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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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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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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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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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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세 여자의 다툼은 직접적인 무력시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나타샤가 소속된 래빗홀 클랜과, 2인조가 소속된 매드독 클랜이 힘을 합쳐 함께 층계 보스에 도전할 일은 없을듯 했다.


어쨌건 그렇게 말다툼이 얼추 마무리된 뒤.


“나타샤, 안녕하세요?”


이준은 지친 기색으로 벽에 기대어 서있던 나타샤에게 다가가 아는 척을 했다.


“너는···, 그때 그 우유 마시고 있던 꼬마?”


나타샤도 이준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멋쩍게 웃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꼴이 영 말이 아니지?”


“음, 뭐. 좀 그렇긴 해요.”


나타샤와 매드독 2인조는 지금 미궁 2층에 입장한 인원들 중에선 최상위권의 모험가들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일반 파티들 앞에서 꼴사납게 말다툼이나 했으니 분위기가 영 안 좋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네 파티원?”


“네, 일단은요.”


이준의 대답에 나타샤는 닉스와 레나를 살펴보았다. 이준도 그렇긴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정말로 미궁 초짜라는 티를 팍팍 내는 듯한 복장이었다. 손목시계도 없고 가진 장비도 2층 기준으론 황당할 정도로 어설프다. 특히 여자애 쪽은 겨우 칼 한 자루 덜렁 들고 있을 뿐이고, 다른 남자 쪽은 그나마 구색은 갖췄으나 내구도 박살난 잡템 정도에 불과했다.


‘딱히 전투력은 없어 보이니 아마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는 모양인가보군. 그나저나 본인도 이제 겨우 탐사 2회차면서 이런 혹을 달고 다니다니. 호구인 건지, 재능충인지.’


아무튼 이준은 탐사 1회차에 트롤을 잡았던 녀석답게 2층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진 못한 모양이었다. 딱히 상처도 보이지 않았고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도 없었으니까.


어쨌든 나타샤는 이쯤해서 이만 보스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에게로 돌아가기로 했다. 더 이상 매드독 캠프에 있어봐야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타샤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이준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이동하는 중에, 이준은 나타샤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보스몹 카테고리가 뭔지, 매드독 클랜원들과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층계 붕괴는 또 뭔지···.


다행이도 나타샤는 딱히 귀찮아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간단해. 고대 병기 카테고리는 그냥 말 그대로 해당 보스가 고대문명의 병기라는 의미야.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여기 1층에서 등장하는 <메두사>의 경우엔 신화 마물 카테고리고.”


“아하. 그냥 출신 세계관과 종족을 분류해놓은 거군요.”


“맞아. 그리고 이런 카테고리별로 보스 난이도나 드랍되는 아이템도 달라지곤 해. 보통은 신화 계열의 보스들이 난이도가 높고, 그만큼 보상도 좋은 편이야. 반면 고대 병기 카테고리는 신화 계열과 마찬가지로 난이도는 높은데 정작 보상이 좀 많이 별로지.”


“그래서 매드독 클랜은 보스를 안 잡겠다고 선언한 건가요?”


“음, 완전 관련 없는 얘긴 아닌데, 그거랑은 좀 다른 이유라고나 할까. 방금 말했잖아? 고대 병기류 보스는 보상이 구리다고. 근데, 이게 경우에 따라선 또 대박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


“흠. 그래요? 어떻게요?”


“층계 보스를 잡으면 해당 보스만이 유일하게 드랍하는 ‘고유 아티펙트’가 간혹 나오곤 해. 그게 보스를 잡고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고, 그만큼 드랍율도 낮아. 때문에 시중에 있는 고유 아티팩트들은 대부분이 첫 드랍 보정을 먹은 상태에서 드랍된 것들이지. 하지만 고대 병기 카테고리의 보스들은 이런 고유한 드랍템이 없어.”


“아, 그래서 꽝이라는 거군요.”


“맞아. 하지만 그 대신, 고대 병기 보스는 그 몸뚱이 자체에 가치가 있어.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중앙도시의 마도공학자들이 고대 병기의 내부구조를 해석해서 뭔가를 만들고 있대. 그래서 걔네가 고대 병기 시체를 엄청 비싼 값에 매입한다고 하더라고. 문제는, 일반 몬스터랑 다르게 층계 보스들은 사냥하고 나면 시체가 사라지거든. 그래서 층계 보스의 시체를 얻으려면 의도적으로 보스 클리어를 실패하고 ‘층계 붕괴’를 일으켜야만 해.”


“층계 붕괴···. 어감 상으론 대충 시간 내에 보스를 못 잡으면 해당 층이 무너지는, 뭐 그런 느낌이군요.”


