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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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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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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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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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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리아 프로넌셰스

DUMMY

“로벤 선배님.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세렌의 부탁을 받고 기숙사로 돌아간 나는 방 앞에서 대기 중인 비앙카를 만날 수 있었다.


비앙카가 남자 기숙사 안으로 들어온 일은 하루 이틀 있던 일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 지도 대련을 요청했을 때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응? 무슨 일이야?”


“저기 그···. 그게 말이죠.”


지도 대련을 부탁할 때도 똑 부러지게 말하던 비앙카가 말끝을 흐렸다. 그 태도에 짐작 가는 일이 생각났다.


‘유리 녀석. 진짜 그런 거로 비앙카를 놀렸나? 그러고 비앙카는 그거에 반응한 거고?’


유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지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주말마다 시간이 되면 대련을 부탁하겠다는 비앙카도 과제의 해결과 공부로 바쁜 모양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비앙카가 갑자기 기숙사에 나타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의 대화밖에 없었다.


2주 동안 틈틈이 유리의 공부를 도와줬다. 유리는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친한 동기를 많이 사귀었지만, 애초에 연고가 없는 마법사라 사티아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다.


3년 안에 졸업하기로 마음먹은 유리의 공부는 양도 많고 어렵기도 어려운 강의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도와주는 나도 질릴 정도로 열심히 했다.


‘장난 아닌데? 공부는 왜 이렇게 잘해?’


반면 비앙카야 원체 독종인 데다가 재능까지 받쳐주는 마법사다. 인맥도 유리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비앙카를 도와주는 일은 대련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나를 찾아올 이유라면, 같이 수석을 다투는 유리에 관한 일이 틀림없다.


“그···. 유리 씨에게 도움을 주고 계신다는 소리를 들어서···.”


역시나.


“내가 설마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도와주겠어? 유리는 너와 다르게 따로 도와줄 수 있는 마법사가 사티아에 별로 없잖아. 인맥이랄 것도 없고.”


“아! 절대로 선배님에게 뭐라 하려던 뜻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유리 씨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무례한 유리 씨는 선배님을 선배라고 부른다던데···.”


엥?


이건 또 뭐람.


반응한 부분이 거기였어?


“응. 선배님하고 부르는 것은 좀 딱딱하잖아. 편하게 선배라고 하라 했지.”


비앙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갑자기 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난 또 대련이라도 부탁할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풀이 죽은 비앙카가 걸어 나갔다. 그간 바빠서 지도 대련을 해주지 못한 것에 섭섭했나 싶어 나는 걸어가는 비앙카를 멈춰 세웠다.


“후배님. 왜 기분이 상하셨을까. 난 내일부터 사티아에 없을 예정이야. 대련을 부탁하려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을 거야.”


“예? 어디 가시는 건가요?”


“응. 수석 교수님의 부탁으로 외부에 갈 일이 생겼거든.”


“아···.”


비앙카의 얼굴에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곧 그녀는 결심한 듯 당차게 말했다.


“로벤 선배님. 저도 선배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 응? 대련이 아니라?”


“어. 허락하신 것 맞죠?”


비앙카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휙휙 바뀌는 감정변화에 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


“어···응.”


“그럼 로벤 선배. 떠나기 전에 지도 대련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비앙카의 눈이 휘어지며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끝이 위아래로 찰랑거렸다.


*


내가 짐을 싸는 모습은 론이 짐을 쌀 때와는 천차만별이었다.


애초에 여행용으로 큰 가방을 챙길 필요도 없다.


과거에 극지와 오지를 떠돌아다닐 때도 가벼운 행낭에 노숙을 위한 도구 정도만 들고 다닌 터라 복잡하게 이것저것 챙기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행낭도 필요 없다.


나에겐 아공간 마법이 각인 되어 있는 편리한 망토가 있다.


눈썰미가 좋고 아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보면 사티아의 수석 마법사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어디 숨어가는 것도 아니고, 굳이 사티아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감출 이유가 없어서 망토에 짐을 넣어 가기로 결정했다.


새카만 검집과 가죽으로 우아한 자태를 빛내고 있는 검도 챙겼다.


이제는 암영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암영검은 훌륭한 보검이다. 대량으로 파는 검이 절대 아니다. 보통 장인의 솜씨로 제련한 검이 아니다.


