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1,504
추천수 :
30
글자수 :
296,257

작성
12.08.04 16:49
조회
522
추천
0
글자
19쪽

개성 - 15

DUMMY

“그런데 아저씨. 이 범죄자가 딜을 거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되는데?”

“왠지 조금 전 아저씨 말씀이 조금 의문이 드는데요?”

“우등생 역시 뭔가 궁금한 게 있구나. 그래, 일단 내가 뭐라고 말했었지?”

“그러니까...너의 옷은 내가 숨겨놨으니 옷을 돌려받고 싶으면 너는 나의 무서운 외로움을 달래줘라 하면서 뭔가를 달래지...바로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고 하셨지요.”

“역시나 기억력이 훌륭하구나. 근데 거기서 뭐가 의문이 든다는 것이냐?”

“지금 심청이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런데 아저씨 말씀대로라면 이 범죄자는 머리가 매우 좋은 자인데 뭘 달랬던 거지요? 무슨 귀걸이나 반지라도 있었던 건가요?”


“갑자기 웬 귀걸이, 반지 얘기냐? 설혹 있었다 해도 이 범죄자가...배팅한 물건은 선녀 옷이다. 가치의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 이 딜이라는 것은 서로가 필요한 것이 있어야 성립이 되는 것이란다. 그것도 서로의 요구 수준이 비슷해야 하는 것이고 말이지. 예를 들어 아까 오누이 얘기를 보자면, 호랑이와 어머니는 떡과 목숨을 가지고 딜을 하지. 호랑이의 요구인 떡 한조각이야 쉽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굶주렸기에 자기의 목숨과 관련될 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어머니 또한 자신과 아이들의 목숨이 달린 것이니 거래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 시점에 아이들은 무슨 관계냐는 단순한 질문은 하지 않겠지? 그래, 배고픔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하지 않더냐. 그러나 만약 어머니가 떡이 없었다면 호랑이하고 딜이 됐었을까? 아마도 첫 고개에서 어머니는 잡아먹히고 여러 고개 넘어서 살고 있던 오누이는 호랑이와 만나지 않았겠지. 그러면 이야기의 제목은 힘들지만 꾿꾿히 인생을 살아가는 굳세어라 오누이나 배고픔 끝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슬픈 그림 같은 아귀가 된 오누이 정도로 되었을 거다. 그럴 경우 이것은 전혀 다른 얘기로 흘러버리게 되니 이 시점에 그 머리 좋은 범죄자의 행동은 이유가 있었겠지.”


“그게...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먼저 상황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이 딜이 시작될 때의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게...남자와 여자사이의 딜이다. 남자는 무서운 외로움을 해결해 주길 원한다. 여자는 물질적으로 가진 게 없다. 남자는 돈도 많고 여자의 약점도 잡고 있다...네요.”

“그렇군. 정리가 역시 우등생답구나. 그럼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이 범죄자가 자기 목숨까지 걸고 뭔가를 달래는 것은?”

“......”

“......”

“.....!”

“조장은 뭔가 알고 있소?”

“크흠. 알긴 몰 알아요? 쳇.”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구려. 호흡과 얼굴색의 변화가 심해지는 것을 보니.”

“더워서 그런 거라고요. 무슨 생각을 한다고...흥.”

“그렇소? 거참, 냉난방은 적당한데 더워하다니...여자치고는 열양공 계열의 공부를 하기 좋은 체질이구려. 그럼 더워하시구려. 그럼 우리는 이 답을 위해서 자료들을 참고하기로 하자. 결국 비슷한 상황을 찾다보면 답을 구할 수 있는 거지. 남녀사이의 딜이 많은 자료로는 역시나 이천년 전후의 동영상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의...카테고리로 구분된 좋은 자료들이 있지. 바로 드라마라는 카테고리지. 단지 아쉽게도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시작과 중간부분이 없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더구나. 그러나 이 자료들이야말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훌륭한 역사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마지막 부분만이 대부분인 이 드라마 카테고리의 자료들은 편의상 막.장.드라마라고 부르기로 하자. 예전에도 비슷하게 표현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니 말이지.”


“흥. 그 막장은 그런 뜻이 아니고 막나간다는 뜻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요.”

