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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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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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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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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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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리아 프로넌셰스

DUMMY

아리아도 나와 마찬가지로 야영에 익숙했다.


평범한 사람들한테나 중앙 대륙이 위험천만한 요소가 도사린 장소지 우리 정도 되는 실력자들에겐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새벽이슬이 맺히는 시간이 되자 귀신같이 일어난 나는 아리아가 이미 일어나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침번은 왜 서다 말았어.”


“불침번을 서기로 했었나요?”


“그건 아니지만. 연약한 여자와 이 위험한 산 한 가운데에서 야영을 하는데 당연히 서지 말라고 해도 밤을 새우면서 섰어야 하는 거 아니야?”


“연약하진 않으신 것 같은데요.”


“어머. 얘 좀 봐. 나처럼 가녀리고 작은 숙녀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숙녀보단 꼬마가 더 어울린다.


근데 억울하다. 그녀를 지켜주느라 난 거의 눈만 붙인 수준으로 잤는데.


“자.”


아리아가 자신의 파우치에서 꺼낸 작은 주머니를 건네줬다.


백옥같이 새하얀 손에 들린 주머니를 받은 내가 아리아를 쳐다보자 그녀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설명해주었다.


“존재감을 지워주는 알약이야. 한 알에 24시간. 여기서 수렵을 하려면 요긴하게 쓰일 거야. 안에 재료 수집을 위한 세구병도 있어.”


어쩐지 어제 괴물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나 했다.


효율적으로 부려먹는 방법까지. 완벽하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덧붙여서 말했다.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해오면 내가 특별히 선물을 줄게. 장담하지. 대륙에 나만큼 뛰어난 연금술사는 없을걸?”


맨입으로 부려먹을 생각을 하긴 했다는 소리 아닌가?


“저는 아직 아리아 님이 살고 계시는 장소를 모릅니다.”


“공방이 있는 장소의 좌표를 알려줄게. 네 말대로 세렌의 제자라면, 지도 없이도 찾아올 수 있지?”


“···예.”


마나의 흐름이 거친 중앙 대륙에서 함부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면 목숨을 버리기 딱 좋다.


내가 아직 공간 계열의 마법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고, 장거리 공간 이동은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


좌표를 알려준다는 소리는 위치만 알려줄 테니 알아서 찾아오라는 말과 같다. 친절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 위치라도 알려준 게 어디야.’


원래 성격이 이런 사람이다. 세렌이 이미 언급했다.


‘한창때였으면···!’


아리아는 의외로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아리아에게 다시 클리닝을 써준 나는 그녀의 공방이 있다는 장소의 좌표만 듣고 그녀와 헤어졌다.


분노한 그리폰의 깃털. 새벽이슬을 머금은 네펜데스의 소화액. 먹잇감이 묶여 있는 수정 거미의 거미줄.


헛웃음이 나오는 재료들이다. 조건이 어이없을 정도로 까다롭다.


제멋대로 자라난 나무와 넝쿨들을 시야에 담으며 이동했다.


중앙 대륙의 최북단에서 뻗어 나온 에른 산맥은 대륙을 거의 반으로 가르듯이 남대륙까지 쭈욱 이어져 있다. 생명의 숲은 산맥이 끝나는 남동쪽에 존재했다.


이 에른 산맥에 충만한 마나가 중앙 대륙의 마나 농도를 진하게 만든다. 덕분에 다른 대륙과 다르게 중앙 대륙에서는 마나를 다루기 어렵다. 대기 중에 분포한 마나의 흐름도 거칠기에.


또한, 이곳은 생명이 활발하게 박동치는 장소다. 먹히고 먹히는 먹이 사슬이 쉼 없이 반복된다.


그리폰과 네펜데스, 수정 거미도 개체의 특징만 파악하면 찾아내기 어렵지 않다.


아리아가 건네준 정체 모를 알약은 먹지 않고 아공간에 넣어두었다. 함부로 그녀가 주는 것을 입에 댔다가 다시 천계로 타니아와 루테아의 얼굴을 보러 갈지 모르는 일이다.


잘 익은 열매의 과즙이 흥건한 그늘을 찾아다녔다. 달달한 열매의 향은 벌레를 꼬이게 한다. 벌레가 많이 꼬이는 장소 주변에는 네펜데스를 무난하게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새벽이슬이 채 증발하기 전의 이른 시간이다. 네펜데스의 소화액을 먼저 모아야 한다.


역시.


퀘퀘하고 구린 냄새가 나는 풀숲 뒤에 네펜데스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좋아. 첫 번째 재료 획득.


운 좋게도 근처에서 바로 수정 거미의 거미줄을 발견했다.