마족이 강림할 예정이었던 심장을 흡수한 나의 마나량은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상태다.


그날부터 천천히 내 몸에 흐르는 마나를 온전히 제 것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검으로 펼칠 수 있는 기술도 훨씬 다양해졌다.


지금이라면 오러 블레이드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터다.


당연한 말이지만 금속마다 마나를 머금을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


그 유명한 금속인 미스릴.


마나를 한계 없이 흡수하는 기이한 성질을 지닌 금속이다.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100배는 더 비싼 금속이고, 그만큼 희귀한 탓에 미스릴이 발견된 광산은 분쟁이 끊임없을 정도로 모든 국가가 탐내고 있다.


미스릴로 만든 방어구는 항마(降魔) 효과가 탁월해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다.


실제로 미스릴로 만든 무구를 써보지 않아서 뭐라 말은 못 하겠다만, 루시가 선물해준 검도 마나를 머금을 수 있는 한계치가 거의 없다고 느껴졌다.


이런 검을 나를 본 첫날에 선물해준 루시. 그녀는 정말 빛이다. 덕분에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암영검을 허리에 차고 세렌이 증표로 준 보석도 잊지 않고 챙겼다.


일찍 일어난 탓에 아직 사물의 형태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시각.


기숙사를 나섰다.


생명의 숲은 중앙 대륙에 위치해 있다.


중앙 대륙은 몬스터의 활동이 잦고 그 유명한 에른 산맥이 험하게 가로지르고 있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땅은 아니다.


마나의 흐름도 대륙의 어느 곳보다 거칠다.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긴 하다.


뼈마디가 아릴 정도로 차가운 극지와 관절이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운 사막을 오가다 종국엔 게헨나에 들어간 내가 환경을 탈 리가.


중앙 대륙도 나름 운치 있는 장소다. 조금 불편하다 뿐이지 사는 데 지장 없는 곳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중앙 대륙에 게이트를 설치해 놓은 나라가 없으므로 생명의 숲을 찾아가려면 걸어가야 했다.


‘가장 가까운 나라가 내 기억에는 가디우스가 맞긴 한데.’


사티아가 위치한 에센과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가디우스 왕국이 동대륙에서는 중앙 대륙에 가장 가까운 나라였다.


-생명의 숲에 들어갈 필요는 전혀 없어. 거긴 들어가면 멀쩡히 나오기 힘든 장소야. 아무리 로벤, 너라고 할지라도 대책 없이 숲에 들어가면 헤매다가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숲에는 절대 들어가지마. 명심해. 아리아는 숲 근방 사람이 살만한 장소에 살고 있어.


세렌의 당부가 떠올랐다.


대뜸 아무나 붙잡고 생명의 숲 근방에 사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누구나가 쌍욕을 하겠지만 중앙 대륙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나라면 알 수 있다.


세렌이 전해준 말에 아리아의 주거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생명의 숲은 마나도 넘쳐나고 기후 변화가 뚜렷해 그곳에서 자생하는 생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근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변 환경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살기에 좋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숲의 영향을 덜 받는 장소도 있다. 그런 장소는 충분히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다.


아니지.


충분히 강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다.


결국, 주거로 삼을만한 장소는 많지 않다는 소리다. 드넓은 생명의 숲 외곽을 이 잡듯이 뒤질 필요가 전혀 없다.


세렌의 부탁을 후딱 해결해주기로 했다. 아리아를 찾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미 생명의 숲에도 많이 드나들어 봤으니까.’


굳이 숲까지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아이리스가 그립긴 해도 환생을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큼 감상에 빠지진 않았다.


시기가 올 거다.


내 환생을 모두에게 알려줄 시기가.


게이트가 위치한 에센의 중앙 지구로 향하는 나에게 누군가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로벤 님!”


말을 건 사람을 보니 낯선 사람이었다.


“누구···?”


“아. 죄송합니다. 마샬 상단에서 일하고 있는 한센이라고 합니다.”


이제 기억났다. 루시에게 암영검을 전해 주었던 그 사람이다. 그 후 루시는 암영검을 나에게 선물로 건넸다.


“아! 반갑습니다. 그때 주신 검은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센의 시선이 내 허리춤을 향했다.


