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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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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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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0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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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 16

DUMMY

“와앙, 사람도 많고 물건도 엄청 많아.”

“그렇지? 가끔은 이렇게 아이쇼핑이라도 해야 사람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란다. 호호.”

“아저씨. 아저씨도 이런데 처음이시죠?”

“그래. 그보다 이제부터는 네 동생에게 눈 떼지 말고 잘 챙기도록 해라.”

“어? 왜요?”

“조장이 방금 그랬지 않느냐?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조심해야지.”

“이봐요. 무슨 헛소리에요. 눈으로 쇼핑한다는 얘기잖아요. 영어도 조금 한다면서요?”

“인신매매범, 장기매매범 등 못된 인간들이 근세까지 널렸었소. 지금도 상당수 있다고 봐야겠지. 오죽하면 과거 화장실에 그런 글들이 있었겠소. 뭐 공식적인...장기자랑 보다야 낫겠지만. 여튼 사람 사는 즐거움을 느끼는 놈들은 조심해야지.”

“갑자기 뭔 엉뚱한 얘기에욧?”

“훌륭한 한국말은 영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소. 그러니 조심할 수밖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이쇼핑이 눈쇼핑이요? 나는 쇼핑중이라는 거요? 아니면 아이들을 쇼핑한다는 거요?”

“그 고유의...스펠링이 있잖아요. 뭐가 문제라는 거에욧.”

“장난하오? 한국말에도 사람 힘들게 해놓고는 그저 장난이었다고 표현하는 얘기가 많소. 당사자는 심각한데 말이요. 저 막장드라마에 보면 남자가 사랑고백을 하자 여자는 그럼 이 난간위에서 혹은 이 건물옥상에서 뛰어내릴 수 있냐고 물어보지.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너의 진정한 길을 증명해봐라 하면서. 차라리 하늘의 별이나 달을 따다 달라고 하는 현실적인 얘기면 조금 힘들어도 그나마 괜찮겠소만, 이건 상대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이지. 그러면 그 남자는 어떻겠소? 안 뛰어 내리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길이 없고 뛰면 저승 가는 길을 증명하는 것 아니요? 여자가 원하는 길을 증명은 해야 하는데 말이요. 그러니 남자가 두 번째 길을 증명했을 때 여자가 뭐라 하겠소? 난 그저 장.난.이었는데...라고 하지 않겠소? 조장은 이게 장.난.의 뜻으로 맞다고 생각되오?”

“아니, 무슨 장난 같은 얘기에욧. 흥.”

“그래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는 거요. 이 말은 사람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요.”

“그건 사람의 마음속을 알 수 없으니 조심하란 얘기 아니에욧.”

“그 얘기가 그 얘기요. 갑과 을의 차이일 뿐.”

“......”


“보이는 스펠링이 다면 뭐 때문에 어원이니 어의니 하며 얘기들 하는 거요. 서양의 말 중에는 하나의 어원으로 여러 나라의 다른 말과 소리로 변화한 것이 많지 않소. 아니란 얘기요? 한 뿌리라고 외치는 저 영국이란 곳과 미국이란 곳조차 말과 발음에 차이가 있지 않소? 그러니 영국식 영어니 미국식 영어니 하며 구분을 하고 수업료를 따로 받지 않소. 그러니 다른 나라야 말할 것도 없고.”

“아저씨. 그건...남들이 쓰는 대로...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른들은 어린사람들에게 줏대도 없다. 버릇이 없다. 생각이 짧다 하며 채찍을 휘두르지. 그러면서 야망을 가져라.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이다 등등의 당근도 준단다. 너는 어떠냐? 남들이 말하는 대로만 듣고 사는 줏대 없고 생각이 짧은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니요...그렇지는...않아요.”

“그래. 누가 뭐라 하든 너는 너만의 줏대를 가지고 세상을 보도록 해라. 근세에 한국에는 이 기본중의 기본인 줏대도 없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했었던 모양이니.”

