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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파우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 바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콘파우
작품등록일 :
2018.04.15 19:37
최근연재일 :
2019.12.06 18:15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46,992
추천수 :
513
글자수 :
1,559,100

작성
18.11.16 21:03
조회
246
추천
2
글자
18쪽

거짓의 벗 / Part F

시간 남을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여유가 있으면 자주 자주 올릴수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좀 연재가 지연될수 도 있는 그야말로 자유연제..... 부족하지만 재밋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DUMMY

Part F / 연이의 집에서 1


<행간 1>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가 끝난 후 우리 집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체 뭔 일이냐고 물어봐도 가면 알거라면서 필사적으로 대답을 피하는 연이. 왠지 내가 이유를 알면 도망갈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대체 뭔 일이길래 그래? 니가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가고 싶어지는데?

그러나 도망 가봤자 잡히겠지. 속도로 보나 완력으로 보나 이 녀석이 위에 있으니까. 내가 이 녀석보다 우월한 건 키밖에 없다는 슬픈 현실과 도망도 못 가는 처량한 나에 대한 연민만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 노랑머리의 불량 교사님이 대체 뭔 짓을 한 건지 오늘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내일 가서 따져야겠다.


“선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겠는데. 내가 아정샘에게 최근에 무례하게 군 적 있어?”


“모르겠는데. 니 녀석 가끔 장난은 치더라도 아정샘에게 무례하다는 수준까지 기어오른 적은 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렇지? 나 잘못 안 했지? 그럼 그 선물은 대체 왜.”


아무래도 연이는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아정샘이 홧김에 엿먹으라고 일을 벌인거라는 의심을 하는 듯 하지만 오늘 종례 이후 교실에서 본 아정샘의 표정을 보아 오히려 잘못한 쪽이 있다면 아정샘이다. 절대로 말이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건데? 내가 널 24시간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행실은 네가 더 잘 알거 아니야.”


“하지만 이번에 물어본 분야는 무례함인데? 버릇 없는 건 선이 네 전문이잖아. 역시 이런 건 전문가에게 물어봐야지.”


두 손을 움켜쥐며 확신에 찬 모습으로 터무니 없는 말을 해대는 우리 두루마기 꼬맹이

오늘 입은 하얀 두루마기만큼이나 머릿 속이 백지인 녀석 아닐까? 아······ 갑자기 도와주고 싶은 맘이 싹 사라졌어. 그렇다. 이 녀석은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를 챙기지만 유독 나에게만큼은 챙기지 않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연이 너도 무례함 전문가다. 이선 한정으로 말이야.


“아~ 그러셔~ 그런 무례한 인간이 남을 돕는 것 봤냐? 갑자기 널 도우러 가기 싫어졌어.

내일보자. Bye~ Bye~~~~”


“으앙 선아. 미안해. 부탁이야 날 제발 버리지 말아줘. 으아아아앙”


왜 갑자기 등 뒤에서 껴안고 난리야. 주변에서 보잖아. 그만 떨어지라고 제발. 어리광을 피울거면 아정샘에게나 피우라고!!! 최근 들어 어리광을 왜 나에게 피우고 난리인지. 물론 주변 시선보다도 니가 너무 세게 내 허리를 조르고 있어서 갈비뼈가 아플 지경이란 말이야. 으아아아악!!! 그리고 연이 너 오늘 하는 말 하나하나가 상당히 오해 섞인 발언들 밖에 없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 거냐? 일단 내가 널 버리기 이전에 니가 내 소유물이냐고. 제발 스톱!!!

지금 하는 말 모르는 사람이 잘못 들으면 완전 난 범죄자야. 제발 니 외모를 생각 해. 누가 이 장면을 사진 찍어다가 포돌이랑 합성한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정신 나간 소리 그만하고 제발 가던 길이나 가자. 도와준다니까!!! 정말이야 우리 집 지금 안 가.


이런 저런 우여 곡절 끝에 연이네 집에 간신히 도착하였다. 벌써부터 힘이 빠지네. 아이고 피곤해라. 정말 상황만 보면 ‘잡았다 요놈’이 내 등뒤에서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단 말이지. 으······ 끔찍해.