“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소중한 자료를 그렇게 평가절하하면 안 되는 거요. 그 당시 이 드라마 영상들의 인기가 엄청났다고 하던데 일상을 심도있게 함.축.하고 비.틀.어 놓은 이 자료가 조장 말 대로면 한국사회가 그 당시 개판 오분후 였다는 얘기요? 전 국민이 다 막나가는 거잖소? 내가 아직 많은 자료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만큼 조화가 넘쳐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나라는 거의 못 봤소. 그러니 쉽게 듣고 쉽게 얘기하면 안 되는 것이오. 그래 조장의 뜻은...자 운명 교향곡 막장 연습하자 라는 게 마지막장을 연습하자가 아니고, 자 운명 교향곡 막장 연습해보자. 피아노 맘대로 치고, 바이올린 따로 놀고, 그렇지 그거야. 어라? 야 임마 거기 첼로, 너는 왜 바이올린과 화음을 맞추고 있는 거냐. 죽고 싶냐? 라는 뜻이요?”

“......흥.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럼...할 수 없이 조장 수준에 맞춰서 가능하면 보이는 대로 막장드라마를 보기로 하자. 자, 여러 군데에서 돈 많은 남자가 돈 없는 여자에게 자주 딜을 건다. 그리고 지금의 심청이와 비슷하게 가진 게 없는 여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지. 아니 정정해야겠구나. 대부분 최.초.의 반응이 비슷하단다. 나중에 가면 조금씩 변화를 하니까. 여하튼 몇 가지 반응이 나오는데 너희들 보기에 이 상황에는 어떤 반응이 제일 맞는 것 같으냐?”

“우웅. 그냥 무시해.”

“욕을 하고 가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은데요. 통계적으로는 이방법이...”

“쳇. 역시 따귀를 올려붙이는 게 젤 시원해.”

“오늘 근처에 쥐들이 전멸했겠군. 그래, 대부분 그 세 가지 범주에 들어간다. 그럼 이 상황들을 심청이에게 적용해보면 답을 구할 수 있겠구나.”

“우웅. 웬 쥐?”

“조장의 경우가 제일 근사치라는 얘기지. 먼저 우리 왕따의 경우를 보자. 예쁜 왕따는 불쾌한 마음을 접고 상대를 무시한다.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선녀 옷이 상대의 수중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등생의 경우 역시 나쁘지 않다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는 않겠구나. 상대가 욕 몇 마디에 물러설 거면 나서지도 않았겠지.”

“으응. 그럼 심청이가 따귀를 때려?”

“그보다 더 심하지...”

“그럼 주먹질이라도 하나요? 아저씨.”

“흥. 그런 놈은 그냥 한방에...보내버려야해.”

“허어, 이제는 고양이까지 수난이구나.”

“헤엥. 뭔 얘기야?”

“쥐가 전멸했으니 고양이라도 밟히겠지. 그렇다. 절대 약하지 않은 심청이는 범죄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강력한 공격을 시작하지.”


“아니, 사람말도 안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좀 이상한 것 아닌가요?”

“그럴 수 있다. 특히나 남녀사이에는 말이지. 예전에 사례를 보면, 어두운 골목길에서 여자가 뒤따라오는 남자를 의식하며 집으로 향한다. 어떤 여자는 이유 없이 뛰어서 가버리고 어떤 여자는 괜히 전화기로 통화하는 척 하면서 가기도 하고 어떤 여자는 비명을 지르기도 하더구나.”

“강도가 쫒아오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 이 옆집 남자는 이웃에 산지 5년이나 지났지만 얼굴을 봐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웃에게 말도 못 붙이고 자기 갈길 만 가는 것이지.”

“흥. 설마.”

“눈요괴가 사람 잡소. 다른 자료도 많지. 과거 출근길, 사람이 꽉 찬 지하철...에서 한 남자는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온 힘을 다해 앞의 여자와 붙지 않으려 노력하오. 마치 목숨을 건 사투처럼. 그러나 여자는 별 힘들이지 않고 전후좌우의 쿠션을 애용하지. 그러다 우연히 뒷사람...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비명을 지르지. 그리고 더운땀을 엄청 흘리며 고생하던 이 남자는 말도 못한 채 가볍게는 따귀를 얻어맞거나 심하면 어디론가 끌려가서 이번에는 식은땀을 어마어마하게 흘리게 되지.”

“뭔가 불쾌한 접촉이 있었나보죠?”

