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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인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4
최근연재일 :
2020.05.19 18: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167
추천수 :
44
글자수 :
63,646

작성
20.05.13 12:00
조회
98
추천
2
글자
12쪽

아포칼립스?(5)

DUMMY

“타올..라! 정의...불...이여!”


죽을 때가 돼서 그런가?


“불...라! ...사의 ...람이여!”


계속해서 자꾸 헛소리가 들려온다.


석호는 헛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오던 괴물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석호와 괴물의 시선이 향한 그곳엔.

붉은 리본을 가슴에 단 소녀가 긴 환도를 들고,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다...다..다희!”


이쯤 되니 확실한 것 같다.

이건 꿈이다.


석호는 기다란 환도를 들고 달려오는 다희의 모습에 확신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게 꿈이라는걸.

그렇지 않고서야 다희가 왜 검을 들고 설치겠는가?

그것도 교복을 입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 웅얼거리며 달려오던 다희는, 검집에서 긴 환도를 뽑아 들고선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분노하라! 심판의 칼날이여! 울어라! 지오오옥 참마도!”


그 말을 끝으로 다희는, 괴물의 왼쪽 다리를 향해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퍼억-!


“.......”


하지만 다희의 검도 괴물의 단단한 근육을 뚫진 못했다.

한데.


“구웩-!”


자르진 못했지만, 녀석의 다리를 부러트린 것 같다.

다희 검에 맞은 괴물의 왼쪽 다리가 기괴하게 꺾이며, 괴물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자빠졌다.


쿠웅-!


2미터가 넘는 거구가 쓰러지니, 쿵 소리와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석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고작 여고생...아, 학생이 아닌가?

어쨌든 저 가녀린 소녀가 휘두른 검에, 무지막지한 괴물의 다리가 부러지다니!

이건 저 괴물이 처음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을 때보다도, 현실성이 더 떨어졌다.


“구웨에에에엑!!!”


한쪽 다리가 꺾여 쓰러진 괴물은,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몸부림을 쳤다.

다희는 그런 괴물에게 다가가 더욱 큰소리로 외쳤다.


“흩날려라! 천 송이 벚꽃이여!”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다희는, 바닥에 쓰러진 괴물을 향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버벅!

퍼억!

퍼버벅!

퍽퍽!


하지만 괴물의 살가죽은 어찌나 두꺼운지, 다희의 무자비한 칼질에도 피 한 방울 배어 나오지 않았다.


“구웩!! 구웨! 궥!”


다희가 휘두르는 검에 살점 한점 썰려 나가진 않았지만, 검이 괴물의 몸을 가격 할 때마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찬 괴물의 비명이 새어 나왔다.


마치, 고기를 다지듯 괴물을 잘게 다지는 다희.

어떻게 저 가녀린 몸에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

과연 저 괴물이, 자신을 일격에 무너뜨린 그 괴물이 맞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다.

그렇게 한참을 두들겨 패던 다희는, 검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ㄱ...구웩!”


어찌나 심하게 맞았는지 검이 몸에 닿기도 전에, 괴물의 입에서 비명이 새 나온다.

오로지 살 심으로만 가득했던 괴물의 붉은 눈은, 어느새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차올라라! 달의 분노여!! 울부짖어라! 달의 노래여!!


절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진지한 얼굴로 읊어대는 다희.

한데, 너무 진지해서일까?

석호는 그 모습이 다희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과아아앙! 쏘나타!!”


그 말을 끝으로 다희는 하늘 높이 들어 올렸던 검을, 괴물의 얼굴을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콰직-!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검에 맞은 괴물의 얼굴이 움푹 패면서 눈알이 툭 튀어나온다.

그 뒤로도 다희는 괴물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검을 더 휘둘렀다.


“구...우..ㅇ....”


날카로운 칼날도 뚫지 못했던 괴물은, 그렇게 가녀린 소녀의 손에......맞아 죽었다.


괴물이 죽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순간, 석호의 몸이 나른해진다.


“아...아저씨. 괘...괜찮으세요.”


화장기 없는 흰 피부에, 양 갈래로 땋은 머리.

그리고 수줍게 핀 복사꽃처럼 불그스름한 양 볼.

평소와 전혀 다른 바 없는, 수줍은 많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는 다희.

그래서 인지.......괴리감은 더욱 컸다.


‘그래 이건 꿈이야......’


#


“으아아아악!”


하아. 정말 지독한 악몽이다.

어찌나 리얼했는지.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욱신거린다.


“흐으으음...어!”


잠에서 깬 석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으으으윽!”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


“저...괘...괜찮으세요?”


고통에 신음하는 석호의 눈앞에, 낯익은 얼굴이 머리를 스윽 디민다.


‘다...다희?’

“저...아저씨...이제 좀 괜찮으세요?”

‘뭐...뭐야? 아직도 꿈인가?’


석호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다희 얼굴에, 자신이 아직 잠이 떨 깬 건가 싶었다.

그렇게 잠시 다희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석호의 입이 열렸다.


“ㅁ...무...물.”


어찌나 갈증이 났는지, 석호의 입에서 절로 물이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무...물이요. 네, 잠시만요.”


다희는 석호의 말에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물을 가지러 갔다.

그런 다희의 모습을 보면서도, 석호는 아직도 이게 꿈인지 아닌지 비몽사몽 했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집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낯설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집, 자신의 침대가 아닌 건 확실했다.


석호는 몸을 움직일 수 없기에 일단 무거운 눈을 억지로 크게 떠, 눈알을 상하좌우로 굴려 주변을 살폈다.


‘어디서 많이 본 벽진데......그리고 뭐지? 이 냄새..... ’


코끝을 간질이는 은은한 냄새.

