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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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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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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05.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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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
추천
16
글자
8쪽

3.탈출

DUMMY

제노의 느릿한 말투에 화가 난 키윰이 큰소리를 치고는 즉각 쉴트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들었던 말을 전달했다.

잠시후 쉴트가 무슨 지시를 내렸는지 복도에 최소 경비만 남고 제자들이 우르르 빠져 나갔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노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번에도 쉴트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었기 때문.

‘하하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대사형이구나. 으으윽···. 또 머리가 아파. 이잌. 귀신놈들아 저리가란 말이야.’

사실 오늘 계획의 가장 힘든 부분이 건물 밖으로 나갈 탈출구를 지키는 경비를 없애는 것이었는데 이 일을 지나가는 키윰을 붙잡아 말 몇마디 나눈 행위로 해결해 내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평소 똑똑하다고 설치고 다니던 쉴트 네놈은 ’흙‘과 ’장미향이라는 단어를 던져주면 지하 세탁실을 떠올릴 줄 알았어’

하지만 만약 쉴트가 제노의 판단보다 멍청해서 지하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

한마디로 도박이었다.

그렇지만 기억력이 좋은 쉴트라면 충분히 세탁실의 장미향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옷에 흙이 묻어 있었다고 힌트를 줬으니 땅굴을 떠올렸으리라.

‘내가 지하 땅굴로 도망쳤을까봐 우르르 몰려간 것이지.’

실제로 땅굴은 파 놓았다.

찾기도 힘들게 잘 숨겨 두었고 한두 군데가 아닌 여러 수십군데를 만들어 놓았다.

수색하기 어려우라고 방향도 사방으로 뻗어 나가게 해 놓고 일직선이 아닌 지그재그로 파 놓았다.

어떤 것은 1미터도 안되게 눈 속임용으로 만들었고 어떤 동굴은 10미터 가까이 되기도했다.

그런 동굴을 조사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모되리라.

처음 땅굴을 팠을 땐 진짜 도망갈 목적으로 열심히 노동을했다.

작업 진도가 빨라서 탈출이라는 꿈에 마음이 부풀기도했다.

하지만 거대한 암석층에 가로막혀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한동안 허탈감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한가지 큰 소득이 있었는데 땅밑 사선 방향으로 10미터쯤 들어갔을 때 몸에 무력화 저주가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이 저주가 너무 강력해서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못 빠져 나왔다면 굶어 죽었으리라.

겨우 몸을 뒤로 빼내어 지상으로 다시 올라 왔는데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려왔다.

만약 이런 저주가 걸려 있음을 모르고 다른 탈출 계획을 시도했다면 무조건 실패했으리라.

‘정말 지독한 비먼트 새끼.’

혹시나 도망가는 제자가 있을까봐 이런 저주를 걸어 놓았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더욱 화가 나는 일은 하급 제자들이 20살 즈음에 벌어진다. 하급제자들은 성인이되어 흑마력이 강해지면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웃프게도, 죽을지도 모르고 열심히 흑마력 수련에 매진한다.

‘망할 새끼들. 그렇게 잔인한 거짓말을 하다니.’

바깥세상으로 나갔다고 알려진 형들은 모두 비먼트에게 마력을 갈취당하고 죽었지.

뿌드득.

화가 나 이가 갈려진다.

할수만 있다면 비먼트 뿐만이 아니라 상급 제자들도 모두 죽여버리고 싶다.



사실 지하실에 대한 힌트 ‘흙’과 ‘장미향’을 키윰에게 말하면서도 놈들이 지하로 눈을 돌리려는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병력을 빼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작전은 보기좋게 성공했다.

‘확실히 상급제자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평소처럼 침착하게 생각했다면 나의 트릭을 눈치챘을 텐데.’

피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승 비먼트의 시체를 제일 먼저 수습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침착한 제자가 한놈이라도 있었다면 시체를 안치하는 일부터 했으리라. 하지만 살해 현장의 모든 이들은 대사형의 말 한마디에 뿔뿔이 흩어졌다.

누구하나 쉴트의 명령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쉴트가 평소에 사제들을 잘 관리했다는 말도 되겠지만 멀쩡한 스승이 어이없게 살해를 당해 멘붕이 온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크크큭. 쉴트놈 아주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네놈의 속셈은 재빨리 나를 잡고 장례를 치를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제노는 쉴트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어 지금 상황을 이끌어 내었다.

비먼트의 주검으로 첫번째 충격을 먹이고 통풍구로 빠져나간 것 처럼 속여 두 번째 충격을 먹였다. 이후 방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난자당한 비먼트의 시체로 세 번째 충격을 먹였다.

연속된 충격에 놈의 심력이 많이 소모되었음은 분명하고 호시탐탐 대사형의 자리를 노리는 사제들까지 신경쓰다보면 제노를 잡는 일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어쩌면 스승의 시체를 먼저 수습하지 않아 수십차례나 칼에 찔리게 만든 쉴트의 판단력을 비판하며 사형제들끼리 말 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게만 되면 탈출이 더 쉬워질 텐데.’

생각할 일이 많아지고 고민거리가 많아지면 집중력이 흩으러지는 것은 당연지사.

지금의 쉴트의 머릿속이 딱 그러하리라.

‘평소 의심이 많은 네놈이 두 번째 사제인 월트를 견제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지.’

게다가 머리는 똑똑하지만 이 같은 위기상황의 압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쉴트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제노가 던진 ‘지하 땅굴’을 거짓인지도 모르고 덥썩 문 것이다.

‘너를 위해 많은 땅굴을 뚫어 놓았다. 그곳에서 재미있게 놀아라.’


분장한 제노를 못 알아보고 눈앞에서 놓친 키윰은 머리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멈춰서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 찜찜해. 뭔지 모르지만 되게 찜찜해. 내게 말 걸은 그 녀석 분명 얼굴은 익숙한데 ···. 어색했단 말이야.”

상급제자들은 스승 비먼트에게 잡아먹힐 하급제자들을 가축처럼 생각했기에 하급제자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러니 잠시 마주친 하급제자의 얼굴이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 찜찜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키윰은 찜찜한 기분의 원인을 알기위해 눈을 감고 생각을 떠올렸다.

“요즘. 인가? ..아니야. 조금더 과거··· 한달전?.. 아니야. .. 두달전인가? ···. 대략 여섯달전쯤에 본적이 있는 느낌이야. 그런데 왜 그 얼굴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지? 친한 녀석인가? 아니야. 딱히 눈에 띄는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 .. !!! 맞다. 그거다···..”

‘스승님에게 잡아 먹힐줄도 모르고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즐거운 얼굴을 하던 놈들이 하도 우스워서 자세히 봤었지. 그래 맞아. 그놈 중의 한 놈이야. 그렇다는 말은 놈은 죽었다는 말인데··· 똑 같은 얼굴의 놈을 내가 만난거야. 귀신이 아니라면..변···. 장···’

“크아아아악. 이놈. 나를 속였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눈앞에 있는 놈을 그냥 보내줬어. 우아아아아악. 억울해.”

키윰은 이 사실을 즉각 하급제자들을 시켜 유포했다. 방송을 하면 편하겠지만 그럼 제노가 숨어버릴 것이 뻔하기에 참았다.

‘이제 놈은 독안에 든 쥐다. 놈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야. 잡히기만 해라. 온 몸의 뼈를 부러뜨리고 고문해주마.’

키윰은 지나가는 이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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