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 양희서의 등장 (2)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제 2화 - 양희서의 등장 (2)
가스 폭발로 사방에 불이 붙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플로어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끈적거리는 핏덩이들이 유리벽에 붙어 흘러내렸고 음식과 깨진 접시들이 마구 뒤섞여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유독 그만은 공중 떠있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서있었다. 사람들이 슬로우비디오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나는 가운데 그는 침착하게도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양희서에게 고정되었다.
“저 잘난체하는 새끼! 개새끼! 죽인다!”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화난 표정을 최대한 지어보이자 대나무를 즐비하게 심어놓은 실내정원 위의 거대한 유리창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콰과과광”
유리창 파편이 양희서에게 날아갔지만 때마침 넘어진 대나무 들이 양희서를 먼저 덮치는 바람에 그는 유리창 파편은 맞지 않았다. 순간 김성준의 정신이 돌아왔다. 굉음 속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아! 씨! 이게 또 일어났군! 이 악몽의 증세! 망할 놈의! 저주스러운! 이놈의 미친 짓거리! 으아아아!”
잠시 후 김성준은 자연스럽게 쓰러진 사람들을 살폈다. 그리고 한명씩 차례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았다. 성준은 와중에 정신을 차린 요리사 아가씨를 불렀다.
“이봐요! 소방서에 신고하세요! 빨리! 서둘러요!”
“예? 아, 예!”
그리고 언제나처럼 깨지고 부서진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일어나면서 폭발의 흔적이 다 타버렸다. 말하자면 누군가 고의적인 폭발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화재를 낸 것과도 같았다. 멀리서 싸이렌이 울리고 지하 이층의 바베큐 파티장은 점점 더 거센 불길에 휩싸여갔다.
그는 자신을 안내했던 요리사가 일일구 화재신고 전화를 하는 것을 보고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았고 이글거리는 불길의 열기로 그의 모습이 불사조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성준은 건물을 빠져나와 심호흡을 하면서 무작정 아스팔트 차도를 마구 걸었다. 육개월 전의 유사한 환상사건을 떠올리며 담배를 피워물었다.
“진짜 상상의 저주인가? 에이! 제길! 꿈이라면 빨리 깨라.......”
육개월 전 이층의 술집에서 거의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가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이층에서 뛰어내려 발을 접질린 후 아직도 그 통증이 남아 있었다. 빽으로 취업한 학과 동기 이진성의 취업파티였는데 후배 여자아이들에게 친구들이 억지로 술을 따르게 하고 술취한 선배들이 후배를 패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을 때 성준은 극도로 분노했고 제천시 뒷골목의 허름한 이층 가건물 호프집이 엘피지 가스폭발로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성준은 이번사건과 지난번 사건을 오버랩시키다가 뒤통수가 띵하는 두통을 느꼈다. 그는 문득 산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정처없이 걷다가 미친 듯이 지나가는 벤츠 차량을 만났다. 아까 그 여자였다. 바람을 일으키며 거의 시속 이백 킬로에 육박하는 흰색 컨버터블 벤츠를 모는 그 여자의 생머리가 커튼자락처럼 휘날렸다. 그 바람 속에서 그는 희한하고도 성욕을 일으킬만한 야릇한 향수내음을 맡았다. 그리고 소방차 세대가 연거푸 지나갔다.
다음날 그는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으로 화재사건을 검색했다. 다행이 분당의 주택가 화재사건은 보도되지 않았다.
“진짜 꿈이었나? 별일 없었나보군.”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치부하고 안심하려는데 전화 벨이 울렸다.
"~~ storm bringer's coming, storm bringer's coming, Time to die ~~~ "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죽을 시간이다 ~~~”
“나 양희서요.”
“예?”
“생명의 은인이 그렇게 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아니 난.....”
“요리사에게 다 들었어요. 성준씨가 우리를 거의 다 구해주었다고...”
“아닙니다. 저만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냥....”
“좌우간 고맙소. 내가 몸 추스르는 대로 바로 연락할께요. 그리고 기사나는 거 신경쓰지 마요. 내가 다 막았으니까! 세영이도 무사해요.”
“아! 세영이도 안다쳤군요.”
“그럼. 다쳤으면 했나요? 후후 농담이에요. 그리고 용진실업 월급이 짜다던데 맘에 안들면 우리회사로 와요.”
“예, 알겠습니다. 아,아 아닙니다.”
성준은 뜨악했다. ‘언론사의 기자들을 돈으로 막았단 말인가? 그리고 젊은 놈이 사장이면 사장이지 뭐 저렇게 건방진 놈이 다있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입맛이 썼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세영은 전화벨이 다섯 번 정도 울린 다음에 전화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 같았다.
“세영이니? 괜찮아?”
“오! 선배 어제는 미안했어요. 희서오빠에게 들으니까, 성준 선배가 사람들도 구해주고 소방서에 전화도 했다면서요. 정말 고마워요.”
“아니야. 세영아.”
“그리고 어제 거기에서는 말하지 못했는데 취업 축하드려요.”
“아이! 이년이나 취업 못한 내가 창피하지 뭐.”
“아니에요. 축하드리고 ,,,,, 어제 갑자기 불러낸 거 미안해요.”