“얼굴을 봤다고 했잖니? 그 뭐라고 했더라...그래, 연예인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여자는 전좌우의 쿠션은 버리고 후쿠션만 애용하지 않았을까? 그저 부모가 주신 얼굴이 조금 험하게 생겼다고, 그저 친구들과 가볍게 칼장난하다가 얼굴에 흉터가 길게 생겼을 뿐이라 해도 이 남자는 날벼락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지.”

“쳇. 실제 강도나 그런 추행범이 많았다고요.”

“누가 없다고 했소. 그러나 그런 자들이 많겠소? 정상적인 자들이 많겠소? 조화와 인정이 넘치던 이 나라에 무슨 그렇게 강도와 변태가 많았겠소? 그러나 강도건 이웃이건 여자의 대응은 최소한...최.초.에는 비슷하지.”


“우웅. 그래서. 범죄자는 어떻게 해?”

“이미 얘기했지 않았니? 아까...외로움을 달래줘라 하면서 뭔가를 달래지...바로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고 했잖니. 범죄자의 외로움을 달래줘라 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청이의 강력한 공격을 받은 이 똑똑한 범죄자는 자신의 딜이 실패했음을 한순간에 깨달고는(상대가 원하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지) 바로 심청이를 달래는 것이지. 그것도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서 오고가는 상황으로 변했으니 어떻겠니? 목숨 걸고 심청이를 달래야하는 거겠지. 대략...아 아니 이보시오 그게 아니고,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으아악 때린데 또 때리지 맙시다...라는 말도 꺼낼 사이가 없었겠지. 그리고 심청이의 입장을 보자.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했지. 그때 무슨 반성을 하고 있었을까? 심청이 입장에서는 오히려 어마어마한 짜증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겠지. 그 상황에 범죄자가 떡 하니 나타나서 옷이 어쩌고 헛소리를 하니 어떻게 했겠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순간에 감을 잡은 심청이는 바로...죽기 일보직전까지 그놈을 패버린거지. 여기서 우리는 심청이의 성격 중 마지막 배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런데 그...달래는 게 그거란 얘기였어요?”

“그럼 나를 죽도록 패고 있는 화난 상대를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달래야지 욕하겠소? 사람이란 다 자기 목숨이 최고라고 하지 않소? 무슨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닌 것이지. 그런데...좀 전에도 그렇더니, 조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요? 역시 이상한 생각한건 아니요? 얘들도 있는데 그러면 못쓰오. 다 큰 어른이. 쯧쯧.”

“크으으윽...”

“으응. 그런데 왜 배포가 있는 거야? 상황판단은 이해가 되는데?”

“심청이는 한마디로 분노에 휩싸여 고민 중에 있었지. 앞날에 대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분노가 가라앉았으면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답을 내지 않았을까? 바로...그래 내 행동도 뭔가 문제가 있었겠구나. 하늘나라에 돌아가서는 앞으로 더 적응을 잘하기 위해 신경 써야 되겠다...는 정도.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 분노의 원인이 된 놈이 떡 하니 눈앞에 나타나서는 딜을 그것도 선녀 옷을 가지고 헛소리를 하니, 그 찰라의 순간 배포 있게 미래를 결정한 것이지...젠장. 하늘나라가 뭐 대단하다고. 다 필요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무슨 미래가 두려울까? 그깐 선녀 옷 이제는 필요 없다...라고 하면서.”

“우웅. 그게 배포 있는 거야?”

“사람에겐 불확실한 미래 역시 배고픔만큼이나 무섭고도 두려운 것이지. 우리 왕따가 그때 고립돼서 사과하나 없었다면 어땠을까? 구출도 될지 안될지 알 수 없고 말이지?”

“히잉. 무서워. 구해줘.”

“그래, 그러니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한순간에 결정해 버렸으니 어찌 배포가 없다 하겠니? 그러니 확실히 배포가 있다고 해야지.”


“아저씨. 이 범죄자는 매우 똑똑한 자라고 하셨잖아요? 이런 상황을 예측 못했던 걸까요?”

“흠. 이놈은 운이 없었던 것이지. 만약 심청이가 아니었으면 어떤 식으로든 딜은 성립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태어난 선녀들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을 테니 말이지. 그러나 심청이는 지상에서 태어난 준.선.녀.란 걸 이자가 알 수는 없었던 거지.”

“그럼. 그 범죄자는 어떻게 됐나요?”

“죽었다.”

“......”

“......”

“어. 그게...죽기 일보직전까지 팼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선녀 옷이 어디 있는지 고문...물어보고 했지 않을까요?”

