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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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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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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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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격전

DUMMY

숲은 기분 나쁠 만큼 고요했다.


‘끔찍하군.’


나를 배려하며 이동 중인 아이리스의 뒤를 따라가며 살펴본 주변에서는 살아 있는 생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다못해 식물들까지 전부 메말라 죽어있었으니.


‘···기분이 더럽다.’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느껴서 도망친 거다.


이곳에 나타난 마족으로부터 말이다.


의식이 끝나지 않았으면 모를까, 마족 놈이 소환된 이상 숲의 황폐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될 터.


파괴와 살육. 이 모든 게 평범한 마족의 취미다.


생명의 숲도 놈을 막지 못하면 서쪽 모래사막처럼 변하게 되리라.


마나도 경고하고 있다.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고.


산뜻하게 마나의 경고를 무시한다. 내 눈에 담긴 아이리스의 뒷모습을 쫓아 발을 계속 놀렸다. 여기서 물러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내 영혼은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죽을지언정 물러설 수 없다.


무엇보다 곁에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동료, 아이리스가 함께였다.


···그리운 과거가 현재 상황과 겹쳐진다.


콰직!


“아이리스 님!”


앞서가는 아이리스의 발밑에서 마기가 폭발했다.


그녀는 옆으로 몸을 날려 어렵지 않게 회피했다.


‘추잡한 덫이야.’


느껴진다.


아이리스가 향하는 방향에 도사린 악의가.


이곳을 지나며 헥사르의 흑마법사가 트랩을 설치해 둔 모양이었다. 그 수준은 아이리스에게 못 미치지만, 성가시기 짝이 없다.


아이리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적이 지금 향하는 장소가···. 동족의 마을이에요! 서둘러야 합니다! 남아있는 동족이 있을 수 있어요!”

살던 터전을 떠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엘프도 마찬가지다.


셰실리와 아이리스의 경고에도 미처 피신하지 못한 엘프가 마을에 남아있다면?


마족과 흑마법사의 제물이 될 뿐이다.


게다가 이곳은 생명의 숲.


숲에 일어나는 이변이 마족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터다.


빨라진 아이리스의 속도에 맞춰 심장 주변을 공전하는 별의 회전도 빨라졌다. 불어난 마나는 몸을 거칠게 순환한다.


마나의 격류.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 오감이 극도로 활성화된다. 내게서 새어 나온 마나는 주변의 마기를 밀어냈다.


뒤를 흘끗 돌아본 아이리스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아직 놀라긴 이르지.’


로한의 검술은 게헨나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검술은 오로지 마족을 멸하기 위한 방향의 검술로 변질하였다. 피폐해진 정신과 몸이 게헨나의 마족들을 베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멸악의 검.


내 몸이 아닌 영혼이 기억하는 그 검술은.


아이리스의 정령을 상대하는 것보다.


천계의 심판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마족을 상대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곧이어 참혹하게 변해버린 엘프의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


유리에게 들은 적이 있다.


헥사르의 꼬드김에 넘어간 귀족이 제물을 바치기 위해 공민들을 제물로 바치고 마을을 불태운 이야기를.


덤덤하게 말한 유리지만, 정신이 성숙하기 전 어린 그녀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을 터다. 아니, 성인이라 할지라도 그 참상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힘들겠지.


지금, 유리의 두 번째 고향인 생명의 숲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검은 불꽃에 휩싸인 집들.


자연과 어우러지게 지어진 그 집들은 엘프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여과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집이었다.


이제는 집이라 부르지 못할 테지.


고즈넉한 풍경이었을 게 분명한 마을은 말라죽은 나무와 풀들, 그리고 마기에 뒤덮여있어 더는 생명의 숲이라 부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죽음의 숲이 더 어울린달까.


그리고 마을 한가운데에 흉측하게 널브러진 저 시체들.


또르륵.


아이리스의 두 눈에 맺힌 이슬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입을 열기도 힘든 지옥도다.


그녀가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온몸의 정기를 다 빨리고, 마기에 노출되어 문드러진 신체.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엘프까지 희생되었다.


남아있었다.


몸을 피신하지 못한 엘프들이 이 마을에 남아있었다. 삶의 터전을 버리지 못한 유약한 엘프들이었다.


아이리스는 숲의 균형을 유지하고, 동족을 지키는 사명을 가진 하이 엘프다.


이 광경을 본 그녀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누구보다 먹음직스러운 영혼이 제 발로 찾아왔구나.


불타버린 마을 안쪽에서 차마 생물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끔찍한 존재가 걸어 나왔다.


