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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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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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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2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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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 2

DUMMY

-어르신의 추억-


"이보게 잠시 이리와 얘기나 해보세."

"예 어르신. 부르셨습니까?"

"허어, 그냥 편하게 대하라고 얘기하지 않던가? 누가 뭐란다고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

"제가 어찌 어르신께 편히 대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비록 어리고 일하는 틈틈이 글을 배우는 수준이라 아직 지식은 적으나 예절이 뭔지는 알고 있습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차이가 있더라도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어린 사람에게 공대해야 하는 경우 역시 다반사네, 역시 어린 사람이 공대하는 경우가 맞겠지. 커험."

"예 어르신. 그런데 다반사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문장 전체도 조금 애매하고요."

"허허허, 그래 공부에 많이 목말랐구먼,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바로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오니, 좋은 자세일세. 누구나 그런 답답함을 해결하면서 대화를 해야 개운한 법이지. 오늘뿐만이 아니라 이후로도 대화 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게나. 그럼 다반사를 해결해야 다음얘기를 할 수 있겠지."

"경청하겠습니다."


"흠흠 다반사란...모두 반사다...라는 뜻일세. 마치 거울에 사물을 반사하듯이 말일세. 알겠나? 그리고 이 말의 참뜻은...너의 행동은 곧 나의 행동이고 나의 행동은 곧 너의 행동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라는 뜻일세. 세상 사람들 사이에 말 그대로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일세. 어떤가? 이해가 되나? 이해가 안 되면 아까의 대화에 참뜻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될 것이네, 문장도 그렇고. 흠흠, 진정한 예절이란 그런 것 아니겠나?"


(그리고 그때의 진실한 뜻은...만약 자네가 진짜로 편하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의 선을 넘으면 나는 상당히, 엄청, 매우, 기분이 나쁠 거다...라는 뜻이었네. 물론 더 많은 진실의 뜻이 남아있다는 건 자네도 지금은 알겠지?)


"이...해가 조금 됩니다."

"흠흠 그렇지, 그래 그럼 다른 얘기를 해볼까. 자네 직업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을 들어봤나?"

"예?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요. 그런 말씀은 어르신께 처음 들어봅니다. 굉장히 소쿨 하게 들립니다."

"소쿠리라니? 갑자기 웬 바구니 얘긴가?"

"아, 그 말뜻은 소가 쿨쿨 세상모르고 잔다는 얘기로 진짜 뜻은...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소가 그렇듯 편히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있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씀입니다."

"허허허 그런가? 내 오늘에야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진정한 뜻을 깨달았네. 소쿠리라."

"소쿠리가 아니고 소쿨 입니다."

"소쿨. 알겠네, 왠지 어감이 독특하고 간단명료하니 오랜 세월이 지나도 빛을 발할 문구일세. 허허허."


(이때 자네의 재능을 보았었지. 이 대화가 없었다면 나는 자네와 이후 그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을 걸세)


"그럼 이제 내가 설명을 해야 하겠구먼. 자 직업엔 귀천이 없다...이 말에서 귀천은...귀찮은 천직이라고 해석해야 하네.(왜 이런지는 나중에 스스로 알아가게 되지) 대물림의 직업이나 그 비슷한 개념의 직업을 말하네. 주로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이나 하기 싫어하는 일이지. 다른 말로는 삼뒤직업 이라고도 한다네.

삼뒤직업이 뭐냐고? 그것은...가족 삼대가 즉 온 가족이 뒷간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는 직업이다...라는 말일세. 뭐? 장사가 잘돼서 그런 거 아니냐고? 아닐세, 온 가족이 쉬지 않고 일해도 먹고 살기가 엄청 힘든 직업이란 얘길세. 거기에는 뒷간 갈 일도 거의 없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네. 왜냐고? 생각해보게 사람이란 아무리 시간이 없다 해도 급할 땐 뒷간이 최우선 일세. 그러니 앞에 말은 갈 시간이 없다 보단 갈 일이 별로 없다...라는 의미로 봐야겠지. 결국 그것은 평소 먹은 게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네.

