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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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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7.02 20:1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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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
추천수 :
200
글자수 :
373,307

작성
24.07.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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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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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9. 설움 북돋는 날(2)

DUMMY

***


“... 슬슬 진정됐어?”


막상 우니 쪽팔린다.


감정은 물론 해소가 되었지만, 아내에게 기대는 남편이라니...


“뭐래~. 그럼 울지나 말던가.”


시시덕거리며 히죽거리는 모습에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런 거야?”

“그냥... 앞으로 무얼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머리가 아파오더라고.”

“흠... 이건 내가 어떡할 수준이 아닌 것 같네.”


뭐. 애초에 해결 방법을 들으려 뱉은 말이 아니었으니깐.


오히려 그 솔직함에 부담감이 한 풀 쓸려내려 머리가 맑아져 온다.


어쭙잖은 이상한 잔소리를 내뱉는 것 보다. 천천히 떠오르는 생각이 더 좋을 때가 많았다.


아. 이참에 그걸 민지에게 물어보자.


“민지야.”

“응?”

“만약에 너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럴듯한 근거가 있으면 어떡할 거야?”

“나? 음... 잠시만...”


가볍게 던진 질문에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


그 작은 몸을 바라봄에 굳은 마음이 점차 밝아져 왔다.


“우선 근거가 있다는 얘기는 가능성이 있으니깐 그런 거겠지?”

“아마도?”

“그렇다면... 비슷한 사례는?”

“3개 정도 있어.”

“시기는?”

“2002년. 2010년 그리고 2015년.”

“어? 이거 그거 같은데? 바이러스! 맞지?”


뭐, 뉴스에서 은은하게 떠들어 대는 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지.


“혹시 유찬이가 레저산업을 선택해서 그런 거야?”


눈치 하나 되게 빠른데?


“음! 표정 보니깐 맞췄네. 그런데 꽤 괜찮은 것 같기도? 작년에 일본 불매 운동 한다니 뭐니 그랬는데 일본으로 여행 간 사람들 은근 많잖아?”


이건 의외네?


불매 운동의 여파로 의류 브랜드 및 다양한 제품들이 밀려났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대체 불가능하다 알려진 황화수소는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고 하고.


“여행은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없으니깐. 같은 지역이라도 어느 시기에 가느냐. 또,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다 다르잖아? 그리고 만족스러우면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거고. 내가 봤을 땐, 괜찮을 것 같아. 그 대신, 회복까진 조금... 오래 걸린다 정도?”


즉. 위축될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라...


이걸로 조금은 확신이 들었다.


“히히. 이제야 얼굴이 밝아졌네.”


긴장감 풀리는 오늘.


오랜만에 늘 품고만 있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고마워.”

“치이... 말로만?”


그럴 리가. 선물은 이미 준비해 뒀지.


“뭐? 진짜?”

“응.”

“... 너무 갑작스러운데? 그냥 별 생각 없이 던진 거 였는데...”


이건 서프라이즈 선물이니깐.


지금과 같이 살 수 있는 것은 다 나를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잖아?


“오올~. 울 남편~. 요즘 씀씀이가 커진 것 같아? 이벤트를 자주 여네? 그래서 그 선물이 뭔데? 애들 학용품? 아니면 옷? 그것도 아니면 장난감?”


상상력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야?


조금 더 위로 생각해봐.


“음... 페밀리 레스토랑?”


... 도대체 얼마나 소박한 거야?


“아니... 난 우리끼리 여행 갔으니깐. 이번 껀 아이들 건 줄 알았지...”


이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아니다.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되잖아?


“아이들과 우리 모두 포함되는 선물을 준비했으니깐. 조금 더 넓게 생각해봐.”

“아. 그래?”


툴툴거리던 모습은 곧 호기심으로 변모한다.


조금 흥미를 심어줄까?


“한번 맞춰 볼레?”

“그랭! 잠시만 기다려 봐봐...”


턱에 손을 얹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는 민지. 그리곤 떠오르는 답을 속사포로 내뱉는다.


“정답! 놀이동산 이용권!”


땡.


“정답! 에어 프라이기!”


