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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지
작품등록일 :
2019.12.27 21:57
최근연재일 :
2020.01.09 23: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05
추천수 :
1
글자수 :
46,399

작성
19.12.29 22:00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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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3. 논 자유의 모미 아냐!

DUMMY

"아아- 이번 역은 히만평야, 히만평야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 출입문으로 나가주십쇼."

"정말이지, 대체 이 열차를 몇 시간이나 더 타야되는거야?"

"..그러게요."


글라우배가 억지로 탐험대에 합류하고 난 몇일 뒤.

길드장의 홍보로 모인 20명의 유저들이 이지스 던전을 향한 긴 여행길에 올랐다.

북쪽 산악지대를 향한 길을 탐사하던 길드원들이 우연히 찾아냈다는 이지스 던전.

길드장은 그 던전을 돌파하여 정복해야만 북쪽 산악지대를 향한 길이 완성된다고 하였다.


"결국 그 던전을 돌파하기만 하면 되니깐 폭파해도 상관없다는거 아닐까?"

"에이, 설마요;; 게다가 그랬다간 다른 유저분들한테 실례잖아요."

"아~ 그렇지. 실례고말고. 역시 우리 꼬맹이는 인성 교육을 잘 받았구나?"

"꼬맹이가 아니라 화담이거든요? 화.담!"

"그래 화담아, 정말이지 아담한 이름이구나. 아담한 네 몸처럼 말이지."

"정말~!"


목적지의 근처까지 향하는 열차의 아무칸에나 걸터앉은 글라우배의 곁에는 한 아담한 신관이 함께 앉아 있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단발머리를 신관복에 깊게 덮어버렸고, 눈동자보다 작은 안경을 코에 걸치고 있었다.

오버핏의 신관복이 이따끔씩 발에 끌리는 것을 뺀다면, 그럭저럭 모험을 떠날 채비는 완벽했다.

그래. 문제는 이놈의 오버핏 신관복이다.


"그나저나 너, 신관복 사이즈 좀 어떻게 줄여보면 안되겠니? 너무 길에서 발에 끌리잖아."

"그렇긴 하지만 사제님께서 이 신관복이 제게 어울린다고 하셔서.."

"아, 그렇냐."

"네. 분명 조금만 지나면 자라서 옷이 딱 맞을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 나도 어릴때 자주 들었었던거 같은데."


성장기의 어린아이에게 옷을 입혀주는 부모의 심정이였을까?

글라우배는 잠시동안 자신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추억은 추억일 뿐. 지금 이 아이는 신전에서 기도드리는 사제가 아니다.

정확히 판단하자면, 화담은 생과 사가 오고가는 냉혹한 던전으로 향하는 탐험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존율을 높히기 위해 글라우배가 취할 행동은 분명했다.


"어쩔 수 없네. 자, 아랫쪽만 조금 자르자."

"네?????"

"그럼 계속 그렇게 질질 끌고 다닐거야? 달리다가 넘어지면 죽을수도 있는데?"

"하, 하지만 신관복은 그 자체로도 마력저항의 효과가 있어서-"

"아 뭐 어때~? 조금만 자르자고, 조금만. 그럼 이제 벗긴다!"

"히이이익!"



"잠깐."

"응?"


그렇게 글라우배가 바둥거리는 화담을 붙잡고 그의 신관복을 벗기려는 순간-

그들의 반대편에 묵묵하게 앉아있던 한 남자가 글라우배의 팔을 붙잡으며 저지하였다.


"신관복의 마력저항은 옷 전체에 걸쳐 기록된 주문으로 작동한다. 그따위로 옷을 잘랐다간 주문 전체가 흐트러진다는 말이지."

"아앙?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너 뭐야. 뭔데 그런걸 알고있어?"

"..내가 누구냐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정보에 당황한 글라우배가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질렀다.

아무래도 본적없는 수상쩍은 그의 등장에, 글라우배는 작은 칼까지 꺼내들며 후드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잘못 건드리는 순간 불상사가 일어날만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그런 상황이 즐겁다는 듯 싱긋 미소지은 그는 천천히 얼굴을 가린 후드를 쓸어내렸다.


"...너는?!"

"누, 누군데요?"

"역시, 글라우배 네 년만큼은 날 알아보는군!"

"아니? 누구냐니깐?"

"....뭐?"


후드를 벗어내리자, 뜻밖의 중년의 미남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굴 구석구석 주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노년의, 그러나 훤칠한 장신의 남자.

짙은 갈색빛 올백머리와 잘 정돈된 턱수염은 그로 하여끔 꽤나 스타일리쉬한 인상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후드 망토에 감춰져서 못 봤지만, 분명 그 안에는 값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네 년이라면 알아볼거라 생각했는데, 안타깝군. 나는 서조국 왕립은행의 차장 윌리엄이다."

