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699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5.26 12:00
조회
358
추천
2
글자
13쪽

헥사르

DUMMY

기숙사동도 소란스러웠다.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가 기숙사에 한둘이 아니다.


사티아 내부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마나 파동에 그들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사감님! 저 연구동에 가봐야 한다니까요!”


“큰일이다. 내일 과제를 끝마치려면 도서관에 꼭 가야 하는데!”


사감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까지고 이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 각자가 개성 넘치는 마법사다. 기숙사의 출입을 통제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곤란한 사감을 도와준 것은 사티아의 보안 책임자인 타키였다.


“조용. 중앙 마탑에서 내려온 공문이야. 사티아 아카데미 생도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가디우스 왕실에서 원하고 있다.”


타키의 강도 높은 발언에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생도들이 의아함을 표출했다.


“왕실에서 왜?”


“사티아는 치외법권 아니었나?”


사감은 타키의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지 않은가!


-타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럼 오늘 교수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와 지금 일어나는 사건을 전부 설명해줘야 할까요. 일단 믿어보세요.


타키 산투스. 전투 마법사로 용병 생활을 15년 넘게 해온 베테랑 마법사다. 그녀도 사티아 아카데미에서 신뢰받고 있는 마법사 중 하나였다.


원리 원칙에 충실한 사감과는 성격이 잘 맞지 않지만 타키도 사티아를 아끼고 있는 마법사다. 허튼소리를 할 인물이 아니다.


사감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사티아에 왕실에 대한 반역을 꾸미는 무리가 있다는 첩보를 왕실이 입수했어. 지금 학장님이 부재중이신 관계로 수석 교수님께서 그에 대해 왕실과 말씀을 나누고 계시지. 사안이 사안인 만큼 너희가 이해해주길 바라.”


한 마법사가 질문했다.


“아카데미에 있는 마법사의 신분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리인데. 하이아스 교수님이 왕실의 억지를 들어줄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 무리가 아카데미 생도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실제로 밖에선 현재 의심 가는 무리와 사티아에서 선별한 조사대가 서로 교전 중이지.”


타키가 꾸며낸 말은 듣기에는 그럴싸했다.


“괜히 너희들을 기숙사에서 통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조사는 금방 끝날 거야. 당연히 사티아의 생도들에 대한 조사는 우리 아카데미 측에서 직접 실시할 거고.”


만약 타키의 말대로라면 가디우스 왕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무려 반역에 대한 혐의다. 사티아가 대륙에서도 권위 높은 기관이 아니라면 구성원에 대한 왕실 기사단의 무력행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타국의 귀족 자제들도 사티아에 와 있었기에 아카데미 측의 대처는 적절해 보였다.


기숙사동에 있는 생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 돌린 사감이 타키에게 물었다.


“수습을 어찌하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가디우스 왕실과는 추후에 말을 따로 맞추면 돼요. 사실대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사티아에서 일어났다는 말을 해주는 것은 사티아의 교수님들께도, 학생들에게도 큰 타격이 갈 거예요. 물론.”


타키의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았다.


“사건을 수습하고 주동자를 잡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요.”


계속해서 울리는 마나 파동을 느끼며 사감과 타키는 중앙 마탑 쪽을 바라보았다.


*


재빠르게 달려간 중앙 마탑에서는 살이 익을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세렌의 마법이다.


여기서도 정도관이나 겔리온의 연구실처럼 교전이 이루어진 듯했다.


중앙 마탑에서 이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면 당분간 사티아의 행정에 크게 지장이 갈 것이 눈에 보였다. 세렌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마법을 사용하며 중앙 마탑 안으로 들어갔다.


사티아의 교수들은 겔리온의 말처럼 중앙 마탑에 모여 있었다.


헥사르가 심어놓은 끄나풀이라고 생각했던 아펠라는 이미 죽어있었다. 양팔과 다리는 성한 곳이 없어 보이는 것이 세렌의 마법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던 것 같다.


세렌을 제외한 다른 교수들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마탑 입구로 들어온 나를 세렌이 흘끗 보았다.


“로벤. 조사는 어떻게 됐어?”


“아놀드가 주동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역시.”


세렌의 머리카락 끝부분이 넘실넘실 공중에 떠 있었다. 그녀가 심장의 마나를 활성화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익어서 말할 수 없게 된 아펠라의 시체를 시야 한구석에 담았다.


“어찌 된 일입니까?”


“나를 제외한 교수들은 아펠라의 독에 이미 당한 채로 마탑에 모였어. 나에게 독을 먹이려다 실패한 아펠라가 다짜고짜 공격해왔고. 다른 교수들이 당한 독은 마나를 흩트리는 독물이야.”


