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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163
추천수 :
44
글자수 :
63,646

작성
20.05.13 16:24
조회
96
추천
3
글자
11쪽

아포칼립스?(6)

DUMMY

“저, 다희야. 미안한데, 나 물 한 잔만 더 갖다 주면 안 되겠니. 아직 몸이 불편해서”

“아, 네. 잠시만요.”


중간에 말을 끊어는 데도 불구하고, 다희는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다.


‘다희 재가 원래 저렇게 밝았나?’


평소, 자신이 알던 다희는 좀 어눌하고 어두운 아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다희는 왠지 모르게 밝아 보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지금도 뭐가 그리 신났는지, 물을 가지러 총총 뛰어간다.

그렇게 총총걸음으로 물을 가지러 간 다희는, 물을 가지고 돌아올 때도 역시 들뜬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여기, 물이요.”


필요 이상으로 밝은 다희의 모습이, 석호는 어째 조금 무서웠다.


“어, 그...그래. 고, 고맙다.”


눈앞에 물이 보이니, 목이 더욱 바짝 말라온다.


꿀꺽-꿀꺽-.


석호는 다희가 건넨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하아!”


순간 석호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졌다.

이 와중에도 살겠다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자신의 모습이 좀 우스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빨리 기운을 차려야 서율이를...!!!


순간,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다.


하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존나 한심한 새끼! 괴물이 나타난 상황에서, 당연히 제일 먼저 서율이 안전부터 확인했어야 했는데.....


잠시 스스로를 자책하던 석호는, 휴대폰을 찾아 서둘러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바지 주머니엔 휴대폰이 없었다.


‘분명, 주머니에 넣어뒀던 것 같은데......’


주머니에 휴대폰이 없자, 석호는 황급히 다희를 바라봤다.


“저...전화! 전화기! 다희야 전화기 좀!”


석호의 다급한 목소리에, 다희는 두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석호에게 건넸다.

그런데.


[.....]


다희가 건넨 휴대폰의 전원이 꺼져있다.

석호는 재빨리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


휴대폰은 켜지질 않았다.


“...씨팔!”


갑갑한 마음에 석호의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런 석호의 모습에 다희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저...죄, 죄송해요. 부...분명, 충전했는데......”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다희는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푹 숙여 석호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지금 석호에겐 그런 다희의 모습은 안중에 없었다.

지금 석호의 머릿속엔 오로지 서율이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석호는 서율이에 대한 걱정으로 통증도 잊은 채, 재빨리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전화! 전화기!”


가게 안으로 들어온 석호는 황급히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매일 카운터 옆에 두었던 무선 전화기가 어딨는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아저씨! 여기, 여기요!”


어느새 뒤따라 들어온 다희가 어디서 찾아왔는지, 석호에게 무선 전화기를 건넸다.

그런데.


“젠장!”


전화기도 먹통이다.


‘혹시...!’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감.

석호는 그 불안감을 확인하기 위해, 가게 전등 스위치를 켰다.

그러나.


딸칵-.....형광등의 불은 들어오질 않았다.


“제기랄!”


석호는 홧김에 무선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툭-!..... 젠장! 하필이면 또 그게 다희 발밑으로 날아갔다.


“미, 미안! 미안하다. 다희야.”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아저씨.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저희 집으로 가요. 저희 집에 비상 발전기 있어서, 정전이라도 발전기를 돌리면 전기를 쓸 수 있을 거예요.”


다희의 비상 발전기란 말에, 석호의 귀가 확 뜨였다.


“그, 그래! 그럼 빨리 너희 집으로 가자”


석호는 다희를 재촉해, 바로 다희네 집으로 이동했다.


#


다희네 집에 도착한 석호는 제일 먼저 전기가 들어오는지부터 확인했다.


“아무래도 정전인가 봐요. 저희 집도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요.”


전등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전자 기기들의 전원을 다 켜보았으나, 역시 다희네 집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다희야 바, 발전기?! 발전기 어딨니?”

“아, 맞다! 이쪽이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석호는 다희를 따라 지하실로 이동했다.

다소 어두 컴컴하긴 했으나,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사물을 구분하는 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여기, 이게 비상 발전기에요.”


다희는 지하실 안쪽에 있는 꽤 커다란 기계로 다가가 말했다

일반 가정집, 그것도 여자아이 혼자 사는 집에 있기엔 발전기가 좀 많이 커 보인다.

하지만 지금 석호에겐, 발전기 크기 따윈 전혀 중요치 않았다.


“다희야 빨리! 빨리 작동시켜봐.”


머릿속을 가득 메운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석호는 계속해서 다희를 재촉했다.

석호의 재촉에 다희는 발전기 전원 버튼으로 보이는 빨간 버튼을 황급히 눌렀다.

그러나.


“어?! 왜 안 되지?”


발전기는 작동하질 않았다.

당황한 다희는 몇 번이고 빨간 버튼을 눌러 댔다.

