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최근연재일 :
2024.04.10 13:4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7,425
추천수 :
1,311
글자수 :
162,665

작성
24.03.30 10:01
조회
1,523
추천
52
글자
12쪽

14화

DUMMY

큐브가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면서 황금빛 광채도 되돌아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준은 다시 스테이지에 도전하여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다만.


짐작했던 대로, 더 이상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재입장은 불가능한 듯 했다.


그야 새롭게 바뀐 큐브 내부 구조 그 어디에도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입장시켜주는 블록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대신, 이준은 이번에도 역시나 움직일 수 있는 블록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고, 그걸 밀어낸 끝에 새로운 스테이지에 입장할 수 있었다.


<큐브 1층 : 싱글 Stage1>


입장한 직후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특별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미궁 내부를 닮은 암회색 석재로 된 공간.


다만 여느 때처럼 스타팅 지점이 좁은 방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널찍한, 차라리 공터에 가까운 지형이란 것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덕분에 천장의 높이가 평소보다 훨씬 낮아보였는데, 실제로 높이가 낮다기보다는 넓은 면적 대비 낮은 천장이 묘하게 갑갑한 인상을 주면서 생기는 착시현상과 비슷했다.


어쨌거나 일단 저 멀리쯤에 출구가 있는 게 하나 보였기에 이준은 그쪽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드드드드···!


하지만 막 발을 한 걸음 뗀 순간, 갑자기 주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덜덜 떨리더니, 이내 천장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한 것이다.


천장이 무너져서 내려앉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천장의 상태 자체는 지나칠 정도로 견고해보여서, 트롤이 힘껏 때려도 금 한줄 안 갈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즉, 상황은 명확했다.


천장은 무너지려는 게 아니라 짓누르려는 거였다. 무엇을?


‘나를.’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내려앉는 천장에 깔려서 그대로 쥐포처럼 납작해져 죽게 될 것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순간, 이준은 아까 보았던 출구를 향해 잽싸게 달려갔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출구에 도착했을 때 이준을 기다린 건 굳게 닫혀있는 철문이었다. 염동력으로 밀어보거나 당겨보아도 꿈적도 하지 않았기에 이준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바로 근처에 커다란 레버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준은 얼른 레버로 달려가 양손으로 레버를 잡아 밀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 염동력까지 최대출력으로 발휘해서 레버를 앞쪽으로 밀어냈다. 레버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염동력까지 활용하자 그럭저럭 밀 수준은 되었다.


그그극···.


그렇게 레버를 있는 힘껏 밀고 있으려니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듣기 거북한 쇳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리는 것이 보였다.


‘천장에 깔려 죽기 전에 레버를 밀어 문을 열고 도망치는 기믹이군.’


하지만 이준은 이내 뭔가 이상하단 것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게, 레버는 벌써 거의 다 밀었지만 정작 철문이 열린 건 고작해야 3할 남짓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철문은, 마치 중간에서 무언가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힘겹게 끼긱대고 있을 뿐, 결코 그 이상으로 열리진 않았다.


‘뭐지? 왜 이러지?’


이준은 내심 당황하여 다급히 주변을 재차 살펴보았다. 여전히 시시각각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앉고 있는 천장. 하지만 이준이 살펴보기엔 이 주변엔 지금 자신이 밀고 있는 레버 말곤 다른 특별한 사물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준은 이내 저 멀리, 자신이 서있는 위치 반대편 쪽에, 이곳과 똑같은 구조의 장소가 한 곳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닫혀있는 철문과 그 옆에 인접한 레버가 하나 더 있었다는 얘기다.


‘설마, 저 레버까지 밀어야 문이 완전히 열린다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레버 하나만 미는 것도 이렇게 빠듯한데, 하물며 저 멀리 있는 레버까지 밀어야 한다니. 아무리 4레벨이 된 상태라고 해도, 그 정도의 출력을 저 정도의 원거리까지 투사하는 건 이준에겐 아직 무리였다.


결국, 천장은 어느새 이준의 머리 바로 위까지 다가왔고, 이준은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쿠구구궁···, 으직··· 으지지직···.


‘진짜 엄청 아프네. 갑갑하기도 하고.’


천장에 깔려서 죽는 경험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독히 고통스럽고 또 숨이 막혔다.


그렇게 입장한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클리어에 실패하고 현실로 돌아온 이준.


야속하게도 큐브가 흘리는 광채는 이미 은빛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 입장 가능한 횟수가 허무하게 1회 차감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허탈한 심정으로 그렇게 큐브를 바라보고 있던 이준의 눈에 이내 무언가가 보였다.