"아~ 루트 오빠? 당연히 알지!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그래. 은행이라는 말을 들으니깐 기억나지? 아무튼 너도 참-"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의뢰를 맡기러 이곳까지 오진 않았을테고."

"당연하지. 내가 너 모험가는데 뭣하러 따라오나? 그냥 부탁 하나만 하려고 왔다."

"부탁?"


딱히 뭔가를 부탁할만큼 친밀한 사이는 아닐텐데.

뒷목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애써 모른척하며, 글라우배는 조용히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는 화담도 마찬가지.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그 또한 눈치껏 그녀를 따라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그렇게 정적이 이어지길 수 초, 자신의 금반지를 만지작거리던 윌리엄은 희번뜩 글라우배를 바라보며 제안하였다.


"얼마전 네가 강탈해간 대검검사의 17억 골드, 우리에게 넘겨라."

"헤에~? 루트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다 알고 있다. 이미 너네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걸고 대결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네년의 농간질로 대검검사의 만렙달성은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도 말이지."

"설마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너무해!"

"물논이지. 우리의 눈이 널 향하고 있는 지금, 넌 절대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

"하아.. 그래서? 갑자기 그 골드는 왜 달라는 건데?"


'미행? 자유? 그게 다 무슨 말이지?'


윌리엄의 강철같은 심문을 애교로 피해보려던 글라우배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요리조리 모른척하던 그녀는 결국 다 알겠다는 듯 두 손을 들어보이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서조국 왕국에서는 서쪽으로의 영토 확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를 '방문' 하기엔 골드가 약간 부족한 상황이지."

"그래서 그 돈을 내게서 받아내겠다 이말이야?"

"그렇지. 물론 우리는 이 밖에도 네가 얼마나 많은 비자금들을 숨겨놨는지 알고 있다.

게다가 그 돈은 버그를 이용한 협박이지 않나?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금한다면 그 죄책감도 한층 덜 수 있겠지."


"나, 참. 이봐 꼬맹아."

"제 이름은 화담 이라고요!"

"그래, 화담아. 너-"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윌리엄의 제안에, 글라우배는 큰 한숨과 함께 화담을 바라보았다.

항상 어린아이인 그 앞에서만큼은 장난기 넘치고 밝게 웃어주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주인님에게 건낸 질문은-


"야영 잘 하니?"

"네?"


너무나도 뜬금없는 캠핑 제안.

그녀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전혀 모르겠다는 듯 화담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것도 잠시-


퓻!


"꺄아악! 강도다!"

"우와앗?!"

"잠깐! 경호대는- 젠장!"


찰나의 순간.

글라우배 등 뒤의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작은 화살을 쏘았고, 글라우배는 기다렸다는 듯 하이톤의 비명과 함께 온 몸으로 화담을 끌어앉았다.

그러자 그녀를 지나친 화살은 윌리엄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고, 그를 보호하고자 숨어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칼을 휘둘렀다!


"꺄아아아~ 모두 도망쳐요! 멤피스 도적단이에요!"

"뭣?! 멤피스가?"

"모두 도망쳐! 기차에서 뛰어내려!"

"이런 젠장!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저, 저희는!""


경호원들을 향한 윌리엄의 질책도 잠시.

글라우배가 외친 '멤피스 도적단'의 이름은 순식간에 전 객실로 퍼져나갔고, 누군가가 피워올린 지독한 연기와 함께 온 기차는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찬스!

허둥대는 화담을 자신의 가슴팍에 꼬옥 끌어안은 글라우배는 창문을 향해 온 몸을 던졌다.

빗발치는 화살과 경호원들의 고함소리, 기차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비명으로 완벽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기차 속에서, 글라우배는 윌리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다음에 또 보자고, 루트 오빠~"

"저.. 저 망할 년이! 경비대! 뭐하는거냐, 경비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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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나가세요 떠나세요 20.01.09 24 0 7쪽
12 12. 우디르급 태세전환 20.01.08 21 0 8쪽
11 11. 등뒤에 올라타는게 정석이거든 20.01.07 28 0 8쪽
10 10.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깐 그러네 20.01.05 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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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이시국에 그런 농담은 자제해 20.01.03 42 0 8쪽
7 7. 가스! 가스! 가스! 20.01.02 32 0 8쪽
6 6. 뭔데 무슨 일인데 20.01.01 31 0 8쪽
5 5. 이랬다간 장르가 바껴버려 19.12.31 52 0 8쪽
4 4. 드넓은 평야와 거짓말의 세계 19.12.30 47 0 8쪽
» 3. 논 자유의 모미 아냐! 19.12.29 77 0 8쪽
2 2. 신용 불량자도 돈만 있으면 OK! 19.12.28 106 0 8쪽
1 1. 원래 시작이 반이랬어 19.12.27 19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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