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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169
추천수 :
44
글자수 :
63,646

작성
20.05.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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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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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아포칼립스?(4)

DUMMY

양쪽에서 앞다투어 달려오는 개 대가리의 모습에, 석호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쫘악 흘러내렸다.


동시에 두 마리라......가능할까?


‘아니.’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머릿속을 파고드는 불안감에, 프라이팬을 쥔 왼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반면, 회칼을 쥔 오른손에선 힘이 풀렸다.

그리고 그 순간 오른손에 스냅이 들어갔다.

살짝 스냅이 들어가자 회칼이 빙그르르 돌며, 석호의 오른손엔 회칼의 자루가 아닌 날이 잡혔다.

회칼의 날을 잡아든 석호는 지체없이, 왼쪽에서 달려오는 개 대가리를 향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샤악-!


석호의 오른팔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자, 손에 쥐고 있던 회칼이 개 대가리를 향해 날아갔다.


푹-!


은빛 섬광을 그리며 날아간 회칼은, 그대로 개 대가리의 복부에 꽂혔다.


“깨엥-!”


복부에 칼을 맞은 개 대가리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좋았어!’


근 7년 만에 해본 투검이 정확하게 날아가 꽂히자, 석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컹-! 컹-!”


아직 한 마리가 더 남았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개 대가리는 양팔을 크게 벌린 채, 날 듯이 석호를 덮쳐왔다.

석호는 자신을 덮쳐오는 개 대가리를 향해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캉-!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 프라이팬은, 쇳소리를 내며 개 대가리의 턱에 꽂혔다.


“깨에엥-!”


프라이팬에 맞은 개 대가리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신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높이 들어 올렸던 양팔은 그 목적을 잊지 않고, 그대로 석호의 몸을 끌어 않았다.


“윽!”


개 대가리의 양팔이 몸통을 조여오자,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석호가 헛숨을 토해내자, 개 대가리는 더욱 세게 석호를 끌어 않았다.


“으아악!”


척추에서부터 밀려오는 통증에, 석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극심한 통증에 프라이팬을 쥔 왼손에 힘이 스르르 풀렸다.


스르륵-


왼손에 힘이 풀림과 동시에, 석호의 손에서 프라이팬의 손잡이가 빠져나가려는 그때.


‘아빠!!’


석호의 머릿속에 서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석호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꽈직-


석호는 왼손에서 빠져나가려는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거세게 움켜쥔 후, 개 대가리의 안면을 내리쳤다.


“깨엥-!”


프라이팬이 안면을 내리치자, 석호의 몸통을 조이던 개 대가리의 팔이 살짝 풀렸다.


“하아-!”


개 대가리의 팔이 풀리자 석호의 숨통이 트였다.

숨통이 좀 트이자 팔에 힘이 들어간다.

석호는 재빨리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바꿔 쥐었다.


손잡이를 바꿔 쥐자 프라이팬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간다.

석호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프라이팬을 개 대가리의 안면에 내리꽂았다.


“깨에에에엥!!!”


평평한 바닥 면이 아닌 수직으로 내려간 프라이팬.

그 수직으로 내려간 프라이팬의 윗면이 내리꽂히자, 개 대가리는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석호는 재빨리 자빠진 개 대가리의 몸통에 올라타, 양 무릎으로 개 대가리의 어깨를 짓누르며 파운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곤.


퍽! 퍽! 퍽! 퍽!


계속해서 개 대가리의 안면에 프라이팬을 내리꽂았다.

안면에 프라이팬이 꽂힐 때마다 몸부림을 치던 놈의 몸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석호는 개 대가리의 몸이 완전히 늘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프라이팬을 내리꽂았다.


퍽! 퍽! 퍽!


몇 번을 더 내리쳐도 아래 깔린 개 대가리의 몸에서 아무런 미동이 없자, 그제야 석호는 팔을 축 늘어트리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토해내자 잠시 흐려졌던 시야가 뚜렷해진다.

그 뚜렷해진 시야로 완전히 으깨져, 이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개 대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지만, 그 끔찍한 모습에 석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완전히 으깨진 개 대가리의 머리통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도 오래가진 못했다.

바로.


