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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님의 서재입니다.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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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작품등록일 :
2012.10.06 07:38
최근연재일 :
2012.09.24 19:17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1,509
추천수 :
30
글자수 :
296,257

작성
12.08.11 20:47
조회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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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개성 - 22

DUMMY

- 일주일 뒤 -


“인사 하세요. 이쪽은 18조 부조장인...”

“잘 부탁하네.”

“하네? 어쭈. 신참이 말까고 있네. 나이도 어린 게. 헬기에서 얼어있더니 반년 만에 많이 컸어. 뭐야? 돈 좀 있다더니 보이는 게 없는 거냐?”

“키는 이미 다 컸네. 그리고 자네보다 한참 늙었으니 젊은 네가 참게.”

“이...”

“그만...부조장, 실제 나이는 나보다 많으니 참아. (혹시 화나면 큰일이라고. 근데 그때 이 인간이 진짜 뭔가를 하긴 한 거야?) 그리고 아.저.씨. 여긴 군대고 이제는 군인이라고요. 상명하복 몰라요? 상급자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

“예? 조장님보다 나이가 많다고요? 저놈 이십대 중반도 안돼 보이는데...”

“(내가 좋은 무기를 선물 받았다고 해서가 아니고) 그냥 믿어. 나 못 믿는 거야? 엉?”

“무...물론 조장님이야 믿지요...그렇다 해도 군대는 나이순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이봐요. 내가 사적으로야 편하게 대하지만 다른 대원들과 있을 때는 존중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부조장도 그렇고. (주먹 세다고 막가는 거야 뭐야. 쳇.)”

“정상적인 회사가 아닐수록 이사명함이 많지.”

“무슨 얘기에욧?”

“정당한 사업 내용과 노력으로 회사를 일구려는 조직이라면 그 직위 구성이 마름모나 피라미드 구조에 가깝지. 그런데 말이요. 사업내용이 이상한 회사일수록 그 구조가 거꾸로 간다오. 열 명 중에 아홉은 이사, 여직원 한명, 이런 곳도 많았다고 하지. 심한 곳은 평직원이 없었다오.”

“그래서요? 둘이서 이사하고 있다고 비꼬는 거예요?”

“비꼰 적 없소. 그리고 인원이 많지 않은 개별 조의 부조장은 조원들끼리 그냥 불러주는 비공식 타이틀로 아는데?”

“그게...그렇다고 해도 우리조만의 전통이라고요. 이 정도는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부조장 이전에 선임이잖아요.”

“훌륭한 전통은 당연히 존중해야지. 그러나 쓸데없는 관습과 텃세는 사양하오. 그리고 어차피 지금 세상에서 이런 식으로 군인을 뽑는 것 자체부터 문제겠지.”

“뭐...이자식이, 텃세?”

“너는 너의 세상 속에서 텃세를 부리던 전통을 살리던 맘대로 해라. 그러나 나의 세계는 너와는 틀리다. 직위를 떠나서 목숨을 건 전투 속에서 마음 놓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자를 존중하지 너처럼 허례를 따지는 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허. 조장님, 이거 완전히 고문관 하나 들어왔네요. 그래 그러는 네 녀석은 다른 이의 등을 지켜줄 능력이나 된다는 것이냐?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단순히 힘만 세다고 다가 아니다. 선임병이 왜 선임병인 줄은 아는 거냐? 작게는 총 한 자루 정비부터 많게는 수많은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냐?”

“필요한 놈에게 전수하고 대접받도록 해라.”

“허어...”

“아.저.씨. 왜이래요? 평소에 안 그렇더니?”

“평소와 틀린 건 조장이지. 작전을 나가면 조장의 명령은 존중하지. 그러나 이곳에 있다고 존대를 바라거나 특별한 대접을 바라지 마시오. 내게 조장은 밖에서나 여기서나 똑같은 사람일 뿐이니. 그리고...나는 나름대로 경로사상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요.”

“......”

“조장님. 이놈...문제가 많겠군요.”

