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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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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01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6.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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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아이리스

DUMMY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로한! 다음에도 꼭 와! 바깥의 이야기를 더 해줘! 기다리고 있을게!’


해줘야 할 말이 많은데.


생명의 숲에서 너와 헤어진 후 서대륙의 모래사막에서 수작을 부리는 헥사르를 도륙하고, 마족과 맞서 싸운 이야기라든가.


인외마경이라는 게헨나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 극악무도한 마족들을 몇이나 벤 이야기라든가.


거기서 어처구니없이 베어 먹은 버섯에 명을 달리해 천계로 간 이야기라든가.


천계에서도 강자를 찾다 심판관이라는 루테아와 싸운 이야기라든가.


···하는 이야기는 내 입에서 내뱉어지지 못했다.


이 기억은 내 기억이기도 하지만 로한의 기억이기도 하다.


로벤의 몸에서 눈을 뜨고 나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일은 아이리스와 무관하다.


아는 척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나와 오늘 처음 마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렵사리 입을 떼 아이리스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악마의 저주에 당한 것 같지는 않다. 마기의 흔적도···. 없어. 다행이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리스는 헥사르의 더러운 의식에도, 마족의 음험한 저주에도 당하지 않았다.


다만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근심이 가득했다.


“헬라. 셰실리. 지금 일어난 문제는 비단 생명의 숲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야.”


“무슨 뜻이죠 아이리스 님?”


“에른 산에서도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떼죽음을 당했어. 이미 시작된 거야.”


“떼죽음?”


아리아가 나에게 물었다.


“숲에 오기 전에, 산맥에서 몬스터를 죽인 게 너야?”


“저를 공격해오는 몬스터만 상대해주었을 뿐, 몬스터 떼를 죽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많아 봐야 스무 마리를 넘지 않아요. 더군다나 떼죽음이라면···.”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리아. 용사님이 그럴 리가. 그 방식이 잔인해···. 마치 마족에 당한 것처럼···. 놈들이 생명을 취하는 방식이지.”


이미 권속들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생명체를 죽이고, 정기를 흡수한다.


고위 마족의 권속들도 급은 떨어지나 분명 마족이다. 끔찍한 마나 친화력을 가지고 있고, 극악한 흑마법을 구사한다.


게헨나에서라면 말이다.


여긴 대륙이다. 그곳과는 모든 환경이 다르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터.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막지 못한 탓에···.”


“몸도 성치 않았던 네가 힘써줘서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는데 무슨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아이리스가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모든 게 내 탓이지···. 마족이 나타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셰실리가 풀죽은 목소리로 자책하자마자 아이리스가 위로했다.


사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숲에 있는 여러 종족의 반목을 부추기고, 괴이한 현상으로 여러 하이 엘프들을 숲 밖으로 떠나도록 계획한 헥사르가 개자식들이지, 셰실리나 아이리스가 본인들을 탓할 게 아니다.


“저와 마주친 마족 놈은 제 손으로 직접 처단하겠습니다.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떠나신 다른 분들을 볼 낯이 없군요···.”


“셰실리···.”


아리아가 걱정스럽게 셰실리를 바라본다.


아직 셰실리는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다. 악마의 저주는 상처를 곪게 하고, 속까지 마기로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극악의 흑마법이다. 하이 엘프라는 지고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거다.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셰실리, 헬라. 너네는 성지를 지키도록 해. 우리의 사명은 숲을 지키는 것이지만, 성지는 그 무엇 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스티어가 이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아이리스 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절대 안 된다.


“제 생각엔 스티어 님도 아리아와 여기 남아 계심이···.”


“용사님의 말이 맞습니다. 스티어. 너도 성지에 남아 있도록 해.”


내가 스티어를 만류했고, 아이리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마족과의 전투가 있을 전장으로 그를 대동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다.


내 옛 친우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앞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털끝만큼의 자비도 없는 마족과 싸워야 한다.


“용사님도···.”


“용사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로벤 루이스. 편하게 로벤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저는 따라가겠습니다. 제 힘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정말 용사라는 말도 안 되는 호칭은 언제 들어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단 사태의 해결이 급선무다. 설명은 후에 들으면 돼.’


아직 전성기의 강함에는 못 미치더라도 아이리스를 도울 정도는 된다.


마족 녀석을 그녀 혼자서 감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모를 터다.


