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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지
작품등록일 :
2019.12.27 21:57
최근연재일 :
2020.01.09 23: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16
추천수 :
1
글자수 :
46,399

작성
19.12.30 22:00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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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4. 드넓은 평야와 거짓말의 세계

DUMMY

멤피스 도적단.

서조국에서 북쪽 산악지대로 향하는 광활한 히만평야서 날뛰는 사나운 도적떼.

오크, 고블린, 인간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여행자들의 돈을 노리는 약탈자로 악명이 자자하다.


"꺄아악! 누가 좀 도와줘요!"

"젠장,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여!"

"어서 뛰어내려! 이대로라면 놈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크윽..!"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기차 속에서, 윌리엄은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조용히 그녀에게서 골드를 받아냈으면 끝날 일이였을 텐데.

애초에 그는 왕립은행의 차장이다. 이런 중요한 인물이 혼자서 왔을리가 있겠는가?

여행객으로 위장해 있던 은행의 정예 경호원들이 사복을 집어던지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글라우배, 이 미꾸라지 같은 년이!"

"선생님! 조심하십시오!"

"뭣-?!"


쉬이익!

그에게 조심하라는 경호대장의 외침과 동시에, 앞칸의 누군가가 굵직한 석궁을 발사하였다.

철갑주를 두른 경호대장의 재빠른 도움덕분에 목숨은 부지하였지만, 석궁을 신호로 수많은 화살과 마법공격이 이쪽 칸을 향해 빗발치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저 칸에 도적단이 있다!"

"그래! 소리가 저기서부터 났다고?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에 죽여버려!"

"이런 멍청한 놈들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히익!"

"민간인들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어서 피하심이!"

"젠장.. 이딴 잔꾀를 부린다는 말이지! 좋다, 모두들 뒷칸을 통해 기차에서 탈출한다!"

""넵!""


사방에서 퍼져나오는 두터운 연기와 비명소리로 피아식별 따윈 불가능한 상황.

결국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알리기를 포기한 윌리엄은 모두에게 탈출을 지시하였다.

어차피 고약한 암여우도 기차에서 뛰어내렸겠다, 경호대를 이용해 그녀를 찾는편이 나으리라.


"모두들 뛰어내려라! 글라우배를 찾은 후 본국으로 귀환한다!"

"방패병! 선생님을 보호하며 함께 뛰어내려라!"

"알겠습니다! 선생님, 어서 제 손을!"

"오냐, 알았다. 젠장, 글라우배 네년만큼은 내가 꼭 붙잡아 주마!"

"뛰어 내리겠습니다! 꼭 잡으십쇼!"


쾅!

두꺼운 갑옷으로 무장한 방패병이 목재로 된 열차문을 부수고, 그의 방패를 바닥삼아 평야를 향해 뛰어내렸다.

수많은 화살과 에너지볼이 빗발치는 위험한 상황에서의 도박. 그러나 수많은 실전으로 익숙해진 윌리엄에겐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윌리엄을 선두로, 마침내 모든 경호원들이 큰 피해없이 기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으아악! 멤피스 도적단이다!"

"아닙니다! 진정하십시오, 저희는 서조국 왕립은행의 기사들입니다!"

"그, 그렇다면 부디 자비를! 살려주십쇼!"

"후.. 도적떼를 피해 뛰어내린 사람이 여럿인가. 호위대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녀석은 히만평야 지부에 연락해라. 내 이름을 걸고 반드시 이곳에서 글라우배 그년을 잡아와라고!"


윌리엄은 자신의 몇 안되는 이빨을 으드득 갈며, 경호원들에게 이같은 명령들을 내렸다.

어차피 히만평야는 도시도 없는 황량한 무법지대.

본국의 시민인 글라우배를 법적으로 잡아낼 수 없다면, 이곳 무법지대서 잡아내면 그만일 터.


평야의 어딘가에서 뛰어가고 있을 그녀를 기병대로 잡는 일이란 간단하다.

미꾸라지 같은 그녀를 붙잡은 뒤 17억 골드를 받을때까지 온갖 고문하자.

그 음탕한 신음소리가 지쳐 안나올 때까지 잔뜩 괴롭혀주리라 마음먹은 그는 세상 행복하다는 듯 황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만 빼면은.


"그나저나.. 처음 그녀에게 화살을 쏜 놈은 누구였던 거야?"

"선생님? 여기 한 아낙네가 선생님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고 합니다. 부디 거둬주셔서 감사하다고...."