“일단...부조장이 조금 이해해줘. 아직은 세상물정을 잘 모르니 그럴지도...”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인간, 기초 훈련도 면제받고 어떻게 바로 온 거죠?”

“나도 정확히는 몰라. 며칠 전 팀장님과 면담 후 그렇게 결정됐다고 들었어.”

“허어. 빽까지 있다 이거지...그래, 두고 보지. 조장님. 그건 그렇고, 위에서 보내준다는 두 명은 언제 오는 겁니까?

“며칠 내로 온다고 하더군. 신병은 아니니 조금 낫겠지.”




- 그로부터 며칠 후 -


“추웅성. 금일자로 개성사령부 지원팀 18조에 발령을 명받고 온 상병 모두사입니다. 머리통이 사랑스럽게 생겨서 두사입니다. 절대로 술을 두주불사로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특기는 각종 전투기술 및 장비 활용이며 특히, 공인 나노슈트 운용기사 3급의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별칭은 올킬입니다. 앞으로 올킬 모두사라 불러주십시오. 우하하하.”

“충성. 금일자로 개성사령부 지원팀 18조에 발령을 명받고 온 상병 도서광입니다. 태어날 때 아버지의 꿈에서 서광이 비쳤다고 서광입니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독서광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기는...이론 전략전술 활용기사 3급이 있으며 기타, 괴물 3일이면 나만큼 안다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편히 쉬어. 조장님, 그래도 이번엔 좀 쓸 만한 녀석들을 보내줬군요.”

“그래. 내가 팀장님한테 땡강...사정을 많이 했지. 가뜩이나 조원수도 최저인데 매번 신병만 보내 주냐고 말이지. 그건 그렇고 부조장이 우리 소개 좀 하지.”

“알겠습니다. 이봐 졸들. 여기 이분이 우리 18조의 조장님이시다. 여자지만 성격 화통하시고 실력은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낫지. 자신의 일들만 잘하면 크게 터치하지 않으시는 성격이다. 그리고 나는 부조장을 맡고 있다. 우리 이름은 알고 있겠지. 그리고...저기 구석에서 혼자 틈만 나면 자료나 보며 노는 인간은 이번에 새로 입대한 고.문.관.이다. 보이는 것과 달리 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다고 한다만 관계 확립은 알아서들 해라. 고위직의 빽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고. 그리고 오늘부터 최소한 반년은 같은 조원이 된 이상, 목숨을 나눌 끈끈한 사이가 되리라 믿으니 앞으로 작전시가 아닐 때는 편하게 대해도 좋다. 그리고 반년 후에도 같은 조로 계속 지냈으면 한다. 이상”

“예엣...썰.”

“옛. 설.”




“이보쇼. 동안양반. 나이가 많다고? 별로 믿기지는 않는군. 뭐 그렇다 치고, 그런 게 군대에서 안 먹히는 건 알고 있지? 특히나 이곳 소속에서는 말이지. 무슨 빽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전에 나가면 지금처럼 여유 있게 놀고먹지는 못할 거야. 무슨 말인고 하니...괴물들 앞에서는 빽도 소용없다 이거지. 우리는 말이지 나름대로 실전을 겪은 군대 고참이라고. 둘이서 지저귀 세 놈한테서 두 시간이나 버텼지. 그런 경력이 있으니 이곳 사령부 소속으로 지원할 수 있던 거라고. 그러니 앞으로 자...알 지냈으면 좋겠군. 이봐 도상병. 자네도 한마디 하게.”

“됐어. 그만하면 알겠지.”

“......(무시)”

“흠. 조금은 알아들은 것 같군. 뭐 시간이야 많으니까. 그럼 몸이나 간단히 풀러 가볼까. 도상병. 대련이나 한번 하러 가자고.”




- 그리고 또 몇 달 뒤 -


“이봐요 아저씨. 지금 다른 사람들이 아저씨만 따돌리고 있는 거 몰라요? 아직도 같이 식사하자고 하는 조원도 없지요? 조금 숙이면 다 좋지 않아요? 이렇게 지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조만간 도시 외부로 지원을 나갈 거 같은데 이래서야 어떻게 팀웍이 맞겠어요? 외부 지원은 여태까지 도시 안에서의 작전과는 틀리다고요.”