생명의 숲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강한 그녀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저는 숲 바깥에 있는 사악한 존재를 처단하고 왔어요. 에른 산맥 곳곳에서 대학살을 벌인 놈들이죠.”


셰실리는 저주에 걸리고, 헬라는 성지를 지켰다.


아이리스마저 에른 산맥에 눈이 쏠렸기에 헥사르의 의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치밀한 녀석들이다.


“원래라면···. 숲에 남아 있었을 텐데. 무시하기에는 너무 의도가 뻔히 보여서 어쩔 수 없었죠.”


아이리스가 숲에 남아있었다면 의식이 뒤로 늦춰졌을지언정 에른 산맥에서 본신의 힘을 회복한 하위 마족들이 오히려 중앙 대륙에서 벗어나 암약할 가능성이 있었다.


재앙의 싹을 뽑은 셈이다.


이 숲에 있는, 의식으로 소환된 마족을 성공적으로 처단한다면 말이다.


“놈들은 보통 강한 존재들이 아니에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이리스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이리스에게 걱정도 다 받고.’


쓴웃음을 지었다.


“예.”


“이익···.”


아리아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를 도우러 온 내가 아이리스와 함께 생명의 숲에 나타난 마족을 처단한다는데.


셰실리를 치유할 때도 그렇고,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벤. 넥타르는 아끼지 마. 그리고 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분명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 괴팍한 성격의 아리아가 나를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다.


‘점수는···. 확실히 땄네.’


세렌이 부탁한 물건들은 비록 넥타르에 녹아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스티어도 있고, 아리아도 있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희귀한 물건이라 해도 구할 수 있을 터다.


특히 세계수의 나뭇가지 정도는 지금이라도 부탁하면 내어줄 기세였다. 하이 엘프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호감은 비상식적이었으니까.


“그래요. 필요하다면···.”


난 아이리스에게 보호받을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게다가 셰실리를 치유한 그 힘. 성력.


마족과는 상극이다. 앞으로의 전투에서 비장의 수로 써먹을 수 있다.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로벤 님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세요.”


“···예.”


‘너도 다칠 일 없을 거다. 내가 그리할 테니까.’


성지에서 떠나기 전 셰실리와 헬라, 스티어와 아리아의 면면을 한번 쭉 살폈다.


하이 엘프들에게선 염려와 기대감을.


스티어와 아리아에게선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숲 안에 나타난 증오스러운 존재는 어디에 있든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허리에 찬 암영검을 꾹 움켜쥐었다.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마나와 공명하는 암영검의 검신이 기분 좋은 울음을 터트렸다.


*


“아이리스인가···? 그년, 사사건건 방해야.”


남자가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심장에 그득하게 타오르는 마기에 취하기도 전에 에른 산맥으로 보낸 권속들과의 연락이 두절됐다.


의식은 성공적이었지만, 들뜬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찮은 존재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기다려 주십시오. 아까 공격해온 하이 엘프의 생명은 얼마 가지 않아 꺼질 겁니다. 그 순간, 하우레스 님의 실체화도 완벽히···.”


-이런!


정면으로 쳐다보기도 끔찍한 마족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주변을 잠식한 마기가 불쾌한 소리를 내며 하우레스의 심경을 나타내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주가 풀렸어! 게헨나에서 걸어둔 연결이 끊겼단 말이다!


“예에?”


남자가 놀라서 목이 졸린 소리를 낸다.


온갖 귀한 촉매를 총단으로부터 보급받고, 대상을 한정 지어서 행한 저주였다.


그 위계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나, 아마 열한 개의 별 이상의 수준의 흑마법이지 않을까.


악마의 저주.


버릇없게 공격해온 하이 엘프에게 걸려있는 저주였다. 감히 누가 그 저주를 해주했단 말인가?


성국의 대주교가 와도 힘들다. 이해할 수 없었다.


-더는 참기 어렵구나!


볼록하게 핏줄이 튀어나온 마족의 눈깔이 희번덕거렸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 대한 살심이 하우레스에게서 솟구쳐 나온다.


“아직 실체화가 완벽하지 않으십···.”


-닥쳐라!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먹이가 주변에 널려있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남자의 표정이 왈칵하고 구겨졌다.


‘통제가 어려워. 이래서 소환은···.’


별도로 강림체를 준비해 강림한 마족은 수준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통제하기 편했다.


