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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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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168
추천수 :
44
글자수 :
63,646

작성
20.05.15 15: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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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동행(2)

DUMMY

“하아-”


정말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한숨이다.


치마와 구두가 불편할 것 같아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더니, 이번에도 또 치마와 구두다.

그것도 교복.

기존에 입고 있던 교복과 크게 달라진 건 없고, 리본 색깔이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그리고 교복 색깔이 짙은 군청색에서 까만색으로 바뀌었다.


“저...저기, 다희야. 혹시.... 교복 말고 다른 옷은 없니?”


대놓고 운동화나 바지 같은 거 없니? 라고 묻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가며 돌려 물었다.


“왜...왜요?! 마, 많이 이상해요?!”

“아, 아니, 이뻐! 이쁜데, 그래도 불편하지 않겠니?”

“아니요. 이거 엄청 편해요.”


하아. 정말 이런 얘랑 같이 다녀도 되는 걸까?


“그, 그래. 뭐 너만 편하면 됐지.”


그런데 얘는 학교도 안 다닌다는 애가, 무슨 교복이 여러 벌이지?


“근데 다희야. 너 혹시 몇 살이니?”


석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다희는 많이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다희는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인 채,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그게....스...스물....스물 넷이요.”


헐!! 고등학생이 아니란 것도 놀라운데, 스무 살도 아니고 스물넷이라니?

아니 그런데. 왜 맨날 교복을 입고 다닌 거지?


순간 석호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떠올랐다.


혹시,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아니면 정신병자?

하지만 그 어떤 것도 24살이 넘은 소녀.....아니, 처자가 교복을 입고 다니는 이유가 되진 못했다.


‘에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본인도 스물네 살에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게 창피한 일이란 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자기도 창피했는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아니, 창피한 걸 아는 애가 왜 저러고 다닐까?’


아무튼, 다희 쟤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는 아이다.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다희가 죄지은 죄인 마냥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니, 그걸 보고 있는 석호의 맘도 편치만은 않았다.


“괜찮아. 뭐 교복도 요즘은 패션이잖아. 잘 어울리기만 하면 됐지 뭐”


그래도 그 말이 위안이 됐는지, 다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선 조심스레 석호에게 물었다.


“저...정말요? 정말 잘 어울리나요?”

“어.....어, 정말 잘 어울려. 이뻐”


당장이라도 울 것 같던, 다희의 표정이 이쁘다는 말 한마디에 금세 환해졌다.


“헤헤, 감사합니다.”


좀 독특하고 이상한 아이긴 해도, 다희 얘도 여잔 여잔가보다.

이쁘단 말 한마디에 금세 웃는 걸 보니.


“자, 그럼. 이제 다시 출발할까?”

“네. 아저씨.”


그 어느 때보다 다희의 아저씨 소리는 활기찼다.

그렇게 팽성으로 가는 석호와 다희의 여정이 시작됐다.


#


생존 4일 차.

마음은 급하고 갈 길은 먼데, 발길은 더디기만 했다.


어느덧 4일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석호와 다희는 이제 겨우 전주를 벗어났다.

또 다른 괴물이 존재할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컹! 컹!”


그 수가 이렇게 많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더군다나.


“키룩! 키룩!”

“게룩! 게룩!”


괴물의 종 또한 한둘이 아니었다.

그 크기며 생김새, 그리고 울음소리까지 다른 괴물이 더 존재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오 일간 상대했던 괴물 중 가장 강했던 괴물이 첫날 다희에게 맞아 죽었던 그 괴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개체 수가 많은 다른 종관 달리, 다희가 오크라 불렀던 그 괴물은 개체 수가 적은지 지난 4일간, 딱 세 번 마주쳤다.

첫날에 한 번. 이틀 전.

그리고.


“구웨에에엑!”


바로 지금.

한데 오늘 놈은, 마치 일군을 이끄는 장수처럼, 수십 마리의 괴물들과 함께 나타났다.


“컹! 컹!”

“게룩! 게룩!”

“키룩! 키룩!”

“구웩! 구웩!”


놈이 이끌고 온 괴물들의 눈에선, 이성이라곤 단 일도 느껴지지 않았다.

괴물들의 붉은 눈엔 피와 파괴. 그리고 오로지 탐욕만이 가득했다.

한데, 이 괴물들의 탐욕은 오로지 인간의 피와 살에 국한되어있는 것 같다.

놈들은 피와 파괴만을 강구 하면서도,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로지 인간의 살로만 배를 채우고, 인간의 피로만 목을 적시려 하고 있었다.


“구웨에에엑-!”


끊임없이 몰아치는 괴물들의 공격.

그러나 제일 강자라 할 수 있는 오크는 뒤에서 괴성만을 내뿜을 뿐. 좀처럼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마치, 석호와 다희가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컹! 컹!”

“키룩! 키룩!”

“게룩! 게룩!”


반면 다른 괴물들은, 눈이 뒤집혀서 막무가내로 석호와 다희에게 달려들었다.


“끓어올라라 검의 분노여!”

“.....”


다희 얘는 참, 사람이 한결같다.

이 다급한 와중에도 꼭 검을 휘두르기 전에, 저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잘도 해단다.


석호는 그런 한결같은 다희 모습에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날카로운 손톱을 바짝 세운 채 정면을 할퀴어 들오는 괴물의 공격에, 그럴 여력이 없었다.


“키룩!”


석호는 정면에서 들어오는 괴물의 공격을 피해, 가볍게 뛰어 몸을 뒤로 뺐다.


“게룩!”


석호가 정면에서 날라오는 공격을 피해 몸을 뒤로 빼자, 이번엔 후면에서 또 다른 괴물의 괴성이 들려왔다.