“조장은 뭔가 오해하고 있구려. 구태여 어울릴 생각이 없는데 무슨 따돌림이 있겠소? 고집을 부릴 일도 없고. 나는 지금 편하니 괜한 걱정할 필요 없소. 지금은 그저 못 본 자료들을 보는 것이 제일 좋소. 그리고...유사시 조장의 목숨은 내 최대한 챙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아니...뭘 챙겨요?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팀웍이...”

“팀웍이 좋다고 작전 시 마음 놓을 전력은 아닌 것 같소만.”

“그럴수록 한마음으로 뭉쳐야 하잖아요.”

“과거처럼 서로 비슷한 인원과 장비로 소규모 전투를 할 때면 조장말도 맞을 거요. 그러나 한쪽에만 강력한 무기가...예를 들어 탱크가 몇 대 있다면 자질구레한 전략이나 팀웍은 크게 의미가 없지. 그러니 나를 억지로 끼워놓고 작전을 짤 필요는 없소.”

“휴. 일단은 알았어요. 군대도 나름 문화가 있는 거니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지요. 한동안은 작전 시 옆에서 보조라도 잘 해주세요.”

“알겠소.”

“그런데 좀 전에...괴물들이 탱크라는 얘긴가요? 우리는 소총부대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오.”




“이봐 모상병. 준비 다 했나? 도상병은?”

“예 부조장님. 나노슈트가 조금 속 썩여서 늦었습니다. 도상병은 이미 조원실에 가 있습니다.”

“3세대 나노슈트에 3급 운용기사라...아직은 제대로 활용하기가 쉽지는 않겠군.”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꽤 도움이 됩니다. 유지비가 좀 빠듯하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외부 지원이니 이번에는 꼭 부수입을...흐흐.”

“그랬으면 좋겠군. 그럼 우리도 이만 가볼까?”

“옙.”


“다 모였으면 간단히 이번 작전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부조장. 짧게 브리핑 좀 부탁해.”

“예. 조장님. 흠흠. 이번 작전은 신의주 전진기지의 요청으로 계획되었다. 기지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한동안 뜸하던 지저귀들이 근래에 갑자기 상당수가 난리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이에 사령부에서는 일대의 지저귀 소탕을 위해서 전투팀 20개조와 지원팀 5개조를 파견하기로 했다. 우리 18조 역시 포함되었지. 주 임무는 현지 베이스캠프 방어이며 유사시 수색과 화력지원이다. 이번 작전의 현장 최고 명령권자는 전투팀 3조 조장이고 작전기간은 약 7일간이다. 작전명은...까불면...죽쥐...다. 삼십 분후 출발이니 각자 장비 최종 점검하고, 무엇보다 평소와 같은 도시 내의 지원이 아닌 외부지원이니 긴장을 늦추지 말기 바란다. 이상.”

“좋아. 질문이 없다면 비행장으로 출발하도록 하지.”




- 까불면 죽쥐 작전 5일째 -


“부조장님. 18조 단독으로 수색이라뇨? 아무리 전투가 고전중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 지원조 단독으로 수색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것도 동북쪽 15킬로미터 범위를 말입니다.”

“도상병.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여기 어디 있나? 하지만 지금 전투팀의 피해가 만만치 않은 것 같더군. 생각보다 놈들의 수가 많은 것 같아. 더 문제는 놈들이 예전같이 소수가 아니고 주로 떼로 모여 다닌다고 하더군. 상위 지원조도 피해가 꽤 발생해서 캠프 방어인원도 부족해. 이건 전투 3조 조장이 직접 명령한 거야. 그러니...까라면 깔 수밖에...”

“그렇다 해도. 우리 4명에...도움도 안 되는 인간 하나까지...”

“십분 후 출발한다. 준비하도록.”




“부조장. 현재 베이스캠프와의 거리는?”