"아! 알겠다. 내 금방 가도록 하지."


뭐, 신경쓸 거 있겠어?

저편에서 머뭇거리는 미모의 여성을 바라본 윌리엄은 이내 깔끔히 그 의문을 지워버리고는 신사다운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다가갔다.



§§§



"뭐야? 왜 아무도 없지?"

"시체들도 없어. 역시.. 놈들은 도망친게 확실하군!"

"그럼 이긴건가? 이긴거지?!"

"맞아요! 모두 다 늠름한 용사님들의 덕분이에요!"

"만세! 우리가 이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윌리엄과 그의 호위단이 도망친 후.

자욱한 연기를 개어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도적단이 있던 열차칸으로 이동하였고, 이내 자신들이 승리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무시무시한 도적단을 상대로 승리하다니! 잔뜩 겁먹어있던 승객들은 승리의 함성을 소리질렀다.

물론 이전에 먼저 기차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들에겐 자신들과 함께 싸우지 않다는 책임이 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저희.. 정말로 이긴거 맞죠?"

"그럼~ 당연하지 꼬마야♡"

"꼬마가 아니라 화담이라니깐요?! 나 참."

"그래그래. 누나가 잘못했어요~"

"그, 그렇게 어린아이 대하듯이 하지 마세요! 부끄러우니깐.."


용사들의 곁에서 응원하고 이들을 호응해주는 미모의 여전사에게,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그녀의 후드코트를 잡아끌며 칭얼거리듯 물어보았다.

가 아니라 역시나 당연하게도 이는 화담과 글라우배.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은 당연스럽게도 용사들의 틈에 섞여 있었다!


"야영이니 탈출이니 전부 거짓말이였던 거죠? 결국 스크롤로 이동했을 뿐이고!"

"거짓말이라니~? 난 그때 진지했었다구? 우연히 내 손안에 스크롤이 있어 사용한 거지만."


결국 이는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린 즉시 주술을 통해 기차 천장으로 이동한다는- 그야말로 얄팍한 속임수였을 뿐이다.

영리한 글라우배가 대책없이 기차에 앉아있을 리가 없다, 라는 간단한 사실 하나면 명심하고 있었더라도, 윌리엄 일당은 쉽게 그녀를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도 수고했어, 씨와이."

"저기, 저 너무 티난 거 아니죠?"

"절대~ 아니야. 그 잘난 윌리엄이 허둥대던 걸 보면 너의 은폐는 완벽했어!"

"그럼 다행이고요."

"어라? 아저씨는 아까..?"

"아저씨라니! 형이라고 불러, 형이라고!"


분명 자신들의 등을 맞대고 앉아있었던 비루한 차림의 남성이 수고했다며 글라우배와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이상한 검은색 비쭉머리를 한 그는 한쪽알이 깨진 싸구려 안경을 끼고 있었다.

대충 걸처입은 황색 누더기옷과 푸른색 청바지는 정말이지 노숙자 차림이였지만, 그의 허리춤에서 반짝이는 소형 석궁은 예리하게도 잘 손질되어 있었다.


"설마 아저씨가 그 처음 석궁을 쏜 거에요?"

"쉿!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니깐."

"맞아. 씨와이 오.빠. 가 쏘고, 내가 거짓된 정보를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말이지."

"오빠라니, 나이 꽤나 되신분-읍읍읍!"

"그렇구나... 그럼 다행이네요!"


화담은 둘의 설명을 듣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가 글라우배의 설명 또는 씨와이의 폭로 중 어느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튼 골치아픈 일들은 모두 해결. 이제부터 편안한 모험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응? 다행이라니?"

"네? 다행인 거 아니였어요?"

"설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거야?"

"그게 무슨-"


"아아. 다음 역은 이 열차의 마지막 역인 사곡 산맥, 사곡 산맥입니다."

"지금부턴 마음 단단히 먹어. 이제부터 우리가 갈 곳은-"


"부디 승객 여러분의, 무사 기원을 기도하겠습니다."

"지상의 지옥이라 불리우는 곳이니깐."


사곡 산맥-

도망치실 기회는, 지금 뿐입니다.

어딘가 역장의 저주스러운 목소리가, 소년의 귀를 싸늘하게 훑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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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가스! 가스! 가스! 20.01.02 33 0 8쪽
6 6. 뭔데 무슨 일인데 20.01.01 3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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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드넓은 평야와 거짓말의 세계 19.12.30 4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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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원래 시작이 반이랬어 19.12.27 19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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