세로로 그어진 동공과 혈관이 다 튀어나와 흉측한 눈. 머리 양쪽으로 튀어나온, 일그러진 뿔. 쩍쩍 갈라진 근육과 틀만 남은 날개가 있는 상반신. 말을 연상케 하는 하반신과 길게 늘어진 꼬리.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다.


당연히 게헨나의 마족이겠지.


완성되지 않은 로벤의 몸은 저 존재와 맞서기를 거부한다.


격의 차이가 느껴진다.


내 몸에 흐르는 마나를 제외한 이 공간의 거의 모든 마나, 아니 마기는 저놈의 의지에만 반응할 터였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필요한 공기마저 마족이 장악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느낌은 이미 익숙했다.


서대륙의 모래사막에서 나타난 마족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경험했었으니까.


“···. 있어서는 안 될 존재가 살아 움직이고 있네.”


흘린 눈물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고저가 없는 아이리스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아니···.’


이건 차가운 분노다.


모든 감정을 삼키고, 분노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성을 잃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뜨거운 분노가 아닌, 냉정함을 갖춘 차가운 분노다.


스으으―


세찬 바람이 흩날린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람이다.


마나 친화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령이 활동을 시작했다.


분노를 가득 담은 아이리스의 의지다.


형태만 남은 식물들은 바람이 불자마자 가루가 되어 스러졌다.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도 바람을 타자마자 재가 되어 아스러진다.


마족이 내뿜는 극악한 마기도 아이리스의 살갗에 스치지도 못했다.


그녀의 긴 장발도 세차게 휘날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손에 들린 암영검에도 마나가 스며들었다.


아이리스가 먼저 한 발자국 내디뎠다.


-이 볼쾌한 존재는···. 정령인가.


놈은 정령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래. 저년이 하이 엘프, 아이리스라고?


···마족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더 있다. 헥사르의 흑마법사다. 녀석은 마족의 조력자다. 폐허가 된 마을에 숨어있다.


마을 어귀에서 마족이 있는 한복판으로 우리는 천천히 전진했다.


난 흑마법사가 숨어있을 만한 장소를 눈에 담으며 이동했다.


놈은 우리를 제지하지도 않는다. 흑마법을 쓰지도, 형태변형을 하지도 않았다.


우리를 얕보고 있거나, 아니면, 아직 만반의 상태가 아니라는 소리다.


숨 막히는 침묵이 나와 아이리스, 그리고 마족 사이에 흐른다.


살생을 좋아하지 않는 엘프지만, 아이리스는 지금 살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죽음이 마족에게 어울릴지 고민하는 거다.


-네 강함이 느껴진다. 좋은 유희가 되겠어. 정말 탐나는 영혼이다.


“가시넝쿨.”


유리가 펼친 마법과 궤를 달리하는 위력의 마법이 펼쳐졌다.


전투의 시작을 아이리스가 선도했다.


“···!”


당연하게도, 상대를 터트릴 기세로 펼쳐진 아이리스의 마법은 마족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마족에게 마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재빠르게 아이리스에게 전언을 날린다.


그녀의 판단도 역시 빨랐다.


아이리스가 곧장 앞으로 손을 쭉 내뻗는다.


마족과 그녀 사이에 엄청난 냉기가 휘몰아치더니 그대로 공간 채로 얼어붙었다. 정령을 이용한 공격이다.


-헬 파이어(Hell fire).


극한의 냉기를 놈은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정령의 힘도 무마시킬 정도로 강대한 마기였다.


그와 동시에 날개를 활짝 펴 공중으로 솟구친다.


“어딜!”


종아리와 대퇴부를 쥐어짜 한계까지 힘을 끌어올렸다. 손에 쥔 암영검에서는 오러 블레이드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고 있다.


있는 힘껏 바닥을 밀어내고 박차올랐다. 집중력을 극한까지 모은다. 대상은 저 마족이었다.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날아오르는 마족과 솟구쳐 뛰어오른 나와의 거리가 한달음에 가까워진다.


아직 찰나의 시간까지 압축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충분하다. 검을 휘두르고 놈의 목을 베어내야 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손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마족을 양단할 기세로 베려던 그때.


느릿한 움직임으로 마족이 비웃음을 머금는 모습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중력 반전(Gravity reversal), 악마의 손, 심연 아귀.”


“이런 씨···!”


숨어 있던 흑마법사의 흑마법이 작렬했다.


내가 공중에 뜨자마자 마법을 펼친 모양이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가해진 흑마법은 타이밍 좋게 나와 마족의 거리를 다시금 벌렸다. 휘두른 검은 대상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을 가른다.