이런 것을 여러 가지 진실을 함축해 놨다 라고 한다네. 어떤가? 뭔가 더 내용이 깃들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래, 그 부분은 나중에 또 얘기하세. 그럼 다시 귀천으로 가보세. 현실은 이런 이들이 많으므로 이 문장은 자네 말과 같이 보통의 해석으로는 그저...틀린 문장이네. 그러나 이 문장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주 사용하네. 이런 상황과 배경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지. 또한 대부분 귀천에 종사하지 않는 자들이 사용하네. 왜 그렇겠나?"


"어린 제가 어찌 그 깊은 말씀의 답을 알겠습니까?"

"역시 자네는 솔직한 게 더 마음에 드는구먼. 괜찮네, 모르는 건 죄가 아닐세,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죄지."

"근데 어르신, 뒤 구절이...알면서 모른 체 하는 것이 죄다...라는 표현을 들은 것 같습니다만."

"허어 무슨 소리. 자네의 말은 죄가 아닐 경우가 있으므로 말이 안 되네."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허허, 그래서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화란 서로에게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한다네. 그럼 일단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죄다 라는 것을 먼저 보세나. 자네가 이해하기 쉽게 쉬운 예를 들어 보세. 의원에게 임산부가 찾아가서 집에서 아들을 원하는데 아들인지 딸인지 봐달라고 했다 치세. 의원은 아들이라고 했고 기분이 좋아진 부인은 돈을 많이 내고 돌아갔네. 그런데 나중에 딸을 낳았네. 어떻게 생각하나? 이 경우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죄인가 아닌가?"

"알겠습니다. 의원이 진단을 틀리게 했으니 죄가 있겠군요. 이해했습니다."


"엉? 자네 뭔 소리하나? 의원이 왜 죄가 있나? 부인이 봐달라고 할 때 틀리면 고소라도 한다고 했나?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뱃속의 아이 성별을 알 수가 있단 말인가? 부인이 바보라 그런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아니면 배라도 갈라서 확인한 뒤에 다시 꿰매 달라고 했단 말인가? 그냥 위안이 필요했을 뿐이지 않은가? 차라리 무속인을 찾았어야지.

뭐? 여하튼 틀리지 않았냐고? 허어, 상황을 짚어보세. 의원이 부인의 말을 듣고 확답을 했겠나? 정확한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아들일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라고 하지 않겠나? 아닐 수 있다고? 허허허,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게나, 의원에게서 이것은 무조건 완치될 수 있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설혹 나중에 완치가 됐더라도 말일세.

왜 그러냐고? 자네 몰랐나? 그건 바로...의원들의 아름다운 관습 때문일세. 가벼운 병일 경우 환자가 무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병이 좀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 더 치료를 하자고 말하고, 절망적인 환자에게는 나을 수도 있으니 역시 좀 더 치료하자고 희망의 말을 하지 않는가? 장사꾼이 손해 보고 판다는 말과 비슷한 경우지.

뭐? 장사꾼? 아 그야 고객은 줄 돈 다주고 사지만 싸게 산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나? 이 얼마나 좋은 행위인가. 서로가 다 아는 내용이면서 말일세. 물론 고객이 옆 가게에서 더 싸게 판다는 것을 모를 때 얘길세.

뭐? 당연히 환자도 마찬가지 기분이겠지. 커허험. 그러니 부인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아름다운 관습을 모르고 가지는 않았다는 것일세."


"그...럼 뭐가 죄란 말씀이신가요?"


"뭐가라니? 사람을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 당연히 부인이 죄인이지. 죄도 수두룩하고 말일세.

이해가 안 된다고? 그래, 그럼 좀 더 얘기해 보세. 집에 돌아간 부인은 걱정을 내려놓고 아들을 낳을 거라 큰 소리 치네. 온 가족은 같이 기뻐하며 부인을 여왕처럼 받들어 모시지. 근데 시간이 지나고 딸이 나왔으니 어떻게나? 그래, 분위기가 느껴지지. 그냥 몇몇 죄명만 살펴 보세나. 일단 불법 이동식 도박장 개설죄가 있네. 의원에게 찾아가서 한마디로 짝이냐 홀이냐를 선택하게 하였지. 그야말로 도박판을 벌린 것이네.

뭐? 그게 무슨 도박판이냐고? 확실치 않은 결과를 두고 돈이 오갔는데 그게 도박이 아니면 뭐가 도박인가? 그게 무엇으로 포장되어도 도박은 도박일세. 이경우도 고객에게 돈이 넘어갔잖은가. 야바위꾼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잘 될 걸세. 물론 이 경우 부인이 승부에 진 야바위꾼일세. 한사람을, 즉 의원을 도박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나 가족의 공금을 횡령하여 도박으로 날린 내용은 일단 논외로 하세나. 그리고 사기죄가 성립하네. 온 가족에게 확실치 않은 내용을 진실인 양 떠들었지. 그리고 근무태만죄가 있네.

