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162
추천수 :
44
글자수 :
63,646

작성
20.05.12 16:10
조회
125
추천
5
글자
11쪽

아포칼립스?(3)

DUMMY

석호는 온몸을 휘감는 위화감에 재빨리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는 석호의 눈에,


찌직-


가게 앞마당을 빠르게 지나가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쥐새끼 한 마리가 들어왔다.


‘뭐...뭐야? 설마 저거에 반응했다고?!’


산골 촌구석에서 쥐가 나오는 일은 흔한 일이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지난 7년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은 쥐가 돌아다니는 걸 봤을 거다.

그래서 가게 주변 곳곳에 쥐덫까지 설치해 놓은 것 아닌가.

그런데 겨우 쥐새끼 한 마리에 반응했다고?

그것도 일을 그만둔 뒤론 한 번도 반응했던 적이 없는데?


‘아니, 겨우 쥐 한 마리에 이런 반응이 올 리가 없어.’


쭈뼛쭈뼛 솟아오른 전신의 털.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전신을 휘감는 섬뜩한 기운.

이건 결코 쥐새끼 한 마리 때문이 아니다.


무려 7년이다.

지난 7년간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났다.

그것도 10년간 사선을 넘나들며 전장을 누빌 때, 매번 죽음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냈던 그 감각이 말이다.

그런데 그 감각을 깨어나 게 한 존재가 쥐새끼 한 마리라?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럼 왜? 뭐 때문에.....


“아 씨발! 깜짝이야!”


원인 모를 위화감에 바짝 긴장한 채 주변을 살피던 석호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에.


찌직-찌직-찌지직-


수십 아니 수백은 돼 보일 쥐 떼들의 이동.


아니, 도대체 이 많은 쥐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걸까?

평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잘했고,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했는데.

아니지...지금 그걸 궁금해할 때가 아니잖아!

왜? 뭐 때문에?

도대체 왜 저 많은 쥐가 저렇게 떼로 이동하는 거지?


느닷없는 쥐 떼들의 이동에 석호가 의문을 품은 그때.


콰와와와왕-!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석호는 땅이 정신없이 흔들리는 통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지진?!’


한국에서 살면선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지진.

석호는 그 갑작스러운 지진이 당황스러웠다.

바닥에 주저앉은 석호는 일단 상황 파악을 위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무너져 내리진 않았지만, 좌우로 흔들리며 벽면에 실금이 가는 가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지진이라 그런지 전혀 현실감이 없다.

이건 마치 4D 영화관에서 재난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정신없이 땅이 흔들리길 잠시.

거짓말처럼 흔들림이 멈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약 가게 벽면에 그려진 실금이 아니었다면, 착각이었다고 믿겨 질만큼 주변은 고요했다.


‘이...이거였나?’


지금 석호는 지진이 일어났단 사실보단, 지난 7년간 잠들어 있던 감각이 왜 깨어났는지가 더 궁금했다.


‘겨우 이정도 지진에?’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 전장에서, 무려 10년을 넘게 버티게 해준 감각이다.


오로지 강한 살의에만 반응했던 감각.

그 감각이 깨어날 때면 꼭 누군간 죽어 나갔다.

그게 주변 인물이 됐든, 아니면 적이 됐든 간에.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더욱이 지금처럼 온몸의 털이 솟구칠 정도로 강한 경고일 땐, 한둘로 끝이 아니었다.


딱 한 번. 딱 한 번 있었다.

이정도로 강한 살의를 느꼈던 적이.

그리고 그 당시 수백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그런데 고작 이정도 지진에 그 감각이 깨어났다고....?


‘아니.’


아니다.

아직도 본능이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위험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고.

더군다나 온몸을 저며오는 이 느낌은 분명 살의다.

그런데 산골 촌구석에서 이런 강한 살의라니......


‘혹시, 산짐승......?’


이래 봐야, 이 동네엔 고라니 정도밖에 없다.

그 흔한 멧돼지도 없다.


‘그럼 원한......?’


살 짓은 많이 했지만, 한국에선 아니다.