“아냐. 내가 미안하지 뭐.”
“선배가 뭐가 미안해요? 내가 어색한 자리에 선배를 불러내서 힘들게 한 거 같아서......”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성준은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의 작별인사말이 들렸다. 아무래도 그가 먼저 잘 있으라고 말을 한 것 같았다.
“이런.....에이!”
전화를 끊고나자 별안간 고요가 그를 압도 했다. 이렇다 하게 할 일도 없던 터라 그냥 하루를 방바닥에서 뒹굴뒹굴하기로 하자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그는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바보처럼 헤죽하고 웃어보았다. 성준은 형과 형수가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십팔평 아파트가 아늑하고 참 좋았다. 하지만 그 두남녀가 집으로 들어오면 침묵과 쨰려보는 눈빛이 그를 고문하는 김옥을 변할 터였다.
"~~ storm bringer's coming, storm bringer's coming, Time to die ~~~ "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죽을 시간이다 ~~~”
아침 열시다. 알람음이 아니었다. 해드폰이 이미 여러번 울린 모양이었다. 성준은 습관적으로 폰을 뺨위에 올려놓고 누운 채로 말을 했다.
“여보세요.”
“김성준씨 맞으시죠?”
여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고 빨랐다. 하지만 퍽 쎅시했다.
“예. 맞는데요.”
“여기는 용진실업 인사기획실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되었는데....인사기획실로 가면 되나요?“
“저어..... 그게 사무착오로 김성준씨가 동명이인이었더라구요. 그래서 합격이 취소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이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난주에 분명히 최종 합격했다고....허! 쳇! 어이가 없네!”
“죄송합니다. 동명이인이라 우리 회사 측에서 전산상 에러가 났습니다.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고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시길 빌께요. 그럼.”
“이봐요! 여보세요!”
성준은 잠이 확 깨어 똑바로 일어나 앉았고 용진실업에 확인전화를 하려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성준은 습관처럼 담배에 손이 갔다.
“벌써 마흔 여뎗 번째로군! 에이! 씨!”
스마트폰 스케쥴 앱을 들여다보다가 성준은 다시 옷장을 바라보았다. 오후 한시에 또 다른 면접이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지난 주말에 대학동창들과 취업 축하주를 필름 끊길 때까지 마신 일이며 어제 세영의 친구들하고 취업을 자랑하듯 양주를 들이킨 일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에이 씨발!”
검은색 타일로 칼라가 독특한 무역 회사 건물의 면접실은 이층이었다. 성준은 사십분을 기다린 끝에 다른 네명의 면접대기자들과 함께 면접 대기실로 호명되어 들어갔다.
“김성준씨까지 이렇게 다섯 명 대기실로 들어가세요. 앞의 분들 일어서시면 면접관님들 앞으로 가서 착석하세요.”
“예!”
성준은 침을 연거퍼 삼켰지만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아침에 받은 불합격 통보 때문이었다, 저승사자 같은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을 보고있는 다섯 명의 입사지원자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더더욱 긴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 storm bringer's coming, storm bringer's coming, Time to die ~~~ "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죽을 시간이다 ~~~”
딥퍼플의 스톰브링어가 조용하던 면접대기실에 울려퍼졌다. 브리티시 하드락의 폭발하는 광분이 비서실 여직원을 일순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저기요! 진동으로 해주세요!”
금속성 느낌이 나는 은빛 원피스를 타이트하게 입은 여직원이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며 빠르게 말했다. 그녀는 면접자들을 안내한 바로 씨이오 비서실 직원이었다. 김의전은 허겁지겁 핸드폰을 진동으로 하려는 손에 땀이 나고 점점 더 긴장이 되어 핸드폰 화면 터치에 자꾸 오류가 났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면접대기실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
딥퍼플의 연주는 계속되었다.
"~~ storm bringer's coming, storm bringer's coming, Time to die ~~~ "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폭풍을 몰고 오는 자가 온다. 죽을 시간이다 ~~~”
그는 이미 건물 밖까지 나갔다. 핸드폰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고나자, 그는 웬일인지 면접을 볼 자신이 없어졌다. 그건 자신의 앞뒤에서 대기하던 스카이대 출신 학생들 때문이기도 했고, 회사 인테리어 분위기가 메탈과 보석을 연상시키는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과 방향제의 강한 향수 내음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안될 걸 뭐! 차라리 잘됐다. 에이!”
이번에는 진동이 울렸다.
“성준아! 나야 진성이!”
“어쩐 일이냐?”
“나 다음 주에 일본 간다.”
“그래서?”
“오늘 부산 내려와라. 김성준! 야 이 새끼야! 얼굴 한번 보자! 이러다 우리 영원히 못 보는 수가 있다!”
김성준은 형의 무관심 혹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의 썩소와 형수의 속은 차가우면서도 겉으로는 내키지 않는 억지웃음이 떠올랐다. ‘그 둘은 왜 나를 보면 늘 웃을까?’ 그는 형과 형수에게 면접을 보지 않았다는 말을 결코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는 무작정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아! 개운해!”
한숨 푹 자고 났더니 부산이었다. 막상 부산의 바다 내음이 나지 않았지만 부산역 개찰구 앞에 진성이 나와서 그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빼들고 서있었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