석호는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그 섬뜩함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수웅-!


묵직한 바람 소리와 함께, 괴물의 손이 석호의 머리털을 스쳐 지나간다.


석호는 괴물의 손이 머리 위를 완전히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석호는 허리를 오른쪽으로 틀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그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대검을 뒤에 있는 괴물의 머리통에 꽂아 넣었다.


빠각-!


“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괴물의 짧은 비명.


즉사.

이건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


석호는 계속해서 정면을 주시한 채, 괴물의 머리에 꽂아 넣은 대검을 뽑았다.

그리곤 정면에서 들어오는 괴물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후, 정확하게 괴물의 눈알에 대검을 쑤셔 넣었다.


“궥-!”

“하아, 하아.”


순식간에 괴물 두 마리를 해치운 후, 석호는 거친 숨을 내몰아 셨다.

그리곤 대검이 무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재빨리 대검에 묻은 괴물의 녹색 피를 털어냈다.


처음 여정을 시작할 때 다희가 건 내준 F-S 대거.

F-S 대거는 영국 SAS 요원들이 사용하는 군용 대검이다.

그립감이 좋고, 살상력도 꽤 뛰어난 나이프다.


다희는 참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다.

24살에 교복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거로도 모자라 밀리터리에도 심취해 있는지, 여러 나라 특수부대 요원이 사용하는 대검부터 해서 전투식량까지. 별의별 군용 물품을 다 가지고 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뭐든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이런 걸 다 어디서 구했는지.....아무튼, 신기한 아이다.

그리고 지난 오 일간 다희와 함께하면서 느낀 건데, 아마 다희는 세상이 이렇게 변할 걸 예상했던 같다.

아마도 그래서, 이 변한 세상에 다희의 몸이 더 빨리 적응했는지도 모르겠다.


“울어라! 지옥참마도!”

“겍-!”

“킥-!”

“궥-!”


단 일격에 괴물 세 마리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괴력.

저런 다희의 괴력을 보면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 또한 변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 변한 세상에서 변한 건 다희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아직 다희처럼 자신도 능력이 생긴 건지 아닌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부상 회복 속도가 좀 빨라졌다.

불과 사 일 전만 해도 옆구리 통증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한데.


“키룩!”


지금은 괴물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


석호는 날카로운 손톱을 바짝 세워 공격해 오는 괴물의 공격을,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혀 피했다.

그리곤 오른손에 쥔 나이프를 놈의 눈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크에엑-!”


석호의 나이프에 눈이 찔린 괴물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 비명에도 자비를 베풀 맘은 전혀 없다.

석호는 재빨리 눈에서 나이프를 뽑아, 괴물의 목에 꽂아 넣었다.


“켁-!”


부상 회복이 빨라졌다고 해서, 체력회복도 빨라진 건 아닌 것 같다.


“하아! 하아!”


석호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잠시 쉬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눈앞의 괴물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계속 이대로 싸웠다간 괴물의 손에 당하기 전에, 지쳐 쓰러지는 게 먼절 것 같다.


‘뭔가 수를 써야는데....’


석호는 타계 책을 강구 하기 위해, 일단 다희를 찾아 고갤 돌렸다.


“다희야! 이대로 가....”


순간, 잊고 있었다.

다희가 어떤 아인지.


“흩날려라! 천송이 벚꽃이여!”


퍽-! 퍼벅-! 퍼버벅-!


지금 눈이 뒤집혀서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건 괴물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괴물들보다 다희의 눈이 더 뒤집혔다.

괴물들의 녹색 피를 뒤집어쓴 채, 살짝 미소를 머금고 싸우는 다희의 모습은 자못 섬뜩하기까지 하다.


‘하아. 전혀 도움이 안......’


아무런 전술 없이 혼자서 날뛰는 다희의 모습에, 석호가 한숨을 내쉬던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타올라라! 정의의 불꽃이여!”


다희의 요란스러운 막무가내 전투가, 괴물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독 소리에 민감한 괴물들이, 다희의 외침에 석호를 무시한 채, 다희 쪽으로 몰려들었다.


“후우- 후우-”


덕분에 석호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짧게나마 한숨 돌린 석호는 대검을 꽉 움켜쥐고선, 다희를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무리 다희라도 혼자서 이십여 마리를 상대한다는 건 무리......가 없어 보인다.

괴물들에게 둘러싸이긴 했지만,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다희의 검에 괴물들의 머리통이 하나둘씩 터져나간다.

그런 무지막지한 다희의 모습에, 석호의 입에서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아, 누가 괴물인지 모르겠네.’


다희는 괴물들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괴물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건 다희가 아니라, 오히려 괴물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 석호는, 누굴 도울 처지가 아니었다.


“구웨에엑-!”


모든 괴물이 다 다희에게 달라붙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그것도 제일 강한 놈이.


‘오크!’


석호는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울부짖는 오크의 모습에 바짝 긴장했다.

지금까지 다희가 오크라 부르는 저 괴물을 맞닥뜨리건 총 세 번.


첫 번 짼 놈의 일격에 당해 죽을 뻔한 걸 다희가 구해줬고.

두 번 짼 다희 덕분에 상대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세 번째인 지금은?

자연스레 석호의 고개가, 다희 쪽으로 돌아간다.


“비천검류! 용권섬!”


또 괴이한 함성과 함께 검을 휘두르며 빙글빙글 도는 다희의 모습과 그 눈먼 검에 맞아 죽는 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잘 싸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괴물들의 숫자가 꽤 많이 남아 있다.


‘하아, 도움받긴 그른 것 같네.’


다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석호는 F-S 대거를 쥔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곤 왼쪽 허벅지에 차 놓은 칼집에서, 발리스틱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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