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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엘프 공주, 지금부터 가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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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7.09.30 23:26
최근연재일 :
2017.11.10 12:24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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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402

작성
17.10.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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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3)

DUMMY

2장 : 엘프 공주,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뒤로도 탑을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부모의 결혼 반대에 못 이겨 야밤에 도주하듯이 밤에 몰래 탑에서 탈출하려다 실패한 것, 생활에 필요한 식자재를 운반하고서 돌아갈 때 몰래 짐칸에 있다가 들켜서 실패한 것,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을 찾은 뒤 연습하여 대놓고 당당하게 나가다가 실패한 것 등등.

손가락으로도 세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마지막에 돌아온 것은 실패라는 결과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피의 눈동자에는 체념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다음번에는 성공시키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가득했다.

이렇게 탑에서 탈출하는 것이 계속 이어지자 그녀를 모시는 쌍둥이 시녀들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쌍둥이 시녀 중 언니인 시에가 지쳐가고 있었다. 동생인 리에는 그저 방치할 뿐이고 실질적으로 저지한 것은 언니였으니까.

덕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시에는 에피가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에피님이 탈출하는 것을 그만두셨으면 좋겠는데······.”

“언니, 그냥 포기해. 공주님의 저 황소 같은 고집을 모르겠어? 언니도 나름 한 고집하지만 공주님은 격이 다르다고, 격이. 그러니 나처럼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때?”

“내가 넌 줄 아니? 하아~ 속으로는 나도 에피님을 돕고 싶지만 왕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언니도 참 고지식하구나. 이제 우리가 모시는 분은 공주님인데 말이지.”

“나도 너 같은 성격이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쌍둥이 시녀는 말썽을 일으키는 에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에피는 쌍둥이 시녀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그것도 그녀들이 위치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기 위한 문 앞에서.

“호오··· 시에가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시에만 설득하면 탈출이 누워서 떡 먹기겠네. 좋아, 그렇다면 끈질기게 늘고 물어지는 방법으로 가자.”

시에의 속마음을 듣고서 그녀만 설득하면 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한 에피는 그녀를 회유하는 것이 아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방법으로 정하고서 다음 날부터 실행에 옮겼다.

시에가 탑을 청소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동안에 계속 붙어 다녀서 탑을 나가고 싶은 이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반복. 청소가 끝난 후에도 다른 일거리를 할 때에도 계속 붙어다녀서 아까 했던 말을 반복.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나 잠을 잘 때도 거머리 같이 찰싹 붙어서 같은 것을 반복하는 행위.

이 방법을 하루만 한다고 하면 그나마 참을만하겠지만 에피의 성격상 양반은 되지 못했다.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지는 끔직한 광경이었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이 지경까지 되었으면 화가 날 법도 하는 게 지당했다.

시에도 처음엔 괜찮았다. ‘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시는구나. 금세 포기하시겠지.’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 생각은 곧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시작해서 청소 할 때나 화장실에 갈 때나 잠을 잘 때나 계속 붙어서 같은 말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치고 남을 지경이었다. 동생인 리에에게 구해달라고 시선을 보내도 자기도 당하기 싫은지 무시당하였다.

결국 끝끝내 시에의 정신은 온전치 못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될 대로 대라는 식으로 실성하며 웃어댔다. 척하면 척으로 일도 잘하던 그녀가 망가지면서 일 처리 솜씨도 떨어졌다. 덕분에 탑 내부는 엉망으로 변해갔다.

언니가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고 자기가 할 일이 늘어나자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언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조언을 전했다.

“언니, 나 언니가 망가지는 모습이 보기 싫어. 지금 그 모습은 내가 알던 언니가 아니야. 그러니 이쯤 하고 공주님을 도와주자. 응?”

“그래도 될까? 왕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에피님을 도와줘도 괜찮은 걸까? 더 이상 모르겠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동생에게 조언을 받았지만 언니의 눈동자에는 희망이라고 눈곱만큼도 없이 생선 동태 눈깔처럼 눈이 죽어있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리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한숨을 푹 쉬며 언니의 목 뒤쪽에 수도로 가격하여 억지로 기절시켰다.

원래라면 성공할 리 없었지만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상태에서 기절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기절하여 쓰러지는 시에를 침대에 눕히고서 문 틈 사이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에피 앞으로 리에가 다가갔다.

“공주님. 할 말이 있습니다.”

평소 성격으로 보아 그녀가 이런 행동을 벌일 리가 없지만 시에의 상태가 상태이니 만큼 원인 제공자인 에피는 뜨끔하며 속으로 미안한 상태이다.

“뭐··· 뭔데 그래?”

“공주님. 아무래도 이번 방법은 너무 심한 거 같습니다. 성실하던 언니가 저 지경이 될 정도라니······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직설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을 하자 에피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리에의 옳은 지적에 반박하지 않고 그저 사과할 따름이었다.

“미······ 미안해. 이렇게까지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저한테 사과하지 마시고 언니가 깨어나면 직접 사과하세요. 그리고 언니도 공주님을 도와줄 마음이 있으니 정직하게 얘기하고 협력을 구해보세요.”

“응, 알았어······. 이번엔 폐를 끼쳤네. 미안해.”

“이해하셨으니 다행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가볼게요.”

자기 할 말을 마친 리에는 평소대로 돌아와 곧바로 자러갔다.

리에가 옳은 말을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심각한 것이었다. 그것을 곱씹으며 시에에게 어떤 말로 사과해야 할지 열심히 고민하는 에피였다.



기절해있던 시에가 저녁쯤이 되어 일어났다.

그녀는 자기가 왜 자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바로 침대 밑에서 침대를 향해 엎드려서 자고 에피였다.

