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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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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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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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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646

작성
20.05.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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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동행(3)

DUMMY

발리스틱 나이프(Ballistic Knife)

일명 스페나츠 나이프라 불리는 단검이다.

그런데 이름관 달리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나츠에선, 이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구소련 시절 스페나츠에서 사용했다는 설이 있는 나이프다.

어쨌든 이 단검도 다희가 준 거다.

판매도 금지되고 생산도 중단된걸 어디서 구했는지......참 여러모로 대단한 아이다.

그런데 이런 걸 구할 능력이 있으면, 차라리 공기총이라도 좀 구비 해 뒀으면 좋았을 텐데.


뭐 어쩌겠는가? 총이 아니라 칼 수집이 취미라는데.


석호는 아쉬운 대로 발리스틱 나이프를 왼손에 쥐고, 오크의 공격을 대비했다.


“구웨에엑-!”


오크는 커다란 도끼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채, 무서운 속도로 석호를 향해 뛰어왔다.

석호는 왼손에든 발리스틱 나이프를 들어,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겨누었다.


발리스틱 나이프의 최대 강점은 바로, 칼몸의 사출.

손잡이의 스위치를 누르면 칼몸이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최대사거리 10m.

유효사거리 6m.

하지만, 그것도 정품일 경우 얘기다.

발리스틱 나이프는 정품보다 짝퉁이 더 많은 나이프다.

그리고 지금 왼손에 들린 이것도 짝퉁이다.

실험해 본 결과 유효사거리가 4m 안팎.

살상력까지 고려한다면, 3m 이내에서 쏴야 한다.


“구웨에엑-!”


고막을 찢을 듯한 오크의 울음소리.

오크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놈의 울음소리조차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지금 놈과의 거리는 대략 4m 정도.

오크의 사체로 시험해 본 결과.

놈의 두꺼운 가죽을 뚫으려면 3m 이내에서 쏴야 한다.

그리고 설사 가죽을 뚫은 다 해도, 놈이 죽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머리가 아니면 아마, 별 타격도 없을 거다.

다희가 코볼트라 부르는 개 대가리조차, 복부에 칼을 맞고도 별 이상이 없었다.

아마 저 무지막지 한 놈이라면, 대가리에 칼이 꽂혀도 쉽게 죽진 않을 거다.


“구웨에에엑-!”


3m.

사정거리 이내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지금 석호가 노리는 건, 오크의 머리가 아니었다.

오크의 사체를 이용해 시험 해본 결과.

발리스틱 나이프의 사출로 오크의 머리뼈를 뚫는 건 불가능했다.

머리뼈를 뚫기엔 차라리 검 신이 송곳처럼 뾰족한 F-S 대거가 더 나았다.

이것 또한 오크의 사체를 이용한 실험 결과였다.

F-S 대거를 이용해 있는 힘껏 내리찍었을 때, 오크의 머리뼈 뚫는 걸 성공했다.

얇고 뾰족한 겉모양관 달리 F-S 대거는 영국 공수특전단 SAS가 사용하는 나이프답게, 그 강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F-S 대거는 사출형 나이프가 아니다.


죽어 늘어진 사체의 머리에 칼을 박아 넣는 건 쉽지만, 살아 움직이는.

그것도 3m에 육박하는 거대한 근육질의 괴물의 머리에 박아 넣는 건, 사람이라면....아니, 다희 말곤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석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단 일격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기 위해.


“구웨에에엑-!”


2m.

울음소리가 더욱 흉포해진다.


1m.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다른 오크는,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도끼를 힘껏 내리찍었다.


부우웅-!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도끼날이 바람을 쪼개며, 석호의 머리를 향했다.

석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 도끼를 피했다.


쿵-!


목표를 잃은 도끼날은, 바닥을 찍었다.

오크가 휘두른 도끼가 아스팔트 바닥을 찍자, 부서진 아스팔트 파편이 튀어 오른다.

튀어 오른 파편은 무시한 채, 석호는 왼손에 든 발리스틱 나이프를 목표물을 향해 고정했다.


팡-!


사출 버튼을 누르자 발리스틱 나이프의 칼몸이, 쏜살같이 쏘아져 나간다.


푹-!


칼자루를 떠난 칼몸은 정확하게, 오크의 왼쪽 눈에 날아가 꽂혔다.


“구웨에에엑-!”


불안 간에 눈에 칼을 맞은 오크의 입에서, 고통 찬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오크는 몸부림을 쳤다.


‘젠장!’


그 거센 몸부림에 석호가 휘말렸다.

고통에 휩싸여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오크의 팔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퍽-!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오크의 팔에 맞은 석호의 몸이, 붕 떠올랐다.


“허억!


석호는 헛숨을 토하며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털썩-! 무려 1m를 날아 나가떨어진 석호는, 몸이 지면에 닿는 순간 본능적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최대한 충격을 완화 시키기 위해 몸을 뒹굴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크윽! 우웩!”


목구멍에서 밀려오는 비릿함에, 석호는 피를 토했다.


“구웨에에에엑-!”


석호가 바닥에 누워 피를 토하는 동안에, 오크는 고통에 휩싸여 몸부림을 쳤다.


그 극심한 고통에 오크의 무릎이 절로 꺾이며, 바닥을 찍는다.

오크는 무릎을 꿇은 채,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쿵-! 쿵-! 쿵-!


그렇게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치길 몇 차례.

고통 찬 오크의 울음이 멈췄다.

그 대신.


“크으으으!”