“일단, 여기서도 심청이가 어느 정도만 똑똑하다고 한 것이 드러나지. 말대로 조금 덜 팼어야 되는 것인데 너무 많이 팼단다. 지상에서의 미래를 살기로 결정했다 해도 본능적으로...네놈이 짧은 시간에 숨겨봐야 어디 숨겼겠냐. 금방 찾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머리 한쪽에 있었겠지. 물론 물어볼 생각조차 없었다고 봐야하는 거지. 그러나 이후에 결국은 옷은 찾지 못했지. 물론 범죄자의 돈 정도는 찾아서 지상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니 머리 좋은 범죄자 정도의 수준은 안되고 적당히 똑똑한 것이지.”

“그럼...범죄자는?”

“죽었다고 했잖으냐?”

“죽였다와 죽기 일보직전까지 팼다는 건 다른 것 아닌가요?”

“허, 이거 어르신 생각이 갑자기 나는구나. 그래 틀림없이 다른 얘기다. 그러나 내가 그때 이 범죄자가 죽었다고 하지는 않았구나. 심청이가 일대를 뒤진 후 이놈 집을 찾아 나설 때쯤 죽어있었을 거다.”

“......”


“죽기 일보직전이다...란 말이다. 죽음은 정해져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잠시 숨 몇 번 더 쉴 수 있는 시간만이 남아있는 상태지. 말 그대로 한걸음 앞에 죽음이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 오보추혼독이니 칠보단혼산이니 하는 치사한 독극물들이 판을 쳤었다. 몰래 상대에게 독을 쓰는 것이지. 그러면 말 그대로 상대는 다섯 걸음 후 백은 혼을 쫓아가고, 일곱 걸음 후 혼이 잘리는...한마디로 이승과 이별하는 것들이지. 비록 치사한 것들이지만 그 내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것이지. 그러니 오보도 칠보도 아닌 일보 앞에 죽음이 있으니 어찌 살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러니 심청이가 고문을 하려 했으면 최소한...죽기 십보직전쯤 까지 팼어야 하겠지.”

“그...러나 죽음 앞에서 살아났다 라거나 죽기 일보직전에 살았다 라는 말들을 하잖아요?”

“흠. 그러니 기적이라고 하잖니. 기적적인 생환이 어쩌고 하면서 말이다. 그 외에 무슨 답이 있을까? 그러니 이 외로움에 떨던 범죄자는 확실히 죽은 것이다.”

“......”


“이제 너희도 어느 정도 앞뒤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간단히 정리하고 오늘은 그만하도록 하자. 그전에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무슨 연못에 도끼를 빠트린 나무꾼이 그놈 아니냐, 우렁각시가 심청이는 아니냐는 등 밑도 끝도 없는 얘기는 하지 말기 바란다. 너희가 확실히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면, 아니 앞뒤가 맞는 명확한 내용이라면 내가 진지하게 듣겠다만, 근거 없이 대충 얘기하지는 말거라.”

“흥. 지금까지 얘기는 뭐 대단한 근거가 있다고...”

“(역시 무시하고) 여하튼 심청이는 지상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한동안은 범죄자의 돈으로 편안할 수 있었으나 세월이 갈수록 현실에 대해서 좀 더 명확히 깨달게 되지. 아무래도 간접경험이 더 많은 상태였으니 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현실이란 것은 돈이 필요한 것이지. 그리고 그 돈이란 것은 자기가 원하는 생활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덩달아 많이 필요해 지지. 또한 돈이란 건 풍족하게 가지고 있다 해도 더욱 더 모으고 싶게 만드는 매우 특수한 능력이 있지. 여기 조장을 보면 조금은 느낄 수 있겠구나.”

“쳇.”


“심청이의 경우 어려서는 가난했지만 그나마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굶지는 않고 지냈고, 하늘나라에서야 그야말로 돈 걱정 없이 지냈을 거다(쓸 일이 있었겠니?). 그리고 다시 지상의 생활에서는 상당기간 범죄자의 돈으로 지낼 수 있었겠지. 그러나 심청이는 줄어가는 불로소득을 보며 생각을 많이 했을 거다. 바로...이제 믿을 것은 나 자신 뿐이다. 어릴 때처럼 가난하게 사는 건 죽어도 싫다. 하늘나라의 수준으로 살 수는 없다하여도 즐겁고 풍족하게는 살아야겠다.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하겠다. 그것도 많이...라고 말이지. 너희가 이해할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이란 한번 어느 위치로 올라가면, 그것이 돈, 권력, 명예 등 무엇이라도, 다시는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그럴 조짐이 보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사이좋던 가족과 이웃까지도 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더러운 권모술수가 많은 것이란다. 많은 자료에 나와 있으니 차후에 보도록 해라. 참고로 그런 자들의 공.적.인 얘기일수록 절대 있는 그대로 듣지 말거라. 잘 모르겠으면 그냥 쉽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대로 큰 오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했다.) 라고 하면 (뻥치고 있는 거 알고 있지?) 정도로 말이지. 그러니 심청이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히잉. 그럼 사적으로는?”

