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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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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08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6.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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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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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리아 프로넌셰스

DUMMY

‘진짜 따돌리려는 생각인가?’


아리아를 쫓아 반나절을 꼬박 달렸다.


이미 주변의 마나 농도는 충분히 무거워졌다. 중앙 대륙에 진입한 것이다.


멀리서 어떤 짐승인지는 몰라도 사나운 울음소리가 왕왕 울려 퍼진다. 주위의 식생은 평범한 나무나 꽃의 모습과는 다르다. 마나를 듬뿍 머금고 자라 크기부터가 보통의 식물과 차이 난다.


나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약초는 효능이 다른 대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대하다. 연금술사인 아리아가 험한 중앙 대륙에 거주지를 잡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아리아는 목적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확실하게 이 주변 생태를 꿰뚫고 있다.


인간의 냄새에 민감한 몬스터 무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사이를 지나간다.


여기서도 그녀의 고약한 심보를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술수를 부린지는 몰라도 그 육감이 뛰어난 몬스터가 아리아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대로 계속 뒤쫓았다간 내 꽁무니에 몬스터 떼를 달고 원치 않는 술래잡기를 해야 할 판이었다.


나는 아리아의 꾀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인식 저하 마법을 사용하고 계속해서 아리아를 따라갔다.


‘뭐 하는 사람이야 도대체?’


마법을 쓰는 것 같지는 않다.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이 험한 중앙 대륙의 에른 산맥을 가로질러가며 생명의 숲으로 향한다.


중앙 대륙은 보통 넓은 곳이 아니다.


이 속도로 하루를 꼬박 넘게 달려도 생명에 숲 근처엔 가지도 못한다. 그전에 지쳐서 쓰러지겠지만 말이다.


내가 괜히 로도스에서 노숙 도구를 구하려 한 것이 아니다.


‘잠깐만. 지금 내가 따로 준비해온 물건이 있었나?’


없다.


그 흔한 발화석도. 침낭도, 음식을 해 먹기 위한 조리 도구도. 어느 것 하나 챙겨오지 않았다.


맨몸으로 중앙 대륙에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


‘괜찮겠지 그래도.’


내 앞에 있는 아리아도 쉬면서 갈 테니까. 그때 넉살 좋게 대하며 친해지면 된다.


그녀는 분명 여행에 필요한 도구를 챙기고 다닐 게 분명했으니.


일단 친해지지 않으면 물건을 부탁하기도 껄끄럽다. 세렌의 말과는 다르게 바로 물건을 내어줄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서로가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산속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달라붙는다. 간만에 하는 고된 운동이었다. 전신에 부닥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리아도 머리를 산발로 흩날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언뜻 보이는 귀는 새빨갛다. 그녀에게도 이렇게 무작정 달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왜 이렇게 뛰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다.


어느새 가까이서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장소에 다다랐다.


아리아의 몸이 점차 느려진다.


“후우···. 후우···. 아리아 님. 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하아···. 하아···.”


여러 갈래로 나뉘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계곡이 위치한 산의 중턱에서 나와 아리아는 숨을 골랐다.


나야 이렇게 격한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을 충분히 단련했다지만 아리아는 저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힘을 뿜어낼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클리닝.”


몸에 들러붙은 땀과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낸다. 기분 좋은 바람이 옷을 말려준다. 생활 마법의 효용 가치를 절절히 느낄 때다.


마법의 위대함이란.


“나도 해줘.”


머리가 봉두난발로 흐트러진 아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로도스에서 뛰어 오면서 처음 말을 걸어준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당연하게 요구하는 모습에 속에서 울컥했다. 내가 부를 땐 답도 안 해주더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점수를 딸 기회다.


“예. 클리닝!”


아리아의 옷과 몸에도 마법을 사용했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 그녀를 감싼다.


머리도 손으로 대충 빗어 내린 아리아가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뭘 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어 지켜보기로 했다.


애초에 여기까지 말도 안 하고 뛰어오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이긴 했다.


“저···. 아리아 님.”


망토에서 세렌이 증표로 준 보석을 꺼냈다. 아공간에 고이 모셔놓았던 그 보석은 여전히 비쳐 보이는 속에서 불꽃이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한다. 물놀이 하는 어린애처럼 종아리까지 발을 담그고 찰방찰방 물장구를 친다.