“맞아. 정확히 유추했어. 특정 보스룸을 일정 기간 동안 내버려두거나, 혹은 도전을 했다가 몇 차례 이상 실패해버리면, 미궁은 모험가들이 해당 층계에 도전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곤 해당 층계 자체를 붕괴시켜버려. 그렇게 층계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보스룸과 일반 필드의 경계도 사라지게 되고, 그러면 비록 첫 드랍 같은 버프는 사라지지만 일반 필드가 되면서 층계 보스의 시체도 소멸되지 않고 다른 잡몹들처럼 그대로 남게 되지.”


“음. 그렇군요.”


“문제가 있다면 이거야. 이렇게 한 번 층계 붕괴가 발생한 미궁은 더 이상 다음 층계가 생성되지 않아. 성장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거지.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이준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는 문제였다.


“음···, 뭐 해당 미궁에 인접한 거주지도 따라 천천히 망하겠죠. 특히 이런 개척마을이라면 대박을 노리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 일텐데 층계가 더 생성되지 않는다면 다들 떠날 거고, 그러면 거주지 자체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도시 자체가 유지력을 상실할지도 모르겠네요.”


“맞아. 그거야. 이곳 빌리지는 내가 맨 처음에 자리를 잡았던 곳이야. 근데 고작 보스몹 시체 하나 얻으려고 이곳을 포기한다는 게 말이나 돼? 하물며 여기에 기반을 둔 것도 아닌 타지역의 클랜에 의해서?”


이준은 그제야 상황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빌리지가 망하든 말든, 층계 붕괴를 일으켜 고대 병기의 시체를 챙겨가려는 매드독 클랜.


그리고 그런 매드독 클랜에 반하여, 자신이 지냈던 빌리지의 존속을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보스를 잡으려는 나타샤.


누가 옳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야 서로 원하는 이득이 다를 뿐이니까.


다만, 이준으로선 어쨌거나 정석대로 보스를 잡으려고 하는 나타샤 쪽 의견이 좀 더 마음에 들었다.


어쨌건, 나타샤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준에게 물어보았다.


“음, 그나저나 꼬마 너. 혹시 보스킬에 관심이라도 있는 거야?”


“일단은요. 근데 왜요?”


“아, 그냥. 나한테 보스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자꾸 따라오는 것도 그렇고.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슬쩍 말꼬리를 흐리던 나타샤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이준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혹시 우리 래빗홀 공격대에 들어오지 않을래?”


***


사실 다소 황당한 제안이긴 했다.


그야 이준은 이제 겨우 미궁 탐사 2회차인 신참에 불과했고.


반면 나타샤는 이미 7레벨에 이른 중견급 모험가였으니까.


그런데도 나타샤가 이준에게 공격대 가입을 제안했던 까닭은 단순했다.


그냥,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흠. 이렇게가 공격대 인원의 전부인가요?”


“응 맞아.”


이준이 보스룸 입구 근처에 모여 있던 공격대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우선 리더인 나타샤.


그녀와 같은 래빗홀 소속의 6레벨 모험가가 셋.


그런 래빗홀 클랜과 임시로 동맹을 맺은 올드팽 클랜원이 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준 자신까지 합쳐, 도합 8명.


“원래는 16인 공대를 풀로 채웠었는데, 보스 카테고리가 고대 병기란 게 확인되자마자 공대가 깨졌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야 여느 온라인 게임에서도 그렇듯, 보스를 잡는 주된 목적은 보스가 드랍하는 아이템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미 꽝이 확정인 보스를 잡으려고 시간낭비를 할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이 인근 일대에서 가장 세력이 강력한 매드독 클랜이 층계 붕괴를 일으켜 보스의 시체를 회수할 거라고 선언했으니, 괜히 매드독 클랜과 트러블을 일으키기 싫어서 포기한 클랜들도 제법 되었다.


물론 래빗홀 클랜 자체적으로 공격대를 꾸릴 수만 있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겠지만, 그러기엔 최근에 일들이 한 번에 많이 터진 탓에 이번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클랜원들이 고작해야 4명에 불과했다는 게 문제였다.


즉, 나타샤로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일단 8명이라도 채웠으면 보스 도전 최소인원인 절반컷은 맞췄으니까, 뭐. 나쁘진 않지.”


나타샤가 애써 활기차게 말했다.


하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쉽게 살아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올드팽 클랜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불만스러워 보였다.


“이게 뭡니까? 딱 보기에도 초짜로 보이는 꼬맹이 한 명이라니. 이봐요. 그쪽 혹시 레벨은 몇이요?”


