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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파우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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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콘파우
작품등록일 :
2018.04.15 19:37
최근연재일 :
2019.12.06 18:15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47,004
추천수 :
513
글자수 :
1,559,100

작성
18.12.04 20:56
조회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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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0쪽

거짓의 벗 / Part K

시간 남을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여유가 있으면 자주 자주 올릴수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좀 연재가 지연될수 도 있는 그야말로 자유연제..... 부족하지만 재밋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DUMMY

Part K / 사라진 기억


<행간 1>

6월 27일

열병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어제까지 총 5명이 결석 및 조퇴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10명 OUT 상태로 시작하고 있다. 하루만에 +5가 된 샘이고 어제처럼 중간 조퇴자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일이 일인지라 우리 담임도 바쁘긴 마찬가지. 올해 3학년 물리 담당인 청아샘이 열병에 걸려 나올 수가 없게되자 2학년 물리 담당인 아정샘은 오늘부터 2,3학년 물리를 전부 커버쳐야 한다고 한다. 아침조회도 정신없이 후다닥 해버리고 잽싸게 교무실로 수업 준비하러 가버린 우리 담임이었다.

역시 이런 일이 터지면 대세에 따라 아파 주는게 승자다. 안 아프면 저렇게 독박 쓰고 고생만 바가지로 할게 눈에 훤하거든······ 그렇다면 나도 어서 열병에 걸리고 집에서 뒹굴거리기나 해볼까 싶지만 어쩐 일인지 내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쓸데없을 때 잘 작동하는 내 면역세포들 같으니라고. 주인을 이럴 때는 좀 닮아봐. 일 좀 쉬면서 하라고. 물론 안 아픈 것이 최종 승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혹시 아는가. 너무 많이 아퍼서 학교가 임시 휴교령 떨어질지. 그럼 안 아프고 쉰 우리가 승자일 테니 부러워할 필요 없다. 그래 휴교다. 휴교~


“왜 그래 선아. 너도 아파서 학교 빠지고 싶은데 멀쩡하니 아쉬워?”


와······ 인영이 저 귀신 같은 녀석. 어떻게 안거지? 혹시 진짜 귀신이 아닐까? 녀석의 볼을 꼬집어 보니 반응을 한다. 꼬집히는 것을 보니 사람은 맞네. 다행이다 귀신은 아니여서. 인영아 기뻐해. 넌 살아있어.


“하긴 선이 녀석 초등학교 때도 내 안경 이용고객 1호 였으니까.”


“맞다. 맞어. 그러고 보니 그때 생각 난다. 오성이 안경 그때 엄청 인기 있었단 말이지.”


“신혁이 너 의외로 기억하네? 그 때 내 안경 유일하게 안 써본게 여기 있는 녀석들 중에선 너가 유일하잖아.”


그래. 니들끼리 잘 떠들어라. 사실 오성이랑 신혁이가 이야기 하는 건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보니 딱히 반론을 꺼낼 만한 것도 없어서 듣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글프네.

잠시 옛날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저 녀석들이 나에게 있어서 인영이의 친구가 아니라 그냥 내 친구이던 시절. 내 주변의 인간 관계가 인영이나 하나로 협소해 지기 이전의 인간관계 넓은 이선이던 시절의 꽤나 옛날 이야기이다.

당시에 전국적으로 눈병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눈병은 전염성이 꽤나 강했기에 학교의 경우에는 눈병에 걸린 학생은 등교를 하지 않도록 교육부에서 지시가 내려올 만큼 나름 떠들석 했던 유행성 질병이었다. 물론 내가 학생 신분이기에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움직인거고 일반 성인들도 성인들 나름대로 뭔가 있었던 것 같지만 내가 알바냐. 예나 지금이나 난 나와 관련된 일 아니면 신경 안 쓰는 성격이었으니까

어찌되었든 그런 국가적인 철저한 관리 체계로 눈병사태는 무난히 지나가나 싶었지만 유독 안돼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학교. 그 중에서도 초~중학교 단계에서 눈병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 원인은 바로 눈병을 핑계삼아 학교를 땡땡이 쳐보려는 우리들의 철없던 행동 때문이었다는 어른들로썬 웃지 못할 사실.