“흥.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야 말로 세계최고수준의 인재였는데.”

“조장은 자료들을 대충 보는 모양이군. 젊은이들 대화에 꼭 들어가는 얘기잖소. 줏도 없는게 어쩌고 하면서, 물론 그 당시 약간의 발음 변화가 있었지. 영어의 어원변화 등은 당연한 듯 여기면서 세계제일의 한국말을 무시하지는 않겠지? 한국말도 세월 따라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니 이해할 수 있는 차이지. 그 시절에 줏 발음은 우 발음이 오 발음으로 변화를 했던 시기였소. 그리고...함.축.된 줏이 줏대와 다르다고 우기지는 않겠지?”

“......”

“그리고 참고로 우등생은 특히 줏대도 없이 살면 문제가 많지만. 야망이니 어린이는 어쩌니 하는 당근은 크게 생각할 것 없다. 그냥 열심히 살면 된단다.”

“흥. 아이들은 나라의 보배요 내일의 주인공이 맞지. 그리고 자신만의 야망를 불태우며 미래를 개척하라는 게 뭐가 문제라고...”

“야망을 불태우던 꺼버리던 어차피 너희는 오늘의 주인공이 아니란다. 그 말의 뜻은 너희가 아무리 잘나봐야 오늘의 주인공은 어른이란 얘기란다. 한마디로 어린것들이 어른한테 까불면 못쓴다...라는 뜻이지. 그러니 욕심내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열심히 사는 게 좋은 거란다.”

“으응. 그래서 엄마 아빠가 항상 말 잘 들으면 뭐 사준다고 하는 거구나. 헤헤.”

“그렇지. 왕따가...싫어, 그냥 갖고 싶어. 왜 안 사줘...하고 울면서 예쁜 인형을 소유하고픈 야망을 불태워봐야 소용없지.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통제를 한단다. 오늘의 주인공인 나의 말을 내일의 주인공인 네가 안 듣겠다는 것이냐? 하면서.”


“아저씨. 그래도...스펠링 차이가...”

“세계 최고의 한국말도 같은 글이 수많은 다른 뜻을 표현하는데 다른 말들은 오죽하겠니? 특히 영어는 발음부터가 제 맘대로 아니냐?”

“흥. 또 무슨 소리.”

“desert 발음은?”

“쳇. 데저트. 사막이지. 날 뭘로 보는 거야.”

“design은?”

“흥. 디자인. 뭐하자는 건지...”

“이상하지 않냐?”

“뭐가요? 아저씨.”

“두 번째는 잘 봐줘야 데자인이 아니냐? 왜 디자인이라 발음하지?”

“흥.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데시근 보다야 많이 양보한 거요. dessert는?”

“헤헷. 디저트. 내가 좋아하는 거.”

“역시 이상하지? 데저트 아닌가?”

“그건 발음기호가 있고 그렇게 읽기로 정해져 있는...”

“제 맘대로 아니냐?”

“흥. 언어마다 고유의 특성이...”

“diet는?”

“쳇. 다이어트. 나도 가끔은 한다고.”

“왜? 디애트라고 읽어야지? die는?”

“다이. 죽는다는 뜻이죠.”

“Dis는?”

“디스. 저승이나 지옥 또는 저승의 신이죠. 아저씨 같은...“

“왜 다이스라고 하지 그러냐?”

“......”


“같은 스펠링을 쓰고도 다른 발음으로 사용하고 있지. 더 문제는 같은 어원인데도 다른 뜻인 듯 사용하지 않소? 이런 애매한 언어를 가지고 아이쇼핑을 눈쇼핑이라고 우길 수 있소?”

“이익. 됐어요. 그렇다 쳐요. 그렇다고 무슨 같은 어원이라는 거에욧”

“모두 한국말이 어원이고 같은 의미를 내포하지 않소?”

“아니, 무슨 한국말이 어원이라는 거에욧?”