땡.


“이것도 아니면... 아! 진짜 알겠어! 최신형 휴대폰!! 맞지?”


땡!!


어떻게 다 100만원 단위에서 멈추냐...


“아씨... 대체 뭐지? 설마 자동차 이런 건 아닐테고...”


... 그리고보니 자동차도 필요하네.


나중에 꼭 사야겠다.


“자기야 정답이 뭐야?”


도저히 답을 모르겠는 와이프를 위해 미리 찍어둔 사진을 찾아 와이프에게로 건넸다. 그 안엔 가계약 해둔 서류 2장이 놓여져 있었다.


“힌트는 이 사진이야.”

“사진? 이게 대체 뭐길레?”

“직접 보면 알게 될 거야. 한 번 살펴봐.”


흐릿한 글자들을 살피기 위해 화면을 땡기자 크기에 가려진 내용물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체 뭐길레? 매... 매... 계약... 서? 매매 계약서? 설마... 아파트?”


내용을 파악하는 즉시 민지의 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별다른 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가녀린 두 팔에선 미미한 떨림이 보인다.


“왜? 감동했어?”

“잠깐만... 나 지금 머리가 안 돌아가...”


뭔 가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저...”

“말 걸지 마. 지금 생각 중이야.”


사늘하다.


조그만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긴 침묵을 깨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다리는 것 뿐.


내가 뭘 잘못했나?


“... 일단 자리 좀 이동하자. 계속 있다보니깐 조금 춥다.”


살벌한 고민 끝에 민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꺼운 코트를 걸치곤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걸 보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망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맥 없이 걸음을 옮기자 도착한 곳은 공원 벤치였다.


“... 여기면 되겠네. 앉아봐.”


흐려진 호흡을 다잡으려 애를 쓴 덕분에 가까스로 벤치에 자리잡았다.


대체 뭘 말하려고 여기로 데려 온 거지?


“내가 생각을 해봤거든?”


시작했다.


“우선 서프라이즈 선물 고맙다고 말할게.”


응?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데?


“화난 거 아니였어?”

“아니? 화 안 났는데? 왜?”


목소리가 차가운 것 같아서...


“아니야. 나 화 안 났어. 오히려 너무 놀라서 생각이 안 떠오르더라고. 왜? 상의 없이 막무가내로 집 샀다고 내가 뭐라 할 줄 알았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황한 내 얼굴을 보자. 만족스럽다는 듯 히죽대는 표정을 짓는 와이프.


그리곤 등을 벽에 붙인 체 속사포로 내뱉는다.


“물론 자기가 나름대로 조사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깐 그냥 믿으려고. 그게 가족이잖아? 안 그래?”


코끝이 아려온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못한 내가 한 없이 부끄러웠기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어? 지금 또 우는거야?”

“안 울었어.”

“치이... 솔직하지 못하긴.”


툭.


머리를 내게 기댄 상태로 한동안을 가만히 있었다.


떨림을 가까스로 숨긴 그때, 민지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언제 이사가는 거야?”

“... 7월 12일.”

“음... 생각보다 적절하네. 위치는?”

“관악구 행복동...”

“잘 정했네~. 거기 위치 좋잖아? 애들 학교도 거기 다니면 되고. 또 우리 등교하기에도 좋겠다. 그치?”


차라리. 혼이라도 냈으면 담담했을 텐데, 이렇게까지 나를 믿을 줄 몰랐다.


아씨... 내가 놀래켜 줄려 했는데, 오히려 내가 놀랬잖아...


“히히. 우리 자기. 감동했어?”


히죽거리며 머리를 들이미는 바람에 참아왔던 떨림이 곧 먹먹함으로 변했다.


실은 알고 있다.


띠링!


[이민지 (사용자의 와이프)]

[성별 : 여]

[상태 : 당황(10%) 걱정(30%) 믿음(60%)]


이 사람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란 것을.


“슬슬 가자. 아이들에게도 말해줘야지.”


충분히 나를 놀렸다 생각했는지 민지는 걸쳐 앉은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펼친다.


온몸으로부터의 개운함이 내게도 전해졌다.


