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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최근연재일 :
2024.04.10 13: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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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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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사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만 보자면, 도게자는 미궁탐사 파티원으로는 그리 썩 적합한 타입은 아니었다.


그야 처음 만났던 날부터 곧장 이준의 뒤통수를 쳤고.


그에 이준이 자살플로 보복했더니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성질을 부려댔으며.


그러다가 정 답이 없다 싶으니 냅다 태도를 바꿔 비굴하게 도게자까지 했던 것이다.


요컨대, 도게자는 신뢰하기 힘든 타입이었다. 물론 유쾌한 성격이나 전투력이 우수하다는 등의 장점도 있긴 하지만, 목숨을 건 미궁탐사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이 단 하나의 문제점이 모든 장점을 씹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도게자란 인물 그 자체의 결함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이를테면 도게자는, 지금껏 큐브를 흡사 ‘온라인 게임처럼 플레이’ 해왔던 것이다.


이것은 흡사 어떤 사람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PK 위주로 게임을 즐겼다고 해서 그 사람이 현실에서까지 싸이코패스 살인광은 아닌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남들보다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 내에서의 일이고, 플레이어 본인도 자신의 PK가 실제 사람에게 상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부분을 알기에 마음 놓고 저지르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플레이 스타일’이지 ‘인격적 결함’이라고 할 순 없는 부분이었다.


도게자의 경우도 유사한 케이스였다. 그는 ‘라이벌 스테이지’에서 이준과 경쟁관계에 놓였고, 지난 번 다른 ‘라이벌’에게 자신이 당했던 전술을 그대로 역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다. 규칙을 어겼거나 인륜을 벗어난 행동을 한 건 결코 아니었다.


즉, 따져본다면 도게자의 모든 행동은 게이머로 치환할 경우 분명히 상식적인 수준이었다.


다만 그러한 게이머적인 가벼운 행태가 미궁탐사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준에게 있어선 도게자야말로 최고의 파트너였다.


왜냐면, 이준에겐 ‘게이머’인 도게자를 게이머의 특징은 그대로 남겨둔 채, 든든한 ‘동료’로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친구 소환’ 버튼만 한 번 딸깍 눌러주면, 도게자는 그 즉시 경험치의 개가 되어 이준에게 꼬리를 파닥파닥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큐브 공간을 탐사하는 방식 자체는 온라인 게임과 유사했지만, 그를 통해 주어지는 보상은 게임 수준을 벗어나있었고, 나아가 이준에겐 그런 큐브 공간보다도 더 큰 보상을 제공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준은 오만하게 턱을 치켜드는 대신, 자신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도게자의 손을 잡아 손수 천천히 일으켜주었다.


왜냐면, 어쨌거나 칼자루를 쥔 것은 이준 자신이지만, 그럼에도 자신 또한 도게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말하자면 상호의존성.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지배와 숭배가 아닌 상호 협력하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다.


그래서 이준은 도게자에게 숭배 받는 대신, 그를 일으키고 당당히 악수를 청하여 동등한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ㅇ_ㅇ···!]


그리고 도게자 또한 이런 이준의 의도를 이해했다.


‘이것은 파트너십.’


‘거기에 약간의 비즈니스적인 숭배를 곁들인.’


‘숭배는, 아마도 하루 1회면 충분할 것.’


도게자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이준이 내민 손을 힘차게 맞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지만, 이제와선 두 사람에게 있어 아무런 문제조차 되지 못했다.


***


당연한 일이지만 도게자를 탐사에 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검증이 필요했고, 그건 한 번의 소환만으로 다 처리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준은 친구 기능이 생긴 이후 5일간, 꾸준히 도게자를 미궁에 보내며 여러 테스트를 거쳤다.


우선 이준은 가장 먼저 도게자를 소환하는 조건부터 확인했다.


조건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냥 이준과 도게자가 같은 큐브 스테이지에 입장하고 클리어하면, 당일치 소환 횟수가 활성화되었다.


다만 이렇게 발생한 소환 횟수는 다음날로 이월되지 않고 자정이 되는 즉시 소멸했기에 손해를 안 보려면 매일 꼬박꼬박 도게자를 소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환 해제 조건도 테스트해보았다.


우선, 당연한 얘기지만 소환시간이 다 소진되거나 혹은 도게자가 사망할 경우엔 그 즉시 소환이 종료되었다.


또, 도게자 스스로도 임의적인 소환해제가 가능했는데, 이 경우에도 잔여시간이 얼마가 남았든 재소환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궁 재입장의 경우엔 다소 좀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왔는데, 도게자는 매번 소환될 때마다 쿨타임 없이 미궁에 즉시 재입장이 가능했다.


다만 지속시간의 문제로 탈출포탈을 이용한 테스트는 진행이 불가했다. 고작 4시간의 소환지속시간으론 미궁의 최소체류시간인 일주일을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테스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미궁 내에서도 도게자 소환이 되는지 테스트를 하는 것.’


해당 테스트를 위해선 이준 자신이 직접 미궁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곧 12시가 되기 직전.


자정이 넘는 순간 이준은 곧장 미궁에 들어가서 큐브를 클리어하고 당일치 소환권을 얻어 도게자를 소환할 생각이었다.


이미 미궁탐사를 위한 준비는 다 마쳐둔 상황.


배낭만 짊어지고 게이트 포탈로 들어가면 끝이다.


이준은 게이트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도 훨씬 많이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이렇게 12시 정각처럼 특정한 시간대에 동시에 여러 파티가 입장하게 되면, 해당 파티들은 모두 동일한 체류시간을 갖게 되므로 이론상 탈출 포탈을 하나만 발견해도 그 모든 파티가 모두가 동시에 빠져나올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이준이 관심이 있는 건 그런 여느 평범한 파티들이 아니었다. 타 거주지에서 넘어온 클랜 소속의 고레벨 플레이어들. 이준의 시선은 그런 이들을 찾고 있었다.


