑룡문(黑龍門) 마상극기(馬上極技) 흑룡대살진(黑龍大殺陣)]


"허어, 이건."


우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는 우길과 비슷한 수준의 술사와 싸움을 벌인 경험이 이미 있다.


허공을 딛고서는 모습을 보이면 압도되어 제풀에 나가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 착오였다.


장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완벽하게 드러난 우길을 향해서 필살의 공격을 날릴 생각을 했던 것이다.


파문을 일으키며 수장으로 확장된 기세가 집중되며 당장에라도 하늘로 뛰쳐 오를 듯하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개죽음을 면하자는 생각에 품속에서 수십 장의 부적을 꺼내 허공에 흩뿌린 우길.


부적들은 맨 허공에서 각자의 방위를 정하고 진세를 취하듯 자리를 잡는다.


[남화부적술(南火符籍法) 업화(業火)]


하늘에 자리를 잡은 부적들로부터 억제되지 않는 화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승천하는 흑룡을 막아서는 거대한 불의 장벽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진다.


별별 무공을 접하고 견식한 무림인들이지만, 이러한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다.


이 당혹스러운 충돌의 끝에 다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당연한 걱정을 하면서.


팽팽히 힘겨루기하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응축되는 기운이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우길의 이마에도 어느덧 굵은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리도 사정없이 밀어붙이다니.'


이런 양상, 마치 내력대결과 같다.


결국 한쪽은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장호는 우길이 조금의 여유도 보일 수 없도록 전력으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당장 밀릴 수도 없어서 마주 내쏘는 기운이지만, 이대로라면 충돌하는 기운의 폭발에 휩쓸려 둘 중 하나, 혹은 두 사람 모두 큰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무공과 술법, 서로 상이한 기운이 극도로 응축되어 폭발 일보 직전으로 상황이 치닫는다.


"공오소협, 청명소협은 당장 가서 세가의원을 불러오게."


앞으로 나서며 허리에서 적류를 뽑는 남궁후, 지훈 일행이 첫 대면에서 보았던 압도적인 기운이 그의 몸에서 줄기줄기 뿜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거세지는 바람에 남궁후의 옷자락이 펄럭거린다.


꺼지지 않은 술법의 불길이 날아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들고 다가서는 남궁후.


"가, 가주, 위험!"


내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도중에 입을 열어 피를 토하면서도 남궁후의 접근을 걱정하는 장호, 우길은 불길 때문에 아래쪽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기 힘든 듯하다.


"거기까지 듣겠소, 장형. 끼어들어 미안하오."


오랜만에 듣는 과거의 호칭.


적류검의 붉은 검극에 서린 푸른 뇌전이 몸을 날린 남궁후를 따라 충돌의 한가운데에 틀어박힌다.


콰아아!


공중에서 거대한 빛의 파문이 인다.


남궁후의 뇌전이 두 힘의 중앙을 꿰뚫고, 팽팽하게 맞서던 힘이 일거에 해소될 출구를 만들어준 것이다.


왈칵 피를 토하며 주저앉은 장호, 우길도 이제 허공에 떠있을 수가 없는지, 천천히 땅으로 하강하고 있다.


파리한 안색을 보아하니 그 또한 그리 편안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폭심으로 적류를 박아 넣은 남궁후의 몰골도 그리 멀쩡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 상체는 거의 날아가서 건장한 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그 몸까지 그을음에 묻어있었다.


"장형 이쯤 되면 충분하지 않겠소. 내가 장형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오."


후들거리는 다리로 용케 서 있는 장호에게 다가선 남궁후의 사과, 장호가 포권으로 그의 사과에 응답한다.


미처 말할 기운도 쇠진한 듯하다.


"그리고 이 정도면 볼 것도 다 본 것 같소만."


하고 웃는 남궁후, 입에서 흘러내린 핏줄기를 닦지도 못한 장호가 마주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우길도사!"


자신에게 돌아서며 웃으며 포권을 해오는 남자에게 우길이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마주 포권을 해온다.


'운뢰대협, 남궁후. 이런 운중룡(雲中龍)이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잘 읽고 계신가요? 맞춤법이나 오타관련 사항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작가의말

Po파w워er!!!

분량조절 실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혈마비록(血魔悲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공지 16.12.20 398 0 -
공지 계획. 사과. 부탁. 16.12.19 576 0 -
43 귀마전(鬼魔殿)의 비밀스런 대화. 17.01.17 481 4 16쪽
42 검은 전갈, 움직이다. 17.01.05 392 6 16쪽
41 목을 내놔라. 16.12.30 442 5 13쪽
40 본능에 충실한 전쟁. 16.12.29 497 5 12쪽
39 박쥐 날개를 단, 마(魔). 16.12.26 535 4 15쪽
38 (외전) 그 남자의 회고. 16.12.24 538 7 9쪽
37 인간을 버리다. (3) 16.12.24 538 7 8쪽
36 인간을 버리다. (2) 16.12.22 545 5 12쪽
35 인간을 버리다. (1) 16.12.21 513 6 10쪽
34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下 +2 16.12.19 654 6 15쪽
33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中 16.12.18 640 6 8쪽
32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上 16.12.17 585 6 12쪽
31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下 16.12.16 616 6 11쪽
30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上 16.12.10 710 7 10쪽
29 생존자 下 16.12.01 736 7 11쪽
28 생존자 上 16.11.25 743 8 10쪽
27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下 16.11.24 760 9 9쪽
26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上 16.11.23 881 9 11쪽
25 악마가 하지 않을 일. 16.11.21 852 9 11쪽
»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下 +2 16.11.20 1,015 10 18쪽
23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中 16.11.19 890 10 8쪽
22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上 16.11.19 943 9 8쪽
21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下 16.11.18 1,068 11 11쪽
20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上 16.11.18 1,109 11 12쪽
19 반백년만의 재회. 16.11.17 1,130 10 9쪽
18 동방의 민간요법 16.11.17 1,222 8 14쪽
17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下 16.11.14 1,132 11 12쪽
16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上 16.11.13 1,172 1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