누군가 눈병 한번 걸리면

‘내일부터 학교 안 나오는 거야~’ 하고 인사차 속으로 눈 한번 가볍게 터치 해주고 곧바로 내 눈을 비비적, 그 놈이 안경이라도 꼈다면 녀석의 한경 한번 쓱 써보고, 그런 것이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 같은데 당시 우리 반에서 그것을 주도했던 것이 바로 나였다.

최소한의 인간 관계만을 유지하며 자발적인 아웃사이더의 삶을 추구하는 지금의 나와 비교해 볼때, 당시의 이선이란 인간이 얼마나 외향적이고 주도적인 인물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혹자는 그런 짓을 주도한 나를 비난 할지도 모른다.

당시 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이 나와 학업과 경쟁에 찌들어 배움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것 조차 신경쓰지 않고 학교에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 현재 학생들의 불행한 현실이라며 떠들어 대는 것도 TV를 통해 본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그 나이 때 철없는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거니까. 왜냐하면 어지간히 모범생이 아니고서야 놈땡이라는 건 우리들의 로! 망! 이거든. 로망을 위해서인데 눈병이 대수냐~! 난 그저 로망을 위한 행동력이 남들보다 뛰어났을 뿐이라고. 그러니 그 당시 철없던 나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나는(사실 나만······) 생각한다. 어쨌든 나의 흑역사를 이 놈들 입으로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어? 혹시나 열병인가?


“선이가 그랬었어? 아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성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당연히 저놈 눈이 아팠던 적은 없지. 왠지는 몰라도 오성이 녀석 안경을 쓴 놈들 중 유일하게 눈병이 안 옮은 건 선이 뿐이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신혁이 말대로다. 난 그렇게 병 걸리기를 주도해 놓고 정작 본인은 눈병에 걸리지 않아서 로망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열심히 일한다니까. 나의 면역 세포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성이 기억도 틀린 건 아니로구먼

······

······

······

······

그 이후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교시 수업시간이 되어 우리의 아침 담소는 종료되었다. 하······ 여전히 찜찜해. 최근 대화는 항상 이런 패턴이라니까? 그리고 오늘마저도 이러니 역시 뭔가가 있다. 귀찮은데······ 직접 움직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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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2>

진짜 페테르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은 하루였다. 여기저기서 애들은 아프지, 선생님들도 아퍼서 땜빵 수업까지, 너무 피곤하다. 차라리 이곳이 마술학교였다면 선생님 한 두명 빠지는 것쯤은 사역마로 메꿔버릴텐데······


교무회의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장기 휴일을 때리고 방학을 줄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35명인 우리 반만 해도 오늘 아침부터 10명 결석에 3명 추가 조퇴다. 무려 1/3이 빠졌다는 이야기. 더 이상 빠지면 무작정 수업 진도 빼는 것도 애매해 진다. 일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선이가 처리해 줬으면 좋겠건만······

일단 선이 녀석의 속은 알기가 어려워서 지금 사태의 이상을 눈치 챘는지 못 챘는지 조차 모르겠다. 답답해 미칠 노릇. 차라리 선이에게 작은 힌트라도 줘서 움직이게 하는 게 나으려나?

아니다.