“위치에 비례한단다.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사적인 대화나마 조금은 믿어줘야지. 그것도 문제라면 세상살이가 슬프잖니.”


“심청이는 이후 남은 돈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사업 경험을 조금씩 익혀갔을 것이고 무슨 사업이 돈이 되는지, 그러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아가게 되지. 그리고 처음에 말했다시피 결론은, 그 당시의 심청이 생각으로 제일 확실한 사업을 결정한 뒤 공양미 작전으로 계획한 사업자금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이제 심청이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희도 알고 있을 거고, 그러니 폭풍을 헤치고 그 먼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러니 처음의 몇 가지 의문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된듯하구나. 결국 이 준.선.녀.인 심청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사실 한가지라는데 의문이 있을 수 없지.”


“히잉. 심청이가 억척스럽게 변했네.”

“흥. 그렇다 해도 술집을 차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술집을 차릴 거란 얘기는 이미 했소만, 사실 이후에 확실한 근거가 있기에 그랬던 거니 그냥 믿으시오.”

“헤엥. 그럼 뒷얘기도 있는 거야? 세 가지 이야기라고 했잖아”

“당연히 있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있겠니? 그리고 지금 한 세 가지 이야기라고 했지 심청이 이야기가 세 가지라고 한건 아니란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늦었고 앞으로는 직.장.생.활.을 해야 할 것 같으니 그만하도록 하자. 너희 나름대로 이후의 얘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서로 대화해보자꾸나.”

“으응. 섭섭하지만....”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내일 시장구경을 하기로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0 빛날윤
    작성일
    12.09.12 13:36
    No. 1

    아니 작가님 알려 주셔야죠......
    혹시 뒤에 나오나요?
    아님 심청전 얘기 끝...
    히잉...궁금한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화장실
    작성일
    12.09.12 22:17
    No. 2

    예. 심청이 얘기는 내용대로 더 있습니다만...그 얘기를 계속 하면...지금도 화내는 분들이 많으니...언젠가 기회가 된다면...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개성 - 26 +2 12.08.16 376 0 15쪽
26 개성 - 25 12.08.14 366 1 13쪽
25 개성 - 24 +2 12.08.14 345 0 8쪽
24 개성 - 23 +2 12.08.13 355 0 11쪽
23 개성 - 22 +2 12.08.11 358 0 21쪽
22 개성 - 21 12.08.10 369 0 9쪽
21 개성 - 20 +2 12.08.09 396 0 16쪽
20 개성 - 19 +2 12.08.09 415 0 13쪽
19 개성 - 18 12.08.08 513 0 12쪽
18 개성 - 17 12.08.07 480 0 16쪽
17 개성 - 16 12.08.06 461 0 11쪽
» 개성 - 15 +2 12.08.04 523 0 19쪽
15 개성 - 14 +3 12.08.03 539 0 9쪽
14 개성 - 13 12.08.03 537 0 9쪽
13 개성 - 12 +2 12.08.02 563 0 10쪽
12 개성 - 11 12.08.02 661 0 10쪽
11 개성 - 10 12.08.02 670 1 9쪽
10 개성 - 9 12.08.01 744 1 7쪽
9 개성 - 8 +2 12.08.01 831 0 8쪽
8 개성 - 7 12.08.01 914 0 8쪽
7 개성 - 6 12.07.31 988 0 8쪽
6 개성 - 5 12.07.31 1,155 0 8쪽
5 개성 - 4 12.07.30 1,336 0 8쪽
4 개성 - 3 12.07.30 1,878 1 10쪽
3 개성 - 2 +4 12.07.26 3,137 0 20쪽
2 개성 - 1 +2 12.07.26 5,389 2 16쪽
1 개성 - 프롤로그 12.07.26 5,479 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