미려한 검의 자태에 한센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소단주님께서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는데, 그 검은 사실 보통 검이 아닙니다.”


“과연 그렇더군요. 너무나 과분한 선물 같습니다.”


“저희와 거래하는 드워프, 그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장인이 만든 검입니다. 비록 그 장인은 검에 대해 실패작이라고 비평했지만 말입니다.”


이게 실패작이라고?


침을 꿀꺽 삼켰다.


경매에 올리면 황금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는 훌륭한 검이다. 그런 검을 선뜻 내어준 루시의 배포도 배포지만 실패작이라고 실망한 드워프는 도대체?


“그리고 로벤 님께 드리는 선물은 절대로 과하지 않습니다. 소단주님은 사람 보는 눈이 정말로 뛰어나신 분입니다.”


한센의 어조에서 루시에 대한 존경심이 듬뿍 묻어나왔다.


마샬이 동대륙 진출을 위해 책임자로 보낸 사람이 루시 바이올렛이다. 스티어의 딸이라고 특별 취급을 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계산적으로만 로벤 님을 대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루시 씨와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을 다졌습니다.”


“예? 소단주님이랑 개인적으로 말입니까?”


“아. 이번엔 제가 오해가 있을 수 있게 말했군요. 이번에 에센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의 수습으로 여러 상단의 상인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던 자리에서 만난 것입니다.”


“아아. 아쉽게도 저희 상단이 계약을 따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미안.


그거 나 때문이야.


나도 헛기침을 했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 가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소단주님께서 상단의 구성원들에게 로벤 님을 보면 실례가 되지 않게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벌써 귀인 대접을 해주는 거냐. 전생엔 스티어를 구해주기라도 했다만.


이런 대접이 나쁘지는 않다. 마샬의 도움은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었다.


“부탁받은 일이 있어 로도스로 향하는 길입니다.”


로도스는 가디우스 왕국 서쪽 끝에 있는 도시다. 에센의 게이트로 로도스까지 이동한 후 거기서부터 중앙 대륙에 걸어 들어가며 아리아를 찾으러 갈 계획이다.


“로도스! 경치가 기가 막히는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죠. 다만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센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황금으로 만들어진 패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마샬의 신용패 입니다. 동대륙에서도 어느 은행을 가시든 담보 없이 금을 빌리실 수 있습니다. 물론 변제는 저희 상단이 해드리겠습니다. 요긴하게 쓰실 수 있을 겁니다.”


나도 돈은 부족하지 않다.


본가가 루이스 공작가다. 세렌이 여비로 쓰라고 준 보석도 한 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마샬의 재력은 내가 황금을 보따리로 쓴다고 한들 끄떡하지 않을 만큼 막대하다.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


“뭘 이런 걸···. 감사합니다. 루시 씨에게 꼭 인사 전해주십시오.”


“예!”


한센과 웃으며 작별했다.


화려하게 용이 양각된 황금패를 보는 기분은 기묘했다.


마샬 상단과 인연이 닿은 것도 엄청난 우연이다. 내가 사티로스 백작에게 억지를 부리다시피 해서 성사된 대련에 백작의 소개로 루시를 만나게 되었다.


백작도 굳이 무례를 감수하면서까지 루시를 나에게 소개해 줄 필요는 없었을 터다.


그 후 루시는 나에게 호감을 보이며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


드워프 최고 장인이 직접 만든 검.


신뢰 하나로 이룩한 상단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이 황금패까지.


‘스티어. 이것도 운명인가?’


친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식을 전하는 편지 한 장 없이 사라진 로한을 스티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동대륙에서만큼은 마샬 상단의 가장 큰 뒷배가 되어 주리라.


로도스로 향하는 게이트에 올랐다.


이윽고 풍경이 바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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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아이리스 21.06.11 245 1 13쪽
37 아이리스 21.06.10 252 2 14쪽
36 아이리스 21.06.09 251 2 13쪽
35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8 246 2 12쪽
34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7 253 2 12쪽
33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6 265 2 13쪽
»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5 259 3 13쪽
31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4 284 2 13쪽
30 아리아 프로넌셰스 21.06.03 314 2 15쪽
29 수습 21.06.02 312 3 12쪽
28 수습 21.06.01 318 3 15쪽
27 수습 21.05.31 32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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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비앙카 가넷 21.05.19 50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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