뭔 얘기냐고? 여왕이 자기 옷을 직접 손 빨래 해서 입겠나? 그리고 남녀평등출산법 위반정도야 자네도 잘 알 것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미필적고의의 살인미수가 있네.

왜냐니? 만일 배속의 아이가 남아였고 의원에게서 여아라 들었다면...나머지야 말 안 해도 알겠지? 뭐, 그 외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만하도록 하세. 그러니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은 매우 큰 죄라는 것을 이해했는가? 커험."


"예...잘 알겠습니다..."


"그럼 자네가 오해하고 있는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죄이다 라는 내용을 한번 보세나. 아까 얘기했듯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경우는 죄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쓰면 안 되는 것일세. 그럼 예를 들어보기로 하세. 자네가 고도리를 즐기고 있다 치세.

잘 모른다고? 자네 고향이 장백산 자락이라고 했지. 현재 자네 고향쪽 일대에서 많이 즐긴다네. 거기 선인이 많지 않은가?

성산이니 그럴 거 같다고? 당연하겠지. 그것은 선인들이 놀이로 포장한 고귀한 행위였네. 원래 도박이 아니니 행위라 표현했네. 여하튼 동네마다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행한다 하지.

뭐라고? 근자에는 코쟁이들의 포까라는게 유행이라고? 이런이런 딱 들어봐도 승부는 그냥 운에 맞기고 그냥 결과를 보자는 저질 놀이구먼. 느낌이 대충 서너명 정도가 패를 돌린 뒤 까보자 하는 도박 아닌가? 패의 그림도 칼 같은 폭력적인 모양도 있고?

대충 맞다고? 당연하겠지. 이름에서 풍기는 기운이 느껴지는데. 고도리는 말일세, 상갓집에서조차 돌아가신 분께 높은 도를 성취하시고 가셨길 기리며 행할 정도며, 패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매우 높은 도리를 품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행위라고 할 수 있네.

고도리 외에 과연 어떤 놀이가 감히 상갓집에서 웃으며 행할 수가 있단 말인가? 또한 법칙을 보면 단순한 경쟁이 아닌 스스로를 희생해서 앞사람을 밀어주고 뒷사람을 끌어줄 수 있는, 또는 그 반대도 가능한 그야말로 작게는 한 가정의 부모 자식 간의 관계요 크게는 이세상속 삶의 축소판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영향으로 자네의 고향 일대에서는 길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면 도를 아느냐고 하는 것이 인사라 하네. 괜히 고도리라고 하는 줄 아는가?

뭐? 새들을 지칭한 저 왜구의 말일 수 있다고? 허허,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러면 꽃도 많으니 화패라고도 불릴 수 있겠구먼. 이름은 그 대상의 의미이며 그것을 접한 자들에게 영향을 준다네. 아까 포까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게 있다지 않았나? 그러므로 만약 그렇다면 이미 많은 돈들을 걸고 하는 도박이 되었을 거란 말일세. 또한 이게 왜구의 말이면 그놈들은 새들을 걸거나 닭도리탕 내기라도 즐긴단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건 선인들이 서로 도를 나눠주려고 만든 것이란 말일세. 온갖 조건을 만들어 서로 지려고 노력한다네. 그래야 나의 도를 조금이라도 더 나눠줄 것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모든 도를 다 나눠주고 일반인이 되어 노잣돈을 얻어 돌아가겠는가? 이런데도 설마 이것이 남의 것을 뺏기 위한 것이라고 하진 않겠지?

잘 들어보게. 이것은 말일세, 수십여장의 현기를 지닌 정식패와 일부러 도를 숨기기 위한 몇몇 추가패가 있다네.

왜 숨기냐고? 이건 일반 백성들의 패에만 있는 거라네. 도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네. 쉽게 얻는 것은 도가 될 수도 없고. 그러니 우매한 민초들이 도를 얻었다 착각하여 가정을 잊고 다들 산으로 들어간다 생각해 보게. 그러므로 추가패 역시 크나큰 뜻이 숨어있는 거라네.

