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40,044
추천수 :
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06.03 20:48
조회
1,308
추천
17
글자
7쪽

6.협곡의 파르누스

DUMMY

눈에 은은하게 붉은빛이 도는 추격조원들.

그래서 주위 경계를 게을리하게 되었고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상황.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5미터나 날아가 쓰러졌다.

공간을 압살할 것 같은 소리없는 폭발적인 경악이 주변을 꽉 채웠다.

얼굴의 반을 파고든 커다란 도끼. 바닥을 적시는 피.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제는 그대로 절명했다.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도끼가 눈에 띄었다.

지저분한 손잡이. 여기저기 말라붙은 피딱지. 덤성덤성 이가 빠진 도끼날.

!!!!! 오크다. 오크가 나타났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뒤돌아서서 방어벽을 펼치는 추격조.

과연 상급제자라고 할 정도로 대처는 기민했지만 오크들의 행동이 조금더 빨랐다.

미처 방어벽이 완성되기전에 날아온 화살이 누군가의 어깨에 틀어 박혔다.

퍽.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긴박하기에 부상자를 신경 쓸 여력이 다른 사람에겐 없었다.

“빨리 일어나 사제. 머뭇거리면 여기서 죽는 거야.”

저주를 걸고 공격마법을 뿌리고 다시 다른 주문을 영창하는 추격조.

살아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치열한 전투에 눈알이 핑핑 돌아갔다.

능력을 바닥까지 긁어 사용하며 겨우 겨우 버텨내는 사람들.

전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원거리 공격을 해야할 마법사들이 근접전투 상황에 빠지니 제대로 실력발휘가 되지 않았다.

결국 어깨에 화살을 맞은 사람은 죽음을 맞이했고 나머지 세명은 많은 상처를 입고 겨우 도망을 쳤다.

그런데 왠일인지 도망가는 인간들을 보며 호전적인 오크들이 추격을 전개하지 않았다.

동료중 두명이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

자신들이 기습을 해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펼친 전투인데도 피해를 받고 상대를 놓쳐버렸다.

잘못 추격하다간 도리어 당할지도 모른다.

인간 마법사들의 굉장함이 오크들의 본능을 누른 것.

서로간에 큰 피해를 본 양측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덕분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노는 멀찍이 도망갈 수 있었다.

지금 제노의 머릿속에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쪽이다. 딴 생각하지말고 내 말만 들어.

-멈추지 말고 그대로 계속 와.

어느 순간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름에 제노는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은 적 없는 북쪽으로, 심지어 숲의 몬스터도 꺼려하는 용사의 검이라는 협곡을 향해.

그런데 이상은 일은 제노가 모습을 드러내고 이동을 하는데도 어떠한 몬스터도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스쳐 지나간 몬스터는 많았다.

고블린. 늑대. 호랑이. 오크 수색대. 오우거까지.

제노의 목숨 따위 쉽게 따버릴 무서운 맹수들도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손쉬운 먹이감을 왜 그냥 지나쳤을까?

그 이유는 제노의 주위를 맴도는 귀신들에 있다.

귀신들이 제노의 몸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서로 차지할려고 싸우고 있지만 그것도 살아 있을 때 얘기다.

제노가 죽으면 빙의 자체가 안된다는 말.

그렇기에 위험한 몬스트를 피해서 안전하게 다니게 해주었고 어쩔 방법이 없어 마주치게 되면 사기를 강하게 내뿜어 몬스터가 근처에 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도 제노는 안전하게 숲을 가로 지를 수 있게 된 것.

이동시간이 길어 질수록 주변을 맴도는 공기가 서늘해졌으며 음산한 기운이 쫙 깔렸다.

짙은 녹색의 무성하던 식물들은 점차 보기 힘들어졌고 어쩌다 보이는 덤불은 검은색에 가까워졌다.

곧게 뻗은 튼튼한 나무는 사라지고 기괴하게 뒤틀린 괴목들이 자리를 차지했는데 그 형태가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마치 협곡에 들어서면 이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 같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분위기.