지난 7년간 한국에서 살면선, 조그만 시비 한 번 붙은 적 없다.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원한을 가질만한 곳은......’


lord’s resistance army(신의 저항군) 이곳뿐인데.......

남수단에 있는 놈들이 이곳에 자신을 죽이려고 킬러를 보낸다?

현직도 아니고 전직 PMC 직원 하나 죽이자고?

물론, 그런 미친 짓을 할 놈들이긴 하다. 워낙 미친놈들이라.

하지만 아프리카가 무슨 옆 동네도 아니고,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는 놈들이 7년 전에 사라진 놈을 죽이려고 돈 들어갈 짓을 하진 않을 거다.


‘내가 너무 과민 반응할 걸까?’


아니, 과민 반응이라고 하기엔, 지금도 강한 살의에 피부가 다 찌릿하다.


‘일단, 뭐가 됐든 대비는 하자.’


석호는 자신의 본능이 보내오는 강한 경고에,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석호는 지진으로 인해 어질러진 부엌에서, 손잡이가 긴 프라이팬과 회칼을 챙겨 들었다.

그리곤 다시 조심스레 가게 밖으로 나왔다.

석호가 가게 밖으로 나오자,


“컹! 컹!”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호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갤 돌렸다.


“개...개 대가리?”


그곳엔 말 그대로 개 대가리가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 대가리를 달고 있는 요상 한 생명체가.

그 요상 한 생명체는 혀를 밖으로 길게 늘어뜨린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허! 몸이 허해졌나?.”


석호는 눈앞에 보이는 헛것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크르르르!”


변하는 건 없었다

여전히 석호의 눈엔 두 발로 선 개 대가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생김새가 어째 이상하다.


위로 쫑긋 속은 귀. 앞으로 툭 튀어나 온 입.

분명 두상은 개와 크게 다른 바 없다.

한데, 개라고 하기엔 송곳니가 좀...아니, 많이 크다.

어찌나 큰지 다물진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머릿밑은 개라기보단 영장류에 더 가깝다.

침팬지 몸에 개 대가리를 달아놓은 것 같달까?


“허...내가 미쳤나?”


눈앞의 개 대가리를 한 괴생명체의 모습에, 석호가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던 그때.

개 대가리의 시선이 석호를 향했다.


마치 피에 물든 것처럼 새빨간 눈이, 석호의 시야로 들어온다.

그 시뻘건 눈과 마주친 순간!

석호는 느꼈다.

아니, 보았다.

개 대가리의 시뻘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살의를.


“크르르르~! 컹! 컹!”


석호와 눈이 마주친 개 대가리는 크게 울부짖으며, 석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강한 살의를 뿜어내며, 미친 개마냥 달려드는 개 대가리.

그 살벌한 개 대가리의 모습에, 석호는 프라이팬과 회칼을 쥔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꽈득-


개 대가리 주제에 네발이 아닌 두 발로 달리는 놈.

한데, 그 속도가 꽤 빠르다.


개 대가리는 무서운 속도로 석호에게 달려들었다.


“컹-!”


순식간에 석호의 코앞까지 거리를 좁힌 개 대가리는,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석호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석호는 개 대가리의 공격에 본능적으로 프라이팬을 휘둘러, 놈의 공격을 쳐냈다.


“윽!”


개 대가리의 공격을 쳐내긴 했으나, 프라이팬을 쥔 손이 저려 온다.

석호는 혹시나 프라이팬을 놓칠세라, 더욱 세게 프라이팬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곤 있는 힘껏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샤악-


석호가 휘두른 프라이팬이 바람을 가르며, 정확히 개 대가리의 머리를 향했다.


캉-!


프라이팬이 개 대가리의 머리를 때리자, 다시 한번 커다란 쇳소리가 울렸다.


“깨갱-!”


커다란 쇳소리와 함께 개 대가리의 머리가 크게 돌아가며, 놈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석호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오른손에 든 회칼을 놈의 관자놀이에 꽂아 넣었다.


푹-


“깨에에엥-!”


칼이 관자놀이에 박히는 순간, 개 대가리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크게 몸부림을 쳤다.

그 거센 반응에 석호는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놓은 후, 다시 한번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이번엔 백스윙으로.