‘이건···, 스위치?’


방금 전 스테이지에 입장하기 위해 밀었던 1단계 블록 바로 옆에, 아까까진 없었던 둥글넓적한 버튼 형태의 스위치가 생겨나있었던 것이다.


이준은 시험 삼아 스위치를 눌러보았지만, 스위치는 가볍게 뽈칵! 눌렸을 뿐 그 외에 별 다른 일은 없었다. 딱히 누르는 데 고출력을 요하지도 않았고, 차라리 튜토리얼 단계의 블록보다도 훨씬 가벼운 느낌마저 들었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스위치를 눌러봐도 재차 뽈칵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스위치 단독으로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준은 이번엔 1단계 블록을 민 상태에서 스위치를 눌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1단계 블록을 끝까지 밀어서 스테이지에 입장이 가능해진 상태에 도달했을 때.


뽈칵!


하고 스위치를 눌렀더니 무언가 기묘한 감각이 이준을 찾아왔다.


그것은 흡사 이준 자신의 정신이 어떤 파동 내지는 전파의 중심이 된 듯한 감각이었다.


자신을 주변으로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주변을 탐색하는 느낌.


그럼에도 묘하게 익숙한 느낌 또한 들었다.


뭐랄까···. 온라인 게임에서 큐를 잡는 느낌? 자신이 보낸 신호에 상대가 답신하길 기다리는 듯한 기분?


그런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득, 이준은 자신의 정신이 저 머나먼 시공, 차원벽 너머 어딘가와 일시적으로 결속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시야가 암전했다가 다시 밝아졌다.


<큐브 1층 : 라이벌 Stage1>


눈앞에 문자열이 떠오른다. 그러나 앞서 와는 약간 내용이 달랐다.


‘라이벌 스테이지···. 분명 아까 전엔 싱글이었지.’


그리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필 때 이준의 눈에 기괴한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희뿌옇게 일그러진.


그럼에도 전체적인 형태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회색빛 그림자가, 이준 자신의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그림자 또한 이준을 발견하곤 흠칫 놀란 듯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야, 그렇게 두 사람이 스테이지에 입장한 순간, 천장이 또 다시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내려앉기 시작했으니까.


그 순간 이준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곧장 저쪽에 보이는 레버를 향해 달려갔고, 그림자 역시 그런 이준을 보고는 반대편으로 허둥지둥 뛰었다.


“흡!”


이준은 레버에 도착하자마자 온 힘을 다해 레버를 밀었다.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으나, 또 30%지점 언저리에서 뭔가에 걸린 것처럼 끼릭대며 멈췄다.


하지만.


끼릭, 끼리리릭, 팅!


철컥!


어느 순간 갑자기 레버가 앞쪽으로 확 밀림과 동시에 열릴듯 말듯 부들대던 철문도 활짝 열리면서 바닥으로 내려오던 천장까지 그 움직임을 멈췄다.


“···휴.”


어쨌거나 또 천장에 깔려 죽는 결과는 피했기에 이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며 반대편 출구 쪽을 보았더니, 예의 회색빛 그림자도 이준과 마찬가지로 이쪽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저 녀석이 반대편 레버를 밀어준 덕분에 기믹을 풀 수 있었던 건가?’


일단 정황상 그래보였다. 회색 그림자 역시 이준처럼 레버를 붙잡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문제는 저 그림자의 정체가 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혼자서 레버를 민 것을 보면 힘이 엄청 강하거나, 아니면 자신처럼 염동력을 쓸 수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 공간은 큐브 공간이었으니까···.


‘이제야 알겠어. 라이벌이란 게 그런 의미였구나.’


앞서 버튼식 스위치를 눌렀을 때 느껴졌던 큐를 돌리는 듯한 감각.


그리고 스테이지에 입장하기 직전 느꼈던, 차원을 넘어 결속된 듯한 기분.


거기에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염동력을 갖춘 상대가 등장한 상황.


비록 상대의 모습 자체는 노이즈가 껴서 정확히 알아볼 순 없었지만, 그 또한 이준과 마찬가지로 큐브를 갖고 있는 염동력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아니 거의 확실할 터였다. 다만 그가 어느 세계, 어느 차원의 존재인지 알 수 없을 뿐.


‘아무튼 이번 스테이지는 처음부터 2인 플레이를 전제로 구성됐던 거야. 다만 이러한 규칙을 플레이어에게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처음 한 판은 싱글 스테이지로 진행시켜 불합리함을 느끼도록 만들었던 거고.’


