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 공주, 지금부터 가출하겠습니다.

0화 프롤로그

에리스라는 이름의 대륙이 있었다.

그곳은 휴먼, 엘프, 오크, 드워프 등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대륙이었다.

특히 다양한 종족 중에서도 휴먼, 엘프, 오크, 이 세 종족의 인원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같은 종족의 인원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족과 마을이 형성되어 그들 스스로 집단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었다.

집단이 생기면 갈등이 조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내부에서의 갈등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으나 외부에서의 갈등은 그렇지 않았다.

생김새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 갈등은 쉽사리 유발되었고, 그 갈등은 개인과 개인에서 시작되어 점차 커져간 나머지 집단과 집단의 갈등으로 부풀어졌다.

결국 작디작은 갈등이 여러 명의 거쳐 부족 간에 전쟁이라는 산물을 낳게 되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얻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잃는 것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잃는 것이 많은 게 현실이었다.

당연하게도 부족 간에 전쟁을 일으킨 휴먼, 엘프, 오크를 제외한 나머지 기타 종족들은 전쟁에 여파에 휘말려 죽어가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기타 종족들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최대한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에리스 대륙의 깊숙하거나 외진 곳으로 이주하였다.

세 종족의 전쟁은 기타 종족들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보는 게 무방했다.

왜냐하면 세 종족 간의 전쟁이 치열하고 팽팽하여 도저히 누군가를 신경 쓰면서까지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열이 정해지지 않고 전쟁이 지속되었을까? 해답을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세 종족 간의 균형이 딱 맞아 떨어져서 쉽사리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휴먼은 엘프보다 많고 오크보다 인구수가 적었지만 끊임없는 호기심과 기술의 발전이 뛰어났다.

엘프는 휴먼과 오크보다 인구수가 압도적으로 적었지만 전 종족 통틀어 그들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활의 솜씨가 뛰어났다.

오크는 휴먼과 엘프보다 인구수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번식력이 뛰어났지만 이성보다는 본능이 우선이라 기술이 심하게 뒤처졌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었다.

장기간 전쟁의 여파로 피해가 막심해지자 어느 날 세 종족의 대표는 에리스 대륙의 정 가운데 장소에 모여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 협정을 맺은 곳을 기점으로 에리스 대륙을 정확히 삼등분하여 각 종족을 침범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살아가겠다는 협정이었다.

이것이 태초에 평화협정이며 하나로 뭉쳐졌던 에리스 대륙이 삼등분으로 갈라지게 된 이야기의 전말이다.

그 뒤로 세 종족은 평화협정 뒤에 그들끼리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엘프 대륙에 어느 한 공주가 벌인 행동 때문에 무너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먼 훗날의 얘기이다.

도대체 엘프 공주가 어떤 행동을 벌였기에 평화협정이 무너지게 되었을까?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줄 테니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