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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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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최근연재일 :
2024.04.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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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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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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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미궁이란 공간은, 사실 물리적 실체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차원전이를 통해서 진입하는 이계에 더 가까운 공간이었다.


미궁에 출입하는 방식도 물리적인 문을 통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게이트라 불리는 푸른색 포탈을 통해서 진입하는 식이었으며 내부에 존재하는 출구 역시 동일한 방식이었다.


하여 일반적으로 미궁 게이트 그 자체는 딱히 볼거리가 안 된다. 그냥 텅 빈 광장 중심에 푸르스름한 포탈 하나만 일렁거리고 있을 뿐이니까.


다만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기에 대부분의 경우, 게이트 인근은 도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되고는 했다.


이준이 도착한 빌리지 역시 도시 중심부에 게이트가 위치해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물론 번화가라고 해봐야 어디까지나 난민 캠프에 비했을 때 번화한 것이지 현대 지구의 도심지 수준의 번화함은 결코 아니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끽해야 난민캠프에 있는 시장구역을 좀 더 크게 확장시킨 느낌? 여관과 식당, 상점들이 좀 더 많고 거기에 더해 병원이나 모험가 길드 등등, 기능시설들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활기 자체는 난민 캠프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야,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모험가였고, 스스로 먹고 살 능력 정도는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어쨌든.


이준은 게이트 번화가에 도착하자마자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는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심에 파랗게 빛나는 차원포탈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길 넘어서면 미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미궁 내의 랜덤한 위치에서 탐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제 와서 머뭇거릴 이유 따윈 없었다.


이준은 마지막으로 챙겨온 물품들을 확인한 뒤, 성큼성큼 걸어서 포탈로 향했다.


<미궁 1층 게이트>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익숙한 감각이 이준을 찾아온다. 한 차례 시야가 암전했다가 다시 밝아지며, 검회색 석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시야에 잡혔다.


뒤편은 벽으로 막혀있고, 앞으로 뻗은 통로 말고는 다른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큐브 공간과 완전히 똑같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나 구조가 매우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다.


어쨌거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이준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간 걷다 보니 이내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 미궁이라고 이름 붙은 공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큐브 공간 내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다. 그야 튜토리얼 스테이지는 1에서 7단계까지 모두 단일경로로만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이준은 잠시 고민한 끝에 좌측일변도로 탐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왼쪽 통로로 이동했다.


통로는 조용했고 들리는 것이라곤 자신의 발걸음 소리뿐이다. 이준은 배낭에서 미리 꺼내둔, 주먹보다 조금 작은 금속덩어리를 만지작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미궁 탐사의 기본적인 전략은 우선 출구 포탈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그야 미리 출구 포탈의 위치를 확보해놓지 않으면 정작 체류시간이 다 끝나고서도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반면 출구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면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탐색하다가 체류시간을 충족한 순간 곧장 탈출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이었다.


사실 미궁에 도전하는 논플레이어들의 사망률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러한 출입구조 탓이 컸다. 그야 들어온 입구로 다시 나갈 수 있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숨죽이고 숨어 있다가 일주일 뒤에 쏙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입구와 출구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몬스터와 마주칠 각오를 하고 미궁 내부를 탐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준도 일단은 출구를 찾는 것을 목표로 두고서 탐사를 진행했다. 이미 3레벨을 찍었다곤 해도, 이번이 첫 탐색인 만큼 안전하게 정석적인 방법으로 탐사를 진행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까.


복도 저편에서 무언가가 이준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1미터가 채 안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키에 피부는 진녹색이다. 더러운 넝마조각을 대충 둘러 입은 채, 손에는 조잡한 나무창을 들고 있다.


“케륵케륵!”


딱 봐도 나 고블린이요 라고 말하고 있는 괴물 한 마리가 저만치서 이준을 향해 창을 겨눈 채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래서 이준은 먼저 선공을 취하기로 했다. 손에 쥐고 있던 호두만한 크기의 금속파편 하나를 있는 힘껏 던진 뒤, 염동력을 발휘해 추가로 가속시켰다.


그러자.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이준이 던진 금속파편이 고블린의 뱃속에 그대로 파묻혔다.


“꿱!”


‘음. 빗맞혔다.’


딴에는 머리를 노리고 던진 것이었는데, 가속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머리가 아닌 배에 박혀버렸다.


그래도 어쨌든 위력만큼은 확실했기에 그 한 방으로 고블린은 즉사해버렸고 그렇게 전투도 끝이 났다.


이준은 고블린의 시체에 다가가선 배에 틀어박힌 금속파편을 도로 뽑아냈다.


파편에 묻은 내장조각과 핏물은 대충 고블린이 입고 있던 넝마에다 슥슥 닦아냈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투척가속의 살상력은 충분히 확인된 셈이다. 근력과 염동력을 모두 활용하여 최대출력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준 본인의 부족한 숙련도.


리프팅이나 스팅, 바이스 같은 다른 전투동작들과 달리, 투척가속의 경우엔 그리 많이 연습을 하지 못했었다. 그야, 큐브 공간에 진입할 땐 현실의 물건을 챙겨갈 수가 없었으니까. 기껏해야 현실에서 깡통을 대상으로 맞추는 연습만 몇 번 해봤을 뿐이다.


‘역시 움직이는 목표를 상대로는 적중률이 아직 많이 낮아.’


