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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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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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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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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앙카 가넷

DUMMY

세렌을 도와 내일 있을 그녀의 강의 준비를 끝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세렌이 정말 대단한 건 자기가 어디에 어떤 것을 어질러 놓았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니까 단순히 치우고 정리하는 것을 귀찮아해서 자료나 재료 따위를 연구실에 방치해놓았다.


진짜 대단한 마법사다.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짐을 싸고 있는 론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휴학하려고?”


“응. 아까 말했잖아. 고향에도 내려가 보고···.”


“비앙카 때문은 아니지?”


녀석의 어깨가 움찔했다.


걸렸다 이놈.


그냥 찔러본 건데 반응할 줄이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비앙카와 론이 접점이 있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다. 근데 론이 비앙카를 피할 이유가 따로 있나 싶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님 말고.”


론은 행동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와 씨. 나는 내 방에 짐이랄 것도 별로 없는데 뭘 그리 많이 챙기고 있는 거야?


론의 방에 있는 물건들은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양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론이 정상이고 내가 비정상이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자신이 애용하는 마도구와 각종 마법의 시약, 재료, 연구 또는 실험 자료 등을 개인 공간에 둔다. 론도 예외는 아니다.


론이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난 그냥 어깨를 한번 으쓱 했을 뿐이다.


내가 찔러본 말이라는 것을 알아챈 론은 어휴.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역시 로벤. 능청맞기로는 일류 저리 가라다.”


“뭐야. 진짜 비앙카 때문이었어?”


“아냐. 내가 비앙카랑 아는 사이는 맞는데 걔 때문에 휴학하는 건 아니야.”


“그래 뭐. 네가 그렇다는데. 짐 싸는 거 도와줘?”


“거의 다 했는데 생색내려고요? 양심 어디?”


방에 보이는 물건이 한가득한데 거의 다했다니. 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냐.


론이 짐을 다시 싸는 동안 난 비앙카와 론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비앙카가 이번에 입학한다는 사실만 몰랐을 뿐, 그녀에 대한 소문은 이미 알고 있다.


마도 왕국의 그 쟁쟁한 가문들 사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비앙카는 마법에 입문한 지 고작 5년 만에 다섯 개의 별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내가 4년 만에 다섯 개의 별을 이룬 것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이, 그녀는 마법에 6살 때 처음 입문했다.


나이로 따지면 고작 11살에 나와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소리다.


그 후로 5년이 지났으니 비앙카는 다섯 개의 별 이상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게다가 나는 축복받은 재능에 더해 벤델과 세렌이라는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마법의 대가들에게 마법을 배웠다.


그에 반해 비앙카는 가문의 연줄도 없이 마도 왕국에서 스스로가 마법을 배울 방법을 찾아 이뤄낸 성취다. 훌륭한 스승을 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비앙카의 천재성을 알아본 마도 왕국은 그녀가 별 다섯 개를 만들어냈을 때부터 비앙카에게 지금까지 엄청난 지원을 해주었지만.


그전까진 오로지 비앙카 그녀 자신만의 힘으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니 그 소문이 사티아에서도 쟁쟁할 수밖에.


비앙카의 출신이 마도 왕국인데, 그걸 미루어 보았을 때 론의 출신 역시 마도 왕국일 확률이 높았다.


잠깐. 론도 마법에 관해서는 괴물인데?


확실히 마도 왕국이 왜 마도 왕국이라 불리는지 이해했다. 자국의 훌륭한 마법사도 모자라서 미친 재능의 유망주들까지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니.


물론 론의 출신이 마도 왕국일 경우에 한해서지만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론과 비앙카의 접점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내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짐을 모두 싼 론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하이아스 교수님께 가서 뭐 했어?”


“음···. 일단은 세렌이 내 지도 교수니까 졸업 준비 때문에 간 거지. 수업도 이제 듣는 것도 없고, 내가 연구할 주제가 어떤지도 겸사겸사 물어보고.”


“볼 때마다 신기해. 교수님이랑 어떻게 그렇게 친한 거야? 네가 루이스 공작가라서 그런가?”


그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계속해서 말해주다간 마나 간섭현상까지 거슬러 오르게 된다.


각국의 지배층이나 고위 마법사, 주교급 이상만이 알고 있는 그 현상에 관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설명해서는 안 될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렌이 나를 처음 본 것은 로벤이 잠에 들기 전이다. 그때부터 세렌은 나를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눈여겨보던 아이가 마나 간섭현상으로 잠에 들었다. 기약 없는 수면에 빠졌다.


