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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님의 서재입니다.

미궁도시의 천재 염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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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24.03.17 17:09
최근연재일 :
2024.04.10 13: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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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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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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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사실 도게자가 소환되고서 놀란 것은 이준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이런 기능일 거라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놀란 눈치로 멀뚱히 서 있다가, 각자 바디랭귀지를 날렸다.


[이준을 가리키며 : 이거, 네가 한 일?]


[고개를 끄덕이며 : 아마도.]


그 다음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이준이 들고 있는 큐브로 향했다. 도게자는 이준의 큐브를 보다가 뭔가를 알아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엄지와 검지를 작게 펼치며 : 내 것은 이 정도로 작은데.]


[주먹감자를 쥐어 보이며 : 네 것은 엄청 크다.]


대충 보아하니 두 사람의 큐브는 완전히 똑같은 물건까진 아닌 모양이었다. 도게자의 추가적인 설명에 따르자면 도게자의 큐브는 대략 호두알만한 크기로, 유백색이 아닌 회색에 가까운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쨌든 도게자는 이내 신기하다는 듯한 태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그냥 적당히 싸구려 여관방에 있는 물건들에 불과한데도 꽤나 신기한 듯했다.


[-_-?]


그러다가 문득 도게자가 염동력을 써서 의자를 들어 올렸는데, 어쩐지 찡그린 이모티콘을 쓰더니 이내 의자를 내려놓고 이번엔 손을 써서 직접 들어보았다. 무게감을 직접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뒤 도게자가 이준을 향해 손가락을 5개 펼쳐보였다.


‘음. 대충 염동력은 쓸 수 있는데 출력은 절반 정도란 얘기겠군.’


이준은 확인된 정보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며 이번엔 시선을 돌려 다시 큐브 상태창을 확인했다.


-친구소환

◉도게자 03:58:30···29···28···.


소환된 친구 목록에 도게자의 이름이 떠있었고, 그 옆에는 아마 남은 소환시간으로 짐작되는 숫자가 소모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저 시간이 끝나면 도게자는 역소환이 될 것이다.


‘흠, 다시 소환하기 위해서 별도의 조건이 있을까?’


지금 당장엔 확인이 불가능한 문제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문제들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기도 했다.


‘과연 도게자도 미궁에 입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궁 내에서도 도게자를 소환할 수 있을까?’


그랬다.


만약 도게자가 미궁에 입장이 가능하다면, 현재 이준이 겪고 있는 파티구인난황을 어느 정도, 아니 상당부분 크게 해소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야 비록 평상시 출력의 절반밖에 내지 못한다고 해도, 도게자의 기본출력은 대략 이준과 동급. 그 절반만 되어도 3렙 당시의 이준보다는 훨씬 강하다.


즉 이것만으로도 저층계의 웬만한 몹들은 다 찢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도게자는 어떤 의미에선 이준보다 훨씬 몬스터 사냥에 숙달되어있기도 했다. 적어도 큐브 1층 1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몹들에 한해서라면 거의 전문가 수준에 가까웠다.


‘거기에 더해 도게자는 딱히 분배를 필요로 하지도 않을 거야. 왜냐면 어차피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 이쪽의 물건을 챙겨가진 못할 테니까. 여러모로 파티원으로선 최고의 조건이다.’


물론 이러한 가정은 어디까지나 도게자가 노예처럼 얌전히 이준의 지시에 따라 사냥을 나서야만 성립되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도게자에겐 노예가 되길 자처해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까딱까딱.


이준은 도게자를 향해 간단한 손짓을 내보였다.


[까딱대며 : 따라와. 천국을 보여줄 테니.]


***


“···저건 또 뭐야?”


“그림자? 아니면 실루엣?”


“다른 거주지에서 소환사라도 온 건가?”


“어쨌든 뭔가 좀 꺼림칙하군. 음침한 회색빛 그림자라니.”


“근데 저거 좀 뭔가 행동거지가 살짝 경박스럽지 않냐? 눈으로 보기만 하는데도 시끄러운 기분이고.”