근데 어차피 시간을 두고 차차 훈련하면 점점 나아질 부분이기도 하고, 뭣하면 그냥 목표물을 염동력으로 띄워서 허공에 고정시켜놓으면 될 일이다. 이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쨌건 이준은 계속해서 탐색을 진행했고, 그러면서 고블린이나 블랙독 따위의 저층 몬스터들을 마주할 때마다 손쉽게 사냥에 성공했다. 가끔은 몬스터들이 한 번에 두세 마리씩 등장할 때도 있었지만 일단 투척가속으로 두 마리를 보내버리기만 하면 남은 한 마리 쯤이야 별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사실 애초에 염동력의 출력이 100kg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고블린이나 블랙독 같이 가벼운 소형 몬스터들은 이준의 상대가 되기가 힘들었다.


그야 염동력에 붙잡혀 허공으로 뜨는 순간 사실상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게 되어버리니까.


바닥에 발이라도 닿아야 달려들든 도망을 치든 뭐라도 할 수 있는 거지, 허공에 붕 뜬 채로는 그저 허우적대다가 이준이 날린 쇳덩어리에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리프팅과 투척가속을 이용해서 사냥을 하다가, 가끔은 연습 삼아 스팅이나 바이스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다만 바이스의 경우엔 몇 번 쓰다가 포기했다.


딱히 바이스의 위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었고, 단지 바이스로 뱃가죽을 찢어 내장을 끄집어내다보면 몬스터가 격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라 비명을 내질러댔기 때문이었다.


귀가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혹여나 이 소리를 듣고 주변의 다른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염동력의 출력에 한계가 있는 이상,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전부 제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사냥과 탐색을 반복하면서 미궁을 탐사하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큐브에서 검은색 광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정이 되어 날짜가 바뀐 것이다.


이준이 미궁에 들어왔을 때가 늦은 오후 무렵이었으므로, 못해도 네다섯 시간 정도는 흘렀다는 의미였다.


때마침 정신력도 제법 많이 소모한데다 피곤함도 제법 느껴졌기에, 이준은 슬슬 잠을 잘 채비를 하기로 했다.


잠 잘 장소는 여기까지 오는 중에 봐둔 곳이 하나 있었다.


천장과 벽면 사이에 금이 가서, 적당히 사람 한 명 겨우 기어들어갈 만한 틈새가 벌어진 곳이 있었던 것이다.


틈새가 있는 곳의 높이가 3미터쯤 되었지만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준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도리어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이 닿지 못하는 높이인지라 차라리 더 안전하고 좋았다.


이준은 먼저 염동력으로 배낭을 밀어 넣은 뒤, 자신의 몸까지 띄워서 틈바구니로 기어들어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상보다 공간이 좀 더 협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통로 맨바닥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아늑하고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몸을 어거지로 틈바구니에 밀어 넣고서, 육포를 조금 질겅여 허기를 조금 달랜 후 이준은 조용히 잠을 청했다.


그리하여 미궁 탐사 첫날은 무탈하게 마무리를 맺었다.


***


이준이 미궁에 들어선 지도 4일째가 되었다. 그 동안 이준은 첫날 발견해서 요긴하게 써먹었던 잠자리를 중심으로 활동범위를 천천히 넓혀가고 있었다.


이미 3레벨을 찍은 덕분인지, 사실상 미궁 저층의 몬스터들은 이준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필드보스로 트롤이라도 리젠이 된다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별다른 일 없이 멀쩡하게 탐사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몬스터들을 잡아도 레벨이 오를 기미가 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석은 그래도 가끔씩이나마 드랍이 되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지만 경험치는 그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혀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불안했다.


이게 단순히 몬스터와의 레벨차이로 인해 경험치 페널티를 받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레벨업이 느린 것인지 이준으로선 알 수가 없는 노릇.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딱히 알게 된다고 해도 달리 어쩔 방법도 없는 문제인지라, 이준은 결국 그냥 얌전히 사냥이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소 밋밋한 탐사생활을 보내던 중, 이준은 오늘에야 마침내 출구 포탈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출구 포탈을 발견한 것이 이준이 최초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포탈 앞엔 이미 3명의 선객이 있었고, 이준은 명백히 그들보다 늦게 도착한 상황이었다.


“······.”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이준은 이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두려움과 긴장, 그리고 불안감.


그럼에도 살며시 드러나 보이는 일말의 기대감과 희망.


이런 눈빛을 보일만한 이들이라면 그 정체야 뻔했다.


포탈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던 3명은, 다름 아닌 난민들이었다.


젊은 청년이 한 명. 그리고 그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한 명.


마지막으로 이준보다 더 어려보이는 소녀가 하나 더.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파티 구성은 아니다. 그야 척 보기에도 청년을 제외한 다른 두 명은 미궁을 탐사할만한 능력이 없어 보였으니까.


심지어 젊은 청년은 나름대로 날 빠진 손도끼라도 무장하고 있었지만, 여자 두 명 측은 아무런 무장도 없이 맨손이기까지 했다.


어쨌든.


청년의 시선이 이준을 빠르게 훑었다. 지난 며칠간 이준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몬스터들을 사냥하기만을 반복했고, 덕분에 이준이 입고 있는 옷에도 몬스터들의 피가 말라붙어 더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준의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단독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능력이 있다는 의미였기에.


“···저기, 모험가분이시죠?”


그랬기에 청년의 목소리엔 공손함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미궁이라는 격리된 공간.


이런 공간에서 모험가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므로.


그러나 그런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청년으로선 꼭 물어봐야할 질문이 하나 있었다.


여러 의미가 담겼고,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그렇기에 지금 청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질문.


“···실례지만 잔여체류시간이 얼마나 남으셨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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