하지만 발전기는 꿈쩍도 하질 않았다.


“다희야 잠깐 비켜봐! 내가 해볼게.”


다급해진 석호가 다희를 한쪽으로 밀치고선, 이곳저곳 기계에 달린 버튼이란 버튼을 마구잡이로 눌러댔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발전기는 돌아가질 않았다.


“제발! 제발!”


쾅-! 쾅-! 쾅-! 석호는 간절한 마음에 발전기를 두드려도 보고, 발로도 차 봤지만, 발전기는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동하지는 않는 발전기와 석호가 씨름 하고 있을 때, 다희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뼉을 마주쳤다.


“아! 혹시......”

“왜? 혹시, 이거 작동법이 따로 있는 거니?”

“아...아니요. 그게 아니라, 혹시 여섯 번째 봉인이 열릴 때, 전자충격파도 같이 터진 게 아닐까요?”

“뭐?! 저...전자 충겨파?!”


하아.....이 와중에도 헛소리를 헤대다니.


다희의 헛소리에 석호의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하지만 다희는 그런 석호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 전자기적 충격파. EMP요.”

“EMP......”


분명, 황당한 이야기인데. 또 아주 황당하게만 들리진 않는다.


EMP(Electro Magnetic Pulse)

이.엠.피. 일렉트로 마그네틱 플러스의 약자로, 모든 전자 장비를 파괴 또는 오작동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자기장을 지닌, 순간적인 전자기적 충격파를 말한다.

아마, 소싯적 스타 좀 해본 사람은 다 알 거다.


“아마 여섯 번째 봉인이 풀릴 때, 태양의 흑점이 폭발해 태양의 플레어가 강력한 활동을 해서, 코로나의 질량이 대량 방출되면서 지자기 폭풍이 일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입고 있는 차림새 나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그런지, 또 그게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긴.....이미 괴물이 나타났고 또 그런 괴물을 때려죽이는 소녀 앞에서 상식을 따지는게, 오히려 더 비상식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

석호에겐 다희의 황당한 소릴 마냥 듣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저, 다희야. 말 끊어서 미안한데, 내가 좀 급해서. 오늘은 고마웠다. 그럼 또 보자.”


석호가 말을 끊고 그냥 가려고 하자, 다희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예?! 아니, 위험한데 혼자 어딜 가시려고요?!”

“일단, 시내 쪽으로 좀 나가보려고. 아무래도 시내 쪽은 전기 들어오는 데가 있겠지.”

“음.... EMP가 터졌으면, 시내도 전기 들어오는 덴 없을 건데......”


하아.....

다희랑 말을 더 섞었다간 석호 본인도 같이 정신이 이상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지.”

“저 그럼....”

“다희야 오늘은 정말 고마웠다. 그럼 또 보자.”


석호는 다희의 입에서 또 헛소리가 나오기 전에, 황급히 인사를 한 후 다희네 집을 빠져나왔다.

다희네 집에서 나온 석호는 차가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기에, 다시 가게로 이동했다.

그런데.


“하아...젠장!”


좀처럼 차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틱-틱- 키를 돌렸을 때 차에서 나는 소리나 반응은, 영락없이 배터리가 나갔을 때의 반응이다.


‘분명,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멀쩡 했는데....’


석호는 계속해서 키를 돌려가며 차에 시동을 걸어보려 했으나, 끝내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석호는 하는 수 없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지금 석호에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도 없었다.

그저 터벅터벅 걸을 뿐 어딜 가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평소의 석호였다면 일단 사태파악부터 한 후,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운 후 움직였을 거다.

하지만 석호의 머릿속은 온통 서율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온몸이 욱신거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지만, 어디선가 울며 떨고 있을 서율이 생각에 석호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저 서율이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힘겹게 걸어 큰 도로로 나왔는데, 믿기 힘든 광경이 석호의 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머릴 잃은 사체들.

그리고 찌그러지고 부서져, 뒤엎어져 있는 차량 들.

하지만 그것보다 석호를 더욱 놀라게 한 광경은, 부서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도로 곳곳에 멈춰 서있는 차량 들이었다.


‘서...설마.’


진짜로 다희 말처럼 EMP라도 터진 걸까?


‘아....이젠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다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적응을 못 하는 자신이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말로 다희 말처럼 EMP가 터진 거라면?

당장 서율이와 연락을 할 방법이 없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걸어서라도 가야 하는 건가?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론 팽성은커녕, 전주 시내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도로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사체들로 보아, 개 대가리나 다희에게 맞아 죽었던 녹색 괴물이 더 존재하는 것 같다.

멀쩡한 몸 상태로도 상대가 안 됐는데, 과연 이런 몸 상태로 그 괴물들을 피해 팽성까지 가는 게 가능할까?


몸이 피곤해서 인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만 파고든다.

그렇게 머릿속을 파고드는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갈수록, 석호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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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포칼립스?(2) 20.05.12 13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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