들어가자 마자 주인의 허락도 없이 거실 쇼파에 앉는다. 분명 비싸고 고급진 쇼파임에 틀림없을 이 물건은 앉을 때마다 극상의 편안함을 선사해 주는 엄청난 녀석이다. 그래서 연이네 집에 오면 절대로 한번 이상은 앉아보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이 집에 오는 경우는 보통 내가 오고 싶어서 오는게 아니라 오늘처럼 연이나 아정샘의 필요로 의해서 초대를 빙자한 납치가 된 경우이므로 내 멋대로 하는 것에 불만이 있어도 표출하긴 쉽지 않은 것이 연이의 사정.

이렇게 보면 내가 진짜 나쁜 놈 맞는거 같은데? 나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마냥 틀린 건 아닌 거일 지도. 그런 연이가 자기 몸통의 반정도의 크기가 되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와서 내 앞에 내려놓는다. 근데 연아 너 이런 것도 먹었냐?


내 앞에 내려놓은 상자에는 내가 아는 연이라면 절대로 먹지 않을 음식이 잔뜩 담겨 있었다. 인터넷 주문으로 시킨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배송 표에 아정 샘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었다. 저기 설마?


“연아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거 준 사람이 아정샘이냐.”


“응. 다짜고짜 음식은 나눠먹는게 좋다면서 한 박스 놓고 갔어.”


야이 망할 선생 같으니라고. 설마 연이가 이걸 못 먹을거란 걸 모르고 주진 않았겠지? 상자에 담겨 있는 것은 핵불닭볶음면이란 이름의 라면이었다. 그것도 그냥 불닭볶음면이 아닌 ‘핵’ 불닭볶음면. 겉 표지부터가 장난 아니게 매워보인다.

그리고 이 음식은 절대로 연이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연이가 매운걸 못 먹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 가끔 조금이라도 매운걸 먹으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참으로 일품인 것이 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걸 연이에게 먹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 지기도 하는데 이런 걸 보면 나의 가학심리는 연이의 어린 외모에도 굴하지 않는 비정함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뭐 어때. 외모만 어리지 나랑 동갑인데.

전혀 죄책감 같은 것은 가질 필요는 없을거다.

어찌되었든 이것으로 상황 파악 완료. 지난 주 금요일 아정샘과 쉐이스트란 마술사에 대해서 편의점에서 만나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고 가려는데 뜬금없이 날 붙잡더니 매운거 좋아하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처치 곤란한 일이 생겼음에 틀림이 없었고 그것이 매우 귀찮은 일이 될 것임을 짐작한 나로써는 절대로 아정샘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 없었기에 못 먹는다라고 단언해버리고 왔었다.

즉 그때 아정샘을 곤란하게 했던 것은 이 엄청나게 매운 라면일 것이다. 문제는 내 주변에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은 연이 뿐만이 아니란 말이지. 아정샘도 매운 건 의외로 엄청 못 먹는다. 마술은 화끈하면서 혀는 화끈하지 못하는구먼.

따라서 이 라면은 절대로 아정샘이 제정신이면 시킬 음식이 아니다. 만약 시켰더라면 실수로 시킨 것이겠지. 설마 술이라도 먹은 채 주문한 거 아니야?

그러나 그 실수를 되돌릴 순 없었을 것이다. 이 배송표에 달려있는 배송 날짜를 보니 5월 26일. 아정샘이 한창 일본에서 작전 짜고 있을 때다. 그렇다면 아파트 경비실에서 받았겠구먼.

그리고 그 이후에는 줄곧 병원 신세, 퇴원은 6월 16일. 즉 21일이나 지난 것이다. 반품 가능 날짜도 out. 즉 버리거나 먹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정샘도 연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게 쓸데 없는 부분에서 괜히 도덕적이다. 아마 ‘음식은 함부로 버리면 안돼.’ 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먹지도 못하는 이 라면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던 것이겠지. 그리고 결국은 연이에게 왔으나 연이 또한 먹지 못하는 라면을 버릴만한 인사가 못 된다. 아니 그런데 이 선생이란 작자는 연이가 매운걸 못 먹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왜 준거야? 주변에 다른 선생님들 많잖아. 차라리 직장 동료들에게 주지.


예를 들면 아정샘과 친한 1반 담임이자 화학선생님인 예나샘······아······ 아니다. 학교 주변 분식집에서 떡볶이 먹다 핵핵거리는 장면을 학생들이 단체로 보는 바람에 한동안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매운거 못먹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지. 일단 탈락.