반드시 불운이 닥칠 것 같은 협곡의 검은 입구를 향해 제노는 꾸준하게 걸어갔다.

100여 미터 솟아난 바위벽 사이 구불구불한 좁을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마침내 도착한 목적지.

더 이상 머릿속을 울리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제노를 그렇게 괴롭히던 귀신들이 한순간에 일정공간 이상을 떨어져나갔다.

마치 왕의 행차에 길을 비우는 백성들처럼.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제노는 비먼트가 건 저주의 무서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신을 끌어 들이는 저주라니··· 생각지도 못했어.’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체 되었다면 자신의 영혼은 갈갈이 찢기고 몸을 빼앗기에 되었으리라.

주변을 둘러보니 수백의 귀신이 떠다니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몸을 노리던 녀석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의 눈에 시뻘건 안광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면 개체 하나하나가 아주 강력다는 뜻.

다시 덤벼 온다면 막을 방도가 없었다.

‘참 인생 더럽구나. 목숨걸고 한 탈출의 결과가 행복한 도시 생활이 아니라 음기 덩어리인 귀신들의 노리개냐?’

“이봐. 나와봐. 날 부른 사람···아니 귀신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무엇이든 빨리 내 앞에 나타나란 말이야.”

자신을 이곳까지 살아서 오게 만든 무언가를 향해 제노가 먼저 큰소리로 말을 했다.

-오호.. 그녀석 꽤 당돌하구나.

제노의 머리에 직접 울리는 말과 함께 공터에 거대한 존재감이 현신했다.

축구장 크기의 공터를 꽉채우는 존재감.

제노 주위의 귀신들이 황급히 멀어졌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던 귀신들이 겁먹은 강아지처럼 물러나는 모습이 경악으로 다가왔다.

감히 대항할 생각 자체를 없애버리는 그 존재감은 내리 누르는 압력으로 제노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크으윽. 너는 누구냐? 왜 날 괴립히는 거야?”

-흐흐흐. 고 녀석 꽤나 흥미롭구나. 너무 고분고분해도

재미가 없지. 하지만 말투가 마음에 안들어 그냥 죽여 버릴까?“

“거짓말. 마수의 숲에서 귀신들이 날 보호한 이유가 당신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잖아. 그렇게 이곳까지 날 데려와서는 그냥 죽인다고?”

-왜? 못할 것 같나?

‘그렇다’ 라고 대답할려던 제노는 순간 멈칫했다. 상대방의 말투에서 [벌레를 죽여 버릴까]정도의 무심함을 느낀 것.

‘왜? 처음의 장난스런 말투에는 분명 나에대한 호감이 있었는데······갑자기 이렇게 바뀐다고?’

내리 누르는 압력이 더욱 강해지며 아예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었다.

압력을 버텨내는 상태만으로 힘이 들어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오늘 하루 수분을 너무 많이 배출했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다.

입술이 갈리지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투두둑 ..바닥을 적시는 땀이 너무 아깝다.

땅을 짚은 팔 다리가 부들거리고 귀가 윙윙 거리며 온 몸이 따갑다.

더 이상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용서를 빌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음의 사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첫 일주일 20.06.15 818 12 7쪽
12 12.첫 일주일 20.06.13 868 15 7쪽
11 11.첫 일주일 +1 20.06.12 930 17 8쪽
10 10.오크 지쿱스 +2 20.06.10 1,001 17 7쪽
9 9.오크 지쿱스 +2 20.06.08 1,068 20 7쪽
8 8.협곡의 파르누스 +2 20.06.06 1,098 16 7쪽
7 7.협곡의 파르누스 20.06.05 1,182 18 8쪽
» 6.협곡의 파르누스 20.06.03 1,309 17 7쪽
5 5.탈출 20.05.25 1,374 19 8쪽
4 4.탈출 20.05.23 1,444 18 7쪽
3 3.탈출 20.05.23 1,653 16 8쪽
2 2.탈출 20.05.18 1,936 21 8쪽
1 1. 탈출 +1 20.05.17 3,345 4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