“할매표류기란 자료가 일부 남아있소. 서양의 어떤 자가 과거 한국에 왔다가 한국말을 꽤나 배워갔던 이야기요. 이자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뭐 눈에 띄는 다른 자료가 별로 없구려.”

“아저씨. 하멜이란 서양 사람의 조선시대 표류기 아닌가요?”

“할매가 맞다. 그러나 그자의 이름은 남아있지 않구나. 그자는 말도 안 통하는 한국에서 말을 어깨너머 배우듯 배워나갔지. 일반적으로 귀머거리가 말을 못하는 건 잘 알겠지? 말이란 먼저 들을 줄 알아야 할 수가 있는 거란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제일 처음 하는 말이 뭐지?”

“으응. 엄마.”

“그래, 엄마의 최초 주입식 교육의 결과로써, 아빠에겐 이유 없는 실망감을 엄마에겐 뭔지 모를 승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 말이지.”

“흥. 응애가 더 먼저에요.”

“누나, 그건 말과 소리의 차이니 아닌 것 같아요”


“오늘은 근처에 쥐들이 많군. 하여튼 이자는 말을 배우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지. 사람들 사이에 뭔가 일이 있으면 일단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지. 말했듯이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배워나가듯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자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듯이 흉내를 내지. 아이들이 말이 트이기 시작할 때를 생각하면 된단다.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듯이 말이지. 당연히 이자도 그런 식으로 물어본다. 그자에게 엄마뻘 되는 이들에게 말이지. 바로 (할매요 이건 뭐꼬? 할매요 저건 뭐꼬? 할매요?) 그러면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얘기해 주지. 그런데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니 밭일하기 바쁜 할머니들이 어떻겠니? 어떤 할머니는 (이자슥이 귀찮게, 뒤질래?) 또 어떤 할머니는 (요노므자슥이 또왔네, 뒈질래?) 하면서 풀 베던 낫을 휘두르지. 이런 경험담을 나중에 고향...서양에 가서 책도 쓰고 얘기도 하고 그랬겠지. 그런 내용들은 서양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새로운 단어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또한 이런 일들은 비단 이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영어에 흔적이 많이 남아있으니 말이지. 그리고 그 자료의 원 제목은 Hamel 이 아닌 Halme 표류기가 맞을 것이다. 할매들과의 대화가 가장 주였을 테니 말이지. 이런 간단한 세월의 비.틀.림. 정도는 너희도 이해하겠지?”


“그럼...아저씨. 무슨 어원이 같다는 말씀이신지...”

“잘 벼린 낫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니 죽음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겠니? 도망치며 들리는 소리는 뒤질래와 뒈질래고. 그러니 죽음의 의미인 위의 단어들이 있는 것이지. 어원과 발음은 한국어의 뒤와 뒈(데)란다. 일부 발음이 세월과 지역에 따라 변형된 건 당연히 알겠지? 그래, 무슨 단어라고 했었지?”


“데저트. 사막하고요...”

“사막에서 죽은 놈 많다. 특히 옛날에는. 죽음의 사막을 횡단한다고 하지. 뒈졌다는 어원이 잘 유지된 좋은 사례지.”

“디자인...”

“디자인 시간 맞추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는 표현이 많지. 거의 죽음과 비슷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디저트...”

“음식욕심은 화를 부르지. 무슨 후식까지 필요하냐? 고도비만은 생명을 위협하지.”

“다이어트...”

“목숨 걸고 많이 했다고 얘기 했었지? 몇몇 죽기도 했고.”

“......”

“나머지 단어들이야 명확하니 더 얘기할 필요도 없지. 어떠냐? 아직도 한국어가 서양말에 영향을 줬다는 걸 부정하는 거냐?”

“치잇.”


작가의말

흠...형수님 건강에 적신호가 생겼네요. 머리로는 알면서도 눈앞에 다가와야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군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길.

*글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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