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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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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7.02 20:1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4,756
추천수 :
196
글자수 :
373,307

작성
24.06.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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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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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6쪽

58. 설움 북돋는 날

DUMMY

***


OO커뮤니티


+++


제목 : 이제 이 나라에 정직은 뒤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월급은 ㅈㄴ 쥐꼬리만하지. 또 그렇다고 평생 아끼고 살아도 내 집 마련은 절대로 불가능인거 알지? 그런데 왜 우리가 윗대가리놈들 말을 쳐 들어야하냐? 걔들은 은행에 저축하면 연 10%대였어. 그리고 한번 취직하면 정년까지 보장되고. 그런데 우린 뭐냐? ㅈㄴ 땡겨봐야 고작 1%에 ㅈㄴ 사소한 트집하나 잡히는 순간 바로 모가지행 ㅇㅈㄹ이다. ㅅㅂ 이래가지고 어떻게 돈 모우고 그러냐? 안 그래? 난 이제 걍 풀대출 받아서 주식과 코인 할테니깐 같이 해볼 사람들 있으면 해보자. 우리 언제까지 호구처럼 살거냐?


댓글


익명 1 : 이런글 쓴 애들 특. 실제론 대출 3000만원도 못받음.


익명 2 : 응~ 아니야~. 난 벌써 5000만 원 풀 대출해서 분당 20억아파트 입성함~

ㄴ 익명 1 : 오~ 행님이 그 말로만 듣던 졸부?

ㄴ 익명 2 : 너 고소한다.

ㄴ 익명 1 : 졸부 특! 찐부자처럼 살고 싶은데 실은 쪼잔한 가난뱅이임. 거기산다는 애들 싸가지 없는 걸로 유명한데 ㄹㅇ인 듯? 아~ 그래서 졸부였지 ㅋㅋㅋ

ㄴ 익명 2 : IP 다 따놨고 지금 경찰서다. 다른 게시판에 인증 글 올렸으니깐 그거 보고 와라.

ㄴ 익명 1 : 형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제가 아이먹일 분유가격도 겨우겨우 모아서 보태고 있는데 한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로 굶어 죽기 직전이에요...

ㄴ 익명 3 : 얘 IP보니깐 닉네임만 바꿔서 입 터는 관종인 듯?

ㄴ 익명 1 : 아가리해라. 지금 형님과 대화하는거 안보이냐?


익명 4 : 아오... 벽돌체 ㅈㄴ 거슬리네.


익명 5 : 님들 제가 ㄹㅇ 좋은 코인 알고 있는데 특별히 알려드림 여기 XX사이트에 들어가서 추천인 코드 DFAGX1537을 입력하면 비트코인 0.005개 바로 입금된다고 함. 선착순 단 10명만 받음.

ㄴ 익명 6 : 뭐에요? 했는데 코인 안들어오잖아요? 그리고 이상한 창만 뜨는데 이거뭐죠?

ㄴ 익명 7 : ㅋㅋㅋㅋ 너 감염 된 거야.

ㄴ 익명 8 : 요즘 흑우들도 댓글 쓰고 그러냐? 세상 참 많이 좋아졌네 이런 빡대가리들도 글쓰고.


+++


데이터베이스로 살펴본 결과 울분에 찬 게시글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진열되어있었다.


이게 다. 한 주제의 내용으로 올라간 것들이라고?


-파지직-


‘야. 인석아. 너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냐?’


하나 둘씩 살피는 동안 MB증권에 놈과 술 마셨던 일이 떠오른다.


이건 왜 보여주는거지?


‘...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 이런 빡대가리를 봤나? 야. 넌 그래도 한국대 문턱은 밟았잖아?’

‘에이~. 밟은 거랑 실전에서 쓰는 건 다르죠.’


후... 이때까지만 했어도 좋은 형인줄 알았는데...


‘그럼 이 행님이 잘 가르쳐줄테니깐. 똑똑히 기억해둬. 생각보다 사람들은 단순해. 억울한 일이 생기면 해결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만. 정작 본인이 해결하려 드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거든. 왜 그런줄 알아?’

‘잘 모...’

‘모르겠다 말하면 뒤진다. 뭐라도 생각해.’


흠. 술 마시면 본성이 나온다 하더니 이때 징조가 이미 있었구나.


‘... 솔직히 생각 해둔 게 있기는 한데, 형 의견부터 들어보고 싶어서요.’