“동의해.”


게이트 광장.


원래부터도 밤낮없이 모험가들이 모이던 이곳은, 최근 미궁 2층 층계참이 발견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 덕분에 평소엔 보기 힘든 특이한 외모나 복장을 갖춘 이들도 꽤나 많았지만, 그럼에도 노이즈 낀 회색빛 그림자—도게자만큼 인상적인 인물은 없었다.


‘내겐 도게자가 연두색으로 보이지만 남들에겐 여전히 회색으로 보이고 있어. 즉, 그림자의 색상을 통해 우호관계를 구분할 수 있다는 거야.’


새롭게 얻은 정보를 머리에 새겨 넣으면서 이준은 광장을 가로질러 게이트 포탈로 향했다.


[^_^7]


[ㅇ_ㅇ?]


[@_@;;]


도게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관심에 일일이 신나게 응답해주는 중이었다. 이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힌 것처럼, 다른 모험가들도 도게자와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이모티콘은 그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어쨌건 그렇게 입장 게이트 포탈의 바로 앞까지 도착한 이준은 도게자에게 포탈을 가리켰다.


도게자는 포탈을 보더니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가 다시 포탈을 가리켰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딱히 겁먹은 기색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서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뿅 하고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역소환되었단 의미는 아니었다. 그야 이준의 시야엔 여전히 도게자의 잔여소환시간이 보이고 있었으니까. 즉, 지금 도게자는 자연스럽게 미궁에 입장을 했다는 의미였다.


남은 것은 내일 자정이 되었을 때, 다시 큐브 공간에 접속해 도게자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될 뿐.


물론 도게자를 혼자 입장시킨 게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이건 이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 자신까지 미궁에 입장해버리면 그 순간 빼도 박도 못하게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을 물리게 되니까.


하지만 도게자만 먼저 넣어본다면, 이런 저런 가정들을 직접 테스트해보면서 앞으로의 탐사전략을 수립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설령 역소환된 도게자가 다시 소환되었을 때 일주일간의 미궁 입장 제한에 걸린다고 해도 그렇게 큰 손해까진 아니야. 해당 정보 그 자체에 가치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준은 다시 여관방으로 돌아갔고, 새로이 얻은 기능을 활용할 방안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갔다.


아무튼, 그렇게 이준이 여관으로 돌아간 시점에, 도게자는 이준의 짐작대로 미궁 1층에 도착해 있었다.


[ㅇ_ㅇ?]


주변을 둘러보면 묘하게 큐브 공간을 연상시키는 석벽들이 보인다. 하지만 큐브 공간보다 좀 더 어둡고 음침해 보이는 구석이 있다. 도게자는 어쨌거나 흥미진진하게 주변을 계속 살폈다. 그런 도게자의 얼굴에 겁이 난다거나 하는 감정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그야, 지금 도게자는 자신이 현실의 육체가 아닌 ‘아바타’를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즉, 자신이 아무리 처참하게 죽어도 현실의 육체엔 그 어떤 피해도 가지 않는 상황이다.


도게자는 태연하게 통로를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간 나아갔을까.


“크르르르···!”


별안간 통로 저편에서 웬 개를 닮은, 그러나 좀 더 묘하게 공격적인 인상의 시커먼 무언가가 나타나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ㅇ_ㅇ!?]


도게자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이건 반쯤은 본능의 영역이었고, 반쯤은 습관의 영역이었다.


어쨌거나 그 시커먼 무언가—블랙독은 이내 도게자를 향해 달려들었고.


휙!


“켕!”


도게자가 발동한 염력에 의해 그대로 목뼈가 어긋나며 풀썩 쓰러졌다.


[-_-?]


허무할 정도로 시시하게 끝난 전투. 도게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블랙독에게 다가가 발로 목을 짓밟아 비틀었다.


그렇게 블랙독이 절명했고.


“······!!?”


그 순간, 문득 도게자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자신의 영혼에, 아주 조금이나마 살이 붙는 듯한 그런 감각.