그러나 고도리는 정말로 조화로운 것일세. 비록 일반 백성이 얻기 어려운 도일지라도 최소한의 느낌을 맛볼 수는 있게 해준다네. 바로 지극한 현기를 지닌 패중의 패,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쥘 수 있는 절대무쌍의 패 하나를 쥐어볼 수 있게 해준다네. 이 패에는 선인의 흐릿한 모습과 선기가 담겨있다네. 이 패를 쥔 자는 죽어도 편안할 것이다...라는 격언까지 있지. 어떤가? 하나의 패일 뿐인데 죽어서도 편하다니.

더한 공능도 있다네. 하늘의 태양이 네 개가 뜬다 해도 타죽지 않고, 몸의 피가 부족해도 다른 사람보다 최대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결정적으로 기사회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 이것이야 말로 천년묵은 장백산삼보다 훨씬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러니 어찌 사람들이 뒷산에 널린 산삼도 무시하고 고도리를 행하겠나? 어떤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뭐라고? 알겠네, 아니면 말게나. 여하튼 자네와 상대 둘만이 남아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순간이라 하세. 그런데 자네는 자의든 타의든 상대패의 결과를 알게 됐다 치세. 고도리로 생각하지 마세나, 그것은 이기는 것이 지는 것 아닌가. 상대는 자네에게 나는 뭐가 들어왔느니 하면서 벙가를 내뱉고 있네.

아, 벙가말인가? 벙은 상대가 벙어리처럼 말도 잊은 채 고민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하네. 가야 물론 더한다는 뜻이지. 그러니 더 이상 얻을 패가 없는 마지막 그 운명의 순간에 벙을 계속 더하는 행위를 하면은 일반적으로 그 벙가의 대상인 자는 의외로 쉽게 주눅이 드네.

뭐라고? 포까는 벙가로 시작해서 벙가로 끝난다고? 허허, 그놈들이 그렇지 뭐. 거기에 무슨 소도리라도 숨어있겠나? 여하튼, 그때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아 글쎄 모르는 거 안다네. 그냥 예일 뿐이라니까.

두통이 생기는 거 같다고? 알겠네, 그냥 쉽게 얘기하세. 자네가 상대 패를 승패를 가리기 전에 봤고, 자네가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지고 있었고, 자네가 상대 패를 못 봤으면 벙가에 당해 패배를 인정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고, 이러한 조건의 승패에서 결국 자네가 이겼네. 이 상황만이 자네가 궁금한 것이겠지.

커흠, 결론적으로 죄라는 것은 흑백논리로 가릴 수 없는 것이네. 그러므로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시 말하면 같은상황 다른판결 이라는 답이 나오네.

뭐? 그런게 어디 있냐고? 허허, 알겠네, 그럼 아주아주 쉽게, 수없이 많은 상황 중에 몇 가지 경우만 보고 넘어가도록 하세 만약 지금 현재 자네가 실제상황이면 자네는 죄인일세. 그러나 나이를 몇 살 더 먹은 뒤에 여우같은 부인과 토끼 같은 아들딸이 자네를 믿고, 아니 정확히는 자네의 수입을 믿으며 배를 곪고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결과는 또 다르네.

뭐? 그게 무죄의 경우냐고? 어떻게 무죄가 되나. 자네는 그저 조금 전보다 형이 작은 죄인일세.

왜냐고? 당연히 정상참작이란 게 있잖은가. 나중에 알게 되네.

뭐? 무죄는 없지 않으냐고? 허허 무죄가 없으면 여태 뭐하려고 이리 얘기했겠나? 보세나, 일단 자네의 행위를 누군가 안다는 경우에는 무조건 유죄라네.

뭐? 그자가 신고를 안 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그자가 신고를 안 해도 마찬가질세. 가족들 먹일 돈이 그놈 술값으로 더 나가게 되지 않겠나? 아마 두고두고 나갈 걸세. 그 경우는...가족에게 유죄가 되네. 해서 결론은 아무도 모르면 무죄가 되네. 그래, 오해가 풀렸는가?

그러나 양심에 가책이 남는다고? 그게 왜 여기서 나오나? 그건 법과는 엄연히 다른 문젤세.