그래 친한 사람이 어디 한 명이야? 7반 담임이랑도 친하잖아. 수학선생님인 효정샘.

에라이.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이 사람은 학교 급식에 카레가 나오면 그거조차 맵다면서 매점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다. 이 라면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고 연이네 담임인 3반 샘에게도 못 맡기잖아? 다른 선생님들이야 매운걸 못 먹는 거지만 이 사람은 먹는거 이전에 매운 냄새조차 못 맡을 인간이다. 듣자하니 초등학교 이후로 양념치킨은 시켜본 적조차 없다고 하니까 말이다. 무조건 후라이드 일편단심. 양념은 맵다나 뭐라나. 그게 매우면 도대체 뭘 먹을 수 있는건지 조차 궁금해질 지경.


그래 선생님들 중에 도덕선생님인 오종샘은 매운거 좋아하기로 유명하잖아. 차라리 그 선생님께 맞기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거대로 불가능 하다. 왜냐하면 오종샘은 아정샘이랑 안 친한걸로 유명하거든. 일종의 앙숙. 도와줄리가 없다.

잠깐? 왠지 우리 학교 선생님 파벌관계를 잘 생각해보니 딱 나눠 떨어지는거 같은데? 매운거 잘 먹는 파와 못 먹는 파. 우연인거지? 그런거지?

···

···

···

그렇구나

어이없어서 웃음조차 안 나오는 머저리 같은 사정 속에서 결국 맘 여린 우리 꼬맹이가 모든 뒷 처리를 맡게 된거야. 너무 착해서 거부하지도 못하고. 불쌍한 녀석.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니··· 가려야 하는데··· 그냥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솔직히 난 매운건 자신은 있다. 불닭볶음면은 가끔 심심풀이로 끓여먹기도 한다. 물론 저 ‘핵’ 불닭은 한번도 시도 안해봤지만. 그런데 어디까지나 심심풀이로 가끔 해먹는거다. 저걸 매일 같이 아침, 저녁으로 와서 먹어달라고? 내 위장이 버텨내지 못 할거야. 연아 그러다 나 죽어.


그러나 어쩔 수 없었겠지. 일단 연이의 교우관계가 좁은 수준을 떠나서 그냥 나 하나 뿐인 수준. 조금 더 가면 최근 하나까지 넓어진 정도인데 내가 매운 것을 잘 먹는건 알지만 하나가 잘 먹는지 못 먹는지는 연이 입장에서 파악이 안 됬으니 결국 도움은 나에게 밖에 청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하나도 매운 건 잘먹는 편이라도 이걸 먹을 수준은 못 되기에 저 위험물질 처리는 못 도와 주겠지만··· 그래도 이왕 왔으니 봉지 하나라도 줄여줘야지. 내일부터는 못 해주더라도.


“그럼 먹어볼까?”


두 봉지를 상자에서 꺼내어 주방으로 향하는데 심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연이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두 봉지나 먹어주는 거야~~~?”


“뭔 헛소리야 너도 먹어야지.”


“윽”


뭐야 그 반응은. 설마 나만 먹일 참이였냐? 망할 꼬맹이.

싫으면 없던 일로 하자 하고 상자에 봉지를 집어넣으려 하자 또다시 나에게도 달겨든다.

제발 껴안지 좀 마. 너 너무 쌔서 아프다고!!! 정말 다행인 것은 이곳은 연이의 집. 최소한 날 감시할 포돌이는 이 곳에 없다는 것이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


그런 우여곡절 끝에 끓인 라면이 식탁에 올랐다. 나와 연 1 대 1 비율을 아주 정확히 맞추어 그릇에 나눠 담아 먹는데 음.... 역시 핵이란 글자가 괜히 들어간게 아니야. 그냥 불닭볶음면에 비해 상당히 맵다. 물론 못 먹을 만큼 맵지는 않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눈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연이를 보고 있노라니 사실 나라는 인간은 못 먹을만큼 매운걸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 먹고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저 연이가 매움에 몸서리 치며 부르르르 떠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당장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녹화라도 하고 싶은 심정. 정말 볼만한 광경이다. 그나저나 그 거대한 우유는 언제 꺼내왔냐? 나도 한잔 줘라. 근데 연아 아무리 봐도 너 지금 우유밖에 안 먹는 것 같은데?