시에는 이 사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했지만 그녀가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일단은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에피를 자기가 자고 있던 침대에 눕혀 편안한 수면을 취하게 하는 것이었다.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에피가 깨지 않게 안자 자고 있던 에피가 깨어났다.

“시··· 시에?”

“네, 공주님. 잠에서 깨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으응··· 아냐, 괜찮아.”

“불편하게 주무시고 있으시기에 침대로 옮겨드리려고 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안 옮겨도 되니까 침대에 내려놓아줘.”

“네, 알겠습니다.”

에피의 부탁을 듣고서 안고 있던 그녀를 침대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시에야, 할 얘기가 있으니 너도 내 옆에 앉아봐.”

“저는 괜찮으시니 서서 듣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불편하니까 꼭 옆에 앉아줬으면 하는데 안 돼?”

고개를 위로 들어 쳐다보는 시선을 보내자 시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하고 에피의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하실 말씀이라면······?”

“으응······ 그게 있지······.”

“······”

양손의 검지를 맞닿게 하여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하는 에피를 보며 시에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그게 있잖아, 시에야! 정말 미안해! 이번엔 내가 도가 지나쳤어. 그러니 용서해주라!”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하는 에피를 보자 시에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모시는 공주가 자기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한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 에피님. 고개를 들어주세요.”

이대로라면 거북하고 불편하기에 고개를 들어달라고 말하였다.

“솔직히 이번에는 에피님이 좀 심하셨어요.”

에피는 심하다는 말을 듣고 풀이 죽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응,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러니 용서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정직하게 용서를 구하시니 제가 용서를 안 할 수가 있을까요? 특별히 이번엔 용서해드릴게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알았어······.”

원래부터 사과할 마음이 있었던 시에는 에피가 용서를 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저한테 직접 얘기하시면 도와드릴 의향이 있는데 어떡하실래요?”

손을 말아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그녀도 이렇게 대놓고 말하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 말에 에피는 풀 죽어있던 것이 언제였냐며 180도 돌변하여 기쁨의 미소가 만연한 모습이었다.

“응! 날 도와주면 좋겠어.”

“그렇다면 시에, 에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예의를 표하였다.

“이래서 내가 시에를 좋아한다니까.”

“과찬의 말씀입니다.”

시에는 에피의 솔직담백한 말에 부끄럽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빠른 시일 내에 출발할 수 있도록 계획이라도 짤까?”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만 쉬시고 내일부터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쉬는 것도 엄연히 중요한 법이지. 좋아. 이제부터 쉬고 내일이 되면 생각하자.”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흩어져서 휴식을 취했다. 누구는 평소처럼 청소하는가 하면 누구는 지하 창고로 내려가 책을 읽고, 누구는 소파에 누워서 잤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서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

에피가 가장 먼저 나서서 말했다.

“일단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짐을 꾸려야겠네요. 탑을 나서는 이상 밖에서 야숙하는 것은 확정이니까요.”

“흠··· 그러네. 그 외에는?”

“그 외엔 사전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저랑 리에 중 한 명이 미리 갔다와야합니다. 하지만 왕국에서 의문을 품을 가능성도 농후해서 별로 추천 드리고 싶진 않네요. 그나마 인근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파악하는 정도가 좋겠네요.”

“역시 시에는 믿음직하다니까.”

“그런 말씀 하셔도······.”

시에는 솔직한 칭찬을 듣자 몸을 배배 꼬며 기뻐했다.

“그런데 여기 주위는 위험한 동물이나 식물들이 많지 않아? 직접 보고 싶긴 해도 위험해서 여태까지 기피하고 있었지만.”

“그 걱정은 불필요한 걱정입니다, 에피님. 저랑 리에의 실력이라면 에피님을 호위하면서 가뿐하게 돌파할 수 있거든요.”

자신만만하게 뽐내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자 에피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문제없겠네. 그렇다면 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러 가볼게.”

“네. 그럼 저랑 리에도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회의 끝!”

회의가 끝나자 각자 필요한 것들을 챙기러 흩어졌다.

에피는 한 번도 왕국 외로 벗어난 적이 없어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신이 나고 기대가 가득했다. 그만큼 이 여행은 그녀에게 있어 큰 인생의 전환점인 것이다.

각자 짐을 꾸리는 것을 마치자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내일부터 여행을 나서기에 저녁은 위에 부담이 가지 않은 요리들을 준비해서 먹었다.

“후아~ 이게 여기서 먹는 마지막 저녁이네.”

만족하게 먹은 에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다시는 여길 올 일이 없을 테니까요.”

시에의 말을 듣고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리에는 말하기조차 귀찮아보였다.

“여기도 오랫동안 있다 보니 정이 들긴 했지만 계속 있을 순 없지. 안 그래?”

“네, 맞습니다. 에피님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요.”

끄덕끄덕. 리에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식사를 마친 뒤, 할 일도 없고 해서 에피와 쌍둥이 시녀는 한가로이 잡담이나 떠들었다. 주로 에피와 시에의 잡담으로 리에는 자느라 참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떠들고서 만족스러웠는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 있을 여행을 생각해서 그런지 흥분과 기대를 가득 품은 에피는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에와 리에가 자고 있는 곳에 가서 같이 자자고 얘기해서 셋이서 자게 되었다.

오랜만에 같이 자게 되어서 그런지 들뜬 기분으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가 에피가 먼저 졸렸는지 꾸벅꾸벅 거리다가 먼저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에는 편히 잘 수 있게 자세를 고쳐준 뒤, 자신도 잠에 청하였다. 리에는 진작 꿈나라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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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화 엘프 공주, 탑에서 가출했습니다.(4) 17.10.10 9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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