그에 반해, 소환으로 나타난 마족은 계약부터 주도권이 술자에게 있지 않다.


헥사르에서 지시한 매뉴얼대로 계약은 마쳤지만, 눈앞에 있는 마족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마침 근처에 순수한 영혼들이 떼로 몰려있구나. 좋다. 그쪽으로 간다.


이곳에 만연한 어둠. 짙게 드리운 그림자. 충만한 마기까지.


전부가 소환된 마족을 위해 마련한 무대였다.


마나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운 중앙 대륙, 그것도 생명의 숲 안쪽에 겨우 게헨나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는데, 완벽한 실체화를 이루기도 전에 여기에서 벗어나겠다니.


제아무리 게헨나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고위 마족이라지만, 너무 거만한 태도다.


‘세계수를 오염시키려면 이 마족의 힘이 꼭 필요한데···.’


헥사르에서 몇십 년 동안이나 생명의 숲에 공을 들인 가장 중요한 이유가 세계수의 오염이라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악마의 저주를 해주한 놈이 숲에 있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변수 덩어리다.


성지에 있는 수호자와 아까 공격해온 그 하이 엘프. 그리고 헥사르가 생명의 숲에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증오스러운 아이리스까지.


미지의 존재까지 더해진다면 불안정 상태인 하우레스가 당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젠장···.’


“알겠습니다. 하우레스 님.”


남자는 속마음을 숨기고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계약으로 얻은 힘을 아낄 때가 아니다.


여차하면 헥사르의 권좌 꼭대기를 차지하기 위해 남겨놓은 비장의 수까지 꺼내야 한다.


-내 힘이 완벽지 않더라도, 고작 개미 새끼들을 밟아 죽이는 데 무슨 힘이 필요하겠느냐?


움찔!


계약으로 두 단계 이상의 성취를 이룬 남자의 몸에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거역할 수 없는 하우레스의 말에 영혼이 부르르 떨린다.


남자는 하우레스의 강함을 절절히 체감했다.


이게 바로 게헨나의 고위 마족이다.


저주로 약해지지 않았더라도 하이 엘프 따위가 감히 대적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우레스는 마계 대공 벨리알의 최측근이고.


무려 천마대전을 경험한 마족이었으니까.


-우리 마족들에게 두려울 존재 따위 없다. 그 괴물 같은 놈···. 은 이미 죽었으니까.


‘괴물 같은 놈?’


누굴 말하는 걸까.


말본새를 보아하니 게헨나의 마족들에게 두려움을 선사한 존재인 듯했다.


‘···그간 마족이 의식에 응하지 않은 이유와 연관이 있나.’


하우레스 정도의 고위 마족은 인간의 생각을 어느 정도 꿰뚫어 볼 수 있다.


존재의 격이 다르다. 간단한 통찰로 파악하는 것이다.


머릿속을 읽히지 않기 위해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남자가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엘프의 영혼이 고프구나. 안내하거라.


어느 안전이라고 하우레스의 말을 거역하랴.


스으으―


남자와 하우레스가 이동한다.


마족이 내디딘 발걸음마다 땅이 썩어 문드러지고, 주변의 초목이 시들며 스러져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화가 이루어진다.


온갖 생명이 움트고 생물이 뛰노는, 생명의 숲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은 장소가 되어 간다.


아이리스가 성지에 들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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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격전 21.06.15 238 2 12쪽
» 아이리스 21.06.14 241 2 13쪽
40 아이리스 21.06.13 232 1 14쪽
39 아이리스 21.06.12 232 3 13쪽
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35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34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2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32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8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3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26 아놀드 슈라그 21.05.30 348 3 13쪽
25 아놀드 슈라그 +1 21.05.29 341 3 12쪽
24 헥사르 21.05.28 346 3 13쪽
23 헥사르 21.05.27 359 2 12쪽
22 헥사르 21.05.26 359 2 13쪽
21 헥사르 21.05.25 360 2 13쪽
20 헥사르 21.05.24 397 2 12쪽
19 암운 21.05.23 402 3 12쪽
18 암운 +1 21.05.22 427 4 12쪽
17 암운 21.05.21 462 4 13쪽
16 비앙카 가넷 21.05.20 473 6 12쪽
15 비앙카 가넷 21.05.19 503 6 13쪽
14 사티아 아카데미 21.05.19 530 6 11쪽
13 사티아 아카데미 21.05.18 56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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