그때 내가 로벤의 몸에서 눈을 떴다.


그것도 마나 간섭현상으로 잠든 아이 중에서 최초로.


세렌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일이었을 터.


덤으로 그 어린 내가 세렌의 마나 스캔을 훼방 놓은 일도 있었으니.


“내가 재능이 넘쳐서 세렌이 탐낸 거지. 다 잘난 내 탓 아니겠냐.”


“맞습니다. 로벤 루이스 공자님의 재능은 대마법사님도 탐낼 만큼 훌륭한 것이지요.”


“론. 비꼬지 마라.”


“와! 진심인데! 억울하네?”


“네가 그런 말 하면 비꼬는 것처럼 들려.”


“근데 확실히 이상하긴 해.”


“뭐가.”


“세렌 님은 인기나 인지도에 비해 친하게 지내는 마법사가 거의 없다고 알려졌거든. 사티아에서도 따로 조교를 두거나 하진 않으시고.”


“아 그거 말인데, 내가 조교 일을 하기로 했다.”


“세렌 님의?”


고개를 끄덕였다.


론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묘하게 웃었다.


“하긴. 수제잔데 그 정도야 뭐···.”


내가 세렌한테 사사하고 있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내가 미움받는 입장이다.


세렌은 사티아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마법사라면 누구나가 존경하는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최연소 대마법사. 가장 인기가 많은 불 마법의 대가. 빼어난 미모의 여마법사.


사티아의 교수로 강의까지 하는 그녀는 대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활동적인 대마법사였다.


알려진 대마법사는 대부분 아지트에 은거하며 마도의 궁극을 지향하고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으니, 세렌의 존재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출발은 내일?”


“응. 나도 사티아에 친한 사람이라곤 너밖에 없으니까.”


“학장님 계시잖아?”


론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학장님과 친하다는 게 말이 돼? 그분이 나를 추천 해주신 것은 맞는데 너와 세렌 님처럼 그런 관계는 아니야.”


나와 세렌의 관계가 무슨 관곈데.


아마 사제 관계를 말하는 거겠지?


“난 네가 친한 사람이 없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다. 네 성격에 외모에···. 그럴 요소가 전혀 없는데?”


“응 로벤. 너도 마찬가지잖아.”


나와 론은 서로 얼굴을 보며 낄낄댔다.


아싸끼리 아주 잘 만났구나. 큭큭.


내일부터 론이 고향에 내려가면 방이 텅 빈다. 이 넓은 방에 나 혼자 산다.


꽤 쓸쓸해질 듯싶다.


“언제 오게?”


“글쎄다? 가능하면 다음 학기 시작되기 전에 올 것 같긴 한데.”


“올 때 베르네.”


“푸흐흐. 야. 쪼잔하게 그걸 아직 담아두고 있었냐?”


“뭐 임마? 애초에 내기 내용부터 불공평했는데?”


“그래. 올 때 베르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저녁이나 먹자.”


“말 돌리기는.”


피식 웃은 나와 론은 기숙사를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날도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


역시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론은 이미 떠났다. 나와 론은 사티아의 보안 취약점을 정확히 분석해놓았다. 새벽에 드나드는 건 우리에게 일도 아니다. 론은 새벽에 떠난 모양이다.


새끼. 섭섭하게. 간다고 인사는 하고 가지.


뭐 영영 안 보는 것도 아니다. 녀석도 올해 안에 졸업한다고 했으니 몇 달 후면 얼굴을 볼 수 있을 터다.


정신을 맑게 하고자 차가운 물로 세안했다.


오늘부터 세렌을 도와 조교 일을 하기로 했다.


기왕 하는 일. 확실하고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한다.


조교를 한 명도 두지 않고 일을 처리해온 세렌이다.


서류 작성이나 비품, 예산 관리와 같은 행정 잡무만 도와주면 그녀는 온전히 강의에만 집중할 수 있을 터였다.


출근 준비를 해볼까.


사티아에 재학 중인 마법사 중에서도 수석 아카데미 생도에게만 지급되는 제복을 갖춰 입었다.


재학 중에 아카데미 측에서 인정할 만한 성적 또는 성과를 보인 마법사들에게 주어지는 옷이다.


공간마법이 인챈트 된 망토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사티아에 다니는 마법사라면 누구나가 한 번쯤 입어보고 싶어 했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때 책상에 기대놓은 검이 눈에 들어왔다.


루시에게 받은 검이다.


아직 이름도 붙여 주지 못했다.


받은 당일 날 살펴본 검은 무게감도 적당하고 가벼웠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검이다.


