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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엘프 공주, 지금부터 가출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7.09.30 23:26
최근연재일 :
2017.11.10 12:24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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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402

작성
17.10.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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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8)

DUMMY

시선의 주인은 여러 개의 날붙이를 시에에게 직선으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뒤로 이동하는 행위를 보였다. 날붙이는 애초에 시선을 끄는 용도였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시에가 날붙이를 피하거나 쳐내면 한순간이라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이용하고자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잔 생각은 시에가 진작 눈치 챘었다. 실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입장으로서 ‘어디 한 번 재롱을 부려봐라. 난 이미 알고 있으니 여유롭게 대처해주마’라는 심정으로 임하였다.

시에는 날아가는 날붙이를 손날로 간단히 쳐내고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눈앞에 시선의 주인이 한 손에 날붙이를 들고 그녀를 죽이려는 면상이 보이기에 곧바로 안면을 강타해버렸다.

이 한 방으로 싸움이 간단히 결정되었다. 아니, 원래부터 싸움의 행방은 결정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났었기에.

시에의 주먹이 안면에 꽂혀 들어간 시선의 주인은 일직선상으로 날아가 나무의 기둥에 처박히고는 밑으로 물 흘러가듯 스르륵 떨어졌다.

미형이라고 불릴 얼굴이 심각하게 망가졌지만 그런 건 지금 상황에서 쓸데없는 것과 같았다.

시에는 한 놈을 처리했으니 마저 다른 한 놈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시에의 시선에 움찔거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변명을 주구장창 늘어놓았지만, 그럴수록 허공에 주먹질만 하는 꼴이었다.

그런 변명을 깡그리 무시하고서 노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려 물어봤다.

“노인, 내 질문에 대답해라. 솔직히 고하지 않으면 넌 멀쩡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살기와 함께 벌레 이하를 보는 시선으로 질문하자 노인은 벌벌 떨며 오금을 지려버렸다.

“칫.”

그거 때문에 기분이 더 언짢아져 혀를 차고서 노인은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질문이 이어졌다.

“어떻게 해서 변장한 에피님의 정체를 알았지?”

“그··· 그건 말이죠······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지명 수배서에 에피 공주님의 현상금이 걸린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거리를 둘러보다가 공주님 일행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에피 공주님을 보자마자 변장이고 뭐고 없이 보자마자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건 변장이라기엔 수준이 너무 낮았거든요.”

자신이 직접 준비한 변장이 수준이 낮다고 평가를 받자 꼭지가 돌 정도로 화가 난 시에였다.

“뭐라고? 내가 준비한 변장이 그렇다고? 네가 특별히 통찰력이 뛰어난 거 아니야?”

“그럴 리가요······. 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저거 공주님 아니야?’라면서 수군거리는 걸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시에였지만 자신의 믿고 있는 것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보류하고 동생인 리에에게 객관적인 입장으로 판별해달라고 생각했다.

“그건 일단 제치고, 넌 지금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나?”

“······예. 원래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지만 돈에 눈이 멀어서 그만······.”

“알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원래대로라면 죽이는 것이 마땅하나 현재 내가 모시는 주인은 에피님이지. 에피님을 모시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때를 제외하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할 수 없지. 그래서 너의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대처하겠네.”

“그 자비로운 선처 정말 감사합니다······.”

살인 대신 기억을 말소하는 것으로 타협한 시에는 어느 샌가 얼굴에 앞이 전혀 보일 것 같지 않은 검은색 안경과 이상한 모양의 짧은 봉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들고 있는 봉 끝에서 투명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봉을 노인에 시선에 가져다대니 노인의 눈동자에 빛이 없어지더니 이내 곧 기절하고 말았다.

“전부 정리 완료! 그럼 나머지 녀석의 기억도 지워볼까?”

저 멀리 기절하고 있는 시선의 주인에게 다가간 시에는 물 마법을 사용하여 대량의 물을 끼얹었다. 그러자 기절하고 있던 게 거짓말처럼 벌떡 눈꺼풀이 올라와 정신을 차린 것이다.

곧바로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더니 대답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긴. 내 주먹 한 방에 날아가서는 곧장 기절해서 여태까지 자고 있었지.”

시에의 말을 듣자 시선의 주인은 아까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떠올랐다.

“크윽··· 계집애. 다시 한 번 겨뤄보자. 아까는 방심해서 그런 거다.”

“몇 번을 해도 똑같은데? 얌전히 가만히 있어.”

시에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선의 주인은 나무줄기에 몸이 꽁꽁 묶여버렸다.

나무줄기를 풀어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지만 무용지물. 오히려 남은 체력을 빼는 일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시에는 다가가 무릎을 굽혀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쳤다.

“너 그 정도 실력으로 의뢰를 받고 있었던 건가 본데, 그냥 얌전히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크윽······.”

“다행히 내가 모시는 분이 왕에서 공주님으로 바뀌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알았어?”