사실 이것은 너무나도 희미한 감각이어서, 보통의 사람들은 인지하기조차 힘든 수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 미묘한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던 도게자에겐, 그야말로 천둥소리만큼이나 큰 울림을 갖고 다가왔던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도게자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친구가 왜 자기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왜 별다른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는지.


당연한 일이었다. 그야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토록 분명하게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


“······.”


도게자는 쓰고 있던 비니 형태의 모자를 콧잔등까지 내렸다. 그렇게 눈가에 맺힌 이슬을 감추었다.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 같은 건 띄우지 않았다. 그야 지금 도게자는 정말 진심으로 감동한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잠깐 감정을 추스르고.


흐르는 눈물을 갈무리한 뒤.


흘낏 시선을 돌려 시야 상단의 남은 소환시간을 확인한다.


[03:49:10]


고작해야 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시간.


그러나, 어쩌면 도게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내에서, 영양적으로 가장 풍부한 순간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도게자가 다시 비니를 이마 위로 올렸을 때.


[@_@···!!!]


그 눈동자에 깃든 것은 오직 흥분으로 점철된 광기뿐이었다.


***


도게자를 게이트 포탈에 밀어 넣고서 거의 만 하루가 지났다.


이준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도게자의 소환시간은 갑자기 줄거나 혹은 늘어나거나 하는 일 없이 일정하게 감소했다.


‘그건 즉, 도게자가 염동력으로 정신력을 얼마나 소모하든, 그게 소환 지속시간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거겠지.’


도게자의 성격 상, 미궁이 어떤 공간인지 알게 된 순간부터 폭주해서 마구 날뛸 것이 분명했다. 앞뒤 안 가리고 정신력을 모조리 쏟아부어버릴 가능성도 충분한 만큼, 리니어하게 감소되는 소환지속시간은 정신력과 별개의 소모값을 갖는다고 봐도 무방해보였다.


또 한 가지 사항으로, 이준은 자신의 경험치가 전혀 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제 플레이어가 된 지도 거의 1달이 다 된 지라 이준도 경험치가 오르는 감각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미묘하지만 영혼에 살이 붙는 듯한 느낌. 그러나 정작 도게자를 미궁에 보낸 뒤로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공간 내에 있을 경우엔 어떤 식으로 되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어.’


어쨌거나 지금은 이미 소환시간이 다 끝나서, 친구 소환 기능은 회색빛깔로 비활성화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12시가 땡 했을 때, 소환기능이 다시 재활성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 뿐.


만약 하루에 한 번 이런 식으로 도게자를 소환할 수 있게 된다면, 이준은 미궁을 탐사하면서 하루 4시간의 수면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 정도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탐사 능률이 오를 것은 자명했다. 게다가 꼭 그런 식으로 도게자를 불침번으로만 활용해야한다는 조건도 없었다.


필요하다면, 강력한 적과 전투 시 도게자를 소환하여 이쪽의 화력을 늘리는 것도 충분히 유효한 전략일 게 분명했다.


아무튼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이내 12시가 되면서 큐브에 황금색 빛이 맴돌았다.


그리고 이준이 뭔가를 하기도 전에, 갑자기 큐브가 작게 진동하면서 알람음을 울렸다.


삐삐삣, 삐삐삣!


말해 뭐할까.


잔뜩 흥분한 도게자가 12시 땡하자마자 접속큐를 돌리면서 이준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미궁에서 도게자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 짐작하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은 곧장 큐브에 접속하지 않았다. 따로 확인해볼 게 있었던 것이다.


‘흠. 친구 소환은 여전히 비활성화 상태군.’


친구 소환 기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12시 땡 말고 다른 별도의 조건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궁금했던 부분도 확인했기에 이준도 이내 1단계 블록을 밀고 버튼 스위치를 눌러 라이벌 모드로 접속을 시도했다. 곧 시야가 암전했고 익숙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렇게 큐브 공간에 진입했을 때, 이준의 눈에 보인 것은.


[숭배합니다, 신이시여...]


돌바닥위에 엎드린 채 이준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며 압도적 감사를 표하고 있는 도게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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