괜히 페테르 녀석에게 빌미를 줄지도 모른다.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고 한 약조를 깬 것이라면서 말이다.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은 연이에 대한 감시. 선이를 믿으라고 당부해 두고 엉뚱한 행동을 못하게 막고는 있지만 연이가 언제까지 이 상황을 참을 수 있을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제발 부탁이다. 선아. 연이가 뭔 일 저지르기 전에 해결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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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3>

『열병은 지금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열심히 TV 뉴스에서 기자가 떠들고 있다. 내용은 열병. 문제는 그 열병이 유독 우리 도시에서 그것도 우리 동네 주변에 한정해서 일어나고 있단 사실이었다. 그나마 한가지 추정되고 있는 건 갑자기 대량 출몰한 모기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난 이 망할 모기가 유독 우리 동네에서만 심각하게 출몰 중이라는 것도 상당히 놀라웠다. 이 대한민국에서 지금 모기에 매일 밤 고통당하는 동네는 우리 동네밖에 없는 거였어. 으아······ 불행해.

어찌되었든 모기의 갑작스런 출몰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에서 유행중인 열병 사이에 뭔가 환경적인 발병요인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추측만이 전문가 집단에서 슬슬 나오는 중이라는 것이 뉴스의 내용. 뭐 저런 뉴스가 아니더라도 연이로부터 모기니 마술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버린 입장에서 지금 모기에 뭔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유추 가능하니까. 뉴스에서 보여주는 지도도 참으로 친절하기 그지 없다. 우리 동네 지도에 아주 예쁘게 색깔로 모기 출연 빈도 및 열병에 대한 빈도의 수치들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데 대충 저 빨간 지점들을 조사해보면 될 듯 하다. 안 그래도 움직여볼까? 하고 마음먹었던 차였는데 조사 범위가 의외로 우리 집 근처에 분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다만 위치가 혼자 조사하기엔 많은데······ 별 수 없나?

누구에게 도움 받을 만한 일도 아닌 것 같고, 사실 받을 사람도 없고 말이다. 그냥 주말에 하루 날 잡고 열심히 하는 수 밖에.

그저 뉴스의 지도를 보면서 어디어디를 어떤 순서로 조사할지 생각해 보는 나였다.

······

······

어? 잠깐 생각해보니 도움 받을 사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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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4>

오늘 뉴스에서 선이가 사는 주변이 모기가 제일 많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중 한군데를 와서 찾아본 건데 다행히 마술진을 발견하여서 지금 막 죽여버린 차였다. 마술진을 죽여버리자 벌레들의 윙 윙 거리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정답이었던 듯 하다. 역시 이 마술진이 문제였어.


“정말이지. 참을성 없는 아가씨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등 뒤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사방에서 모여든 벌레 떼들이 저쪽에서 뭉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여든 벌레떼 사이에서 금발벽안의 백인 남성이 나타났다.

‘페테로난스 와스퍼’

아정샘에 말에 의하면 벌레를 다루는 마술을 하는 충술사이며, 현재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열병의 원흉이 되는 마술사인데 모기들을 통해서 이 마을 사람들 전체에게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고 언제든지 원격조종으로 마술을 발현시키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이번에 발현 시킨 마술은 기억조작술과 열병에 대한 저주 마술.


분명히 이 마술로 일어난 일은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어쩐 일인지 아정샘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술사 간의 세력관계 때문인 것 같은데 난 그런 건 모른다. 그저 저 마술사가 나쁜 일을 벌일 뿐이다. 난 그걸 막을 뿐이다. 아정샘이 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라도 하겠어.


“죄송하지만 그 마술진 하나를 지운다고 해서 이 마을의 모기들에 대한 컨트롤 권한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아직 4개나 더 있다고요.”


“그렇군요. 아직 찾아야 할게 4개나 더 있다니. 이거 하나 찾는데만 오늘 하루 종일 걸렸는데······”


저 마술사가 싫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싸움을 걸만한 상황도 아니다. 내가 싸움을 주저하는 이유는 학교 끝나고 하루종일 찾아다녀서 몸이 피곤한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저 사람과의 첫 대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벌레로 변해버린다.