‘역시. 아직도 여기저기 있군.’


착용한 장비만 봐도 확실히 수준이 다른 인원들이 소수나마 광장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이준의 눈에 보였다.


저들이 아직 빌리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건 아직 2층의 보스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


‘운만 좋다면 내가 먼저 발견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그렇다고 혼자 2층 보스에 도전할 생각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준으로서도 목숨은 아까운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잠시 배낭을 맨 채로 서성거리다가 광장 시계가 12시를 가리킨 순간 이준은 곧장 포탈에 진입했다.


<미궁 1층 게이트>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미궁에 진입하자마자 이준은 우선 큐브를 꺼내 라이벌 스테이지에 접속했다.


꾸벅—!


스테이지에 접속하자마자 도게자가 이준을 향해, 흡사 야쿠자마냥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 번, 오체투지를 한 도게자를 손수 일으켜준 이후로 도게자는 딱 저 정도로만 깍듯한 태도를 보였고 그 이후론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마 도게자 나름대로 이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1스테이지를 빠르게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큐브 공간에서 현실, 미궁으로 돌아온 이준은 활성화된 친구 소환 기능을 발동시켜 도게자를 소환했다.


파아앗!


허공이 깨지면서 그 틈바구니로 연두색 도게자가 등장했다. 미궁 내부에서도 소환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준과 도게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탐사를 진행했다.


“케륵 케륵!”


“컹컹!”


미궁 내부를 이동하는 중간 중간 자잘한 잡몹들이 이준과 도게자의 앞에 나타났지만, 놈들은 뭔가를 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의 염동력에 찢겨죽었다. 3레벨 당시에도 별 어려움 없이 처리했던 놈들이다. 하물며 4레벨이 된 이준과 3.5레벨에 준하는 도게자가 2인 파티를 꾸린 상황에선 상대조차 못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몬스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두 사람은 5:5 공로분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야 몬스터의 수, 즉 보상이 한정된 큐브 스테이지와 달리 미궁에선 사실상 무한정으로 몬스터와 조우할 수 있었기에 굳이 나눠먹으려고 용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죽어도 현실의 육체엔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큐브 공간과 달리 이곳 미궁에선 죽으면 정말로 죽어버리는 것이기에, 이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효율적인 전투를 펼치는 게 옳았다.


때문에 대체로 전투가 벌어지면 이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공격했고, 아바타 상태인 도게자가 전방에서 어그로를 끌면서 메인딜탱 역할을 겸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로분배도 좀 더 도게자 쪽으로 몰렸으니, 이준과 도게자 두 사람 다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일차목표는 2층으로 이어지는 층계참을 찾아내는 것.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궁은 경험치 배율과 아이템 드랍율이 높게 적용되는 시스템이 존재했기에, 1층에 머무르는 시간은 말 그대로 시간낭비나 다름이 없었다.


척! 착!


[ㅇ_ㅇ!]


미궁에 입장한 이후 도게자는 평소와 달리 꽤나 침착하고 진지한 태도로 사냥에 임했는데, 이것은 이 공간이 자신에겐 타차원일지라도 이준에겐 현실 그 자체라는 걸 똑똑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갈가리 찢겨 죽어도 되지만, 이준이 살짝 다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도게자는 앞장서서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대로 도게자의 소환지속시간 내에 2층 층계참을 발견하는 것.


하지만 그렇게 형편 좋게 일이 안 풀릴 때도 염두에 두는 게 옳았다.


이동하면서 이준은 차분히 앞으로의 계획을 재검토했다.


일단 지금은 미궁 내 소환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장하자마자 도게자를 소환했지만.


앞으로는 웬만해선 잠들 때 도게자를 소환하여 불침번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건 단순히 이준 자신의 입장만 고려한 게 아니었다.


도게자의 입장도 고려했을 때에도 이준이 잠을 잘 때 불침번으로 소환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큐브 공간에 접속할 때와 달리, 이렇게 친구 소환을 한 순간엔 이준의 차원도 도게자의 차원도 모두 동시에 시간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큐브 공간의 작동기전 자체가 접속된 해당 공간만 초가속되는 식이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듯했다.


아무튼 도게자의 설명에 따르면 친구 소환에 응한 순간 도게자의 현실 육체는 그대로 의식을 잃는다고 했다.


대충 잠이 든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데, 문제는 이 현상이 기면증과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길을 걷던 중에 친구 소환이 발동하면 도게자의 정신은 그대로 육체를 벗어나버리고 그 결과 육체가 길바닥에 풀썩 쓰러지게 되며, 그러면 도게자의 현실 육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반면 이준이 규칙적으로 매일 자정 무렵에 불침번 용도로 도게자를 소환하게 되면, 도게자도 마음 편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채 친구 소환에 응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친구 소환 기능은 이준이 일방적으로 도게자를 강제로 소환하는 개념은 아니었다. 친구 소환이 발동하면 도게자에게도 수락과 거절 버튼이 떴고, 수락 버튼을 눌러야만 횟수가 차감되며 소환이 발동되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도게자로선 이준이 어떤 상황에서 소환요청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으니, 일단 소환이 요청되면 받고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정기적으로 소환하는 시간을 정해놓는다면, 그 외의 시간에 소환요청이 발생할 경우 암묵적인 긴급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인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미리 상호 상황을 정리해놓고 지침을 마련해두었기에 탐사를 진행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판단이 엉킨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 없이, 이준은 탐사 3일차 점심 무렵때 2층으로 이어지는 층계참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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