루시에게 아주 귀한 선물을 받은 셈이다.


검을 챙겨 기숙사를 나온 후 세렌의 연구실로 향했다.


아직 주변이 온통 어둑어둑한 이른 시간임에도 중앙 마탑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예의 아침 인사를 하고 찾아간 세렌의 연구실은 이미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뭐야 로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젯밤부터 궁금했던 건데, 저 월급은 나와요?”


“야. 돈 주고도 내 뒤치다꺼리하려고 하는 마법사가 한 무더기야.”


“뭐야. 무보수로 조교 하라고 꼬신 거였어요? 관둘래요. 검술 수련이나 하러 가야지.”


“미안미안미안! 사티아에서 다 나올 거야!”


나와 세렌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강의 계획서를 한 번 더 점검했다. 이미 어제 완벽하게 수업 준비를 끝마친 상태라 어려운 것 없었다.


강의 계획서와 수강 인원들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읽어 보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비앙카 가넷


-유리 네메즈


요주의 신입생 두 명의 이름이다.


한 명은 뒷담 마법사에 한 명은 앞담 마법사.


그녀들 말고도 꽤 많은 신입생이 세렌의 수업을 신청했다.


세렌의 명성 덕이다.


세렌의 강의는 사티아에 처음 입학한 마법사가 듣기에 굉장히 난해한 편이다. 시험도 사티아의 마법 시험 중에서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꼭 신학기마다 멋모르는 신입 생도들이 세렌의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에 구멍이 난다.


유리와 비앙카는 과연 어떨지.


“이번엔 신입생들이 꽤 많네요?”


“어. 나도 보고 놀랐어. 난 신입 마법사라고 학점 후하게 주고 그런 거 없는데. 기준 미달이면 바로 재수강이야. 얄짤없지.”


“다 알고 신청했겠죠 뭐.”


‘가만, 내 지도 교수가 세렌인데. 설마 비앙카가 수업 중에 마법 대련하자고 조르진 않겠지?’


침을 꿀꺽 삼켰다.


세렌은 비앙카가 나와 마법 대련을 하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며 승낙해줄 것이다. 본인이 직접 참관인을 서서라도 말이다.


내가 사티아에 입학한 초기에는 대놓고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마법사들이 꽤 있었다.


그때마다 세렌은 직접 나와 그 마법사들의 마법 대련을 중개했다.


그 모든 대련은 마법 교육의 연장선이었다.


당연히 나는 세렌의 기대에 부응해서 그 마법사들을 전부 박살 내 주었다.


한 2년 차쯤 되자 사티아에서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는 마법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난 호인이 아니다.


적대적인 상대들을 최대한 밟아 놓는 성격이다.


내가 어리고 만만하다고 이빨을 드러내는 적들은 사티아의 마법사,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자들까지 다양했다. 난 내 능력 안에서 그들을 상대해 주었다.


‘아쉽게도 습격자의 배후를 캐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나도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수준 높은 적들은 세렌이 직접 잡았다. 그들은 훈련이 매우 잘 돼 있어서 어떤 심문으로도 배후를 알 수 없었다.


‘뭐 마나 간섭현상의 해결에 매달리던 마법사중 하나겠지.’


최근에는 마법 대련이든, 습격이든 조용하긴 했다.


그렇다고 비앙카와 대련하는 것은 좀 부담스러웠다.


‘껄끄러운데.’


봐줄 수도 없다. 비앙카는 그 마도 왕국의 천재 마법사다.


나보다 많은 별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마법사다.


물론 별의 개수로 마법 실력의 고하가 나뉘지는 않는다.


자신의 마법을 제어하며 적재적소에 맞는 마법을 사용하고, 상대 마법을 파훼한다.


마법 대련의 기본이다. 난 세렌에게 지독하게 당하면서 배웠다.


하지만 그 비앙카가 나보다 마나 제어력이 낮을까? 그건 의문이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아직도 마법 대련하자고 떼쓰겠어?


마음을 비우고 세렌과 강의를 하는 층으로 이동했다.


세렌의 강의실은 이곳 중앙 마탑에 위치했다. 부유석을 타고 층만 옮기면 바로다.


세렌과 함께 강의실에 들어가자 많은 눈이 나를 향했다. 유리와 비앙카. 그녀들도 있었다.


“반가워. 또 보는 얼굴들도 있네. 이번에는 좋은 점수 받을 수 있길 바라. 아. 이쪽은 내 조교야. 너희들도 잘 알지?”


“로벤 루이스입니다.”


젠장. 설마가 사람 잡았다.


날 보는 비앙카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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