이렇게 정리해보니 나름 납득은 되는 느낌이다. 어쨌건 이준은 회색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


회색 그림자는 무언가 이준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아무래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외형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내게만 안 들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림자 역시 이내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더 이상 이준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고 들진 않았고, 대신 바디랭귀지를 사용해 대화를 시도했다.


오른손으로 이준을 가리키고.


왼손으론 자신을 가리킨 뒤.


혼자 양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흔들어 보인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의미도 명확하게 전달되는 수신호였다.


‘파티를 맺자고?’


이준은 잠시 고민했다. 그림자도 그런 이준에게 딱히 더 재촉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이준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좀 더 구체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 양손을 들어 머리 위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좋아. 파티를 맺자.’


그러자 그림자도 신이 나서는 이준을 따라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러다가 그것만으론 부족했는지 뭔가 혼자 낑낑대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머리 위로 노란색 스마일 마크를 띄워냈다.


[^_^]


“이모티콘?”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상대방이 이모티콘을 쓰는 걸 본 순간, 이준도 직감적으로 그 사용법을 깨닫게 되었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머릿속으로 표현하고픈 감정을 떠올리면, 표현 가능한 이모티콘의 목록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대화나 복잡한 수신호처럼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시스템적으로 막혀있지만, 간단한 바디랭귀지나 이모티콘 정도는 허용이 되는 건가.’


[-_-]


이준도 이모티콘으로 상대에게 대답해주었고, 그러자 상대는 눈에 띄게 즐거워했다.


아무튼 그렇게 파티를 짜게 된 두 사람은, 이준이 있는 쪽의 출구를 이용해 천장함정구역을 벗어났다.


그렇게 회색 그림자와 함께 다니면서 이준은 상대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염동력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야 그림자는 굳이 자신이 염동력을 쓸 수 있다는 걸 숨기려고 하지조차 않았으니까.


그림자는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큐브 공간에서 난생 처음 타인을 만난 탓인지 꽤나 신나 보였다. 그냥 평범하게 올라가도 될 계단을 장난스럽게 콩콩 뛰면서 오르기도 했고, 중간 중간 바닥에 떨어진 사물들 따위를 염동력으로 들어 올려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 자체는 결코 이준에게 밀리지 않는 듯했는데, 가끔씩 몬스터들이 등장할 때면 이준이 나서기도 전에 그가 먼저 염동력을 써서 몬스터들을 처치했던 것이다.


‘나랑은 전투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출력 자체는 비슷해 보여. 최소한 나와 동급, 어쩌면 더 강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어.’


어쨌거나 이준으로선 좋은 기회였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염동력자가 구사하는 전투동작들을 구경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렇게 이준은 그림자의 전투방식을 유심히 지켜보며, 계속해서 큐브 공간을 탐색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입니다 +4 24.04.11 238 0 -
26 26화 +4 24.04.10 588 30 25쪽
25 25화 +3 24.04.10 642 28 22쪽
24 24화 +1 24.04.09 760 29 13쪽
23 23화 +1 24.04.08 856 33 13쪽
22 22화 +6 24.04.07 927 41 13쪽
21 21화 +1 24.04.06 1,015 43 12쪽
20 20화 +5 24.04.05 1,075 52 12쪽
19 19화 +5 24.04.04 1,129 47 12쪽
18 18화 +1 24.04.03 1,203 50 13쪽
17 17화 +1 24.04.02 1,309 52 12쪽
16 16화 +2 24.04.01 1,327 57 13쪽
15 15화 +5 24.03.31 1,414 54 12쪽
» 14화 +1 24.03.30 1,524 52 12쪽
13 13화 +3 24.03.29 1,531 61 13쪽
12 12화 +2 24.03.28 1,567 59 12쪽
11 11화 +2 24.03.27 1,562 60 13쪽
10 10화 +1 24.03.26 1,572 56 16쪽
9 9화 +1 24.03.25 1,589 60 13쪽
8 8화 +3 24.03.24 1,668 56 13쪽
7 7화 24.03.23 1,695 55 12쪽
6 6화 +2 24.03.22 1,784 57 13쪽
5 5화 +2 24.03.21 1,837 55 12쪽
4 4화 +4 24.03.20 1,980 51 14쪽
3 3화 +1 24.03.19 2,116 56 15쪽
2 2화 +1 24.03.17 2,160 59 13쪽
1 1화 24.03.17 2,588 5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