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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40,021
추천수 :
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05.25 22:38
조회
1,373
추천
19
글자
8쪽

5.탈출

DUMMY

3미터에 달하는 가짜다리를 사용할 공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몇 번을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그때마다 간이 철렁했다.

이대로 넘어진다면 혼자서 일어설 방도가 없다. 탈출은 끝나는 셈.

그렇게 가짜다리 위에서 비틀거리며 1분여를 소비하자 갑자기 건물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쾅.

쾅.

쾅.


뼈쥐를 이용해 미리 설치해둔 시한 폭탄이 터진 것.

경계를 서던 제자들이 깜짝 놀라며 원인 파악을 위해 뛰어 다녔다.

곧이어 불이야 하는 고성이 터져 나오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두군데의 폭탄은 화재를 일으켰고 하나의 폭탄은 외부 감시 카메라를 터트렸다.

‘됐다. 사람들의 이목을 안으로 돌렸어. 감시 카메라도 없으니 이제 철망만 넘으면 돼.’

제노가 어기적 어기적 마당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장대위에서 처음 걸어보는 잔디밭의 느낌이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약 8미터의 마당이 100미터처럼 느껴졌다.

다리는 늪에 빠진 것마냥 무겁고 몸은 폭풍속의 배처럼 비틀거렸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자신을 잡으러 올 것 같은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했다.

그렇게 결국 3미터 높이의 전기 철조망 앞에 도달하게 된 제노.

심호흡을 하며 마지막 난관을 준비했다.

‘뛰어 넘어야 한다.’

핀을 뽑아내자 다리와 장대를 묶어주던 결속장치가 해체되었다.

몸을 기울이자 장대가 앞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철망을 뛰어넘는 정확한 이미지를 그려내며 완벽한 타이밍에 장대를 박찬 제노.

그런데

삐끗.

오른쪽 장대가 잔디에 미끌어지며 추진력을 제대로 얻지 못하게 된 상황.

무너진 균형에 얼굴이 철망에 처박히게 생겼다.

7년동안 수만번 다듬은 계획이 잔디 때문에 어그리지게 되었다.

철망의 가시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아주 위급한 그 순간 제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안으로 말고 빙글 몸을 돌렸다.


찌지직.


머리카락과 옷이 철망에 걸려 찢어졌다.

두피를 타고 쩌릿한 전기의 힘이 몸으로 들어왔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철망을 넘고 바닥에 착지한 제노.

땅바닥을 몇바퀴 굴러 옷은 엉망이 되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큭큭큭큭”

잇새로 새어 나오려는 웃음소리를 죽였다.

7년간의 고생이 보답을 받은 느낌.

하지만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잠시후면 추격대가 쫓아오리라.

제노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숲속으로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한편 그 시각

폭탄으로 인한 화재를 모두 진압하고 조금은 마음을 놓으려는 제자들에게 제노가 도망갔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누군가가 외부 철망에 기대어져있는 장대 두 개를 발견한 것이다.

보고를 받은 쉴트는 현장을 점검하고는 분노에 차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우와아아아악. 대체 어떻게 봉쇄 마법진을 뚫고 나간 거야?! 이런 망할 자식이. 제노. 대체 뭐하는 놈이야?”

지금 상황에서 화를 내어선 도움이 안된다. 진정을하고 상황을 파악해야함을 알고도 쉴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봉쇄 마법진은 나도 뚫기 힘든 절진인데 하급제자 따위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단 말인가? 역시 믿고 싶지 않지만 조력자가 있는 것이 분명해. 그놈이 제노에게 마법진의 약점을 가르쳐 준 거야. 누구지? 누굴까? 마법진 분야에 가장 실력이 좋은 버논 녀석일까?’

의심을 시작하니 상급 제자들 모두가 배신자처럼 느껴졌다.

대체 9명 중에 누구냐?

당장 제노를 쫓아가도 늦은 순간인데 쉴트는 사제들의 배신을 의심하며 갈팡질팡했다.

범인을 놓친다면 명예가 실추될 테고, 그렇다고 제노를 쫓아가자니 배신자가 건물을 장악할 것 같다.