올드팽 리더인 바크만이 영 탐탁찮은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고, 이준은 태연히 대답했다.


“4레벨이에요.”


“···하! 4레벨!? 세상에, 지금 6레벨도, 5레벨도 아닌 4레벨? 아니 나타샤양. 아무리 그쪽이랑 내가 나란히 7레벨이라곤 해도, 지금 우리가 16인을 다 채운 것도 아니고. 이거 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대로면 공략은 무조건 실패요. 다른 카테고리도 아니고 방어력 높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대 병기 아닙니까? 외피는 어떻게 파손시킨다고 해도, 놈이 쉴드를 펼치고 수복에 들어가면 우리들의 딜량으론 쉴드를 뚫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야 해보기 전까진 모를 일이죠, 바크만. 어쨌거나 이미 매드독 클랜이 자기들 멋대로 보스룸에 입장했다가 퇴각해버려서 층계 붕괴는 시작된 상태예요. 즉, 우리들이 도전했다가 퇴각한대서 뭐라 할 사람도 없다는 거죠. 즉, 못 잡겠다 싶으면 그냥 빼면 된다는 거예요.”


“끄응.”


나타샤의 말대로였다. 이미 매드독의 여성 2인조가 멋대로 정찰을 핑계 삼아 다른 클랜원 몇 명을 꼬셔서 보스룸에 들어갔다가 퇴각했기 때문에 이미 층계 붕괴의 조건은 채워진 상태였다. 단지 아직 퇴각횟수가 1회에 불과했고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뿐.


“···그래요. 뭐 일단 알겠습니다. 상황도 이런 상황이고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긴 하죠. 좋아요. 그러면 일단 간략하게 브리핑부터 진행하고 한 번 도전이나 해봅시다.”


이후 이준은 나타샤와 바크만에게 지금까지 확인된 보스룸의 환경요소와 보스몹의 패턴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을 들었다.


“···즉, 정리하자면 보스룸 내부는 일반적인 미궁 공간이며 함정이나 절벽 같은 추가적인 구조물은 없고, 보스의 외피를 일정 부분 파손시켜 내부의 코어가 드러나게 하면, 2페이즈가 시작되면서 코어에서 강력한 에너지 쉴드가 발동되어 보스의 동체를 감싸게 된다는 거죠? 이후 에너지 쉴드에 딜링을 집중하여 쉴드를 파괴시킨 뒤, 코어를 파괴하면 되는 거고요.”


이준의 정리에 나타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외피 부분까진 크게 어려울 것 없을 거야. 고대 병기는 깡방어력이 과할 정도로 높아서 문제이지 패턴 자체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니까. 중요한 건 2페이즈에서 에너지 쉴드를 뚫는 것인데, 이 때 딜을 한 지점에 최대한 집중해서 쉴드를 뚫어내는 게 핵심이야. 이준. 네 공격방식은 뭐지?”


나타샤의 질문에 공대원들의 이목이 이준에게로 쏠렸다. 현재 이들 공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딜링 능력이었고, 따라서 이준의 공격방식이 무엇인지, 또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보스킬의 가능성이 생기고 말고가 정해지는 상황이었다.


“음···. 저는 염동력을 사용해요.”


이준은 말로 설명하기보단 그냥 직접 능력을 보여주었다. 배낭에서 금속 파편 몇 개를 꺼낸 뒤, 염동력으로 허공에 띄워 미궁벽면에 대고 일제히 쏘아 보냈다.


텅텅텅텅!


허공에서 충분히 가속력을 받은 쇳조각들이 미궁벽에 거세게 부딪쳤지만, 정작 일행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야, 저 정도의 위력으론 에너지 쉴드는커녕 외피를 부수는 데에도 한 세월이 걸릴 게 뻔했으니까.


애초에 이준의 전투법 자체도 강력한 출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아니었다. 이준의 주력 전투방식은 생체를 대상으로 내구성이 약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손시켜 과출혈을 일으키는 것이었지, 지금처럼 무생물을 상대로는 전투를 벌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흠. 어쨌든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단 거잖아요? 게다가 발동 방식을 보면 대상과의 거리가 멀수록 더욱 가속력을 얻을 수 있는 듯한데. 때마침 보스룸 내부가 좁진 않으니 상성상 나쁘진 않다고 보여요.”


그나마 나타샤가 열심히 이준을 두둔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노력했다.


일행들도 어쨌건 지금 상황에선 이 인원이 최선이란 것을 납득했기에 더 이상 지지부진하게 불만을 표출하진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들은 연습삼아 보스에 도전해보기로 했고, 그렇게 8인 공격대를 이루어 보스룸에 입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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