“너 이렇게 못 먹을 것 같으면 받지 말지 그랬냐? 아무리 아정샘의 부탁이라도 안 되는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지.”


“이렇···게···끄윽··· 매···울지...끄윽··· 몰랐어···끄윽···”


얼마나 매우면 말의 반절은 딸꾹질이다. 지금이라도 맞아 죽을 각오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야 하나? 연이의 외모가 귀엽다는 것이 이토록 감사한 일인지 오늘 처음 느꼈다고~


“웃지마!!!··· 끄윽···으아앙”


그러나 눈이 호강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일단 이것을 본 이후에는 집으로 가는 평소보다 먼 여정이 있고 그 여정을 매일같이 걸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찮다, 더구나 나에게도 꽤나 매운 편이다. 하루정도 먹어주는 건 모를까 이걸 매일같이 아침 저녁으로 와서 먹어달라고? 내 위장은 뒤집어 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사태를 해결보기 위해서는 지원병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연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희 집에 손님이 좀 많이 찾아오는거 어떻게 생각하냐?”


갑자기 나온 나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 파악이 안 되는가보다. 그저 날 바라보며 뭔 소리를 하는거야 이 바보야 라는 말을 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중인데. 눈빛만으로도 바보라는 단어가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바보는 일상인가보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나 포함해서 5~6명? 이거 빨리 끝내려면 그 방법 밖엔 없어.

매운 거 잘 먹는 인간들을 끌어 모아야지. 다행히 내 주변에 매운거 잘 먹는 인간들 좀 있으니까 도움을 받을 순 있을거야. 음···... 자세히 생각해보니 5명 오겠다. 확실히 5명이네. 한명 한명 세보니까”


그 말에 매우 빠른 속도로 기운을 차리며 우유를 들이키는 연.


“역시 선이야~ 친구가 많다니까~”


미안하지만 난 친구가 매우 적은 편이거든? 나 포함 5명 온다는건 고작 4명 더 부르겠다는 건데 그냥 비교대상이 적은걸 떠나서 없는 수준인 너다 보니 많아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 거라고 이 꼬맹아.


“그럼 난 슬슬 일어난다. 내 몫은 다 먹었다고.”


“뭐? 벌써?”


하긴 연이 입장에선 놀랄만도 할거다. 자기는 매움을 우유로 진정시키며 간신히 1/3쯤 먹었는데 자기 앞에 이 인간은 우유 한 컵 안 들이키고 슬렁슬렁 먹었는데도 벌써 다 먹었으니.


“나··· 난 아직··· 이렇게 남았는데··· 선아··· 나 좀 살려줘···”


“야. 못 먹겠으면 버려. 음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그딴 도덕 관념은 집어치우고. 애당초 내가 니 잔반 처리반이냐? 니가 먹던걸 내가 왜 먹어”


으아아악 내 허리야!!! 아무래도 연이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습득한 것 같다. 날 강하게 끌어 안으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내가 항복한다는 사실을. 오늘 잘 때 허리에 파스 붙이고 자야되나? 알았어 놔!!! 먹어줄게 먹어준다고!!!

결국 연이가 먹던 그릇에 담긴 라면까지 같이 먹어준 이후에야 나는 이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내일은 안되겠어 반드시 그 인간들을 끌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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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2>

선이 덕분에 우리는 무려 오늘 라면을 2 봉지나 제거하였다. 솔직히 내가 먹은 건 반 봉지도 안되고 선이가 거의 다 먹었지만 말이다. 설거지도 끝냈고 방청소도 대략 끝, 샤워도 마쳤으니 슬슬 자볼까?


‘♪♩~~♩♩~~’


그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거실 쇼파에서 울려퍼진다. 내 폰에 설정된 벨소리와는 다르지만 매우 익숙한 벨소리. 놀라서 가보니 선이가 핸드폰을 우리 집에 두고가 버렸다. 화면에는 우리 집 이라는 발신인 표시와 함께 열심히 울리고 있는 중. 하여간 선이 녀석 칠칠치 못하긴, 아마도 선이가 집에 도착해서 집전화로 걸었겠지.


“선이 너 우리 집에 휴대폰 두고갔어”

『형아야~ 어디야~』


통화를 시작하고 동시에 터져 나온 두 사람의 대화······어? 선이가 아니다?


『저기 선이 형 핸드폰 아닌가요?』


“아. 네. 선이 핸드폰 맞아요. 저희 집에 휴대폰을 두고 갔어요.”


