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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엘프 공주, 지금부터 가출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7.09.30 23:26
최근연재일 :
2017.11.10 12:24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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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02

작성
17.10.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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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4)

DUMMY

다음 날 아침.

대망의 첫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되었다.

셋은 미리 짐을 꾸린 것을 들고서 탑 입구 앞에 모였다.

정들었던 탑을 한 번 스윽 흩어보고서 곧바로 여행을 출발했다.

탑 앞에 이어진 다리를 건너서 숲에 들어섰다.

기괴하게 생긴 식인 식물들이 그녀들을 노리며 침을 흘려댔지만 가소롭다는 듯 시에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마법인 바람 칼날이 흩날려서 모조리 없애버렸다.

에피가 신기해하며 구경할 틈도 주지 않았다.

이 행동은 어쩔 수 없었다. 식인 식물이 언제 에피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었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두어야 언제 어느 상황이든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 때문인지 에피는 실망한 기색을 내보이며 툴툴댔다.

“에~ 조금은 구경해도 되지 않을까?”

“안 됩니다, 에피님. 식인 식물이 언제 에피님을 꿀꺽 삼킬 수 있으니까요.”

“이하동문”

“치이~”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니 에피는 어쩔 수 없이 구경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걸어야 숲을 벗어날 수 있어?”

“원래라면 1~2시간 정도면 벗어날 수 있으나 에피님도 있고 짐도 있으니 2배 정도 걸릴 거 같네요.”

“그 말은 내가 곧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구나······.”

숲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자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살짝 뾰루퉁해졌다.

“에··· 에피님. 결코 그런 의도로 말 한 것은······.”

“흥··· 됐으니까 얼른 가자.”

“네······.”

리에는 시무룩해진 언니의 등을 토닥이며 힘내라고 뒤에서 응원했다.

그 뒤로 여러 식인 식물을 격퇴하며 휴식을 반복하다 보니 숲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익숙한 풍경과 원래 살던 곳인 성이 그녀들을 반겨줬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다지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입장이니 반갑지 않았다.

“여기는 특히 주의하죠. 성이 근처에 있으니 직속 부대가 언제 눈치챌지 몰라요. 그러니 빠르게 빠져나갈 테니 에피님, 실례를 범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에피의 짐을 빼앗아 리에에게 맡기고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리고 육체 강화와 이동 속도를 상승시켜주는 마법을 자기와 리에에게 걸었다.

주문을 마치고서 가볍게 제자리를 뛰어 마법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확인한 후, 쌍둥이 시녀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 모습에 직속 부대의 요원이라고 해도 쉽사리 포착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아마 그 안에서 상위에 속한자라면 모르겠지만 성 근처에 위치한 요원들은 상위에 속한 자가 아니었다.

재빠르게 벗어난 그녀들은 사전에 조사한 인근 마을로 향했다.

얼마 안 있어 인근 마을 앞에 위치한 들판에 도착했다.

언덕 위에 위치한 덕분에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우와, 우와~ 저게 마을이구나. 왠지 기대되는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한 에피는 흥분을 가시지 못했다. 그러나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시에의 한 마디였다.

“에피님. 에피님은 눈에 띠는 외모와 이미 많은 엘프들에게 얼굴이 알려졌기에 변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에~ 그런 건 귀찮고 답답하기만 한데.”

“안 됩니다. 만약의 경우에 에피님의 정체가 들키게 되면 왕국 직속 부대가 쫓아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니 제가 마을에 가서 변장 도구를 사올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기다릴 테니까 빨리 갔다 와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시에는 에피가 고집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수히 따르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동생인 리에에게 맡겨두면 된다고 판단했다.

“리에, 나는 마을에 갔다 올 테니 에피님을 잘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

“알았어요, 언니.”

“그럼 널 믿고 빠르게 갖다 올게.”

신속한 스피드로 곧바로 마을로 향하는 시에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두 엘프는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시에의 모습이 털끝만치도 보이지 않자 에피는 곧바로 생각해두었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리에야! 나 마을에 갔다 올게!”

리에는 에피의 당당한 선언에 어이가 없었다. 언니인 시에가 얘기하고 마을로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금세 태도가 뒤바뀌는 것이다.

내색을 하지 않은 그녀이지만 말리게 되면 명백히 귀찮아질게 눈에 보일 정도로 뻔했기에 바로 포기했다.

“어차피 제가 말려도 들으시지 않을 거잖아요?”

“잘 알고 있네. 역시 리에야. 그렇다면 나중에 변명거리를 위해 한 번 속아줄래?”

“그러죠, 뭐.”

목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한 뒤 마을과 반대편인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에피는 외쳤다.

“앗! 저기 봐, 리에야. 생전 볼 수 없었던 희귀한 나비가 지나가고 있어.”

“정말요? 어디요, 어디?”

일부러 속아 넘어간 리에는 뒤쪽을 바라보며 나비를 찾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치는 행위였지만 서로 합의하에 변명거리를 만드는 목적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리에가 뒤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에피는 있는 힘껏 마을로 향해 달려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리에는 찾는 시늉을 그만두고 달려가고 있는 에피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귀찮단 말이지······ 하암~ 느긋하게 낮잠이나 자볼까.”

들판에 털썩 누워 곧바로 잠에 빠진 리에였다.

한편 이마에 땀이 흘러내리며 열심히 뛰고 있는 에피는 얼마 안 있어 숨을 헉헉 내쉬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단련하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보통 엘프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잠깐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자 괜찮아졌다. 다시 뛰어가고 휴식을 반복하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에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생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거리에 있는 분수, 엘프들이 바글바글한 시장, 시장에서 파는 과일 및 음식들, 난생 처음 보는 집 형태 등등.