“컹!”


자신을 덮쳐오는 또 다른 개 대가리 때문에.


철퍽-!


석호는 불식 간에 자신을 덮친 개 대가리와 얽혀 바닥을 뒹굴었다.

개 대가리와 바닥을 뒹구는 와중에도 석호의 생존본능이 발동했다.

석호는 왼쪽 팔뚝을 개 대가리의 목에 고정시켜, 자신을 물어뜯으려는 개 대가리의 공격을 막았다.

그와 동시에 다리를 굽혀, 발로 개 대가리의 몸통을 밀어냈다.


개 대가리를 떨쳐낸 석호는 재빨리 몸을 일으킨 후,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7년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은 용병이, 겨우 이정도 움직임에 지치다니.


“하아..윽!”


거친 숨을 몰아 내쉴 때마다 허리에서 찌릿한 통증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척추 쪽에 부상을 당한 것 같다.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지만,


“크르르르!”


자신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눈앞의 괴물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운이 좋았어.’


지금 자신의 오른손에 회칼이 들려 있다는 것.


정말 운이 좋았다.

눈앞의 개 대가리와 얽혀 바닥을 뒹굴 때,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운 좋게 개 대가리의 복부에 꽂혀 있던 회칼을 회수했다.

그런데,


‘좀 얕았나?’


눈앞의 개 대가리는 복부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전혀 개의칠 않고 있었다.

오히려 기운은 더 사나워 보였다.


“크르르르!!”


성이 난 듯 흉측한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는 개 대가리의 모습에, 석호의 긴장감도 한층 올라갔다.

개 대가리 두 마리를 다소 손쉽게 잡긴 했지만, 지금 눈앞에 으르렁거리는 저놈도 쉽게 잡힐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더군다나 놈은 복부의 상처로 인해 잔뜩 성이 난 상태.


자고로 상처 입은 맹수가 더 무서운 법이다.


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석호는 한껏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런 석호의 신중함을 눈치챈 걸까?


“크르르르-!”


계속해서 석호를 향해 적의를 들어낼 뿐, 개 대가리 또한 쉽사리 석호를 향해 달려들진 않았다.


그렇게 석호와 개 대가리가 서로를 노려보며,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서로의 빈틈을 노리던 그때.


‘!!!’


온몸의 감각이 다시 한번 석호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것도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한 경고를.


석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신을 옥죄어 오는 이 살의는, 지금 눈앞의 개 대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온몸의 피부를 찌릿하게 자극하는 이 살의는 바로,


‘뒤.....’


자신의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라는 걸.

그 강한 살의를 느끼기 무섭게.


수웅-!


무언가 묵직한 바람이 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곤.


퍽-!


그 무언가가 개 대가리의 머리에 날아가 꽂혔다.

그 순간 개 대가리의 머리에서 짙은 녹색 피가 팍 뿜어져 나왔다.


철퍽-!


개 대가리는 머리에서 피 분수를 내뿜으며,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리고 그제야 석호의 눈에 들어왔다.

개 대가리의 머리에 꽂힌 그 무언가가.

그건 커다란 도끼였다.

그냥 한눈에 봐도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


‘누...누구지?!’


석호는 궁금했다.

과연, 누가 자신을 도운 건지.

그리고 누가 저 거대한 도끼를 날릴 수 있는 건지.

석호는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


석호는 할 말을 잊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구웨웨웩-!”


석호가 잠시 넋을 논 사이, 성난 맹수의 포효가 그의 고막을 때렸다.

고막을 찢을 듯한 그 울음소리에 석호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덕분에 석호의 사고회로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석호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놀라게 한 생명체의 모습을.


‘외...외계인?’


아니. 외계인이라기보단, 눈앞의 생명체는 괴물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키가 180이 넘는 석호를 아이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거대한 몸.

그리고 그 거대한 몸에 잘 어울리는 근육질의 우람한 육체.

거기에 개 대가리는 차라리 귀여워 보일 정도로 우악스러운 얼굴까지.

그런데......


‘저 괴물이 날 도왔다고?’


아니, 아니다.

살기를 흉흉하게 뿜어내며 노려보는, 붉게 충혈된 괴물의 눈이 말을 하고 있다.