‘이 새끼 일부러 대가리 굴리고 있네.’

‘알잖아요. 제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형이 생각한 것보다 아래라는 거.’


기억 속의 성민은 피식 웃곤 답변을 바로 이었다.


‘답은. 남탓으로 돌리는 게 가장 쉬워서 그래. 그리고 돌리는 순간,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거든. 왜냐? 넘기는 순간. 이건 내 잘못이 아니게 되니깐. 그런데 가장 웃기는 게 뭔줄 알어?’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으면 잔이나 해 인마.’


급작스럽게 들어 올려지는 소주잔.


서로의 잔을 부딪혀 내용물이 사라지는 것을 본 뒤에야 성민이 말을 이었다.


‘답은. 그래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우린 그 틈을 이용하는 거지.’


그 틈을 이용한다라...


‘예를 들자 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선 사람들에게 이득을 제공해줘. 그럼 의심했던 사람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서 더 큰 돈을 우리에게 건네주지. 그리고 우린 그 돈을 이용해 투자를 해. 그러다가 잭팟이 터졌다? 그럼 씨발. 지 부모도 못 가르는 신뢰감이 존나 강하게 연결돼. 근데, 니도 잘 알다시피. 이건 실력이 아니야. 그냥 운이지.’


맞다.


이건 단순한 타이밍 싸움으로 누가 더 적절할 때 들어가고 나오느냐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린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투자자 앞에 다가간다 생각해봐. 어떨 것 같아?’

‘... 스스로 돈을 맡기는 지경이겠지요.’

‘그래. 맞어. 이젠 우리가 접근하기만 하면 스스로 돈을 맡기는 거야. 그 다음에 돈 더 벌게 해준다고 하잖아? 바로 회까닥한다. 도박에 중독된 새끼들 보면 알 거야. 지는 7평에 월 10만 원짜리 단칸방에 살면서 월 수익 1억은 껌이라 생각하는 거 말이야.’


확실히 그렇긴 하지.


옛날엔 그 70만원 때문에 쫒기냐 마느냐 거렸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으니깐.


‘형 그런데. 이건 만약인데.’

‘만약 뭐?’

‘만약에. 투자자가 그만하겠다고 말할 가능성은요? 가끔 있잖아요.’

‘니 병신이냐? 절대로 못해. 뼈 빠지게 일해서 월 1000만원 모일까 말까한데 주식은 클릭만 하면 월 1000이 가능한 것처럼 보여. 너라면 그걸 포기하겠냐?’


즉. 노동시간 대비 손에 얻는 이득을 비교해봤을 때, 스스로 일해서 버는 것 보다 약간의 수수료를 우리에게 건네주는 게 더 낫다는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투자가 실패하면요?’

‘실패해도 괜찮아. 어차피 놈들은 그게 왜 실패했는지 모르거든. 그리고 본전을 찾으려고 100퍼센트 우리에게 지랄발광할 거야. 그때, 우리가 그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 아주 손쉽게 다시 기회를 줘. 그때 우린. 펀드를 추천하는 거야. 그것도 머뭇거리는 놈들에겐 금이나 석유 같은 선물을 추천하는 거고. 그렇게 천천히 수수료를 때어 먹는거지.’


정말로 사악한 놈이었다.


사람의 간절함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체우려 드는 기조가 이때부터 보였으니.


‘그 사람이 붙잡을 거라는 확신은 있나요?’

‘무조건 붙잡게 되어있다. 형이 살아가면서 느낀 건데.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면 강렬한 신뢰가 형성되더라고. 본인은 정작 그 손이 어떤 손인지 모르면서 말이야.’


...


아마도 지금 이 현상이 일어난 것도 다 이것과 연관 있는 거겠지.


요즘 들어 간절한 사람들이 너무 나도 많아졌다.


2018년 정부에서 코인제재를 발표 이후로 급격하게 떨어졌던 코인이 지금은 회복하고도 남는 상승세를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


익명 13 : 나 진지하다. 니 말 듣고 풀대출에 사채까지 썼는데 이거 실패하면 자살한다.

ㄴ 익명 14 : 이러다 공짜로 해외여행갈 듯?

ㄴ 익명 15 : 아! 물론 편도로.

ㄴ 익명 16 : ㅋㅋㅋ 사탄은 뭐하냐? 이런 ㅅㄲ들 안 잡아가고 ㅋㅋㅋ

ㄴ 익명 17 : 사탄_ 저도 오늘 실직하는 바람에 풀대출하러 갑니다.