결국 쉴트는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잡는 것을 포기하고 의심스러운 사제 5명을 추격조로 편성해 내보내었다.

사제들이 숲속을 뒤지는 사이 자신은 건물안의 제자들을 완전히 장악할 생각이었다.

‘스승의 자리는 이제 내 것이다.’



본래 제노는 도시가 있는 서쪽으로 도망을 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비먼트의 저주에 의해 달라붙은 수많은 귀신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7년만에 철망을 벗어나 숲을 거니는 상쾌한 기분은 금세 사라지고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이 머리를 울려댔다.

시야는 굴곡지어 보였고 귀에서는 이명이 끊이질 않았다. 몸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체온은 펄펄 끓어 올랐다.

땀이 줄줄줄 흘러내렸고 호흡은 턱까지 차올랐다.

이렇게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지만 넘어지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정말 칭찬받아야 할 정신력이었다.

한가지 문제라면 제노가 가는 방향이 오크의 영역이라는 점.

이 숲속에서 가장 피해야할 존재들.

평균 2미터가 넘는 키에 성인 남성의 두배에 가까운 덩치.

인간보다 5배나 강한 힘.

언어를 사용하는 뛰어난 두뇌와 무기까지 활용하는 전천후 전사들.

한 개체 만으로도 아주 무서운 전투력을 가진 몬스터이지만 이들은 기본 5섯 이상씩 몰려다니기에 더욱 피해다녀야 할 존재들.

비틀거리며 걷던 제노가 걸음을 멈추고는 나무뒤에 숨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잠시후 50여미터 떨어진 숲속에서 오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녹색 피부가 위장색이 되어 나뭇잎 사이에선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몹시도 조용하고 은밀했다.

거구의 덩치들이 움직이는데도 풀숲의 작은 움직임만 있었다.

본래 제노의 능력이라면 오크들이 눈앞에 있어도 몰라볼 정도의 위장술.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갔으면 그대로 잡혔을 상황.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나무 뒤에 숨었기에 살아남았다.

그런데 제노는 어떻게 오크들이 올 것을 알았을까?

그것은 귀신들 때문이었다.

몇십년만에 빙의가 가능한 인간을 만난 귀신들은 제노의 몸을 뺐기위해 노력하면서도 죽지않게 잘 보살펴야했다.

죽은 육신엔 귀신이 깃들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크와 마주치지 않게 멈춰세운 것이다.

병 주고 약 주는 상황.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흘러 오크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사단이 벌어졌다.

“저기 있다. 쫓아라.”

상급제자 5명으로 이루어진 추격조가 등장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제노에게는 최악의 위기.

멀쩡한 상태에서 기습이 아니라면 단 한명도 이기지 못하는데 지금의 몸으로는 공격 한번도 받아내지 못하리라.

5미터도 벗어나지 못하고 잡힐 것이 뻔하다.

그래서인가? 멍하니 서 있는 제노의 모습이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포위망을 좁힌 추격조들은 그런 제노의 모습을 비웃었다.

“뭐냐? 이 한물 간 생선 같은 놈은.”

“그러게 말입니다. 사부님을 살해하고 기묘한 방법으로 탈출까지 성공한 놈이라 검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어린애에게 사탕뺐기보다 쉬워 보이네요.”

“흐흐흐. 이 놈을 잡아 복귀하면 썩은 표정을 지을 대사형의 얼굴이 볼만 하겠구나. 자기가 놓친 범인을 우리가 잡았으니 속이 많이 쓰리겠지.”

“하하하. 그럼 대사형의 얼굴을 사진이라도 찍어 놔야겠네.”

제노를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한 추격조는 느긋하게 농담을 하며 앞으로 다가섰다.

가끔 세상은 아주 작은 차이로 결과가 바뀌기도 하는데 지금 추격조의 상황이 그랬다.

원래라면 조금더 신중하게 일을 처리했겠지만 고도로 밀집된 귀신들이 내뿜는 사기의 영향으로 공격성이 상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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