조금 전 날아온 도끼는 자신을 도우려 날린 게 아니라, 자신을 노리고 날렸다는 걸.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구웨에엑-!”


괴물은 괴음을 토해내며, 석호를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육중한 몸과 어울리지 않게, 괴물의 점프력은 놀라웠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괴물은 석호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쿵-!


석호의 코앞에서 괴물이 착지하는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괴물은 어른 머리통만 한 양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석호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파밧-


석호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몸을 뒤로 날려, 괴물의 우악스러운 주먹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이어올 공격을 대비해 방어 자세를 취한 채, 괴물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하지만.


“구웨에에엑-!”


괴물은 크게 울부짖으며 성을 낼뿐, 추가 공격을 해오진 않았다.

괴물은 거대한 팔을 휘둘러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치 영화 킹콩의 한 장면처럼.


괴물의 포효는 절로 오금이 저릴 만큼 흉포했다.

하지만 석호는 괴물의 포효에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괴물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괴물을 노려보던 석호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

그리고.


‘지금이다!’


그 순간 석호의 오른손에 들려 있던 회칼이 돌아가며, 위로 향해있던 칼 머리가 밑으로 내려갔다.


일명 아이스픽 그립.

주로 강력한 내려찍기 공격을 사용할 때 쓰는 그립 법으로, 나이프를 역수로 쥐는 그립 법이다.

베는 공격엔 취약하지만, 뼈를 부수거나 질긴 가죽이나 힘줄을 찢어 낼 때 아주 유용한 그립 법이다.


회칼을 역수로 쥠과 동시에 석호는 몸을 날렸다.

그리곤.


푹-!


오른손에 쥔 회칼로 괴물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크으-!”


석회의 회칼에 가슴을 내리 찍힌 괴물의 입에서, 짧은 신음성이 터졌다.


“좋았.....억!”


석호가 괴물의 신음에 쾌재를 부르던 순간!


퍽-!


옆구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껴졌다.

그리곤, 그 통증과 함께 몸이 붕 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콰당-!


“으으윽!”


영문도 모른 채 나가떨어진 석호는 옆구리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신음을 토해냈다.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정신이 다 혼미했다.

하지만.


“구웨에에엑-!!!”


성난 괴물의 포효가 석호의 정신 줄을 붙잡았다.

석호는 괴물의 포효에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큭! 으윽!”


극심한 통증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으..윽..어...어떻게 된 건지?’


석호는 극심한 통증이 밀려오는 와중에도, 상황 파악을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 석호의 눈에 가슴을 벅벅 긁는 괴물이 눈에 들어왔다.


‘카...칼이 안 들어갔어!’


분명 칼을 꽂아 넣었다 생각했는데, 가슴을 벅벅 긁는 괴물의 상체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오른손에 아직도 회칼이 쥐어져 있다는 걸 느꼈다.


석호의 시선이 자연스레 오른쪽 손으로 향했다.

오른손에 쥐어있는 회칼을 바라본 순간, 석호는 황당함에 헛숨을 토했다.


“하아!”


석호의 오른손엔 칼날이 부러져 반 토막 난 회칼이 들려 있었다.


‘꾸...꿈인가......?’


칼날이 부러져 나간 회칼이 눈에 들어오자,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하지만 꿈이라기엔 또 모든 게 너무 생생했다.

숨쉬기조차 힘든 극심한 통증.

그리고.


“구웨에엑-!”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괴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살의.

또 그 강한 살의에 격하게 반응하는 전신의 감각.

그 감각이 말을 하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


“구웩-!”


괴물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살의에 반응하는 감각은 더욱 날뛰었다,

온몸의 털이 거꾸로 치솟고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지금 석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옆구리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에, 움직이기는커녕 의식을 붙잡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서...서율아......’


한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석호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은 딸의 얼굴이었다.


엊저녁 아내와 함께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울며 떼를 쓰던 얼굴.

아빠도 같이 가자며 울고불고 떼를 쓰던 바로 그 얼굴.


‘그냥 같이 갈걸......’


그렇게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던 그때.


“정....의...로! 용.....다!


석호의 귓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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