+++


쌓이고 쌓인 불만들이 이제 터져나오는 시각.


그리고 이 불안감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독하게 마음 먹어야한다.


내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먹여 살려야 사람들이 있으니깐.


‘니도 언젠가 나처럼 될 거다.’


... 아버지. 처음으로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하는군요.


절대로 당신처럼 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세상은 이상만으론 안 되는가 봅니다.


물가도 급격하게 오른 탓에 예상보다 수정될 사항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어쩌면 8월에 가기로 한 이사도 미리 앞당겨야 할지도...


“... 아빠?”

“무슨 고민있어요?”


너무 깊은 생각에 잠긴 탓에 아이들이 코앞에 온 것도 눈치채질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놀만큼 놀았니?”


“응!!”

“슬슬 배고파요!!”


아이들의 칭얼거림에 각자의 손을 붙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아!!”

“다녀왔습니다앗!!”


명량하게 총총 걸음으로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


오랜만의 나들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사소한 이야기라도 꺼내려고 제잘제잘 거린다.


“우리 예쁜 은서. 은희. 잘 놀다왔어?”


“응! 오늘 아빠랑 산책길 걸었어!!”

“도중에 놀이터에서도 놀았어!”


준비해둔 찌개를 올리고 하나 둘씩 숟가락질을 놀리는 것과 달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깨작깨작 거렸다.


어떻게 해야하나.


사소한 선택이 미래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렇기에 머뭇거려진다.


섯부른 판단이 어쩌면 나를 끌어내릴지도 모르기에.


“자기야. 입맛 없어?”

“... 오늘은 그렇네. 잘 먹었어.”


허기를 채울 정도로만 식사를 마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은 듯 하...


“자기야. 나랑 얘기 좀 하자.”


얘기?


“응. 여기서는 말고 밖에서.”


... 내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지른건가?


최근엔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 엄마 나가?”

“왜 나가?”


아이들의 칭얼거림에 민지는 침착한 목소리로 타일러댔다.


“이건 어른들의 얘기니깐 애들은 끼면 안 돼.”


“우우!!”

“치사햇!!”


“그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라서 그래. 이해해 줄 수 있겠니?”


엄마의 처음보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는지 서로 두 눈을 껌뻑거리기만 하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린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아! 나영씨. 혹시 괜찮으면 은혁이랑 애들좀 봐주실 수 있나요?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

“네. 다녀오세요.”


나영의 허가가 들리는 즉시. 민지는 투터운 코트를 입은 체 나를 밖으로 이끌어 냈다.


북서로 불어오는 밤 바람이 온몸을 스치는 덕에 거칠어지는 호흡.


일부는 마스크에 들러붙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들은 새 하얀 김을 서리게 만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그보다 어디로 가는거지?


발 걸음을 옮긴 곳은 어느 유명한 프렌차이즈 카페.


“들어가자.”


덜컹!


습관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으나, 입구는 허하지 않겠다는 듯 굳건하게 닫혀 한 참을 덜컹거렸다.


“어? 이... 이거 왜 이레?”


밖에서 우왕좌왕거리며 당황하는 사이. 카페 매니저가 잠긴 문을 열며 우리에게 물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 영업시간이 끝났어요...”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번 팬데믹 격리 정책 때문에 카페는 7시 넘으면 문 닫아야 해서요.”


아... 그리고보니 그거 시행 한지 꽤 최근이었지...


“헐... 그럼 어떡하지? 잠시면 되는 데 혹시 안될까요?”

“죄송합니다. 전에 조금 늦게 문을 닫았더니 누군가가 신고해서 벌금 물었거든요.”

“와... 진짜 각박하다... 자기야 그럼 우리 어떡하지?”


어쩌긴 어째. 다른 곳으로 가야지.


중요한 건 카페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눌 곳 인거잖아?


해서, 가까운 편의점을 들려 그 앞에 놓여진 버스 정류장에 앉아 캔 커피의 온기를 조금씩 입안으로 머금었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뭐야?”

“... 이제 말할 준비 됐어?”


말 할 준비?


“응. 내가 항상 말하는 거 있잖아. 힘들 때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그런데 요즘 보니깐 굳이 말하지 않고 묵묵하게 있는 것 같아서.”