헥사르에서 강수를 두었다. 아놀드와 아펠라는 세렌보다 더 오래 사티아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던 마법사다. 그 둘의 노출을 감수하면서 일을 벌인 이유는 헥사르가 목표한 의식이 거의 끝나간다는 소리와 동일하다.


무슨 일을 벌일지는 몰라도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벌린 마당에 사막에서의 의식보다 규모가 작을 리가 없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조용히 세렌에게 전언을 날렸다.


-세렌. 헥사르를 아십니까?


-뭐? 헥사르? 네가 헥사르를 어떻게 알아?


세렌도 헥사르를 아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세렌에게 대충 가문의 이름을 팔아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놀드와 아펠라는 헥사르의 간부인 것 같습니다.


-이미 조사가 끝났어. 기억 탐색으로 이들의 계획의 편린을 엿봤지.


과연 대마법사다웠다.


짧은 순간에 전언으로 내가 알아낸 것들을 세렌에게 전해주었다.


세렌은 나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캐묻지 않았다. 아펠라의 시신을 싸늘하게 내려 보던 세렌은 곧이어 상태가 좋지 않은 교수들을 돌아보았다.


“아펠라와 아놀드가 흑마법사였어요. 이 사실을 눈치채신 교수님들이 있나요?”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겔리온도 한통속이겠군요. 제가 연구동에 가서 겔리온을 잡겠습니다.”


“아뇨. 겔리온은 여러분과 같아요. 아펠라와 아놀드가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 있도록 설계한 계획의 피해자죠. 당장 해독을 해드리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군요.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사티아 내부의 수습을 부탁드릴게요.”


“수석 교수님께서는?”


“아펠라의 기억을 파헤쳤지만 모든 계획을 알아낼 수는 없었어요. 알아낸 정보만으로 사건을 수습해야겠죠. 로벤. 넌 나와 같이 간다.”


“예.”


아무리 대단한 사티아의 교수라 할지라도 마나를 흩트리는 독에 중독된 상태라면 평소의 기량이 나오기 힘들다.


교수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세렌의 지시에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세렌이 알아낸 정보에 포함된 장소로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대마법사 세렌의 전이 마법.


눈 깜짝할 사이에 성신교 에센지부 앞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미 성신교에서는 에센에 드리운 암운을 감지하고 있었던 듯 이단 심문관을 포함한 조사대의 선발대가 꾸려져 있었다.


세렌은 공간 이동으로 나타난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단 심문관 앞으로 가서 손을 내밀었다.


“세렌 하이아스에요. 아까의 말씀대로 사티아에서 일이 발생했어요. 도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루크 발라크입니다. 물론 엇나간 이단을 막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협력해 드리겠습니다.”


뭐? 발라크?


마리아의 친정이 발라크 가문이다.


에센의 이단 심문관은 나와도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루크는 나를 흘끗 보곤 다시 세렌에게 말을 건넸다.


“저분은?”


내가 예의를 갖추고 직접 말을 해주었다.


“사티아에서 수학하고 있는 로벤 루이스라고 합니다.”


“아아. 당신이 그 로벤이로군요.”


루크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래서 혈연이 중요하다.


세렌은 루크의 너그러운 태도를 보고 한숨 돌렸다. 앞으로 그녀가 알아낸 정보를 통해 헥사르의 음모를 분쇄해야 했다. 성신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일은 한결 더 해결하기 쉬워질 것이다.


“먼저 저희가 사티아에서 조사한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나와 시온이 탐색한 정보와 아놀드와의 대화, 아펠라의 영혼으로부터 추출한 기억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차근차근 루크에게 설명했다.


물론 헥사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념은 성신교와 극단에 위치해있다. 괜한 분란의 씨앗을 만들어서 종교전쟁의 빌미를 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라고스 성국의 교황청에서는 헥사르를 알고 있을까?


“과거와 마찬가지로 흑마법사의 계획을 위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하는 겁니까.”


“아직 사라진 사티아의 마법사가 희생당했다고 단정 짓긴 일러요. 그렇게 되기 전에 일의 주모자를 찾아서 처리해야 합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사막의 지하 던전에서 발견한 헥사르의 의식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모습이 사라진 마법사도 2주일이 채 안 된 것을 고려하면 실종된 사람들이 모두 희생당했다고 생각하긴 이르다.


아펠라의 기억에서 엿본 장소를 특정 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에센의 외곽.


개발이 덜 되어 치안이 그리 좋지 못한 장소.


적이 에센의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것이다. 아놀드도 상급 전이 마법으로 이 드넓은 에센을 완전히 벗어나긴 무리였을 터.