오크의 입에선 분노에 찬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곤, 그 분노를 표출할 상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던 오크의 눈에, 분노를 표출할 사냥감이 들어왔다.


“으...윽!”


한 끼 식사 거리도 안 되는 먹잇감 주제에,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 존재.

바로 석호였다.

신음을 토하며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석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오크의 분노는 폭발했다.


“크으으으! 구웨에에엑-!”


전신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참아내며 힘들게 몸을 일으킨 석호의 귀에, 분노에 찬 오크의 포효가 들려왔다.

석호는 그 성난 오크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보았다.

칼날이 박힌 왼쪽 눈에서 녹색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오크를.


“제기랄!”


살기를 흉흉하게 내뿜으며 달려오는 오크의 모습에, 절로 욕이 치밀었다.

눈에 칼날을 박아넣은 정도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예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희가 다른 괴물들을 정리하고 도우러 올 때까진,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한데.


“죽어! 죽어! 죽어!”


다희는 아직도 괴물들과 사투.....아니, 괴물들을 때려잡는 중이다.

다희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석호는 오른손에 쥔......


“하아. 젠장!”


분명 오른손에 있어야 할 F-S 대거.

그런데 꽉 움켜쥔 오른손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몸도 성치 않은데, 무기마저 잃었다.

그리고,


“구웨엑-!”


눈앞엔 분노에 눈이 뒤집힌 오크가, 광분해 달려오고 있다.


‘여기까진 가......!’


전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체념하려던 그때.

순간 석호의 머릿속에, 옛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 옛 기억을 떠올린 석호는 이를 꽉 깨물고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뛰었다.


“구웨에엑-!”


건방진 먹잇감이 갑자기 자신을 향해 마주 달려오자, 오크는 포효하며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단숨에 저 건방진 먹이의 머리통을 부수기 위해.

그리곤 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구웩?”


순간 놈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크는 갑자기 사라진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구웩?”


석호는 이미 오크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다.


‘좋았어!’


오크를 지나쳐 달리던 석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오크의 뒷모습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곤 재빨리 오크의 도끼가 꽂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닥에 꽂혀 있는 도끼자루를 잡은 석호는 젖먹던 힘을 다해, 그 도끼를 뽑아 들었다.

막상 도끼를 뽑아 들자 그 무게 때문인지, 아니면 긴장이 약간 풀려서인지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다.


“으윽!”


그 통증에 석호의 입에서, 꽤 큰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구웩?”


석호의 신음에 등을 돌린 오크가 석호를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눈앞에 있던 놈이 갑자기 사라져, 등 뒤에서 나타나다니?

잠시 어리둥절함에 머리를 벅벅 긁던 오크는, 석호의 손에 들린 도끼를 보고선 크게 분노했다.


“구웨에에엑-!!!”


극 노한 오크는 이빨을 크게 들어내며, 다시 석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오크의 모습에 석호는 재빨리 도끼를 한쪽 어깨에 둘러멨다.


묵직하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걸 들고도 뛸 수 있을까......?’


어깨를 짓누르는 도끼의 무게 때문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


석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크를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깨문 입술 사이로 핏물이 배어 나온다.

석호는 입안에 고인 그 핏물을 꿀꺽 삼켰다.

핏물이 입안을 적시고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가자, 조금이나마 몸에 활력이 돌았다.


석호는 미친 듯이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쿠웩-!”


자신의 도끼를 들고 낑낑대며 달려오는 석호의 모습이, 오크에겐 꽤나 우스웠다.

오크는 그 우스꽝스러운 먹이의 대갈통을 날리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오크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석호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오크의 주먹이 날아간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먹잇감이 순간 사라졌다.


“구웩?”


눈앞의 먹잇감이 갑자기 사라지자, 하나 남은 오크의 눈이 황당함에 동그래졌다.


그렇게 오크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석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그때.


빠각-!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의식도 쪼개졌다.

의식이 날아간 오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오크의 머리엔, 거대한 도끼날이 꽂혀 있었다.


‘후, 운이 좋았어. 땡스 빅터.’


오크를 해치운 석호는 제일 먼저 옛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빅터 시몬.

용병 시절 석호와 친했던 동료의 이름이다.

지금 석호가 그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한 이유는.

그와의 추억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석호에게 돌파구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빅터는 작전 중 한쪽 눈을 실명한 친구였다.

실명한 후에도 빅터는 계속 용병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옆에서 도왔던 게 바로 석호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기에 빅터는 근접전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단점을 극복하고자 빅터는 무던히도 석호에게 대련신청을 했다.

그리고 그 대련에서 석호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빅터가 약한 상대는 아니었다.

비록 한쪽 눈을 실명했다곤 하나 빅터는 크라브 마가의 고수였다.

실명 전까지만 하더라도 석호가 속해있는 부대원 중 맨손 격투에 있어 서는 빅터가 최고였다.

그런 빅터를 상대로 석호가 100% 승률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철저히 빅터의 약점만을 노렸기 때문이다.

한쪽 눈을 실명한 상대와 싸울 때 필승법.

그건 바로 사각을 노리는 거다.

근접거리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실명한 눈 쪽으로 몸을 날리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좀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 방법으로 석호는 빅터를 상대로 100%의 승률을 자랑했다.

그리고.

오크를 상대로도 그 방법이 통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석호는 마주 달려오는 오크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오크의 사각으로 몸을 던졌고, 그런 석호를 오크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명한 지 오래된 빅터였다면 그런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겠지만, 오크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자신은 살아남았고, 오크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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