그걸 눈치 챘다고?


“부부잖아. 굳이 말 안 해서 그렇지 나도 다 알아.”


말하지 않아도 안 다라...


그런 너를 매몰차게 대했던 기억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


늘 숨어서 울었던 니가


내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건 그 날이 처음이었기에.


“아... 그거? 이미 지나갔잖아? 그리고 해결됐고. 왜? 뭐가 문제 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응. 자기도 알다시피 나 대학 다닐 때 소문 많이 나고 그랬잖아. 기억 안나?”


나긴 난다.


지역균영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 중 유일한 시골 출신이 바로 민지였다고.


“자기도 알다시피 내가 옛날엔 시골에 살았거든? 지금과는 다르게 몸이 허약해서 말이야.”


이유가 분명 아토피 때문이었던가?


“솔직히 난 불편하단 생각은 없었는데 여기 오면서 알게 됐어. 내가 살던 곳이 정말로 불편하다는 걸. 편의점이나 마트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지. 또 길가에 보도가 구별되어 있지 않아서 치일 뻔도 했지... 택배를 시키면 요금은 더럽게도 비싸지... 큰 병원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차로 1시간은 기본이지 등... 음... 지금 떠올리는 것 만해도 이정도 되네... 응.”


손가락으로 불편한 것들을 세며 나열한 걸 보아 더 말하고 싶은 불만을 가까스로 참은 듯 보였다.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나는 남들과는 달랐으니깐. 공부 방법도. 살아온 환경도 말이야. 배우면서 늘 느꼈거든. 아... 난 그저 닥치는 대로 외우기만 한 게 다였구나. 나도 나름 똑똑하다 생각했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그걸 알게 되니깐 우울해지더라고. 혹시 기억나?”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늘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혼자 있을 때면 우울한 표정을 지었지.


“치이... 그런 쓸모없는 건 잘도 기억하네... 그런데 인석아. 그거 알아? 너가 그때 오지 않았으면 지금의 난 없었을 거란거?”


... 그게 무슨 소리지?


“사실 그때, 가장 많이 힘들었을 때였어.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났는데 대표가 아빠명의로 변경 되었거든. 그래서 그걸 어떻게든지 갚아나가 보려고 한 사업이 치킨 집이었고.”


그래서 빚을 짊어진 거였구나.


“솔직히, 믿기 어려웠어. 그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거든. 학자금 대출 받고 겨우 대학에 들어왔는데, 집은 또 경매로 넘어갔지... 또 어찌저찌 갚아 나가려고 하니깐 아빤 췌장암에 걸렸단 소식이 들리지... 그래도 정신 차리고 공부하려니깐 애가 생기고 말았네?”


마지막 건 내 잘못인 것 같은데?


“그런데, 난 이 모든 걸 억울해 하진 않아. 억울해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깐.”


...


억울하지 않다고?


”응! 만일 내가 그 일에 메여있었다면, 늘 그것에만 파뭍혀 짜증만 낼게 분명했거든. 그럼 우리 가족은 늘 우울했겠지. 나는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는 이기적 사람이 되었을 거고.”


속마음이 담긴 얘기에 팔이 덜덜 떨려만 갔다.


그런 나완 달리, 민지는 따뜻하게 데워진 커피를 들이키곤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난 그런 삶을 살진 않았어. 왜 그런 줄 알아? 답은 너가 있어서야. 너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깐.”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살아가기 바쁜 탓에 가족을 챙기지 못했고.


늘 미안했었다.


“난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때, 미뤄둔 걸 지금 받고 있다는 걸 아니깐. 그래서 내가 안정될 수 있는 거고.”


스윽.


그리곤 서서히 손을 내밀어 차갑게 식어버린 내 손을 조심히 움켜쥐었다.


“이젠 내가 받은 걸 너에게 다시 돌려주려고 해. 무슨 일이야?”


작지만 따뜻한. 그리고 위로를 건네는 그 포근한 온기에 시선이 점차 흐려져만 간다.


힘들었다.


아니, 이젠 견디기가 어렵다.


예상한 범위. 그 이상의 것을 감당해야 했기에 설움이 막힘없이 흘러내린다.


“괜찮아. 울어도 돼.”


따스한 위로에 철없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에게 칭얼거렸던.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감정.


“고마워. 나를 믿어줘서.”


더는 울지 않겠다 다짐한 것과 달리. 난 아이처럼 울어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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