“예 조장님. 현재위치에서 약 14.5킬로미터 정도입니다. 후다닥 나머지 수색하고 돌아가죠. 조금씩 심장이 떨려옵니다.”

“그러자고. 휴대레이더에 잡히는 놈이 있나?”

“근처에는 없습니다. 약 7~800미터 전방에 몇 놈 정도만 보이는 군...요...어어...”

“다행이군. 조용히 전진...이봐 부조장 갑자기 왜 그래?”

“허억. 화면에...숫자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수십 마리가 넘습니다...이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쪽이면...여기를 거쳐 기지를 공격하려는 것일까요? 부조장님?”

“그...렇지. 허억. (툭 하며 레이더를 놓치며) 수...수...숫자가...”

“(큰소리로) 뭐야? 부조장. 무슨 상황이야?”

“조...조장님. 이쪽으로 몰려드는 놈들의 숫...자가 현재...배 배 백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느 느 늘고 있고요...크윽. 선두의 거리가 벌서 500미터 내로 접근 중...입니다.”

“이런...젠장...(주위를 둘러보며) 도망치긴 늦었다. 일단 저쪽의 작은 바위산을 배경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지원을 요청한다. 이곳에 고주파 방어기를 하나 심고... 중간에 하나, 바위산 앞에 하나를 심는다. 도상병과 모상병이 중간에서 일차 방어를 맡는다. 위험하면 바로 후퇴해서 합류하고, 나머지는 바위산 앞으로 이동 후 지원한다. 부조장은 본대에 긴급 지원 요청하라고...어서들 움직여.”


“(찌익 찌익) 여기는 지원팀 18조. 베이스캠프 나와라 오버. 베이스캠프...(찌익 찌익)”

“베이스캠프다.(찌이익) 말하라 오버.”

“(악을 쓰며) 수십 아니 수백의 지저귀 떼에게(찌익) 공격받고 있다. 위치는 (찌이익) 베이스캠프 북동쪽 14.5킬로미터 근방이다. 지금도 (찌익) 계속 숫자가 늘고 있다. 즉시 지원요청 바란다. 오버.”

“잠시 기다려라...(잠시 후)...18조...현재 그쪽만이 아니고 이쪽도 공격받고 있다. 자력으로 (찌이익) 복귀해라...(찌이이익) 반복한다. 현재 지원은 (찌익) 불가능하다. 자력(찌이익)으로 복귀해라...행운을 (찌이이익) 빈다...오...버...”

“(절규하며) 뭐야? 야 (찌익) 이 새끼들아...(찌이익)...어떻게 자력으로 (찌익) 탈출하란 말이냐? 이 (찌이이익) 개 (찌이이이익) 들아...이봐? 이봐? 크윽.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젠장. 최전방 고주파 방어기가 뚫린 모양이다. 저 두 놈 불러.”


“(타타타타타타타탕...) 이봐. 도상병.”

“(드르르륵 드르르륵....) 왜?”

“앞쪽의 고주파 방어기가 파괴된 것 같군. (타타타타타타탕...) 이놈들에겐 쥐약인 음파 발생기인데 이젠 오래 버티지도 못하는군...”

“크으윽. 몰려오는군. 젠장...(드르르륵 드르르륵...) 장가도 못가고 이렇게 죽다니...”

“나도 그렇네...(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쓰벌. 100미터 앞까지 몰려왔군...이봐 도상병. 미안하네.”

“(드르르륵...) 뭐가 말인가?”

“먼젓번에 자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세 개가 없어졌다고 화낼 때...(타타타타타타탕...) 사실은 내가 먹고 잡아뗀거네...저승에서 만나면 이자까지 쳐 갚아주겠네...”

“그랬었나? 짐작은 했었지. 물증이 없었지만.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런데 말이야...나도 미안하네.”

“뭐가 (타타타타탕...) 말인가?”

“자네가 먼저 설사로 며칠 고생한 게 (드르르륵 드르르륵...) 사실은 내가 자네 음료수에 약을 좀 넣었다네...저승에서 자네 휴지는 내가 구해주겠네...”

