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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만렙,초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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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지
작품등록일 :
2019.12.27 21:57
최근연재일 :
2020.01.09 23: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03
추천수 :
1
글자수 :
46,399

작성
19.12.27 23:10
조회
196
추천
1
글자
8쪽

1. 원래 시작이 반이랬어

DUMMY

"젠장, 젠장, 젠장!"

"아 쫌;; 시끄러워."


쨍그랑!

대검 검사의 차디찬 철갑주가 바닥에 부딪히며, 음침한 동굴 속에는 끝없는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여자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코웃음치며 그를 향해 계속해서 다가갔다.


꽤나 치열한 결투였지만, 결판은 났다. 승패의 여부는 확실하게 판별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검사는 반쯤 녹아내린 자신의 갑주를 붙잡으며 그 사실을 가까스로 인정하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분한건 여전하지만.


"비겁자! 쓰레기! 무뢰배!"

"시시하네. 더 신박한 욕은 없어?"

"이 년이 미쳤나! 야 너 XXX XX를 확 XXXX어! 야!"

"어? 욕설? 신고합니다."

"끄아아아아악!"


치사하다. 치졸하다. 찌질하다!

분명 20분 전만 하더라도 의기양양 하였을텐데.

게임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악성 유저를 '참교육' 해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했었던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흘러간다.

수많은 길드원들의 응원을 받고, 팬으로부터 응원 귓말까지 잔뜩 받았었던 방금의 기억도 잠시. 그녀와의 결투는 최악이였다.


"부끄럽지도 않아? 그따위로 버그를 남발하면 운영자 측이 호락호락 넘어갈 것 같냐고!"

"몰라. 다음번 패치에 반영되겠지 뭐. 할 말은 그게 다냐?"

"그래! 할 말은 이게 전부다! 이제 날 명예롭게 죽여라!"

"그렇다면야 뭐. 명예로운지는 모르겠지만.."


추억정도는 마련해 줄게?

이상한 중얼거림과 함께, 그녀는 가방에서 갑자기 폭탄을 꺼내들었다.

뜬금없는 폭탄의 등장에 대검검사는 목을 쭈욱 내밀다 말고 어리둥절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저건 분명 장애물을 뚫거나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하급용 폭탄일 텐데?

저걸 터뜨려 봐야 데미지를 입을 것 같진 않다.

아니, 잠깐.

설마-


"자! 이걸로 네 아이템은 깔끔히 리셋되는 거야~"

"뭐?!"

"뭐긴 뭐야. 터뜨린다는 말이지."

"어어어어어어?"


그게 가능하다고?!

여자는 경악한 대검검사의 비명에 마조틱한 미소를 지으며 폭탄을 그의 가방 위에 올려두었다.

그 말인즉슨, 캐릭터가 사망할 시 버려지는 아이템들을 확실히 파괴하겠다는 뜻이다!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그건 그건 좀 아니잖아!!"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아니 글라우배님, 그러니깐 말이죠 지금 글라우배님이 제 드랍템들을 모두 없애 버리려는것 같습니다만 그-"

"응, 맞아!"

"이 망할 년이!"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들어본 적 없는 광기어린 그녀의 행패에 대검검사가 급발진했다.

아무리 꼼수로써 패배하였다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순순히 목을 내주려던 그의 당당한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어차피 시체의 드랍템은 본인만이 획득 가능하기에, 골드며 장비며 포션까지 값비싼 아이템들은 모조리 다 넣어놨던 것이였다.


"형님형님형님??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제발 그 폭탄만큼은... 부디..."

"응? 나 형님 아닌데? 그리고 왜? 싫어?"

"그, 그게 저도 형님처럼 곧 만렙을 달성하려고 준비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준비해둔 아이템들이 보통것들이 아닌지라..."

"나 형님 아니라니깐? 봐, 여캐잖아?"

"죄송합니다, 누님! 그러니 제발, 폭탄형만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흐음.. 이를 어쩐다..."


어쩌긴 뭘 어떡해?!

그렇게 거만하던 대검검사는 어느샌가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채 싹싹 빌기까지 시작하였다.

이제 체면따윈 상관없다. 명예? 그런건 이 아이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만렙 퀘스트를 위해 준비한 초희귀 아이템들이 전부 가방안에 들어있단 말이다.

만약 그녀의 장난질로 이것들을 전부 잃는다면, 만렙 도전따윈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흐음~"

"...?"