“루이스 공작가야?”


“예? 아! 예 맞습니다. 제 본가는 바하무트의 루이스 공작가입니다.”


“세렌이랑 무슨 사이야?”


“세렌은 저의 마법 스승입니다.”


“세렌이 나에게 부탁한 물건이 뭔지 알고 온 거야?”


“그거까진 듣지 못했습니다.”


아리아의 물장구가 멈췄다.


로즈쿼츠 빛깔의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빛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짜증을 내며 진상 짓 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곧 그 시선은 내 손에 들린 보석을 향한다.


“넥타르가 뭔지 알아?”


“아뇨. 처음 듣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아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넥타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약이야. 연금술로 만들 수 있는 궁극의 약이라고 할 수 있지.”


약?


어디에 쓰이는 약이지?


“세렌이 요구하는 물건은 그 넥타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재료들이야. 너무나 귀중해서 나도 예비분량을 챙겨놓고 있지 않지. 너는 지금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걸 나한테 당당히 요구하고 있고.”


그런 설명은 없었는데요.


세렌의 말과 함께 증표를 전해주면 아리아가 분명 물건을 건네준다고 들었다. 받을 물건이 그렇게 귀한 물건이라고는 전혀 몰랐다.


아리아의 배타적인 태도가 이해가 간다. 원래 더러운 성격인 사람에게 생판 처음 보는 남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왔다며 다짜고짜 가지고 있는 귀한 물건을 달라고 하면 나라도 심기가 불편해질 터다.


아리아는 세렌의 부탁이 물건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 태도는 세렌의 이름을 꺼냈을 때부터 쭉 일관적이었으니까.


“그···.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건 없어. 그럼 네가 가져온 그 보석은 무슨 의미일 것 같아?”


“글쎄요···.”


아리아는 허리를 숙이고 계곡에 두 손을 넣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계곡에서 그녀가 잡아 올린 것은 그녀 팔뚝만 한 크기의 가재였다.


“난 세렌한테 갚을 수 없는 빚이 있어. 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가 부탁하는 일을 내가 거절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정말 파렴치한 짓이지.”


···아까 용병 길드에서 떼를 쓰셨던 것도 충분히 파렴치한 짓입니다.


“세렌은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 그냥 나중에 자기가 필요할 거라고 몇 가지 물건만 부탁하더라.”


‘그래서 물건을 주겠다는 겁니까 안 주겠다는 겁니까.’


아리아가 붙잡고 있는 가재를 내 쪽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내던져진 가재는 아리아에게 잡혔을 때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보석은 세렌이 나에게 부탁할 때가 되면 보여주기로 한 보석이야. 그러면 난 부탁을 들어주고 이제 세렌한테 빚진 것은 없다. 뭐 그런 의미지.”


다행히 약속한 물건은 넘겨줄 모양이었다.


그녀는 맨발로 계곡에서 걸어 나왔다.


“발 깨끗하게 말려줘.”


“예.”


아리아의 요구대로 해줬다.


“내가 세렌한테 무슨 빚을 졌는지 궁금하지 않아?”


“예 뭐. 물어봐도 답해주실 것 같지 않기도 하고. 세렌과 아리아 님의 비밀인 것 같아서요.”


“성에 루이스가 들어가면 좀 재수 없던데 넌 좀 괜찮은 녀석이구나?”


아리아가 본가의 다른 사람과 이미 구면인 사인가?


아리아는 내 마법으로 다시 깨끗해진 파우치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발화석.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이다.


바닥에 아리아가 놓은 발화석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두워지고 있는 산속에서 타오르는 발화석은 나름대로 운치 있었다.


“그 망토 속에 뭐 따로 가져온 좋은 거라도 있어? 가령 공방의 최신식 캠핑 세트라든가?”


“아뇨.”


당신을 쫓아가느라 하나도 못 챙겼는데요.


당연히 뒷말은 내 입에서 차마 내뱉어지지 않았다.


“망토 아깝게. 평소에 좀 챙겨 넣고 다녀.”


“예.”


아리아는 모닥불처럼 불꽃이 피어나는 발화석 위에 자신이 잡아 온 가재를 올려놓았다.


나는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그거 저도 먹어도 됩니까?”