자신의 목숨이 없어졌을 수 있다는 말에 등에서 식은땀이 폭포수 마냥 흘러내리는 시선의 주인.

“자, 나도 이만 쉬고 싶으니 잡담은 그만해야겠네.”

다시 검은색 안경을 쓰고 끝이 투명하게 빛나는 봉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이미 당했던 노인과 똑같이 현상으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럼 기절한 상태로 이대로 방치해 둘까? 어떻게 할까?”

기절한 노인과 시선의 주인의 처분을 고민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바닥에 주먹을 쳤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떠오른 것을 곧장 실행해서 행동으로 옮겼다.

할 일을 마치자 개운한 표정으로 손에 묻은 먼지를 털고 기지개를 쭉 편 뒤, 에피와 리에가 자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에 있던 일 때문에 비록 늦게 잤을 지라도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몸을 단련하는 시에,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에피와 리에의 별 볼일 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시에가 단련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도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두 엘프를 보았다. 어제 밤에 있던 일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화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도 이 일상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속으로 빌며 두 엘프를 깨웠다.

꿈나라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비몽사몽한 채 입이 떡 벌어지게 하품을 하는 두 엘프.

“아무리 아침이라고 해도 너무 늘어지는 거 아닌가요?”

“하아암~ 좀 봐 줘. 침대가 너무 푹신했단 말이야.”

“이하동문.”

“하아··· 됐고. 얼른 씻고 내려와서 아침이나 먹어요.”

“난 아침 됐으니까 조금만 더 잘게.”

“언니, 나도.”

다시 침대의 늪으로 빠지려는 두 엘프를 보며 말로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시에는 행동으로 나섰다.

“그러지 말고 당장 침대에서 나오세요!”

이불을 확 잡아당겨 에피와 리에를 침대에서 떨어뜨렸다.

“아얏. 시에야, 한 번만 봐주라~”

“빌어도 안 돼요. 서둘러서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단 말이에요.”

“갑자기 왜?”

“그건 나중에 설명 드릴 테니 일단 씻으러 가세요. 지금 당장.”

“알았으니까 먼저 내려가봐.”

“아뇨. 이번엔 억지로 끌고 가야겠어요. 물론, 리에 너도.”

“귀찮아.”

“리에, 너!”

두 엘프의 손을 잡아 억지로 잡아당겨서 씻긴 후, 아침밥을 먹기 위해 내려갔다.

식탁에는 미리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아침 메뉴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밤에는 푹 주무셨나요?”

“네, 덕분에 편히 쉬었답니다.”

“응. 침대가 매우 푹신해서 계속 자고 싶을 정도였어.”

“그거 참 다행이네요. 아침밥은 차려놓았으니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손녀의 말에 따라 식탁에 앉고서 각자 아침밥을 먹었다.

에피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갈 채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서둘러서 가시는 건가요?”

“그게 사정이 생겨서 급하게 들를 마을이 있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좀만 더 있다 가시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개인의 사정을 들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손녀는 그냥 아쉬운 마음만 표현했다.

“나중에 다시 들를 테니 아쉬워하지 마세요.”

“정말요? 꼭 약속이에요.”

“네. 약속할게요.”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고서 약속을 맹세하는 손녀와 시에.

그런 두 엘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훈훈하기 그지없었다.

손녀는 계속 손가락을 걸 수 없는 노릇이라 손가락을 떼면서 물어봤다.

“혹시 저희 할아버지 보셨나요? 아침부터 전혀 보이지 않아서요.”

“나는 못 봤어.”

“나도.”

“아···! 아침에 잠깐 돌아다니다가 여관 뒤편으로 걸어가시는 걸 봤어요.”

“아, 정말요? 알려줘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희는 서둘러서 가야하니 바로 나가볼게요.”

“네, 그러세요. 여러분들의 여행에 행운만이 가득하길 빌게요.”

손녀의 말을 끝으로 에피 일행은 여관을 나섰다. 자신들이 떠나려는 것을 배웅해주는 손녀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에피 일행은 다음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손녀는 급하게 여관을 나서고 숲속으로 들어간 에피 일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기어코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까 시에가 알려줬던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으러 갔다.

여관 뒤편으로 가서 좀 걷자, 어느 나무 밑에서 머리만 쏙 내밀고 있는 할아버지와 정체 모를 시선의 주인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그 모습을 시에는 알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것은 손녀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그저 혼자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에피 일행의 여행은 새로운 목적을 위해 새로운 마을로 힘차게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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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화 엘프 공주, 위치가 발각되었습니다.(1) 17.10.27 70 0 8쪽
»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8) 17.10.24 123 0 10쪽
8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7) 17.10.20 76 0 8쪽
7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6) 17.10.17 90 0 8쪽
6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5) 17.10.13 121 0 9쪽
5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4) 17.10.10 95 0 12쪽
4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3) 17.10.06 124 0 13쪽
3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2) +2 17.10.03 96 0 13쪽
2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1) 17.09.30 121 0 13쪽
1 0화 프롤로그 17.09.30 225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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