“크하하하...그랬나...(타타타타타타탕...) 괜찮네. 이 마당에 다 뭔 상관인가? 그래도 자네 덕에 웃으며 가니 훨씬 좋군. 자...한 놈이라도 데리고 가자고. 이놈들 죽어라...(투타타타타타타타타탕...)...그런데 왜...눈물이 나는 거지? 크흐흑.”

“저승에서 (드르르륵 드르르륵...) 보세나...크흑.”


“야. 이자식들아. (피용 피용 피용...) 빨리 후퇴해. 이익...”

“조장님. 늦었습니다. 저기나 여기나 (투캉 투캉 투캉...) 잠시간의 차이일 뿐. 결과는 크흑...정해졌잖습니까. 그 5세대 무기로도 저 숫자에는 소용없습니다. 젠장.”

“(목청껏 외치며) 안...돼. 얼마나 악착같이 모았는데...이제 조금 (피용 피용 피용...) 생활이 나아질 만 한데...내 적금...시집 밑천...제...엔...장...”

“크윽. 중간의 고주파 발생기도 (투캉 투캉 투캉...) 파괴된 것 같습니다. 저놈들...크윽...”

“이익...(잠시 옆을 돌아보며) 이봐요. 아저씨. (피용 피용 피용...) 이 와중에 팔짱끼고 뭐하는 거예요?”

“서있소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피용 피용 피용...) 하는 거예요?”

“조장의 명령은 존중한다고 했소만...특별한 말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요. 뭐 그렇다 해도 조장의 목숨은 내 신경 쓰리다.”

“크윽...지금 저 두 녀석 목숨이 풍전등화인 게 안 보인다는 거예요?”

“보이오. 자신들이 선택한 길에서 모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구려. 그리고...지저귀들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지.”

“(어벙해지며) 뭐...라고요? 지저귀랑 어떻게 같다는 거예요?”

“양쪽 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지 않소? 그리고 지저귀나 저들이나 현재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소만...또한 나는 각자의 의지를 존중한다오. 설사 사람이 아니더라도 말이요.”

“(악쓰며) 조장님. (투캉 투캉 투캉...) 저 두 놈 잠시 뒤면 저놈들 밥이 될 거 같습니다.”

“(큰소리로) 정말 이해할 수 없군요. 그리고 명령이 없어서 그냥 서있었다는 게 말이 돼요?”

“여태껏 그래왔지 않소? 왜 새삼스럽게 그러는 것이요? 도시 내라고 목숨을 안 걸고 장난으로 작전한 게 아니었을 텐데.”

“크으윽...젠장...그럼...명령을 내릴게요. (가능하다면) 저 둘을 도와줘요.”

“정확한 명령을 하시오. 그냥 옆에서 적당히 도와만 주란 얘기요?”

“젠장. 젠장...저 둘의 목숨을 구하고...적들을...적들을 (악쓰며) 섬멸하길 바래요.”

“그렇소? 알겠소. 명령을 접수했소. (휘익~)”

“헉...어디로 사라진 거야.”


둘의 눈앞으로 지저귀의 거대한 입이 다가왔다. 그 짧은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한 두 사람은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눈싸움이라도 하는 거냐? 조장. 이놈들이나 챙기시오. (휘익~ X 2놈)”

“어어어...”

“어어...”


둘은 조장 앞에서 두세 바퀴 구른 뒤 별다른 상처 없이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이 넷이서 앞을 보며 점점 입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두 녀석을 동시에 뒤로 던져버리고 등에 메고 있던 녀석을 손에 쥐자 마자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도가 튀어나왔다. (쉭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지저귀 한 마리가 가로로 이등분 되었다. 무슨 일을 당한지 모르는 지저귀는 작은 눈을 떼구르르 굴리다가 쿠웅 소리와 함께 상하로 분리되고 말았다. 그리고...가까이 있던 놈들부터 보는 것만으로도 반쯤 미쳐버리는 잔인한 염왕도법에 온몸이 찢기고 뜯기면서 도살되기 시작했다.