만약 사람의 몸이라면 내가 칼등으로 내려 쳤던 그날 분명히 타박상 정도는 입었을 것이고 사역마라면 내 칼에 깃든 마살능력과 반응하여 터져버렸을 터인데.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벌레떼로 변해버려 사라져 버렸다. 나로써는 처음 느껴보는 공격 회피법. 내 앞에 있는게 사람이긴 한 걸까?

만약 사람이라면 몸 자체가 벌레로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오늘 등장부터 벌레로 시작했으니 또 공격해봤자 그날의 반복일 뿐일 것이다. 유효한 공격방법을 찾을 때 까지는 함부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뵈었을 때도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던데. 제 선물이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봅니다. 월하의 아가씨~”


“선물 같은 건 받은 기억도 없고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굳이 받고 싶은 걸 말하자면 이 마을에서 당신이 떠나는 것이 유일한 선물일 것 같네요.”


이 사람과는 말을 오래 해서는 안 된다. 또 말려들 것이다. 그러니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이 자리를 뜨도록 하자.


“이선군.”


그러나 뜨려던 발걸음이 단 세 글자에 멈춰버렸다. 선이의 이름. 지금 저 와스퍼라는 충술사는 마술로 변신까지 하여 선이의 친구로써 침투해 있는 중이다. 물론 기억조작 마술을 선이와 주변에 걸어놓은 터라 선이는 원래부터 친했던 아이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당장이라도 가서 이 녀석은 네 친구가 아니야. 하고 말해주고 그 바보 앞에서 저 녀석의 변신 마술을 죽이고 본 모습을 보게 만들고 싶지만 결정적으로 누구로 변신했는지를 난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건 이 금발벽안의 백인 남성이 변신을 했단 사실일 뿐 무슨 모습으로 변신했는지 까진 모르는데다가 그나마 알고 있는 아정 샘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내가 알았다면 뭔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말로 그냥 참으라고만 하는데 내가 그렇게 못미더운 아이였던 것일까?


“이선군의 기억에서 마술을 지우는 것은 당신도 원하는 것 아니냐고 그때도 말했던 내용인데 기억 안 나시나요? 이 일은 당신이 절 막아 설 이유가 없습니다.”


참아야 한다. 무시하고 지나가야 한다. 저 자는 말싸움을 해서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건 잘 알지 않은가.


“역시 기억을 지웠다곤 해도 관계성이 유지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것마저 끊어야 되겠군요.”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해대는 충술사를 뒤로 한 체 일단 집으로 가서 쉬기로 한다. 아직 마술진은 4개가 더 남았다. 첫날부터 무리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분하니 한마디만을 남기고 그 장소를 벋어났다.


“선이를 건드리면 용서 안 할 겁니다. 와스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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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5>


월하연이라는 마살사에 의해 나의 5개 마술진 중 하나가 죽어버렸다. 물론 죽어버린 마술진이야 다시 그리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말했는데도 방해가 들어올 줄이야.

솔직히 예상 밖이다. 이 쪽 세계의 사정이 둔감한 것일까?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저 마살사 소녀는 모르는 듯 싶다. 물론 3위가 이번 방해를 주도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마술사의 사정을 모르는 마살소녀를 대리인으로 해서 마치 자신은 관여 안 했다는 듯 내 눈을 속이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보는 눈이 많다. 3위가 뭔가를 하려 했고 그것이 밖으로 알려질 경우의 리스크는 우리 측이나 그쪽이나 큰 편. 그런 도박수를 쉽게 둘 여자가 아니다. 오늘만 해도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역마는 12마리. 그 중 내 벌레로 처치한 것은 11마리이다. 한 마리에게는 오히려 내 벌레가 처치 당했으니까. 다시 말해서 나를 바라보는 눈 중에서 단 하나만이 3위였던 셈. 즉 3위 이외에도 나를 감시하고 있는 눈이 11명 더 있다는 뜻이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신들의 지역인 이곳에 외부 마술사가 들어왔다. 그것도 어중이 떠중이도 아니고 최상위권이자 최상위 세력에 소속된 마술사. 이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사는 마술사라면 내가 뭘 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3위 이외에도 나를 감시하는 눈을 탓하지 않는다. 하던지 말던지 상관 없으니까 상관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사역마로 감시하는 행위를 그 소년은 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사역마 감시는 이번 일에서 고려 대상조차 아니다. 마술사도 아니고 마술에 대한 기억도 잊은 평범한 남학생이 사역마로 날 감시는 못할 테니까. 그러니 나는 사역마의 눈으로 당하는 감시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눈으로 당하는 감시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

