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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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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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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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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3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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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 5

DUMMY

-약 6개월 후-


“아저씨. 저희 왔어요.”

“오랜만이구나. 학교는 어떻게 하고 낮에 왔냐?”

“힝. 방학한다고 먼저 얘기했는데 잊어버렸나봐.”

“그랬구나. 그럼 좀 놀고 그러지 뭐 하러 여기까지 오고 그러냐?”

“이제는 말을 잘 하시네요. 우리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시나 봐요.”

“필요하면 해야지.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래도 너무 심하신 거 같아요. 하루 종일 컴하고 붙어 지내시는 거 같네요. 요즘도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으세요?”

“히힛. 그럼 매달 나오는 생활비는 다 모았겠네. 오늘 맛있는 거 먹어. 아저씨.”

“지금 돌아다녀봐야 내 마음에 혼돈만 늘 거 같구나. 아직은 자료를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밖의 생활도 보고 느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잖아요.”

“조만간 그럴 생각이다. 헌데, 백문도 중요하단다. 특히나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은 더욱 더 그렇지.”

“힝. 옛 말씀이 그냥 있는 게 아니라고요. 다 이유가 있어서 아직도 쓰는 거예요.”

“그래, 그냥 있는 게 아니지. 그게 맞다.”

“뭔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말씀 같네요?

“특별하게 생각할 거 없단다. 단지 모든 것은 그 뜻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뿐이지.”

“힝. 역시 이상한 아저씨야.”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저씨. 오늘 저희랑 같이 문화생활을 좀 하시는 건 어떠세요? 아시다시피 저희도 방학기간이 아니면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이번에 예술회관에서 전래동화 연극이 있어요. 예매 해놨으니 같이 가세요.”

“히힛. 조장 언니도 가기로 했어요. 모처럼 시간이 된다고 해서요. 잘했죠?”

“관심 없다.”

“아저씨.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서 이런 문화공연은 자주 접하기 힘들거든요. 예술을 하는 사람 자체가 적다고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기회가 없다고요.”

“힝. 같이 가면 좋은데.”

“허, 너희 또래끼리 놀기도 바쁠 건데 뭣 하러 나하고 가려고 하니?”

“아니, 우리는 같이 사선을 넘어온 끈끈한 사이 아닌가요? 두 달간의 목숨을 건 치열한 사투 끝에 지옥을 탈출한...물론 사투는 아저씨가 다 하신거지만.”

“목숨 건 사투 한 적 없다. 그리고 어디 가서 절대 그런 얘기 하지마라.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혹시 쓸데없이 떠들고 다닌 건 아니겠지?”

“힝. 얘기해봐야 믿는 사람도 없는데요 뭐.”

“조장 누나한테 헬기에서 잠깐 얘기 했는데 웃고 말았잖아요. 집에서 얘기한 거 말고 떠든 적 없어요.”

“힝. 집에서도 안 믿어.”

“잘했다. 앞으로도 부탁하마.”

“예. 그러니 저희 부탁도 들어주세요. 오늘 같이 나가요.”

“딜이냐? 그래 할 수 없군. 모처럼 하루 쉬어볼까.”




“와앙. 언니 오래간만이야. 휴가는 며칠간이야?”

“오랜만이구나 꼬맹이들. 모처럼 일주일 휴가란다. 거기 아저씨도 잘 지냈어요?”

“잘 지내고 있소. 그리고 아저씨는 얘들이 부르는 호칭일 텐데.”

“친하지 않으면 아저씨지 그럼 오빠라도 된다는 거 에요?”

“우리 둘 나이를 보면 그게 합당하다고 생각되오 만.”

“흥, 나보다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웬 오빠?”

“조장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그러는 거요?”

“숙녀 나이는 비밀이라고요. 그리고 아직 이십대니 그리 아세요.”

“사소한 거짓이 나중에 큰 풍파를 일으킨다오. 진짜 나이는?”

“진짜는요?”

“힝. 진짜는 언니?”

“이익. 그래 서른둘이다 됐냐? 이래도 내가 오빠라고 해야 하냐?”

“내가 삼십대 중반이 넘었으니(시간이동? 은 빼고) 오빠 맞소.”

“헉.”

“히잉.”

“엥. 무슨 삼십대 중반. 얼굴은 이십대 중반도 안 돼 보이는데. 이봐요. 국적 취득할 때 25세로 등록했잖아요? 왠 삼십대?”

“별 의미가 없었소. 그때 다들 판단하던 나이로 그냥 처리한 거요. 그런 걸로 다툴 일이 뭐 있겠소.”