게다가 뛰어오른 반동으로 추락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늘어진 시간이 일순에 길어지고,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내가 추락하는 지점이 검게 물들고 마기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슈우욱!


꼴사납게 땅바닥에 처박히기 직전, 산뜻한 바람이 내 몸을 밀어냈다.


아이리스의 적절한 도움.


바람을 타고 흑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아직 여력이 충분하다. 재차 도약하려던 찰나.


-발악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나는구나.


공중에서 마족 놈이 양팔을 한차례 휘둘렀다.


나와 아이리스가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는 손에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뜯겨나간다’.


‘미친!’


아직 형태변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말도 안 되는 힘이라니!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팽팽 돌며 공전하는 별이 긴박한 상황에도 혈액과 마나를 온몸에 펌프질했다.


다시 집중하고, 자세를 낮춘 후 검을 발검 하듯이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이름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게 새하얀 마나를 가득 머금은 암영검이 공간을 뜯는 마기를 베어낸다.


더하여 검신에 맺힌 마나가 칼날의 형태로 넓게 퍼져나간다.


지상 위에 형태만 남은 나무들과 검은 불꽃으로 타고 있는 집의 밑동을 절삭하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마족 놈은 흥미롭게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리스는 마족의 공격을 뒤로 물러나며 어렵지 않게 회피했다.


“마법최강화 : 블랙 쉴드.”


잿더미가 쌓여있는 폐허 위에서 마기가 뭉글뭉글 뭉치더니 내가 날린 검기를 튕겨냈다.


“찾았다! 헥사르의 쥐새끼!”


마족에 대한 견제는 아이리스에게 맡긴다.


난 마기가 응집된 장소가 특정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인식할 수 있는 순간이 길어지고, 흑마법사가 대응하기 전에 목을 쳐내기 위해 근육의 혹사를 생각하지 않고 힘을 쏟아부었다.


이 장소의 마나가 마족 놈에게 통제받는 현 상황에서 자유롭게 흑마법을 사용한다?


이 새끼가 마족과 계약한 술자다. 숲을 파괴한 장본인이다.


‘단칼에 베어주마.’


곱게 죽이기엔 아까웠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떠 있는 마족이 형태변형까지 하게 된다면, 나와 아이리스만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헨나에서도 수위의 마족이 틀림없다. 전생에서 어렵사리 상대한 게헨나의 포식자들과 비슷한 기운을 느꼈다.


‘그전에···!’


오러 블레이드를 근거리에서 막을 수 있는 마법은 실존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절단하는 검술의 극의가 오러 블레이드다.


늘어난 마나를 아낌없이 쏟아부어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낸다. 다시 검신은 내 마나로 성스럽게 빛을 발한다.


쏘아져 나간 그 장소, 잿더미에서 어렴풋이 흑마법사의 형태가 보인다.


‘뒤져라!’


전생에 애용한 검법.


올곧게 찌른 검의 마나를 몸 안에서 터트려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발길 것이다.


내가 헥사르의 앞잡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양손으로 검은 인영의 한 가운데를 푹 찔러 들어갔다.


콰앙!


검이 알 수 없는 물체에 가로막혔다.


가로막힌 반발력으로 검신에서부터 전해져온 충격이 내장을 진탕했다. 피가 역류하고, 한순간 정신이 흐릿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시간이 짧아진다.


“쿨럭!”


“로벤 님!”


아이리스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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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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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전 21.06.15 239 2 12쪽
41 아이리스 21.06.14 241 2 13쪽
40 아이리스 21.06.13 232 1 14쪽
39 아이리스 21.06.12 232 3 13쪽
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35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34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3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32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9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4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26 아놀드 슈라그 21.05.30 348 3 13쪽
25 아놀드 슈라그 +1 21.05.29 341 3 12쪽
24 헥사르 21.05.28 346 3 13쪽
23 헥사르 21.05.27 359 2 12쪽
22 헥사르 21.05.26 359 2 13쪽
21 헥사르 21.05.25 360 2 13쪽
20 헥사르 21.05.24 397 2 12쪽
19 암운 21.05.23 402 3 12쪽
18 암운 +1 21.05.22 427 4 12쪽
17 암운 21.05.21 462 4 13쪽
16 비앙카 가넷 21.05.20 473 6 12쪽
15 비앙카 가넷 21.05.19 504 6 13쪽
14 사티아 아카데미 21.05.19 530 6 11쪽
13 사티아 아카데미 21.05.18 56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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