그러나 여자의 반응은 묵묵무답.

지금 자신이 최강의 길드에 에이스를 농락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알 수 없는 추측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무언가를 고민하듯 한참 동안이나 생각하던 그녀는 아무래도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딱히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닙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글라우배 님의 어딘가 선한 자비의 마음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요!"

"아니야..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서라면 분명 아이템 리셋이 맞지 않아?"

"미친...건 저였습니다! 제가 감히 글라우배 님에게 혓바닥을 굴렸습니다! 그러니 제발!"

"으음~?"


설마.. 이게 아닌가?

그렇게 교활하고 영리하게 날 농락하던 그녀가 저런 형편없는 이유를 댄다고?

그녀의 마조틱한 표정이 사라졌다. 웃음기가 뜸해졌다.

그래. 분명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것이 분명해!


"히히히... 히히히히히! 제가 감히 그런 뜻도 몰라뵈고!"

"?"


결국 그건가. 진심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렇게 결론내린 대검검사는, 자신의 가방을 꺼내들었다.

과정따윈 중요치 않았던 것이였다. 그래.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대답만 하면 되는거였어.


"여기.. 제 전재산인 3억 골드입니다. 그러니..."

"꺄악! 3억 골드라고?! 이걸 나한테 주는거야?"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발 폭탄만은....."

"우와아~ 고마워! 잘 받을게♡"


이제서야 본심을 드러내는 걸까? 여자는 대검검사가 건네준 3억 골드를 받고 뛸듯이 기뻐했다.

일반 유저라면 만져보기도 힘든 3억골드를 소중하다는 듯 꼬옥 안으며, 세상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그렇다면 약속해주신 겁니다? 그-"

"하지만 이상한 걸? 분명 이틀전에 1위 길드에서 초 레어 아이템을 팔아치웠다고 들었는데~"

"으윽!"


이 여우같은 년이!

이마에서 꿈틀거리는 핏줄을 간신히 참아내며, 길드장은 묵묵히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녀는 교활하다. 영리하다. 이런 잔꾀따윈 애초부터 통할 리 없었던 것이다.


"여기.. 제 몫인..... 14억 골드입니다....."

"14억?! 정말? 정말 나한테 이 거금을 주는거야? 너무 고마워서 어쩌지?!"

"더 이상 드릴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폭탄만은...."

"응! 그럴게!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여주는데 어쩔 수 없지!"

"감사... 합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어디에 숨어있든 모든 길드원을 동원해 샅샅히 뒤지겠다.

그리고 잔꾀따위 통하지도 않게 유린하여, 걸레짝이 된 그 몸을 쓰레기통에 버려주마!


"그럼 수고 많았고~ 다음에 또 보자~!"

"......그래."


[critical hit!] [final attack!]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며, 검사는 그녀를 향해 목을 내밀었다.

그러자 여자는 알겠다는 듯 폭탄을 다시 가방에 넣고는 간단히 목을 내리쳐 결투를 끝맺었다.


그러나 '결투'는 끝나지 않았다.

길드에서 부활하자마자 아이템을 회수하고, 지옥같은 복수를 시작해주마.

너와의 결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 그나저나 이건 뭐지?"


잠시 후 떠나보낸 검사의 인벤토리 앞에서, 여자는 신기하다는 듯 투명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붉게 빛나며 끊임없이 불타오르는 불길한 액체가 담긴 그 유리병을 바라보던 그녀는, 안타깝게도 손이 미끄러져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차! 떨어뜨려 버렸네!"


치이이이익-

불길한 연기와 함께 용암이 가방 위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만렙 달성을 위한 아이템들의 비통한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용암은 <오브젝트 파괴> 라는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런 아이템들의 소멸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던 그녀는, 자신에게 놓인 17억 골드를 끌어앉으며 콧노래와 함께 동굴을 떠나갔다.


"형님이라고 하질 않나, 누님이라고 하질 않나? 나같이 풋풋한 여성에게 그건 실례라구!"


얼토당토 않는 이유와 함께.

그렇게 글라우배라 불리우는 협잡꾼은 유유히 다음 모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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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나가세요 떠나세요 20.01.09 24 0 7쪽
12 12. 우디르급 태세전환 20.01.08 21 0 8쪽
11 11. 등뒤에 올라타는게 정석이거든 20.01.07 28 0 8쪽
10 10.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깐 그러네 20.01.05 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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