시시각각 흔들거리는 정신이 차츰 맑아져온다.


그래.


힘겨운 건 지금 털어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거야.


천천히 하다보면 다 해결될 일이잖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


- KP펀드증권


“다들 모였지?”

제법 그럴 듯 해 보이는 회의실.


그리고 초기완 다르게 열 댓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주제를 토론하기 시작한다.


“우선 신규 투자자들 추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7월 16일에 런칭하기 시작한 로나코인은 작년 4분기 기준. 약 120% 성장했으며...”


지루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보고.


발표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케이. 그럼 브리핑도 마쳤으니깐 앞으로 어떻게 더 알려야할지 고민해보자. 다들 준비해둔 거 있어?”


기나긴 침묵 끝에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PPL은 어떨까요?”


PPL? 어떻게? 우린 그 정도의 자산은 없는데?


“유명 스트리머들의 콜라보를 이용하는 겁니다.”


콜라보?


“예. 요즘 업계에서 뒷광고라는 말이 있는데, 이게 바이럴 마케팅으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거 그냥 언급만 해주는 대신 돈 몇 백 깨지는 거 아닌가?


“구독자 100만 너튜버가 언급을 하자 그 브랜드 주문량이 기존보다 약 20%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확실한 정보야?”

“제 지인이 그 너튜버에게 직접 의뢰를 했었습니다. 그 땐, 300만원 들었다합니다. 영상링크는 화면으로 올리면 될까요?”


어디 한 번 봐보자.


[야! OO거리 알지? 거기 요즘 새로운 치킨집 생긴 것도 알 거야. 그래서 어제 형이 1빠따로 달려가서 먹었는데 와... 쥑이는 거 있지. 그래서 오늘 또 하나 사 봤는데... 뭐? 바이럴? 야! 이 새끼 강퇴해. 내가 미쳤다고 니들 등쳐 먹을 생각하겠냐? 어? 내가 이 자리에 온 이유가 뭐야? 다 너희들 덕분이잖아!]


오... 얘가 그 바이럴 마케팅을 사용할 줄이야.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케이스는 이것 뿐이야?”

“구독자 10만 명 넘어가는 순간, 대부분 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 보는 제품이 들어가면 무조건 바이럴이죠.”


의외로 많이 하나보네.


“광고 단가는?”

“10만명은 50만에서 100만 정도고. 100만은 최소 1000만 원입니다.”


흠... 생각보다 싸네.


그리고 영향력은 더 높다라...


쓰읍... 왠지 전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는 것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임 이사님?”

“... 일단 이대로 진행해보죠. 우선 누구에게 바이럴 맡길지 정해봅시다. 실행은 그 다음에 하고요.”


모두가 알겠다고 답하니 성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린다.


반년만에 코인 총액이 10억을 찍었고. 이젠 그 이상을 노려보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장되지 않았는데도 이정도인데 정규장에 올라가면 과연 얼마나 오를까?


“성민아. 괜찮겠어?”


담배를 태우며 멍 때리던 그때, 혁찬이 다가왔다.


“뭐가?”

“아까 나온 바이럴 말이야... 그거 작년에도 했다가 망했잖아...”


망했다고?


언제?


“기억 안 나? 사이버 코인 말이야.”


사이버 코인?


아... 생각났다.


거의 상장되기 직전이었는데, 한 스트리머가 폭로하는 바람에 가격이 떨어졌었지.


하지만, 그때 터진 문제가 아직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소수점 아래까지 떨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치욕스러울 정도로 아픈 상처였지만, 곧 내게 성공할 확신을 심어주었다.


문제가 발생한다 한들, 그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으면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하지.


드디어 그 설움을 풀 수 있겠어.


“고맙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어.”

“가... 갑자기?”

“들어가자. 슬슬 춥다.”


마지막으로 태운 담배가 이렇게나 달콤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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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설움 북돋는 날 24.06.30 1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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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2) 24.06.28 24 0 15쪽
55 55.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24.06.27 28 0 13쪽
54 54. 준비과정 24.06.26 3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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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터지기 전에는 늘 징조가 보인다 (2) 24.06.13 6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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