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프롤로그
서기 2381년.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초고도의 문명을 지녔던 인류는 변종바이러스의 확산, 이에 대한 책임공방을 다투다 일어난 제3차 세계대전, 그리고 이 틈을 탄 Matrix AI ‘퀸’의 반란까지 겹쳐 멸망의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인들은 이 모든 위기가 동시에 발발해버린 대재앙을 ‘브루탈 임팩트’(Brutal Impact)라고 칭하며 역사에 기록했다.
그러나 수천 년을 이어온 인류문명의 끈질긴 생명력은 가까스로 이 대위기를 극복해냈고, 24세기에 들어 마침내 다시 한 번 번영의 길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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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레오 유니온’
줄여서 유니온이라 불리는 초거대 세계정부의 영토에 속한 한반도 남쪽지방에는 플라워티움 81도시, 줄여서 81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새벽 5시 59분, 81도시의 주거지역에 위치한 ‘로튼 타워.’
이곳에 거주하는 한 사내가 깊은 잠에 빠져있다.
“푸후···. 후우우···.”
** 리안.
“···후우···.”
** 리안?
“흠냐···. 쩝. 쩝.”
** ···.
“푸우우···.”
** 와장차아앙!
“으억!”
정신없이 자고 있던 리안은 별안간 들려온 유리창 개박살나는 소리에 기겁해서는 벌떡 일어났다.
** 좋은 아침입니다, 리안.
리안의 의식을 통해 들리는 무감정한 여성의 목소리.
하야로비의 목소리다.
리안의 뇌에 이식되어있는 하야로비의 원래 명칭은 ‘링크-AL’, 이식자와 의식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초 양자칩 AI 컴퓨터다.
참고로 하야로비는 사물에 이리저리 이름붙이기 좋아하는 리안이 붙여준 이름이다.
“···야, 하야로비.”
** 네, 리안.
“날마다 부지런히 깨워주는 건 참 고마운데 말이야, 좀 더 강도조절에 신경 써주면 안될까?”
** 이정도 알람소리가 아니면 남들보다 신경이 굵은 리안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알람 때문에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수명이.”
리안은 심장 떨어질 뻔한 경험에 진저리를 치며 몸을 일으켰다.
리안. 본명은 서 량, 한국계이며 국적은 알비레오 유니온(Albireo Union)이다.
올해로 24살인 리안은 조상의 나라, 한국을 동경했기에 현재 이름보다 한국식 본명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청년이다.
하지만 영어가 국어로 공식지정 된 지 오래인 유니온에서, 만나는 놈들마다 자신의 이름인 ‘량’을 가지고 '뤼앙?' '뤼앙?' 요딴 식으로 발음하며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기에 리안(Rian)으로 이름을 갈아치워 버린지 오래다.
** 2381년, 3월 10일 수요일. 현재시각 6시 3분. 현재 기온은 18도, 날씨 흐림. 습도는 75%로 비가 올 확률 82.197%입니다.
리안이 침대에서 일어나 하릴없이 방을 거닐자 하야로비는 날씨를 시작으로 오늘의 스케줄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 그리고 오늘은 스케빈징(Scavenging : 리안의 업무인 유물발굴을 일컫는 은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응, 그건 기억하고 있어.”
** 그리고 당신의 계정에 메일이 세통 도착해 있습니다.
“오케이, 알려줘.”
** 첫번째 메일. 발신 측 : ‘카지노 바비’ 메일제목 : 20알비(유니온의 화폐 역할을 하는 사이버 화폐)로 일주일 만에 4만을 벌수 있다고!?
“···.”
** 두번째 메일. 발신 측 : ‘HotXXXPon’ 메일제목 : 오빠아···. 나 어디 아픈 것 같애···. 아앙! 몸이 마구 뜨거워져, 빨리 와서 치료해 줘·········주소는 Dark://6974.OPOP···.
"이런 빌어먹을 똥컴아!! 스팸메일은 좀 알아서 거르라고 몇 번을 말했어!?"
** 이렇게 계속 상기를 시켜놓아야 온갖 유해코드가 판치는 다크 웹(Dark Web)에 다신 접속 안하겠지요. 전 제 스스로를 유해코드로부터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건 내가 학술연구 때문에 접속한 거라고···. 으휴 됐다. 말을 말자.”
한참을 투덜대던 리안에게 하야로비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 리안, 마지막 메일은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뭔데?”
** 세번째 메일. 발신 측 : 스피카(Spica) 코퍼레이션, 메일제목 : 리안 귀하.
“어?”
잠깐! 스피카라면···?
BTG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 나라 최고의 대기업이다.
리안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햐아로비에게 명령했다.
“스피카라고!? 하야로비, 홀로그램 연결 부탁해.”
** 알겠습니다, 홀로그램 시스템 커넥팅.
[Optic nerve Connecting···Check on.]
리안의 명령에 하야로비는 리안의 시신경을 능숙하게 조작해 리안 자신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을 단숨에 띄웠다.
리안은 홀로그램에 출력된 자신의 메일계정 목록이 보이자마자 스피카 직원에게서 온 ‘리안 귀하’라는 제목의 메일을 서둘러 터치했다.
******
‘오감만족, 결전병기 슈퍼솔져! 하이퍼 액션게임 프로젝트 BTG!’
축하드립니다, 리안님.
귀하는 이번 프로젝트 BTG 테스터모집 1차 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최종 심사는 다음 주 수요일인 3월 17일 플라워티움 17도시에 위치한 스피카 본사 1층 홀에서···.
문의사항은 Spnet://ett.Spica.al.us로···.
******
메일의 세부내용은 더 이상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합격’이란 두 글자였다.
‘합격···합격이라고? 내가?’
그의 확대된 동공은 급기야 커다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내가! 내가 합격했다!”
평소, 게임에 사족을 못 쓰는 리안이었기에 차마 못 지나치고 신청은 했지만, 워낙 많은 수의 지원자가 몰렸기에 별 기대도 안했던 BTG 테스터 신청에 리안이 덜컥 합격 한 것이다.
프로젝트 BTG.
(Brain Transfer Game)
통각을 제외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모든 오감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액션게임이 등장했다.
이제껏 즐겨왔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홍보와 함께, 초거대기업 스피카에서 약속한 전폭적인 지원과 그 액수를 가늠할 수도 없는 보상은···.
만 19세 미만불가 게임임에도 유니온 전체인구 10억 중 4천만이라는 사상 초유의 지원자가 몰려들게 했다.
그러나 암만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어도 뽑는 인원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이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1000명만을 1차 심사에서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천만의 지원자 중 1000명.
그 1000명 안에 리안이 들어간 것이다.
···.
그 확률은 0.0025%에 불과한 수치였다.
- 작가의말
-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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