그나저나 이선이란 아이는 오늘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역시 3위의 지원 없이 혼자 마술을 상대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었나. 아넬리우스님 말처럼 정말 뒷걸음 치다 쥐를 잡은 소였던 것 같다. 솔직히 이러면 다음 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차라리 시험 종목을 바꿔 볼까? 저 마살소녀를 자극할만한 도구로써 이선이란 아이가 얼마나 가치를 지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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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6>


어제의 일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피곤하다. 등교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저 녀석 얼굴을 보니 힘이 난다. 선이 오늘도 건강하게 등교 해 줬구나. 조금만 참아 선아. 나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마술진이 이제 4개 남았다고 했으니 늦어도 4일안에는 끝날거야.

반드시.

괜히 힘든 내색을 하면 선이가 걱정할까봐. 평소 때처럼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가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좋은 아침~”


“좋은······ 아······ 침······”


뭐지? 선이 녀석 뭔가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야이 바보야. 난 그 충술사로부터 널 지키기 위해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했는데,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내가 서운하다고.


“선이 너 아침부터 뭐 잘못 먹은거 아니야? 왜 그래?”


“······”


선이녀석 말이 없다. 왜 이러지 이 녀석?


“야 이 바ㅂ······”


“저기 누구세요?”


순간의 정적. 지금 나보고 누구냐고 한거야?


“저.저기 선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누구냐니. 지금 장난 하는거야?”


내 두루마기를 펄럭이며 어필해본다. 이 학교에서 두루마기를 입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특정 못 할 리가 없다. 아니 그전에 내가 두루마기를 안 입고 온다 해도 알아봐야 하는 거라고! 장난 그만 쳐!!!


“저기 선아. 우리 학교에서 재벌집 따님이 두루마기 입고 등교한단 이야기는 들었거든? 아마 저 여학생이 그 소문의 월하연 양인듯 싶은데?”


옆에 있던 선이의 친구 인영씨가 두루마기를 보고 날 알아봐 줬다. 그러나 그 내용이 심히 불쾌하다. 아니 당신도 날 알잖아요. 마치 처음 보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지 말아달라고요.


“그 재벌집 따님이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건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고, 선이 너는 저 여학생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인거야?”


“그마아아아안!!!”


내가 내지른 소리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주변의 모든 시선이 나로 쏠림을 느끼지만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 내 마음 속을 뒤흔드는 건 어제 밤 만난 마술사로부터의 한마디


『역시 기억을 지웠다곤 해도 관계성이 유지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것마저 끊어야 되겠군요.』


“저기······ 괜찮아요?”


너무나도 친절하게 내 상태를 물어봐 주는 선이의 말 그것이 너무 싫었다. 내가 듣고 싶은건 그게 아니라고


“괜찮아요 가 아니잖아!!! 뭐하냐? 연아 라고 말하는게 너다운 거잖아!!!”


“······”


아무 말이 없다. 그렇다. 모르는 것이다. 어째서 내가 이러는 지. 모기에 의해 주입당한 마력으로 기억조작 마술이 어제 또다시 선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작용한 것이다. 이번엔 선이에게서 마술에 대한 기억 뿐 아니라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이 지워진 것이다.

그러니 선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오히려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탓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이 바보!!!!!!!!!!!!”


선이에게 소리지른 후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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