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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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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최근연재일 :
2024.04.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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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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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DUMMY

빌리지 중심부의 게이트 광장은 늘 인파로 북적거린다. 미궁에 도전하려는 모험가들, 동료가 탐사를 마치길 기다리는 사람들, 돈 될 만한 건수를 노리는 장사꾼들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광장에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한다.


그런 와중에도 게이트는 수시로 푸른빛을 번뜩이며 사람들을 미궁으로 보내거나, 혹은 현실로 복귀시킨다.


이러한 풍경은 빌리지에선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었기에, 이제와선 새삼스레 허공에서 푸른빛과 함께 사람이 휙 나타나거나 사라져도 딱히 아무도 놀라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별안간 거대한 트롤의 시체가 포탈에서 툭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순간엔 자연스레 시선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한 순간의 주목일 뿐.


트롤의 시체를 뒤이어 곧 호리호리한 소년—이준이 튀어나온 순간,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저마다 하던 일로 신경을 돌린 뒤였다.


그럼에도 모두가 관심을 접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준의 모습을 보고서 눈빛을 빛내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꽤 많았다.


“트롤 시체를 파신다면 저희 군터 상회가 최고가로 쳐드리겠습니다! 그 외에도 만일 탐사 중 획득하신 물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보여주십쇼!”


“저희 요하네스 상단은 미들시티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연금술 관련 물품들을 중심적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타사 대비 13%이상의 매입가를 자랑하며···.”


“귀금속! 귀금속류는 무조건 저희 골든리치 상회로—!”


그것은 다름 아닌 상인들이었다.


미궁도시 게헨나의 경제는 모험가들이 탐사를 통해 얻은 물품들에 그 기반을 두고 있으며, 때문에 상인들의 최대고객 역시 당연히도 모험가였다.


특히 막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모험가들은 보통 많이 지친 상태기도 하고, 몬스터 시체처럼 운반 및 보관하기가 까다로운 부산물들도 있었기에, 일반적으론 산지직송마냥 현장에서 바로 상인들에게 팔아넘기는 경우가 흔했다.


물론 당장 상인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판다면 더 비싼 값에 처분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일에 시간과 체력, 노력을 소비할 바에야 그냥 후딱 팔아치우고 여유롭게 푹 쉬다가 다시 미궁에 들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게다가 지금 보는 것처럼 상단들 사이에도 나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후려침을 당하는 일도 드물었다.


이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라 별 고민 없이 몰려든 상인 중 한 명에게 트롤 시체와 마석 따위의 부산물을 한 번에 다 넘겼다.


그렇게 거래를 마치자마자 몰려들었던 상인들은 흡사 썰물 빠지듯 떠나갔고, 그제야 이준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만큼이면 뭐, 당장 생활비 문제는 한시름 놓았군.’


트롤은 굉장히 위험한 몬스터다.


하지만 일단 죽이고 나면 그 시체는 돈덩어리나 다름없었다.


트롤의 피는 힐링포션의 원료로 사용되며, 질긴 힘줄은 중견급 궁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활시위 재료 중 하나였고, 놈의 두개골이나 이빨은 주술사들이 저주토템을 제작하는 데 쓰였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웬만한 저층계 모험가들은 탐사 중에 트롤 한 마리만 잡아도 대박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꾸준히 잡몹들을 잡으며 얻은 마석까지 팔았기에 이준의 수중엔 난민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준의 거금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준은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지금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탐사로 벌어들인 돈 같은 게 아니었으니까.


‘레벨이 올랐어. 염동력의 출력이 훨씬 강해졌다는 게 느껴져. 어쩌면 큐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도 몰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준은 지금 당장이라도 큐브를 풀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었기에 참고 있을 뿐이었다.


‘얼른 여관방이라도 잡자.’


물론 닉스나 벙어리 소녀가 어쩌고 있는지도 조금은 궁금하긴 했지만, 그야 어차피 여기서 머무르다 보면 나중에라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 크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이준은 곧장 광장 근처에 자리한 여관에 들어가 방을 잡았다.


그런 뒤 곧장 큐브를 꺼내 퍼즐을 풀기 시작했다.


4레벨이 되면서 염동력의 출력이 또 한 차례 크게 상승한 덕분인지, 튜토리얼 단계의 퍼즐들은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준은 순식간에 7단계 블록까지 밀어냈고, 자신에게 이 다음 단계를 진행할 만큼의 여력이 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준은 곧장 큐브를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대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큐브는 여전히 검은빛 광휘를 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검은색 광휘는 사라지고 다시 예전처럼 금빛 광채를 뿌리게 될 터였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자신은 이제 앞으로 두 번 다신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재입장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이준은 못내 지금 당장 퍼즐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7스테이지의 트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잡아볼까?’


처음 도전했을 땐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불만까지 품었던 7스테이지였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7스테이지만큼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없었다.


최초로 클리어했을 땐 이준의 레벨을 3레벨로 올려주었고.


이후 아무런 보상 없이 반복 훈련만 가능한 상황에서조차 트롤을 상대하는 여러 전략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만약 7스테이지의 반복 플레이 경험이 없었다면, 이준은 이번 미궁 탐사에서 트롤을 사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4레벨이 되었지만, 정작 이준은 자신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구체적으론 아직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막연히 염동력이 강해졌다는 확신만 있을 뿐 구체적인 출력의 상승은 직접 테스트를 해보기 전까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7스테이지에 도전하여 트롤을 상대해본다면, 자신이 3레벨 때보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깨보고 끝내도록 하자.’