엉? 그럼 가족 간에 무슨 유죄냐고? 흠흠, 그야 이후 이혼소송법 및 자녀 양육권 관련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겠지. 물론 대부분 유죄로 결과가 날 걸세. 크흠, 그러니 그냥 타의로 남의 것을 알지 말게. 걸리면 두 명 이상의 단체행위가 되어 가중처벌 된다네. 오직 자의로만 알고 나 외에 아무도 모르면 되네.

이런...하늘이 안다고? 허, 내 평생 하늘이 그런 판결을 내린 경우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네. 그야말로 우문현답일세.

뭐? 어떻게 우문현답이냐고? 그럼 뭐라고 해야 하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해야 한다고?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닌가? 우문현답은 말일세. 소가 문을 나가봤자 현재 있는 곳은 논답 뿐이다...라는 뜻이네. 참뜻은 당연한 얘기는 할 필요 없다. 혹은 결과가 뻔한 일을 무엇하러 하느냐...라는 뜻이네. 조금 전 자네가 얘기한 것이 그랬던 경우네. 커허험."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하늘이 천벌을 내릴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습니까?"


"내릴 것이다 와 내렸다는 전혀 다른 말일세. 자네의 말은 힘없는 자들의, 설혹 억울한 경우라도 말일세, 희망사항이겠지. 그거 한동네 사람들 얘기만 모아도 노래 한곡은 충분히 나올 걸세. 당장 우리 둘만 해도 몇 소절 나오겠구먼.

비단옷이 잘 어울리는 어른,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빵빵해진 소년... 어떤가? 현재 가능한 얘기인가? 그렇지, 그래서 희망사항일 뿐이지.

조화로운 하늘은 한쪽말만 듣곤 일방적으로 천벌을 내리시지 않는다네, 절대로.

뭐? 하늘 말고 사람들 세상에서는 어떠냐고? 허허허, 그 역시 우문현답 아닌가. 사람이란 있는 것도 없게 만들 수 있고, 없는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듣고 보는 하늘까지 어벙하게 만드는 게 가능한 종자라네.

응? 어벙은 또 뭐냐고? 허허 거참, 학구열이 넘치는구먼. 그래 알겠네. 일단 어벙의 벙은 벙카의 벙과 같다고 보면 된다네.

그럼 모든 벙이 다 그거냐고? 허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말이나 문자는 그 쓰임의 전체를 알고 깊이 이해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네. 생각해 보세. 니발과 내발이라고 할 때 이 발이라는 문자는 같은 뜻인가? 다른 뜻인가?

뭐라고? 같지 않냐고? 허허허허허, 그건 좀 아닌 것 같구먼, 너무나 상식적인 수준 아닌가. 그럼 지금 자네가 내발의 발로 저기 문까지 갔다 와보게.

왜 못하나? 내발의 발이 니발의 발과 같다며? 허허허 어떤가? 이렇듯 쉽게 같은 문자라도 상황에 따라서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겠지?

어허, 아직도? 그래 좋네. 그러면 니발의 발이 필요하니 내게 주게. 내발의 발이 피곤하니 니발의 발을 써야겠네. 어차피 니발의 발이 내발의 발 아닌가?. 빨리 주게.

어허, 니발의 발만 내발의 발인데 왜 니 까지 다 주려고 하는가?

뭐라고? 이해했으니 다른 발로 하자고? 허허, 그러세. 이제야 이해한 모양이구먼.

그럼 다시 얘기해 보세. 여기서의 벙은 벙가의 벙과 같은 벙이네. 그러면 어는 무엇이겠는가? 그래 쉽다네. 어어어어 하고 소리날 때의 그 어라네. 어이없다거나 눈에 보면서도 어찌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어어어어 하지 않느냐?

그럼 어벙이란 무슨 뜻이 되겠느냐? 그렇지 보이는데 어찌하지 못하면서 한순간 고민에 빠진다는 상황이란 뜻이지. 하늘도 어벙하게 만드는 게 사람이라. 재미있지 않나?

뭐? 자네 지금 어벙해진 것 같다고. 허허허허허."


"......"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직업엔 귀천이 없다 라는 얘기를 정리해 보세. 이것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가벼운 진실은...나는 하기 싫으니 네가 해라...라는 뜻이네. 물론 많은 뜻이 더 있지.

뭐? 왜 그런 뜻이냐고? 허허허 앞으로 많은 대화를 하며 같이 연구해 보세."


(그때가 그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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