“아니? 너껀 네가 잡아야지.”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마법으로 별 어려움 없이 가재를 잡아 올릴 수 있었다. 계곡 속에는 통통한 가재 몇 마리가 기어 다녔다. 아리아는 식사를 하기 위해 여기서 멈춘 모양이었다.


익어가는 가재를 보니 뱃속이 요동친다. 오늘 달려온 거리도 꽤 됐다. 밥때도 한참 지난 터라 입안에서는 군침이 가득 고였다.


“세렌의 제자 맞아?”


“예. 뭣하면 세렌의 비전 마법이라도 보여드릴까요?”


“그건 됐고. 나를 쫓아올 때 보니까 마법도 거의 안 쓰고 쫓아오던데?”


아리아가 나를 추궁하듯이 물어봤다.


뭘 숨기랴.


“예. 굳이 달리는 데 마법을 쓸 필요가 없어서요. 제가 이래 봬도 꽤 강한 마검사입니다. 착실히 단련해왔죠.”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루이스 공작가라며? 너 사티아 출신 아니야?”


입도 상당히 험하다. 확인.


“예. 사티아에서 마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아리아의 고운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조막만 한 손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가재의 껍질을 스스럼없이 벗겨냈다.


“검과 마법이라니. 진짜 끔찍한 혼종이네. 보통 놈이 아닌 것 같긴 했다만.”


분명 칭찬일 텐데 기분이 나쁘다.


나와 아리아는 에른 산맥의 어느 중턱에서 때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가재를 발라 먹는 동안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며 내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아리아 님. 일부러 레드 울프 서식지를 통과하신 겁니까?”


통통한 가재 살을 질겅질겅 씹고 있던 아리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잘 따라오던데. 방금 보니까 마법도 상당히 훌륭해.”


떼놓으려다 실패했다는 말을 일부러 빙빙 돌려서 말한다.


아리아. 이 여자 성격이 상당히 꼬였다.


“사실 테스트해본거야.”


“테스트요?”


“아까 다 봤지? 내가 필요한 재료가 있다는 걸.”


“예.”


설마.


“뭐. 보시다시피 용병 길드의 착각으로 내가 지금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어. 그래서야 연구 진척이 안 돼. 너도 물건을 받아가고 싶다면 나 좀 도와줘야겠어.”


용병 길드의 착각이 아닙니다.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 안 한 본인 잘못 아닐까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아리아를 너무 쉽게 찾아서 일이 쉽게 흘러가나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리아의 뒷말은 예상대로였다.


“아까 내가 말한 재료들 있지? 구해줘. 그러면 세렌이 부탁한 물건들을 전부 넘겨줄게.”


“분명 세렌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고···.”


“그건 당사자한테지. 본인이 오면 군말 없이 내줬을 거야. 네가 세렌이야?”


“그건 아니죠.”


“그럼 내 부탁도 들어줘. 사티아의 수석 마법사면 마법 수준도 훌륭할 테고, 몸 쓰는 것을 보니까 검도 잘 다루겠더만. 모든 재료는 여기 에른 산맥에서 구할 수 있어.”


당당한 아리아의 태도는 내가 그녀에게 빚진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심어 줄 정도였다.


앉아서 쉬느라 풀어놓은 검집에 절로 손이 갈 뻔했다.


하지만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 것은 이미 마스터했다.


한껏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젠장. 세렌이 나에게 독을 풀었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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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아이리스 21.06.12 232 3 13쪽
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35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3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32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8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3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26 아놀드 슈라그 21.05.30 348 3 13쪽
25 아놀드 슈라그 +1 21.05.29 341 3 12쪽
24 헥사르 21.05.28 346 3 13쪽
23 헥사르 21.05.27 359 2 12쪽
22 헥사르 21.05.26 359 2 13쪽
21 헥사르 21.05.25 360 2 13쪽
20 헥사르 21.05.24 397 2 12쪽
19 암운 21.05.23 402 3 12쪽
18 암운 +1 21.05.22 427 4 12쪽
17 암운 21.05.21 462 4 13쪽
16 비앙카 가넷 21.05.20 473 6 12쪽
15 비앙카 가넷 21.05.19 504 6 13쪽
14 사티아 아카데미 21.05.19 530 6 11쪽
13 사티아 아카데미 21.05.18 56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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