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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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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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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05
추천수 :
30
글자수 :
296,257

작성
12.08.01 22:45
조회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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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개성 - 9

DUMMY

“우리 왕따는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니?”

“히히. 당연하지, 내가 괜히 왕따겠어? 나무꾼이 선녀들 목욕할 때 날개옷 하나를 감추고, 하늘로 못 올라간 선녀와 결혼해서 애들을 둘이나 낳고 살았어. 근데 바보 같은 나무꾼이 선녀 옷을 보여주자 선녀는 얘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대.”

“그래, 오히려 쓸데없는 부분들이 없으니 듣기가 훨씬 좋구나. 역시 우리 왕따는 세상을 꿰뚫어 보는 재능이 있는 거 같구나.”

“헤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심청이보다 재능이 많은 것 같아. 재능교육을 받아야 할까?”


“아저씨. 그런데 쓸데없는 부분이라뇨?”

“무슨 나무꾼이 쫓기는 사슴을 숨겨주고, 사슴이 은혜를 갚는다며 선녀가 목욕하는 곳을 일러준다니, 이런 저런 작전 성공 후 같이 살 때는 애들을 셋 날 때까지는 숨긴 옷을 보여주면 안된다느니, 선녀와 아이들이 떠난 뒤에는 나무꾼이 하늘에서 물 퍼 올리는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다시 선녀와 아이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다느니...하는 얘기들 말이지.”

“그게 쓸데없는 부분인가요?”

“왜 아니겠냐?”

“순박한 나무꾼과 은혜를 갚는 사슴, 그래서 나무꾼은 예쁜 선녀를 얻고...결국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잖아요. 해피앤딩 아닌가요?”

“허어. 이런, 간단히 선녀만 봐라. 그녀가 나무꾼하고 결혼하고 싶어 했었냐? 그리고 이 얘기 그대로 보자면 사슴도 아주 나쁜 놈이다. 물론 진짜 이야기의 나무꾼 보다야 덜한 수준이지만.”

“사슴이 나쁘다고요? 그리고 진짜 이야기의 나무꾼은 더 나쁜 인간이고요?”

“그렇다. 상당히 질이 안 좋은 범죄자라고 할 수 있다.”

“흥. 또 엉뚱한 얘기 하려고 하네. 장가도 못간 착한 나무꾼이 왠 범죄자?”


“좀 전의 부분들은 이제 너희도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아이들에게나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나마 있는 그대로 내용을 살펴보자면...이 나쁜 사슴 놈은 왜 선녀들이 목욕하는 데를 알려준다는 것이냐? 그것도 단.체.로. 하는 곳을 말이다. 변태라도 된다는 말이냐? 더군다나 도둑질을 하라고 부추기다니? 근세의 자료로 바꿔서 보면 명확하지 않느냐? 공중목욕탕인지 사우난지 있더구나. 여럿이 목욕을 하는 곳이던데, 이곳에서 여자 옷을 훔친 뒤에 옷주인을 협박하라고 하는 얘기 아니냐? 차라리 영약이 있는 곳이나 알려주었으면 부자가 되어 예쁜 여자 얻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 두 범죄자(사슴이 있으니 범죄물이라고 해도 되겠구나)의 공모로 시작한 이 강.요.된. 결혼생활은 부인이(유부녀지) 애들 둘을 낳고 나서도 옷을 보자마자 애들과 같이 한.순.간.에 가출...도망가 버리지 않느냐? 이런 사이가 어떻게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서 다시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는 것이지?”


“흥.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멋진 노래도 있다고요. 또 하늘나라가 그리워서 그랬겠지.”

“그 노래는 앞에 다른 사람을 이란 부분이 생략된 거요. 선녀쯤 되는 수준의 여자가 가난한 나무꾼에게 시집가고 싶었겠소. 조장은 어떻소? 나는 사람만 좋으면 된다 어쩐다 하지 말고 솔직히 얘기해봅시다.”