“그럼 진짜 삼십대?”

“(열 살 전후에 마을을 떠나 본교에서 잡일 5년, 이후 어르신께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아 십여 년 지냈고, 홀로남아 수련...생활한 게 10년이 넘으니) 삼십대 중반은 확실히 넘었소.”

“이봐요. 진짜든 가짜든...그냥 아저씨로 해요. 오빠노릇 하려고 하지 말고. 흥, 이름도 가짜겠네.”

“저, 누나. 그만하시고 연극 보러 가요. 시간 다 돼가요.”

“그럴까? 몇 년 만에 공연을 보는구나. 기대되는데. 호호.”




“자, 우리 꼬맹이들 많이 먹어라. 오늘 내가 쏘마.”

“예. 잘 먹겠습니다. 근데 너무 고급으로 온 것 아니에요. 조금 비싸 보이는데?”

“호호, 괜찮아. 부수입...휴가비가 좀 나왔단다.”

“히힛. 연극에 맛있는 저녁에 넘 행복해.”

“그래, 재미있었지?”

“응, 심봉사가 심청이 만나서 눈뜰 때는 나도 눈물이 막 나왔어. 역시 착한 사람이 복 받아야 돼. 나처럼. 히힛.”

“아저씨는요? 이런 공연은 처음이시죠? 볼만했나요?”

“글쎄다.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구나.”

“그리고 인생이 바뀔 것 같고 뭐 그런 거요?”

“흥. 시골 나무꾼 아저씨가 이런 감동적인 공연을 알기나 할까?”

“글쎄. 이게 심청전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거와는 좀 다른 것 같구나.”

“예? 뭐가요?”

“그래, 너희는 이 공연이 뭘 뜻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글쎄요? 세월이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는 거? 특히 효도라는 게 세월이 갈수록 퇴색한다 해도 그 근본은 변치 않는, 아니 변치 않아야 된다는 교훈 아닐까요?”

“처녀 몸값이 쌀 삼백가마니는 한다...히힛.”

“뭘 뜻하기는? 그냥 좋은 내용이고 재밌으면 되는 거지. 흥”

“그나마 막내가 조금 낫구나.”

“......”

“......”

“히힛. 제가 원래 똑똑해요.”

“그래, 그렇구나. 그렇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려무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란다.”

“이봐요 아저씨. 애한테 웬 이상한 소리 하고 그래요? 뭐가 낫다는 거예요?”

“널 무시하는구나. 네가 이해해라. 원래 똑똑하면 질시를 많이 받는단다.”

“괜찮아요. 학교에서도 애들이 많이 그래요. 헤헤.”

“이익...아.저.씨. 그럼 여기에 무슨 뜻이 있다고 그런 건지 얘기 좀 해보실까요.”

“흥분하지 말고 식사먼저 합시다. 대화란 마음을 열고 해야 하는 거요. 지금같이 공격적인 자세는 대화가 아니고 싸움을 하자는 것이니.”

“그래요 누나. 음식 식기 전에 드세요. 식사 후에 말씀을 들어보면 되잖아요.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싸울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아저씨, 저도 궁금하니 이따가 얘기 좀 해주세요.”

“그리 궁금해 할 정도는 아니다만...그러도록 하자꾸나.”




“일단 이 내용은 효에 관한 것이 아니란다.”

“예? 그럼요? 전래동화는 대부분 효나 권선징악 뭐 이런 거 아닌가요? 심청이의 아버지를 향한 효가 맞을 거 같은데요?”

“정정을 좀 하고 얘기를 해야겠구나. 전래동화라고 포장을 하지만 동화는 아니다. 그저 어린이도 보게끔 일부 변형이 된 듯한데, 전체가 다 바뀔 수는 없는 법이지. 다 바뀐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럼 여기에 다른 내용이 있다는 건가요?”

“다른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의 내용이 동화로 포장된 것이라고 봐야겠지. 그동안 여러 자료를 봤다만, 전래동화라는 건 대부분 어른들 얘기를 조금씩 각색해서 애들 용으로 만든 듯하구나.”

“흥. 이 아저씨 이상한 말을 하네. 아무리 자료들이 많이 소실 됐다고 해도 그런 얘기는 첨 듣는데...”

“듣기 싫다면 그만하겠소. 나에게도 크게 도움 될 상황이 아니니.”

“뭐에욧. 말을 꺼냈으면 끝을 봐야지.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는.”

“힝. 언니 땜에 그러잖아.”

“말씀하세요. 그냥 편하게 들을게요.”

“그래? 그럼, 얘기를 할 테니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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