그녀로서 알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는 모습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들이 이제부터 내가 알아갈 것들이구나.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쳐다보며 궁금증을 채워나가고 있던 와중, 뒤에서 누군가가 에피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것이다.

누구인가 싶어 쳐다보자 딱 봐도 불량배로 보이는 엘프 두 명이 서 있었다.

엘프라고 꼭 미형의 존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휴먼과 오크들처럼 미형적인 존재가 있는가 하면 평범하게 생긴 엘프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에피 뒤에 있는 불량배들이 그 예시이다.

“이봐, 아가씨. 아름다운 모습이구만. 나랑 같이 재밌는거 하러 갈까?”

“재밌는 거요? 그게 뭔데요?”

“그건 말이지, 흐흐흐··· 서로가 기분 좋고 win-win할 수 있는 거란다.”

서로의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지만 알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엘프를 따라갈 만큼 에피는 멍청하지 않았다.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불량배에게 표시했다.

“그런 거라면 안 갈래요. 궁금하긴 해도 모르는 아저씨들을 따라가고 싶진 않거든요.”

“뭐? 아저씨?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젊단 말이야.”

“네? 아하하, 거짓말도 잘하시네요.”

“이게 지금 누굴 우습게 알고 있어?!”

에피가 불량배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불량배는 화가 나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안 되겠어. 버릇이 덜 들은 거 같으니 고쳐줘야겠구만. 당장 이리로 따라와!”

“싫어요!”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것을 버티려고 바닥에 웅크려 앉았지만 성인의 힘을 소녀가 버틸 리가 없었다.

결국 질질 끌려가는 형태가 되었는데 에피는 안절부절 못했다.

시에의 말을 어기고 마을에 온 결과 모르는 불량배들한테 끌려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누가 도와주지 않을까 소리쳐봤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냉혹하게 한 번 스윽 쳐다보고 지나갈 뿐, 아무도 발 벗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 에피지만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시에야, 구해줘!’라고 연달아 외쳐댔다.

에피의 외침이 통했던 걸까? 갑자기 어디선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이가 있었는데 그 정체는 바로 쌍둥이 시녀 중 언니인 시에였다.

불량배 앞에 나타난 시에는 불량배를 지적하며 크게 소리쳤다.

“감히 내 앞에서 불쌍한 소녀를 납치하려 하다니, 간땡이가 부었구나. 내가 누구인가 하면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정의의 사도. 이름하여 히어로이다!!!”

시에의 뒤편으로 불꽃이 터지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명백하게 그녀가 마법으로 잔재주를 부린 것이다.

그런 낯부끄러운 대사를 외쳤지만 정작 본인은 부끄러운 기색 없이 당당해보였다.

이에 듣고 있던 에피와 불량배가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말한 것은 내가 아닌데 정작 부끄러움은 내 몫이네.’라고.

에피는 끌리지 않는 나머지 손으로 얼굴을 가려 부끄러운 것을 감추고 있었다.

불량배들은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얼이 나가 있었다. 이런 낯부끄러운 대사를 하는 존재가 엘프들의 주목을 끌며 자신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다. 점점 엘프들이 몰려들기 전에 해결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외쳤다.

“이봐, 계집애! 얌전히 굴지 않으면 이 소녀처럼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 그러니 얌전히 있으라고!”

에피를 붙잡고 있던 손을 세게 끌어당기며 험하게 다루었다.

그 모습에 시에는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깊은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모시는 공주가 저런 저급하고 덜 떨어진 불량배들한테 붙잡혀서 위험에 처한 상황을 보았기에.

그렇기에 빠르게 불량배를 해치워서 구출할 필요가 있었다.

“아저씨들. 지금 당장 그 소녀를 놓아주지 않으면 되려 험한 꼴을 당할 거야. 그러니 셋을 셀 동안 놓도록 해.”

“뭐라고 지껄이는······.”

“3,2,1. 땡. 시간 끝.”

카운트가 끝나자 불량배 옆에 있던 동료가 갑자기 날아가는 것이다.

동료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뭐지?’라며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그 원인은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시에가 도약하여 무릎치기로 불량배 동료를 날려버린 것이다.

보호해줘야 할 거 같은 소녀가 동료를 쓰러뜨린 것을 보고서 예감이 좋지 않은 것을 느낀 불량배는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린 건가······. 그렇다면 최후의 방법이다.’

자신의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자 에피를 끌어당겨 팔로 목을 조른 후 가지고 있던 칼을 꺼내 목에 들이댔다.

“거기 계집애. 이 소녀가 죽어도 상관없나? 조용히 넘어가고 싶으니 길을 비켜달라고. 안 그럼 소녀의 목숨은 없어진다고.”

비겁한 짓을 하고 있지만 당당하게 말하는 불량배의 모습에 시에는 한숨을 푹 쉬며 한 마디 말했다.

“리에! 너로 정했다. 얼른 처리하세요.”

“네, 언니.”

갑자기 불량배 뒤에서 나타난 리에는 가히 암살자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서는 구속당하는 에피를 구해내고 불량배가 가지고 있는 칼을 빼앗아 역으로 불량배의 목에 들이댔다.

“분수도 모르고 덤볐다가 큰 코 다쳤네요.”

일사천리하게 에피를 구하는 것에 성공한 시에는 별 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손바닥을 털었다.

“시···시에야!”

“에피님···!”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모녀간의 상봉 같은 모습에 훈훈하지 그지없을 거 같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에피가 시에에게 달려가자 그녀는 팔을 벌려 안아줄 것만 같았지만 금세 자세를 바꿔 꾸짖는 자세로 돌변하고는 30분 동안 설교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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