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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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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20
추천수 :
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06.05 15:51
조회
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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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8쪽

7.협곡의 파르누스

DUMMY

“당신 이름이 뭐야? 우리 대화를 하자.”

상대를 파악하기위해 한번만 더 오기를 부렸다.

-클클클. 고녀석 꽤나 대가 쎄구나.

말투는 웃음이 섞였는데 무심함은 더 심해졌다.

흠칫

제노는 절대절명의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단숨에 납작 바닥에 엎드리고는 큰 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오호.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그렇지. 하찮은 너는 그 모습이 딱 어울려.

그제야 거대한 압력이 줄어들며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안도가 되었다.

‘이런걸 원하나? 비굴한 나의 모습을? 살아 남을 길이라면 얼마든지 맞춰주마.’

-하지만.

움찔.

이어서 들려오는 말에 뭔가 불길함을 느낀 제노.

-하찮은 녀석이란 건방진 녀석보다 더 가치없는 존재지. 내가 관심가질 가치도 없어.

“!!!!!!! 그런··· 아니 이봐. 기다려봐. 나는 충분히 너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어.”

-하찮으면서 건방진 놈이구나. 이제 그만 죽어라.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대체 왜 그냥 죽일려고 합니까?”

-크크크크크. 또 말투를 바꾸었구나. 변덕이 심한 놈은 그냥 죽어야 해.

“그래. 썅. 나도 더 이상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이래도 죽이고 저래도 죽인다고 하면 .. 오냐. 네 맘대로 해라. 내 인생이 오늘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구나.”

-이제는 포기한 척 연기냐?

“쳇 눈치도 빠르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

‘이놈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죽일 생각이구나. 마치 고양이가 쥐를 살살 가지고 놀다 흥미가 떨어지면 죽이는 것처럼 나를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거야.’

화가 가득차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니 억울함에 미칠 것 같았다.

이런 이름도 모를 삭막한 협곡에서 죽을려고 7년간 그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몇마디 말을 길게 나눠보진 못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놈은 엄청나게 강하고 옛스런 말투를 사용하며 성격이 지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억양이 무척이나 요상하다.’

“당신 아주 오래 살았지? 나이가 수백살쯤 되나? 그정도 살았으면 심심할 텐데? 내가 재미있게 해줄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 당신 부하중에 한명이랑 내가 대결을 하는 거야. 설마 부하가 없진 않겠지?”

-수백살? 우습지. 천년이 훌쩍 넘게 나는 존재해 왔느니라.

그렇게 긴 세월동안 온갖 경험을 겪은 내게 재미있는 일은 없느니라. 내게 건방진 말투를 사용하다니. 죽어 마땅하다.

‘왜 말만하면 죽인다고 해? 천년 넘게 살았으면 나같이 선량한 사람의 목숨정도는 살려줘도 상관 없잖아.’

“아니 그렇게 오래 산 사람이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해요?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재밌는 결투를 보여 드릴게요. 같은 인간으로 이정도도 못해줍니까?”

다시 높임말로 바꾸었다.

-아주 오래전 잠깐 인간이었지.

반응이 왔다. 제노는 ‘인간’이란 단어가 생명을 지킬 유일한 수단임을 깨닳았다.

‘그렇다면 혹시?’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요. 따듯한 집에서 엄마가 해주신 집밥도 먹고싶고 편안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도 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게임도 하고 일 마치고 들어오신 아빠와 농구도 하고 싶어요.”

-···.흐으음. 엄마.. 아빠··· 친구.. 오랜만에 느껴보는 단어군. 5분 정도는 더 살려주마.

‘그래. 이거다. 이번엔 제대로 짚었어.’

생존에 대한 희망을 옅본 제노는 주먹을 꽉 지었다.

얼굴도 본적 없는 엄마 아빠 얘기로 5분의 수명을 연장 시켰다. 부모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옛날이다. 이젠 크게 남아 있는 감정도 없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거짓말을 할때 과연 이 말이 통할까 걱정했었다.

“이봐요. 죽기전에 마직막 소원이 있습니다.”

-뭐냐?

‘처음엔 상대도 하지 않던 존재가 이젠 어느정도 대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여는 거야.’

어쩌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시원한 물 한잔만 마시게 해주세요. 목이 말라 죽기 직전입니다.”

-저쪽에 있다.

귀신들을 따라가니 과연 웅덩이가 있었다.

먹어도 되는 물인지 의심스럽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목이 너무 말라 웅덩이에 얼굴을 넣고는 물을 꿀꺽 꿀꺽 들이 마셨다.

시원한 느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했다.

갈증이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캬아 ~~ 이렇게 맛있는 물은 처음 마셔 봅니다.”

보는이도 물이 마시고 싶어지게 아주 과장되게 행동했다.

-그렇겠지. 껄껄껄껄

‘역시 반응이 좋다. 이걸로 나가자.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만드는 거야. 바로 이것이 먹방이지.’

“혹시 먹을 것은 없나요?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기회만 다오.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어주마.’

-과일이라면 저쪽에 있다. 껄껄껄껄

“아.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과일을 한입 베어 무니 너무나 달콤했다. 애써 거짓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이 행복한 얼굴이 되었다.

아사삭. 아사삭.

순식간에 세 개를 먹었다.

싱그런 향기와 달달한 과즙이 최고였다.

‘어라? 말만하면 죽이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맛있는 물과 과일을 줘? 내가 오해를 했나?’

그렇게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할려는 찰나 눈앞에 한명의 귀신이 나타났다.

이제까진 본 다른 어떤 귀신보다 선명한 몸을 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파르누스.

“예. 저는 제노라고 합니다.

-죽기전 이름이라도 알고 가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다. 껄껄껄껄

“예? ···.!!!!!!!!”

갑작스레 찾아온 복통과 오한에 제노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괴로워했다.

“끄아아아아악”

거인이 허리를 잡아 비트는 것 같은 고통. 한겨울 얼음물에 들어간 듯한 추위가 끊임없이 몰아쳤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이곳은 음기가 집약되어있는 곳. 물이나 과일 하나라도 평범한 것이 없지. 그것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한모금만 마셔도, 한입만 먹어도 사망에 이르게 되는 독약과도 같은 것. 그런데 너는 한입이 아니라 배가 부를 때까지 먹더구나. 덕분에 나까지 식욕이 생길 정도였다. 100년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지. 이 점은 너에게 감사하마.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빠진 제노는 가물가물한 의식속에 악에 받쳐 소리쳤다.

“끄아아악. 씨펄.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야? 날 죽일려는 이유가 뭐란 말이야?”

-하하하. 억지로 먹이기도 힘든 것을 좋다고 알아서 먹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200년만에 정말 재미있게 웃었다.

“거봐. ··· 끄으윽··· 내 덕분에 식욕도 느끼고 웃기도 하고··· 그러니 살려줘. 내가 계속 재미있게 해준다니까.”

-정말 삶에 대한 집착이 많은 녀석이구나.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지. 내가 직접 널 죽이는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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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협곡의 파르누스 +2 20.06.06 1,097 16 7쪽
» 7.협곡의 파르누스 20.06.05 1,182 18 8쪽
6 6.협곡의 파르누스 20.06.03 1,308 17 7쪽
5 5.탈출 20.05.25 1,373 19 8쪽
4 4.탈출 20.05.23 1,444 18 7쪽
3 3.탈출 20.05.23 1,653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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