그리고 목표는 칼의 손잡이.


석호가 백스윙으로 휘두른 프라이팬은, 정확하게 개 대가리의 관자놀이에 박힌 칼 손잡이를 때렸다.


캉-!


프라이팬이 칼의 손잡이를 때리자, 개 대가리의 관자놀이에 박힌 칼은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깨...에.....”


개 대가리의 관자놀이에 박힌 칼이 손잡이 부근까지 파고들자, 개 대가리는 헛숨을 내쉬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털썩-


개 대리가 옆으로 툭 하니 쓰러지자, 살짝 먼지가 피어오른다.

석호는 프라이팬을 꽉 움켜쥐고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조심스레 쓰러진 개 대가리를 살폈다.

바닥에 쓰러진 개 대가리는 잠시 몸부림을 치더니, 이내 완전히 축 늘어졌다.


“하아! 하아!”


그제야 석호는 거친 숨을 내몰아 쉬었다.

비록 운동량이 많진 않았지만, 긴장했던 탓인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후우~ 후우~”


석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석호는,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있는 괴생명체의 사체를 살폈다.


날카롭게 솟은 커다란 송곳니를 제하면, 대가리 생김샌 영락없는 개다.

하지만 몸뚱이는 개보단 영장류에 가깝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도 그렇고, 발가락도 그렇고.


“분명 개는 아닌데......”


10여 년간 아프리카 전장을 누비면서 별의별 동물들을 다 봤지만, 이렇게 생긴 생명체는 처음 봤다.

석호는 눈앞의 괴생명체의 사체를 프라이팬으로 툭툭 건드려 가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렇게 사체를 살피던 중 석호의 시선이 개 대가리의 관자놀이로 향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자놀이에 꽂혀 있는 칼자루로 향했다.

그 순간.


“뭐...뭐야?!”


석호는 크게 놀랐다.

바로 칼자루를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액체 때문에.


무릇 피가 도는 생명체에 칼을 박아 넣었으니, 피가 흐르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사람의 피건 동물의 피건, 질리도록 봐왔던 석호다.

그런데, 그 피 좀 봤다고 저리 놀란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찔러 넣었으면서.

물론, 아니다.


지금 석호가 놀란 이유는 관자놀이 깊숙이 박힌 칼자루를 타고 흐르는 피가 아닌, 그 피의 색깔 때문이었다.


‘노...녹색....!’


붉은색이 아닌 짙은 녹색.

녹색 피를 가진 생명체라......


적어도 석호의 상식엔 그런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떡하니 눈앞의 사체에서 짙은 녹색의 피가 흘러내리자, 강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 강한 이질감에 석호의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도대체 이건 뭘까?

돌연변이? 외계인?


듣도 보도 못한 괴생명체의 사체에, 석호의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


이내 머릿속에 울리는 강한 경종이, 그를 방해했다.


살을 저며오는 찌릿한 감각.

그리고 사고를 마비시키는 머릿속에 울리는 경고음.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고.


석호는 그 강한 경고에 본능적으로, 개 대가리의 관자놀이에 박힌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컹! 컹!”


칼자루를 쥠과 동시에 들려오는 익숙한 울음소리.

그 귀에 익은 울음소리에 석호는 칼을 뽑아 든 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석호가 몸을 일으키자, 그의 시야로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개 대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두 마리!’


이번엔 두 마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빠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동행(6) 20.05.19 51 1 12쪽
11 동행(5) 20.05.18 45 1 12쪽
10 동행(4) 20.05.17 53 3 12쪽
9 동행(3) 20.05.16 61 3 12쪽
8 동행(2) 20.05.15 71 3 11쪽
7 동행(1) 20.05.14 86 3 13쪽
6 아포칼립스?(6) 20.05.13 96 3 11쪽
5 아포칼립스?(5) 20.05.13 98 2 12쪽
4 아포칼립스?(4) 20.05.12 110 3 13쪽
» 아포칼립스?(3) 20.05.12 126 5 11쪽
2 아포칼립스?(2) 20.05.12 135 6 11쪽
1 아포칼립스?(1) 20.05.12 231 1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