헥사르가 에센에서 일을 꾸미는 본거지를 찾아내기 위해 나와 세렌, 루크와 성신교의 조사대가 외곽지역을 샅샅이 뒤지기로 했다.


바하무트 제국의 제도도 모든 지역이 제도에 걸맞게 화려하지 않다.


모든 아름다운 도시에는 도시의 발전을 위해 생긴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이면이 있는 법.


사창가와 술집을 포함한 윤락가.


원래 살던 곳이 개발되어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부랑자.


이런 뒷세계를 자양분 삼아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범죄 조직.


도시의 지배자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 어쩔 수 없다. 거대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이런 슬럼가는 지배자들의 권력을 탄탄하게 해주고, 도시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에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번에 에센에 숨어 피어나는 곰팡이는 단순한 곰팡이가 아니다.


내버려 두면 뼛속까지 썩어들어 숙주마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암 덩어리다.


나와 세렌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같은 구역을 수색하기보다는 따로 흩어져 살피는 것이 조사에 더 도움 될 것이 당연했다.


만약을 위해 세렌의 아티팩트를 챙겨 세렌과 정 반대쪽의 한 뒷골목을 탐색하려던 순간.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인영은 인적이 없는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주저 없이 들어간다.


마음이 편해지는 친숙한 마나. 싱그러운 숲이 생각나는 녹빛의 머리칼. 에메랄드를 닮은 눈동자.


유리 네메즈.


그녀가 왜 여기에?


그 순간 기억나는 슈라가 했던 말.


-같은 방을 쓰는 마법사가 비앙카 말고 한 명 더 있습니다. 유리라는 친군데 그녀가 비앙카가 납치되었다고 알려줬습니다.


설마 유리도 비앙카를 찾아 사티아에서 몰래 빠져나온 건가?


어떻게?


뒷골목의 불빛은 지저분한 거리를 전부 비춰주기에는 매우 미약하다.


암시 마법을 활성화해도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은 힘들다.


수준이 매우 높은 마법사라 할지라도 지근거리에서 행해지는 습격에 대처하는 것은 주위의 공간을 전부 장악하고 있지 않은 한 곤란하기 그지없다.


유리가 그 정도 수준의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웠다.


조심히.


유리의 뒤로 접근했다.


이곳은 위험하다.


그냥 잔챙이 범죄자가 있는 뒷골목이 아니다.


헥사르가 에센에서 일을 꾸미는 거점이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장소다. 그들이 사용하는 흑마법은 쉬이 볼 수 없다.


그녀를 붙잡아 따끔하게 경고하고 사티아로 돌려보내야겠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면 심장이 철렁할 정도의 경고가 될 수 있겠지.


기척을 죽인 내가 유리의 등에 손을 뻗는 그때.


섬뜩한 기분이 들어 바로 뒤로 뛰어 물러났다.


“서···선배님?!”


뭐야 방금?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소리를 낸 나를 유리가 뒤돌아보았다.


그대로 유리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고 멋들어진 경고를 해주려 했다.


너는 방심했다간 이렇게 뒤에서 적이 노릴 수도 있는 위험한 장소에 와있다.


이대로 사티아로 돌아가 기다리면 나와 세렌, 성신교의 수색대가 사라진 마법사를 찾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지만 방금 위험했던 것은 나였다.


그대로 유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간 손이 꿰뚫렸을 것이다.


무엇에?


미약한 바람이 분다.


유리의 뒤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마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서···설마?


“후배님. 정령사였어요?”


난 내가 왜 뒤에서 나타났는지 미처 설명도 해주지 못할 만큼 당황했다.


그리고 이제야 이해했다.


왜 유리의 마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지.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격전 21.06.15 238 2 12쪽
41 아이리스 21.06.14 240 2 13쪽
40 아이리스 21.06.13 232 1 14쪽
39 아이리스 21.06.12 232 3 13쪽
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35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34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2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32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8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3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26 아놀드 슈라그 21.05.30 348 3 13쪽
25 아놀드 슈라그 +1 21.05.29 341 3 12쪽
24 헥사르 21.05.28 346 3 13쪽
23 헥사르 21.05.27 359 2 12쪽
» 헥사르 21.05.26 359 2 13쪽
21 헥사르 21.05.25 360 2 13쪽
20 헥사르 21.05.24 397 2 12쪽
19 암운 21.05.23 402 3 12쪽
18 암운 +1 21.05.22 427 4 12쪽
17 암운 21.05.21 462 4 13쪽
16 비앙카 가넷 21.05.20 473 6 12쪽
15 비앙카 가넷 21.05.19 503 6 13쪽
14 사티아 아카데미 21.05.19 530 6 11쪽
13 사티아 아카데미 21.05.18 564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