이 냄새 또한 낯설지가 않다.

이 냄샌 분명......


‘닭...도리탕.’


닭볶음탕 냄새였다.

그제야 석호는 지금 자신이 누워있는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그런데 꿈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가 있나?’


그렇게 석호가 머릿속으로 의문을 가질 때, 물을 가지러 간 다희가 돌아왔다.


“아저씨, 여기 물이요.”


다희를 보자 아니 정확하겐 다희가 든 물컵을 보자, 석호의 갈증은 더 심해졌다.

석호는 다희가 가져온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으윽...”


극심한 통증 때문에,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석호가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신음하자, 다희의 손이 석호의 머릿밑으로 쑥 들어온다.

누워있는 석호의 머릿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다희는, 가볍게 석호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비록 상체만 들어 올린 거지만, 다희는 힘 한번 들이지 않고 석호를 단숨에 일으켰다.

그것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자 여기, 물이요.”


한 손으로 석호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 다희는, 다른 한 손으로 석호 입에 물컵을 가져다 댔다.


입술을 적시는 차가운 감촉.

시원하다.


꿀꺽-꿀꺽-


석호는 다희가 가지고 온 물을, 단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들이켰다.

입술에서 입안으로, 그리고 입안에서 목구멍을 타고 뱃속까지 이어지는 시원함.

너무 생생하다.


“저...좀 더 갖다 드릴까요?”


초롱초롱한 눈.

또랑또랑한 목소리.

다희 모습 또한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또렷했다.


‘서...설마?’


순간 싸늘한 기운이 석호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 불쾌하고 싸늘한 기운에, 석호의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갑작스러운 지진과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괴물의 등장.


‘이게 다 현실이라고...?!’


#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석호는, 다희의 부축을 받아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보았다.

가게 앞에 널브러져 있는 개 대가리 세 마리와 근육질의 녹색 괴물 한 마릴.


“하아!”


이미 꿈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그걸 눈으로 확인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저 괴물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을 땐, 일단 살아남기 위해 싸우긴 했는데.....

막상 저렇게 축 늘어져 있는 시체들을 보니, 용케 안 도망가고 저런 것들과 싸웠단 생각이 스친다.

그만큼 눈앞의 시체들은 괴이하고, 흉측했다.

물론, 프라이팬으로 때려잡은 개 대가리와 다희가 때려잡은 괴물의 머리통이 으깨져 더 흉측하게 보였지만.

그런데 석호를 부축하고 있는 다희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약간 상기되어있다.

그래서였을까?

어린 소녀에게 묻기엔 다소 황당한 질문이, 석호의 입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툭 튀어나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줄래?”


잘 모르겠다. 왜 다희에게 이런 걸 묻는 건지.

그냥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너무도 침착한 다희 모습에, 왠지 다희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석호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은 것 같다.

석호의 질문에, 다희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내고있다.


“아.포,칼.립.스.”


다희는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석호를 바라보며 한자, 한자 힘을 주어 말했다.


“아,..아포...칼립스?!”


아포칼립스라면 종말을 뜻하는 단어 아닌가?

뜬금없는 다희의 말에, 석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아포칼립스요. 드디어 여섯 번째 봉인이 열린 거예요.”


‘여...여섯 번째 봉인?!......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석호는 당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 다희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여섯 번째 봉인이 떼어지는 날, 하늘과 땅에 재난과 이변이 일어난다. 요한 계시록 6장 12절.”

“요...요한 계시록?!”


비록 교인은 아니지만, 석호도 요한 계시록에 대해선 들어본 기억이 있다.

처음 요한 계시록에 대해 들었을 땐, 종교에 미친 사람들이 지어낸 개 소리쯤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금 다희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왠지 모르게 그럴싸하게 들렸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류는, 한낱 연약한 인간임을 확인할 것이다. 6장 15절. 그런데 이는 단순한 자연적 재앙이 아닌 어린양의 진노이다. 6장 16절. 자연 앞에서도 떨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일진데 하나님이신 어린양 앞에서 어찌 사람이 떨지 않으랴. 그의 공의 앞에 누가 능히 설 수 있으랴! 6장 17절.”


정확하게 구절까지 짚어가며 이야기하는 다희의 모습은, 왠지 성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기독교에서 말하는 심판의 날이 찾아왔고, 괴물들은 인간을 심판하러 온 신의 사자다. 이거니?”

“아휴! 아니죠! 당연히, 저 괴물들은 코볼트 하고 오크죠.”

“코볼트?...오크?”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네. 이 우주에는 수천수만 개의 차원이 존재하는데, 여섯 번째 봉인이 풀리면서 그 모든 차원이 하나가 된 거예요. 이젠 그 수많은 차원의 생명체들이 생존을 걸고 싸우는 대 서바이벌 시대가 열릴 거에요.”

“......하아-.”


순간, 석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석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커다랗고 새빨간 리본이 달린 군청색 세라복을 입고, 긴 장검을 들고 있는 다희의 모습이.


‘하아. 지금까지 저런 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니......’


순간 자괴감이 몰려온다.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씬, 제가 지켜 드릴게요.”


아무래도 다희는 석호의 한숨을 오해한 것 같다.


“아까 보셨죠? 이 지옥 참마도로 단칼에 오크를 베어 죽이는 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 서바이벌 시대라고 해도 제 옆에 계시면 아저씨도 꼭 살아남으실 수 있을 거예요.”

“어...그...그래. 고...고맙다.”

“고맙긴요. 능력을 각성한 각성자로서 같은 차원의 비각성자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갈수록 점점 더 산으로 가는 다희의 이야기.

차마 더는 다희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석호는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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