진득하게 기다려 수정 거미가 먹잇감을 거미줄에 옭아매는 순간 채취했다.


그 후로 사흘 동안 부지런히 산맥을 돌아다닌 덕에 그리폰도 찾아낼 수 있었다.


*


“대장! 이 근방에 오면 오우거 한두 마리쯤은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한두 마리가 뭐야. 놈들을 유인해가며 잡아야 할 정도로 많은데.”


로도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베겔과 그 대원들은 요즘 들어 수요가 급증한 오우거의 가죽과 트롤의 피를 노리고 평소보다 에른 산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마나의 농도가 짙어 웬만한 마법사는 계산을 방해받기에 제 기량을 온전히 뿜어낼 수 없는 중앙 대륙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사냥은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전멸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사냥감이라 용병들은 에른 산맥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속해서 방문하고 있다.


베겔도 그런 용병이었다.


사흘 전 로도스의 용병 길드에서 진상 짓을 한 의뢰인.


의뢰 계약서대로 충실히 이행했다고 하나 의뢰인의 정확한 요구를 파악하지 못해 컴플레인이 들어 온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계약하는 용병으로선 뼈아프다.


길드에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명 의뢰를 받기 위해선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의뢰를 완료해야만 했다.


“너무 조용한데요. 산기슭이라고는 해도 원래 이렇게 몬스터를 발견하기 어려웠나요?”


“그러게? 다른 용병들이 왔다 갔나?”


동시에 비릿하게 퍼지는 혈향.


그 순간, 서로 시선을 마주친 베겔과 그 대원들은 무기를 꼬나쥐고 방비를 한 채로 냄새의 진원지로 생각되는 장소를 향해 달렸다.


“이···이게 뭐야?”


숲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높은 지능으로 자신들보다 격이 높은 존재를 사냥하는 엘리트 오크들이 누군가에게 떼로 도륙당한 살벌한 풍경이었다.


*


로도스에서 편의성을 위한 마공학 캠핑세트를 미처 구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냥 산속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것은 전생에도 지겹게 했던 일이라 낭만이 없었다.


‘기껏 루시가 신경 써준 황금패도 못 써보고.’


마탑의 공방에서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하여 상용화한 최신식 마법 공학의 편리성을 누리지 못했다니.


애초에 사티아에서 전부 구비했어야 했다. 내 실책이다.


“그어어어···.”


쿠웅!


내 뒤에서 심장이 꿰뚫린 오우거의 육중한 거체가 쓰러지며 지축을 흔들었다.


암영검을 한차례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낸다.


아리아의 공방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일부러 기척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뿜어내며 움직였다.


에른 산맥의 패자로 자리매김 한 초대형 몬스터는 산맥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맞닥뜨릴 수 없다.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포식자를 피해 움직이는 몬스터를 산기슭에서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보단 역시 몸을 혹사하며 가는 것이 더 내 취향에 맞았다.


지금 쓰러진 오우거로 20마리째. 짐작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내 몸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이미 목적지에는 도착해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다.


아리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에른 산맥을 뒤진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쉽네. 여유만 있었다면 바실리크스와도 붙어봤을 텐데.’


그리폰을 쫓다 살갗이 저릴 정도로 기운을 뿜어내는 바실리스크의 영역 안으로 들어갈 뻔했다. 영역 밖에서 느껴지는 놈의 존재감은 게헨나의 웬만한 마물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포악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에른 산맥의 패자 중 하나로 군림하는 바실리스크와 싸우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전생처럼 독에 내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녀석이 뿜어내는 날숨마저 극독이다. 대비도 안 하고 바실리스크를 사냥하긴 아직 이르다.


‘다음에 한 번 더 오지 뭐.’


도착한 아리아의 공방은 고풍스럽게 세워져 있었다. 목재로 고즈넉하게 지어져 있어 자연에 잘 녹아들어 있다.


똑똑.


“아리아 님. 저 왔어요.”


문을 두드렸다.


안에선 어떤 반응도 없었다.


쿵쿵.


이번엔 감정을 섞어서 다시 두드렸다.


“저기요?”


벌컥.


-꺼져. 의뢰 안 받으니까.


쾅!


뭐였지?


안쪽에서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꺼지라고 한 후, 그리고 다시 문이 닫혔다.


중요한 건, 문을 열어주고 말을 내뱉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거다.


황당하다.


이번엔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꺼지랬지?


앞머리가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에 휘날린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의문의 물체가 날아온다.


얼굴을 오른쪽으로 꺾는 것만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익!


목소리의 정체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작은 아이였다.


아니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소인(小人)? 요정?