주위의 지저귀들이 모두 조각이 날 무렵 어디선가 낮고 작은 듯한,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무서운 소리의 울림이 일대에 퍼졌다.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지저귀들이 한곳을 향해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어...저...저...럴...수...가...(그날의 일이 꿈이 아니었어.)”

“(덜덜덜) 그...러...나...주위...의 모든...놈들...이...”

“이...봐...부조장...몇 놈이나...몰려...가는...거야...”

“(덜덜덜덜) 그...게...크윽...레이더...화면에...빈...틈이...없습...니다...헤아릴...수도...없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군. 저 뒤에 있는 녀석이 대장인가? 다른 놈보다 세배 가까이 크구나. 그러나...역시 물러설 줄은 모르는군. 네놈도 역시...싸움을 하자는 것이겠지?”


엄지가 슬쩍 움직이고 순식간에 눈앞에 7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강렬한 도의 느낌과는 또 다른 고요한 느낌이 사방에 퍼지는 듯하다. 그리고...세상을 바라보는 두 눈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마치 저 깊고 깊은 무저갱의 가장 어두운 곳보다 더욱더.


잠시 후, 허공에...하나의 완벽한 원이 그려졌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순식간에 주위의 모든 공간을 장악한 수많은 원들이 하나의 거대한 원구를 만들며 커지기 시작했다.


“저...저...저...”

“......”

“......”

“......”


땅속과 땅위에서 끝없이 달려드는 지저귀들이 원구에 닿는 순간 머리부터 가루가 되며 원구에 휩싸이다 사라진다. 하지만 적지 않은 피들만은 원구와 함께 출렁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직경 백 미터를 넘어가고 있는 원구는 온통 시뻘건 피들의 기괴한 요동으로 무섭고도 괴이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저. 저...건...사신...의...재...림...같은...게...아니...야...불러...낸...거야...저...거는...지...지...지옥을...불러...낸...거...야...”

“......”

“......”

“......”


끝이 없을 것 같은 지저귀들의 공격은, 서쪽하늘이 유난히도 붉게 물든 저녁 무렵에 끝났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몸집의 대장(?) 지저귀와 역시나 보통보다 큰 수십 마리의 지저귀들이 총 공격을 하였지만 역시 지옥의 원구(?) 속으로 사그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했던 피의 원구도 역시...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명령을 완수한 듯 하군. 슬슬 돌아갑시다. 조장.”

“......(툭 소리와 함께 손에 든 총을 놓치며 털썩 하고 몸이 무너져 내렸다.)”

“역시...심약하군. 애들보다 못해. 보약이라도 지어줘야 하겠군. 아, 그리고 말이지. 내가 귀찮은 걸 매우 싫어하네. 괜히 쓸데없는 얘기들 하고 다니지 않으면 좋겠군. 우리는 운 좋게 빈틈을 찾아서 퇴각한 정도가 좋겠지. 뭐, 강요는 아니네. 나야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성격이니 말일세. 물론 예외는 있지만...”

“......”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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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0 빛날윤
    작성일
    12.09.12 16:45
    No. 1

    오타 발견이요
    시집 미천 - 시집 밑천이라고 하죠...
    드디어 두각을 나타내나요?
    음....저렇게 싸그리 다 없어지면...내단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화장실
    작성일
    12.09.12 22:40
    No. 2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금전 자체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군요. ㅎㅎ;; 이녀석의 금전 감각에 관한 성장 얘기는 기회가 된다면 쓸 얘기가 있지만...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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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성 - 8 +2 12.08.01 831 0 8쪽
8 개성 - 7 12.08.01 914 0 8쪽
7 개성 - 6 12.07.31 989 0 8쪽
6 개성 - 5 12.07.31 1,155 0 8쪽
5 개성 - 4 12.07.30 1,336 0 8쪽
4 개성 - 3 12.07.30 1,878 1 10쪽
3 개성 - 2 +4 12.07.26 3,137 0 20쪽
2 개성 - 1 +2 12.07.26 5,389 2 16쪽
1 개성 - 프롤로그 12.07.26 5,479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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