『······』


“······”


『집에 두고 갔다고요? 우리 형이 여자 집에 놀러갔다고요!!!!!!』


아마도 선이의 동생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인 남동생 하나가 있다고 했지? 왠지는 모르지만 놀라는 눈치. 우리 집에 오는게 이상한건가?


“딱히 놀러온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부탁해서 저녁을 먹어주러 온 거에요.”


『우리 형은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거지??? 으아아아!!! 집에서 하는 귀차니즘은 그저 코스프레였던가? 연애 따위 귀찮아서 평생 솔로일줄 알았던 우리 형이······』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이의 동생 측에서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혼자 중얼중얼 중인데 나로썬 어디에 충격을 먹은건지 알 방법이 없으니 위로조차 못하고 듣기만 하는 중. 그래도 뭔가 말은 해야겠고··· 모르겠다. 아무 말이나 던지자.


“오늘은 선이 혼자였지만 내일은 친구 4명을 포함해서 총 5명이 올 거라고 해줬어요.”


그 말을 계기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우리 두 사람. 의외로 선이의 동생과 나는 이야기가 잘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대화들 이었다.


『확인 차 묻겠는데 우리 형 친구 맞죠?』


“그. 그게······”


『아니에요?』


“제 의견보단 선이의 생각이 중요할거 같아요. 선이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모르겠어서······”


다행히도 나의 부족한 답변으로 만족했는지 알았다고 해주는 선이의 동생. 뭘 알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이만큼이나 알기 힘든 사람인 듯 싶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우리 두 사람.


『일단 형 오면 말 전해 놓을게요. 그런데 친구 분은 이름이 뭐에요?』


“월하 연이라고 해요”


『아 그렇군요. 월하연 누나. 음··· 월하연··· 음? 으아아아? 월하!!!! 으아아아악 이건 긴급상황이다아아아!!! 엄마랑 아빠에게 긴급 보고를 !!!!』


‘뚜······’


그렇게 선이의 동생과의 첫 번째 대화였던 전화 통화가 끝나게 되었다. 일단 선이에게는 내용이 잘 전해질 테이니 별 문제 없겠지. 선이도 물건 잃어버렸다는 걱정 없이 오늘 밤은 편히 잠들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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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인형놀이 / Part P [Chapter. 7 (완)] 19.02.22 98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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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인형놀이 / Part N 19.02.15 119 2 13쪽
110 인형놀이 / Part M 19.02.12 107 2 13쪽
109 인형놀이 / Part L 19.02.08 109 2 10쪽
108 인형놀이 / Part K 19.02.05 126 2 10쪽
107 인형놀이 / Part J 19.02.01 112 2 16쪽
106 인형놀이 / Part I 19.01.29 114 2 12쪽
105 인형놀이 / Part H 19.01.25 108 2 14쪽
104 인형놀이 / Part G 19.01.22 116 2 14쪽
103 인형놀이 / Part F 19.01.18 125 2 15쪽
102 인형놀이 / Part E 19.01.15 147 2 10쪽
101 인형놀이 / Part D 19.01.11 146 2 14쪽
100 인형놀이 / Part C 19.01.08 149 2 11쪽
99 인형놀이 / Part B 19.01.04 187 2 11쪽
98 인형놀이 / Part A [Chapter. 7 (시작)] 18.12.21 174 2 16쪽
97 거짓의 벗 / Part O [Chapter. 6 (완)] 18.12.18 168 1 13쪽
96 거짓의 벗 / Part N 18.12.14 175 2 11쪽
95 거짓의 벗 / Part M 18.12.11 238 2 15쪽
94 거짓의 벗 / Part L 18.12.07 171 2 13쪽
93 거짓의 벗 / Part K 18.12.04 198 2 20쪽
92 거짓의 벗 / Part J 18.11.30 193 2 13쪽
91 거짓의 벗 / Part I 18.11.27 203 2 17쪽
90 거짓의 벗 / Part H 18.11.23 192 2 15쪽
89 거짓의 벗 / Part G 18.11.20 197 2 17쪽
» 거짓의 벗 / Part F 18.11.16 247 2 18쪽
87 거짓의 벗 / Part E 18.11.13 209 2 17쪽
86 거짓의 벗 / Part D 18.11.09 223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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