아리아도 어린아이처럼 작은 몸집인데, 눈앞에서 거칠게 숨을 내쉬며 화를 내는 아이는 아리아의 손바닥 위에도 꼭 올라갈 것처럼 작았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이즈.


생김새는 아리아를 똑 닮았다.


-누가 멋대로 들어오래!


새장처럼 예쁘게 장식된 유리 상자 안에서 손을 파닥파닥하며 역정을 낸다.


흥미롭게도 마나를 사용할 줄 안다. 계속해서 집 안에 있는 나무토막이나 금속 조각 따위의 물건을 나에게 날렸다. 아이가 말하는 것은 마치 전언처럼 머리에서 울렸다.


물건을 겨우 던질 정도의 힘만 가지고 있어 나에겐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송곳니와 발톱을 세우고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다.


“진정해. 난 아리아 님의 부탁을 받고 온 거야.”


-웃기지 마! 아리아가 안 온 지 벌써 이 주일이 넘었다고! 네가 꾸민 짓이지? 아리아의 약을 훔치려고!


뭐?


이주일?


나와 아리아가 중앙 대륙에서 헤어진 날이 일주일 전이다.


네펜데스의 소화액과 수정 거미의 거미줄은 헤어진 당일 날 찾을 수 있었지만, 분노한 그리폰의 깃털을 구하기 위해서 사흘 동안 산맥을 헤매고 다녔던 나보다 아리아가 늦을 리 없다.


‘나에게 요구한 물건을 제외하고서도 따로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갔나?’


그럴 수 있다.


넥타르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세렌에게 전해줄 물건이라고 했다.


아리아의 언급대로 예비 재료도 없는 희귀한 재료들을 나에게 준다면 그녀의 연구는 당연히 늦어질 터.


계속해서 아리아가 약을 만들려 한다면 부족한 분량만큼의 재료들을 구하러 다니느라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마나 장악.”


계속해서 날아오는 물건들로 현관이 더 어질러지기 전에 주변 마나를 동결했다.


-뭐야! 마나가 안 움직여! 빨리 풀지 못해?


간단히 무시했다.


내부를 찬찬히 살피며 들어간다.


아리아의 공방 내부는 정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선반 위에는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시약병과 시험관들이.


책상 위에는 뭐라 읽을 수 없는 서적들이 이리저리 펼쳐져 있고.


마석의 마나가 떨어져 작동하지 않는 영구 발화 마법진 위에 놓인 큰 냄비까지.


누가 봐도 연금술사의 공방이다.


‘세렌의 지인답게 내부를 정리를 안 하고 사나 보네.’


아리아가 오면 깨끗하게 치워줘야겠다.


-손대지 마!


“응. 손대지 않을 거야.”


냄비 안에는 의문의 액체가 향긋한 냄새와 황홀한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넥타르인가?’


망토에서 세구병에 담긴 네펜데스의 소화액, 수정 거미의 거미줄, 그리고 그리폰의 깃털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유리 상자 안에서는 나를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오신 것 같은데?”


-누가 와?


“아리아 님.”


바깥에서 아리아의 기척이 느껴진다. 작은 보폭의 발소리만 들어도 지쳐있음을 알 수 있다.


“뭐야. 벌써 왔어?”


낮은 텐션의 목소리.


아리아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떨어진 물건을 자연스럽게 주우면서 들어온다.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리아! 집에 침입자가!


“어디 다녀오셨나 봐요?”


“어. 예감이 좋지 않아서. 둘이 서로 이미 인사했겠네?”


-인사는 무슨!


“예. 상당히 귀엽네요. 요정입니까?”


“아니. 호문쿨루스(homunculus)야. 내가 너에게 줄 선물이지.”


“예?”


-엥?


나와 녀석이 동시에 반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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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이리스 21.06.13 232 1 14쪽
39 아이리스 21.06.12 232 3 13쪽
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34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2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32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8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3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26 아놀드 슈라그 21.05.30 348 3 13쪽
25 아놀드 슈라그 +1 21.05.29 341 3 12쪽
24 헥사르 21.05.28 346 3 13쪽
23 헥사르 21.05.27 359 2 12쪽
22 헥사르 21.05.26 358 2 13쪽
21 헥사르 21.05.25 360 2 13쪽
20 헥사르 21.05.24 397 2 12쪽
19 암운 21.05.23 402 3 12쪽
18 암운 +1 21.05.22 427 4 12쪽
17 암운 21.05.21 462 4 13쪽
16 비앙카 가넷 21.05.20 473 6 12쪽
15 비앙카 가넷 21.05.19 503 6 13쪽
14 사티아 아카데미 21.05.19 530 6 11쪽
13 사티아 아카데미 21.05.18 56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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