생각을 정리한 이준은 그대로 7스테이지에 입장을 했다.


<큐브 0층 : 튜토리얼 Stage7>


시야가 밝아지면 드러나는 풍경은, 이제는 이준에겐 익숙함을 넘어 정겨울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처음 도전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곳에 입장하려면 자신이 가진 정신력의 거의 대부분을 쏟아 부었어야했지만.


이제와선 딱히 정신력이 소비되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게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준은 곧장 탐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신력을 채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지금 이준은 트롤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첫 도전 때 정신력을 회복한답시고 2시간 정도 쉬었다가 출발했더니 트롤도 거의 풀피가 되어 있었지.’


그렇다면 넉넉하게 4시간 정도 휴식하고서 출발한다면 아마 확실하게 다 회복을 해놓지 않을까 싶었다.


이준은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다가 충분히 시간이 지났다 싶을 즈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눈감고도 해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함정과 기믹들을 풀어나갔다.


아니, 푼다기보단 차라리 격파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달칵! 피잉!


이준이 내딛은 발이 함정발판을 밟는 순간, 벽면에서 기관장치가 모습을 드러내며 화살을 쏘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발사된 화살은 이준의 몸에 채 닿지 못한 채 공중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이유? 간단하다. 이준이 염동력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서 멈춰 세운 것이었다.


그렇게 멈춰 세운 화살들을 몇 개 챙긴 채로 이준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통로를 가득 매운 화염벽이 이준 앞에 등장했고, 이준은 챙겨온 화살들을 염동력으로 일제히 띄운 뒤, 통로 중앙 화염 속의 스위치가 아닌, 화염을 내뿜고 있는 기관장치들을 향해 쏘아냈다.


파바박! 팍!


염동력으로 가속된 날카로운 화살들이 기관장치들에 일제히 꽂히자, 기관장치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폭발했다. 고장난 기관장치는 더 이상 화염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렇게 이준은 불길이 잦아든 통로를 태연히 걸어서 건넜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점액질 구덩이를 앞에 두고서, 이준은 가볍게 허공으로 부유했다.


우웅!


딱히 도움닫기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순수한 염동력만으로도 이준 자신의 체중 정도는 이제 아주 손쉽게 운반이 가능했다.


그렇게 건너편에 도착한 이준은 다시 지면에 착지하여 여유로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넓은 공터.


공터의 중앙엔 피칠갑을 한, 그러나 이미 상처들은 다 아물어 완전한 상태로 회복한 트롤이 서있었다.


“크워어어!”


그 어떤 때보다도 컨디션이 좋은 트롤이 이내 괴성을 내지르며 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준은 그 트롤을 향해 그저 오른손을 가볍게 내뻗었을 뿐이다.


‘리프팅.’


내뻗은 손이 가볍게 위를 향하자, 이쪽을 향해 돌진해오던, 200kg이 넘는 육중한 트롤의 몸뚱이가 그대로 허공으로 붕 떠오른다.


‘바이스.’


그러고도 여력이 넉넉히 남아있었기에 이준은 공중에 떠오른 트롤을 대상으로 바이스를 시전했다.


“크워어어어!”


생살이 찢어지고 뜯겨지는 고통에 트롤이 울부짖었지만, 이준이 듣기엔 그저 기분 좋은 비명소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기껏 아물었던 상처들을 도로 헤집고 뜯어내어 다시 트롤을 피투성으로 만든 뒤.


‘음.’


이준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미궁에서 트롤을 사냥한 방식은 나름대로 효율적인 전투법이긴 했지만,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준 자신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염동력의 출력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던 조잡한 전략.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출력이 확보된 상황에선, 굳이 그 방법을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을 터.


‘내가 원하는 건 어쩌면 그저 순수한 염동력 그 자체의 위력일지도.’


날카로운 쇳조각을 던지고, 가속시키고, 못처럼 때려 박아서 쑤셔 넣고.


그런 방식도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저 순수한 염동력만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를.


작고 소소하기보단, 크고 강대하기를.


그것을 이준은 원했고, 어쩌면 이제 조금쯤은 그런 시도가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하여, 이준은 바이스로 난도질하기를 멈췄다.


대신, 그는 이제 남은 출력을 이용해 허공에 떠오른 트롤을 한쪽 방향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kg 넘는 거구의 트롤이 허공에 둥실둥실 떠오른 채, 서서히 팽이처럼 한쪽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그렇게 가속에 가속을 거쳐, 점차로 RPM을 높여간 끝에.


촤좌작···.


어느 순간부턴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한 트롤의 혈액이 상처부위에서 흘러나와 사방팔방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묘사하자면 흡사 세탁기의 탈수과정과도 닮아있었다. 다만 세탁물이 아닌 살아있는 트롤이 쥐어 짜이는 중이었고, 그렇게 탈수되는 것도 세제 섞인 물이 아니라 재생력이 담긴 혈액이란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동작은 이준에게도 심각한 부하를 가하고 있었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출력을, 자신이 유지할 수 있는 최장시간 내내 투사하여, 회전속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소진된 정신력이 어지러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즐겁다···!’


이준은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거면 충분한 일이었다.


[스테이지 클리어]


그렇게 트롤이 탈수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고.


현실로 돌아온 이준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절한 이준의 입가엔 희미하게나마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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