“흥. 나는 독신주의자라고요.”

“그렇소? 이상하군. 알겠소. 여하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수준에 맞는 짝을 찾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잖소? 그리고 이 이야기를 그대로 보면 이건 일종의 감금 협박 폭행과 비슷한 것이지. 애들을 많이 낳고 억지로나마 미운 정이라도 들 때까지는 옷을...상대의 약점을 잡고 있으라는 얘기잖소.”


“이봐요. 그건 둘까지는 한손에 한명씩 안고 날아갈 수 있으니 셋은 낳아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쳇.”

“허, 이보시오 조장. 그게 그 얘기요. 그리고 말이요, 조장이 작전 나가서 사람들을 구출할 때, 예를 들어 무너지기 직전 건물에서 아이들이 여럿 남았는데, 조장은 손이 둘뿐이라 둘만 안고 가버리오? 서넛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소?”

“그...그게. 흥, 그건 날개옷의 성능 때문이라고요. 애들 셋을 데리고는 못 난다고요.”

“그럼 그 성능이 수량 기준이오? 무게 기준이오?”

“흥.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하여튼 셋 이상은 안된다고요.”

“그럼 애들이 잘 먹고 자라서 덩치가 커도 그렇단 말이요? 아이들의 몸무게가 보통아이의 두 배가 되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요?”

“몰라욧. 둘이든 셋이든 내가 어떻게 알아요. 쳇.”


“우리 왕따는 어떻게 생각하지? 애들 셋 이상은 같이 못 올라갈까?”

“헹. 엄마면 자식이 열이라도 어떻게든 안고 이고 가려고 하겠지. 엄마는 그런 거잖아.”

“그래그래, 왕따가 아니고 조만간 황따라고 해야겠구나. 애들이 황후처럼 따르겠어.”

“히힛. 황후...”

“그래, 여하튼 그래서 애를 셋을 낳을 때 까지 옷을 숨겨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지. 그러니 이 쓸데없는 부분들은 역시나 아이들을 위해 추가된 부분이라 봐야겠지.”


“아저씨. 그럼 이 얘기도 원래는 다른 얘기란 말씀이세요?”

“물고기...”

“예...제가 쓸데없이 꿰매고 있군요...”

“일단 이 시점에서 현재 심청이의 수준을 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제일 먼저 상황파악이 빠르다는 것은 선천적인 능력으로 하늘나라에 가기 전부터 알 수가 있었지. 그리고 세상의 경험 부분은 이때 최소한 간접적으로나마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왜냐고? 아까 얘기 했듯이 여러 선녀들의 온갖 경험담을 듣고 자랐을 테니 그렇지. 그것도 오랜 시간 동안 말이다. 물론 본인의 직접적인 경험도 어느 정도는 쌓였다고 보는 게 맞겠지. 오빠의 경우에서 알듯이 심청이 역시 자두정도는 먹었을 것이고, 어린나이에서 십대 중반의 모습으로 심봉사를 만나게 되니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하늘나라에서 보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 경험과 어느 정도 똑똑한 머리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


“똑똑한 게 아니고 어느 정도 똑똑한 건가요?”

“나무꾼 이야기를 보면 아주 똑똑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구나. 그러니 그 정도라고 생각한 거다. 여하튼 그러면 심청이에 대해 확인 안된 게 뭐가 남았지?”

“히힛. 얼굴이 엄청 예쁜 거. 거의 나랑 비슷할 거야. 내가 쬐꼼 더 낫겠지만.”

“예. 그리고 배포가 있다고 하셨어요.”

“그렇구나, 그 두 가지는 이후의 얘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힝. 궁금해, 빨리 얘기해줘. 황따 돼야 해.”

“그래, 그런데 조금 늦은 거 아니냐? 집에 돌아갈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몰라 몰라. 지금가면 궁금해서 잠 못 잔다고. 히잉.”

“알았다. 그럼 이 얘기까지만 하고 가기로 하자꾸나.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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